2022년 1월호

“세계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거듭날 것”

[인터뷰] 김영훈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2-23 10:00:01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고려대의료원 제공]

    [고려대의료원 제공]

    김영훈(64)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은 부정맥 분야 세계적 권위자로 손꼽힌다. 1997년 미국심장학회가 주는 ‘젊은 연구자상’을 받는 등 진료뿐 아니라 연구 면에서도 실력을 인정받았다. 2019년 12월 제15대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에 취임한 그는 최근 연임에 성공해 2023년까지 고려대의료원을 이끌게 됐다. 기존의 안암·구로·안산병원에 이어 청담 고영캠퍼스,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등을 열며 외연 확장을 이어가고 있는 고려대의료원의 향후 계획에 대해 들었다.

    - 연임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 달라.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이 연임된 건 최근 20여 년 사이에 처음 있는 일이다. 새 역사를 쓰게 돼 영광이면서 동시에 책임감으로 어깨가 무겁다. 다시 출발한다는 각오를 다지고 있다. 지금 세상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혼란스럽다. 코로나19를 비롯해 고려대의료원과 의료계 앞에 놓인 난제가 많다. 그것을 극복하며 획기적 대전환을 이뤄나가겠다. 앞으로 2년간 고려대의료원이 진정한 ‘초일류’로 도약하기 위한 토대와 발판을 마련하는 데 주력하면서 미래의학을 이끌어갈 후배들을 위한 가교 역할을 충실히 할 생각이다.”

    - 고려대 의무부총장 겸 의료원장으로 일한 지난 2년의 성과를 평가한다면.

    “지난 2년은 코로나19 팬데믹 탓에 저 개인과 고려대의료원을 비롯한 많은 사람에게 잊기 어려운 괴로운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고려대의료원을 이끌어가는 책임을 맡은 뒤 하고 싶은 것, 이루고 싶은 것이 많았던 터라 때로는 답답함이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고려대의료원 구성원 모두가 염원하는 우리 기관의 미래 청사진은 잠시 접어 가슴에 품고,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삼아 열심히 뛰었다. 많은 교수님과 교직원분들이 지원하고 도와주신 덕에 의미 있는 성과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었다고 자평한다. 코로나19로 원래 계획했던 것을 다 추진하지는 못했지만, 고려대의 저력을 바탕 삼아 새로운 것을 많이 시도하고 이뤄냈다고 생각한다.”

    - 고려대의료원이 코로나19 상황에서 새롭게 시도하고 이뤄낸 것은 어떤 것들인가.

    “2020년 3월, 코로나19 환자가 급증한 대구·경북 지역에 서울 소재 대학병원으로는 최초로 의료지원단을 파견했다. 또 서울 및 경기 지역에서 생활치료센터를 운영한 것을 비롯해 대구동산병원 중환자실 의료진 파견, 경기 이천 선별진료소 운영, 혈장치료제 개발 및 국가방역정책 적극 참여 등이 기억난다. 고려대의료원 의료진은 국민에게 과학 정보를 올바르게 전달하고자 종횡무진 활약하며 ‘고대’라는 브랜드를 널리 알렸다고 생각한다.

    최근 캠퍼스를 두 곳 오픈한 것은 무엇보다 최고의 성과라고 꼽을 만하다. 2021년 10월 문을 연 청담 고영캠퍼스는 고려대가 개교 106년 만에 처음으로 서울 강남 지역에 진출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동시에 미래의학과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전초기지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이 목표를 달성하고자 고영캠퍼스에 임상연구지원본부와 고려대의료원장 직속의 새로운 조직인 사회공헌사업본부를 함께 설치했다. 고영캠퍼스 의료영상센터에서는 고려대의료원이 국내 최초로 개발해 산하 병원에 적용 완료한 클라우드 기반 병원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영상검사 데이터 분석과 연구가 이뤄진다. 사회공헌사업본부는 기존에 진행해 온 국제보건사업과 의료비 지원, 재난지원, 의료봉사 등 각종 사회공헌 활동을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추진하는 조직으로 운영할 것이다.”



    - 고려대의료원은 최근 정릉에 메디사이언스 파크도 마련한 것으로 안다.

    “그렇다. 청담 고영캠퍼스에 이어 문을 연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는 민간이 주도해 만드는 최초의 감염병 연구기지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고려대의료원 본부가 이곳으로 가장 먼저 이전했다. 이후 바이오벤처 기업들이 하나둘 입주하고 있다. 현재 설계와 공사를 준비하고 있는 호림관(백신혁신센터)이 완공되면 메디사이언스 파크의 진정한 위용이 드러날 것으로 기대한다. 이곳에서 국산 감염병 백신 개발을 위한 기초 연구와 후보물질 유효성 평가 등이 이뤄질 것이다. 고려대의료원은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에 전임상 연구 플랫폼 등을 구축하고 국내 최고 수준 전문가들이 인류를 감염병 위기에서 구할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도록 과감한 투자와 지원을 이어갈 계획이다. 그 밖에도 고려대 의과대학과 각 병원은 코로나19라는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각종 인프라를 확충하는 등 내실을 다지며 성장과 발전을 이뤄냈다.”

    - 이제 새로운 임기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에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나.

    “지난 2년간 꿈꿔온 초일류 의료기관을 향한 원대한 여정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고자 한다. 코로나19는 우리를 힘들게 했지만, 어려운 상황에서도 결코 흔들리지 않는 고려대의료원의 저력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준 시간이기도 했다. 그동안 우리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좀 더 구체화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제 고려대의료원은 기존 안암·구로·안산에 청담·정릉 캠퍼스를 더함으로써 ‘5 CAMPUS 시대’를 열었다. 새로운 도약의 토대를 갖춤 셈이다.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넘어야 할 산들이 있다. 각 캠퍼스 간 책임경영 체제를 구축하면서 유기적인 협력을 통해 여러 난제를 극복할 것이다. 더불어 미래병원 태스크포스팀(TFT)을 구성해 ‘제4병원’을 현실화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고려대 안암·구로·안산병원을 잇는 또 하나의 병원을 열고자 수도권 여러 지방자치단체와 만나 논의하는 상태다. 최근에는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힘쓰고 있으며, 내부적으로 ESG 경영 체계를 구축하고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김영훈 의무부총장이 말하는 ‘초일류’는 어떤 의미인가.

    “고려대의료원의 모태는 1928년 설립된 민족 최초의 여자의학 교육기관 ‘조선여자의학강습소’다. 당시 남자 의사들에게 진료를 받지 못하는 여성을 도우려면 여의사 양성이 필요했다. 그 시대적 요구에 답하며 탄생한 것이 고려대의료원이다. 이후에도 고려대의료원은 산업화 역군인 공단 노동자들, 의료소외지역이던 농촌 주민들을 치료할 수 있는 장소에 산하 병원을 건설했다. 교육구국, 박애, 사회공헌의 가치를 실천하고자 노력한 자랑스러운 역사의 발자취라고 할 있다. 이처럼 시대와 사회에 답하며 인술을 베풀어온 고려대 의과대학이 다가오는 100주년에는 초일류 의료기관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초석을 다지는 것이 내 역할이라 생각한다. 지난 30여 년 동안 심장병, 부정맥 전문가로 살아오면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일류 정신’이다. 1등은 단 한 명이지만 일류는 한 명이 아니다. 1등은 누군가와 경쟁을 통해 승리해 완성되는 것이지만, 일류는 최고의 격을 갖추는 것을 의미한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는 초일류는 1등을 넘어 주위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것을 말한다. 초일류 고려대의료원은 진료·연구·교육·사회공헌 등 모든 분야에서 국내를 넘어 세계 최고의 의료기관을 지향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시대와 인류와 사회 전반에 선한 영향력을 널리 미치는 의료기관이 될 것이다. 이제 의료기관의 역할은 단순히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것에 한정할 수 없다. 의술뿐 아니라 사회가 원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우리 의료원이 할 수 있는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바로 고려대의료원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고, 초일류 정신이라고 생각한다.”



    댓글 0
    닫기

    매거진동아

    • youtube
    • youtube
    • youtube

    에디터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