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의대 100주년까지 의학교육 및 연구 인프라 개선해 나갈 것”

[인터뷰] 윤영욱 고려대 의과대학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2-25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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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호영 기자]

    [지호영 기자]

    윤영욱(61) 고려대 의과대학장은 2019년 12월 취임 이후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냈다. 안으로는 학사 제도 및 조직을 개편했다. 밖으로는 의과대학 캠퍼스화, 제1의학관 리모델링, 정릉 메디사이언스 파크 조성 등에 힘을 쏟았다. 그간의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이 결정돼 2023년 10월 말까지 고려대 의과대학을 이끌게 된 윤 학장을 만났다.

    - 연임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 달라.

    “처음 학장이 됐을 때보다 부담감이 더 큰 것 같다. 대학은 새로운 지식을 창출하고, 현존하는 지식을 다음 세대에 물려주는 기관이다. 이 미션을 잘 수행하려면 연구력 향상과 교육 여건 개선이 필요하다. 지난 임기 동안 이 부분에 신경을 많이 썼다. 특히 좋은 교수님들을 모시려고 노력했다. 매년 33분씩, 2년간 66분을 초빙했다. 보통 1년에 20분 안팎이 새로 오시던 것과 비교하면 훨씬 많은 수다. 앞으로도 우리 학교에서 세상을 바꿀 만한 연구 결과가 나오고, 학생들이 최고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

    - 우리나라에 의과대학은 무척 많다. 다른 대학과 차별화되는 고려대 의과대학만의 특징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이 질문에 답하려면 먼저 고려대 의과대학의 역사를 돌아봐야 한다. 우리 학교는 일제강점기인 1928년, 서양 의학의 혜택을 받지 못하던 여성에게 치료 기회를 제공하려는 목적으로 설립된 여성 의사 양성기관 ‘조선여자의학강습소’에 뿌리를 두고 있다. 1980년대에는 의료 소외지역이던 서울 구로공단, 경기 반월공단 주위에 대학병원을 세웠다.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는 정신이 ‘학교 DNA’에 담겨 면면히 흘러내려 온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고려대 의과대학이 배출한 의료인은 8000명이 넘는다. 이들이 각자 자리에서 ‘민족과 박애’ 정신을 전하며 사랑과 나눔의 인술을 실천하고 있다는 게 우리 학교의 큰 자랑이다.”

    - 고려대 의과대학은 글로벌 대학평가기관 QS와 THE가 발표하는 의과대학 순위에서도 최근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안다.

    “맞다. 세계적 공신력을 가진 QS의 ‘세계대학 학과별 순위’ 발표에서 고려대 의과대학은 2019년 해부생리계 부문 상위 100위 안에 이름을 올렸다. QS는 50위권 이상 대학 순위를 ‘50~100위’ ‘100~150위’ 등 구간으로 발표한다. 이 평가에서 국내 대학이 기초의학 분야 상위 100개 대학 안에 포함된 건 2019년 고려대 의과대학이 처음이다. 우리 학교는 이후 3년 연속 100위 안을 유지하며 ‘국내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또 다른 글로벌 대학 평가기관 THE가 발표한 ‘2022 THE 세계 의과대학 순위’에서는 90위를 차지했다. 평가기관별로 다소 차이는 있지만, 최근 5년간 각종 평가에서 꾸준히 순위가 올라가고 있다. 교수님들이 발표하는 논문의 양과 질이 모두 상승한 것이 첫 번째 이유라고 생각한다. 또 외국 대학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우리 학교 이름이 널리 알려진 것도 평판도 개선 등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고려대 의과대학 출신 전문가들이 많은 주목을 받았다. 의학 연구 분야 역량이 뛰어난 이유가 있나.

    “1976년 신증후군출혈열 바이러스를 세계 최초로 발견하고 관련 백신을 개발한 이호왕 박사가 고려대 의과대학 미생물학교실 교수였다. 역시 1970년대 중반, 우리 학교 생리학교실 홍승길 교수는 의학 연구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뉴로사이언스 분야를 개척해 국제적 명성을 얻기도 했다. 이런 전통이 이어지고 있다고 본다. 이외에도 우리 학교는 국내 최초로 법의학연구소를 설립하고, 신종인플루엔자 백신 국산화에 앞장서는 등 사회적 책임과 시대적 소명을 다해 왔다. 지금도 기초의학, 임상의학을 아우르는 의과학자 육성을 목표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시대가 변하면서 의사의 활동 범위가 나날이 넓어지는 추세다. 이제는 병원에서 환자를 잘 치료하는 전통적인 의사뿐 아니라 연구개발과 벤처 경영 등 새로운 영역에서 선도적 활동을 할 수 있는 인재를 길러내야 한다. 그래서 학생들이 의과학 분야 연구를 주도적으로 수행하며 바이오메디컬 산업의 혁신 성장에 기여하는 의사가 될 수 있도록 학부 시절부터 다양한 연구 경험을 제공하려 노력하고 있다.”



    - 고려대의료원이 성북구 정릉에 조성하고 있는 ‘메디사이언스 파크’가 향후 바이오메디컬 분야 연구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들었다.

    “그렇다. 감염병 백신과 신약 개발 등을 목표로 한창 최첨단 연구시설을 조성하고 있다. 이 분야 연구는 결과를 금방 보기 어렵다. 하지만 반드시 필요한 일이기에 미래를 내다보며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려 한다. 최근 고려대의료원 본부가 정릉으로 이전했다. 이 분야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 과감한 투자와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개선을 통해 고려대 의과대학이 배출하고자 하는 인재상을 설명한다면.

    “첫째로 꼽을 것이 윤리의식과 책임감을 겸비한 인재다. 둘째,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가진 인재, 셋째 ‘공선사후(公先私後)’ 정신을 갖춘 글로벌 리더로 성장할 인재를 길러내려 한다. 최근 의과대학 신입생들은 하나같이 매우 우수한 소양을 갖고 있다. 이들에게 환자를 잘 진료할 수 있는 의학적 지식과 술기를 가르쳐주는 건 기본이다. 거기서 더 나아가 외부 환경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도 배양시키려 한다. 우리 학교를 졸업한 의사들이 리더십과 봉사 정신을 가진 ‘융합적 의사과학자’로 성장하면 좋겠다.”

    - 그 목표를 이루고자 어떤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나.

    “의과대학 과정은 현재 예과 2년, 본과 4년으로 고정돼 있다. 또 졸업하려면 반드시 이수해야 하는 과목이 매우 많아 개별 대학이 커리큘럼에 손을 대기가 어렵다. 그럼에도 학생들에게 최대한 많은 것을 경험할 기회를 주고자 ‘다중전공프로그램(Enrichment Program)’을 만들었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재학 중 경영학, 법학, 공학 등 다른 학문 분야 가운데 관심 있는 것을 택해 15학점 이상 취득하면 다중전공프로그램 수료증을 받는다.

    국제 교류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2017년 세계 주요 의과대학과 함께 ‘GAME(Global Alliance of Medical Excellence)’을 창립한 게 한 사례다. 우리 학교 학생들은 이 기구를 통해 홍콩 중문대, 호주 모나시대, 독일 뮌헨대, 일본 나고야대, 네덜란드 에라스무스대, 이탈리아 볼로냐대, 영국 노팅엄대 등 해외 의과대학 학생들과 소통하고 있다. 2021년 9월 GAME 소속 의대생들이 유엔 총회에 모인 세계 정상에게 코로나19 긴급 산소 대응에 자금을 투자할 것을 촉구하는 선언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런 활동은 우리 학생들에게 세계시민정신을 길러줄 것이라고 본다. 그것을 바탕으로 국제사회의 다양한 요구를 파악하고 사회적 책무를 다하는 의료인으로 성장하길 바란다.”

    - 마지막으로 학장님이 꿈꾸는 고려대 의과대학의 미래상을 말씀해 달라.

    “교육 측면에서 보면 ‘고려대 의과대학을 졸업한 의사는 진료 실력이 뛰어날 뿐 아니라 인성도 좋다’는 평가를 받게 되길 바란다. 연구 측면에서는 지금의 투자와 노력이 결실을 맺어 머잖아 세계를 바꿀 혁신적인 연구 성과가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2028년이면 고려대 의과대학 설립 100주년이 된다. 그때를 바라보며 더욱 무거운 책임감으로 의학 교육 및 연구 인프라 고도화를 이끌어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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