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월호

“교직원 행복이 환자에게 전달되는 지속가능경영 추구”

[인터뷰] 김운영 고려대안산병원장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입력2021-12-3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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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려대안산병원제공]

    [고려대안산병원제공]

    김운영(57) 고려대안산병원장은 2020년 1월, 고려대의료원 사상 첫 여성 병원장으로 임명돼 화제를 모은 인물이다. 이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전공의 파업, 노조 파업 등이 연달아 발생한 여러 위기에 안정적으로 대응하며 경영 능력을 인정받았다. 2021년 11월 연임을 통해 2023년까지 고려대안산병원을 이끌게 된 김 원장을 만났다.

    - 연임을 축하드린다. 소감과 포부를 말씀해 달라.

    “2020년 원장에 처음 취임하던 때가 생각난다. 당시 상급종합병원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는 고려대안산병원의 첫 여성 병원장이 됐다는 부담감에 며칠 동안 잠을 제대로 못 잤다. 연임 소식을 듣고, 그동안 최선을 다해 일해 온 것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것 같아 기뻤다.이번 임기 동안 외래 공간 확장 및 재배치 등을 통해 환자 중심 스마트 진료 환경 구축을 위한 고려대안산병원 마스터플랜의 초석을 다지고 싶다. 또 환자와 더불어 교직원도 행복할 수 있는 병원 환경을 조성해 고려대안산병원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생각이다.”

    1985년 100병상으로 출발, 지역 유일 상급종합병원으로 성장

    - 최근 고려대안산병원이 빠른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고려대안산병원은 1985년 15개 진료과, 100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지금은 800병상이 넘는 지역 유일의 상급종합병원으로 됐다. 짧게 요약한 이 역사 속에 수많은 교직원의 피와 땀이 들어 있다고 생각한다. 큰 틀에서 보면 우리 병원은 지역과 같이 성장했다. 하지만 지역이 발전한다고 병원 성장이 저절로 따라오는 건 아니다. 높아지는 의료 수요에 양적·질적으로 대응하고자 수많은 교직원이 최선을 다했다. 사명감을 갖고 환자 진료와 병원 발전을 위해 헌신했다. 그 결과가 지금 나타나고 있다고 본다.”

    - 고려대안산병원에 대한 자부심이 큰 것 같다.

    “그렇다. 나는 1989년 고려대안산병원에서 인턴 수련을 받았다. 전공의 때 파견을 온 일도 있고, 2001년부터는 쭉 고려대안산병원에만 있었다. 당시만 해도 이 지역은 허허벌판이었다. 반월공단 인근 지역으로, 생활수준이나 의료 여건이 좋지 않았다. 그 환경에서 지역민에게 수준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자 분투한 의료진 관계는 매우 끈끈했다. 나는 마취통증의학과 의사라 주로 수술방에서 지내는데, 고려대안산병원 수술방 분위기는 다른 대형 병원과 사뭇 다르다. 가족적이라고 할 만큼 소통이 잘된다.”

    -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한다면.

    “예를 들어 산부인과 선생님이 수술을 하다 ‘비뇨기과 도움을 받으면 좋겠다’ 싶은 순간이 생겼다고 해보자. 일반 병원에서는 비뇨기과 선생님을 부르는 절차가 매우 복잡하다. 우리는 ‘비뇨기과에 연락 좀 드려주세요’ 하면 바로 누군가 와서 문제를 해결해 주신다. ‘고마워요’ 한 마디 듣고 ‘씩’ 웃으며 나가시는 거다. 일종의 연대감이라고 할까. 같이 더불어 일한다는 느낌을 받는 순간이 많다. 그것이 고려대안산병원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차별화된 Experience(경험), Satisfaction(만족), Goodwill(선의)

    - 원장에 취임한 후 코로나19 팬데믹을 비롯해 힘든 상황을 연달아 겪었는데.

    “전공의 파업 때가 생각난다. 혹시라도 환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어쩌나 노심초사했다. 그때 각 과 교수님들이 ‘우리가 빈자리를 채우겠다’며 먼저 나서주셨다. 단단히 각오를 다지셨어도 수십 년 만에 당직을 서시는 게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간호사 선생님들이 얼굴 한 번 찡그리지 않고 그 뒤를 다 받쳐주셨다. 이후 노조 파업이 발생했을 때도 구성원들의 단결된 힘으로 어려움을 이겨냈다. 2020년 고려대안산병원 의료 수익이 전년 대비 10% 늘었다. 온갖 어려움 속에서도 병원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었던 건 모두 주위 분들 도움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고려대의료원이 2021년, 신종 감염병 위기에 대응하고 의료기관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겠다는 취지로 시작한 기부금 유치 행사 ‘65캠페인’도 기억에 남는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기부금을 모을 수 있을까 막막했다. 그런데 우리 병원 구성원을 비롯해 안산시장, 안산시의회의장, 안산시상공회의소 회장 등 지역사회 지도층이 전부 기부에 참여해 주셨다. 모금액 면에서 고려대의료원 산하 3개 병원 가운데 우리가 1등을 했다. 지역사회의 큰 사랑을 느낀 만큼, 우리도 지역 주민들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잘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 지역 주민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상급종합병원 역할이란 어떤 것인가.

    “선진 진료 시스템과 최신 장비를 갖추고 최선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일 것이다. 고려대안산병원 암센터는 2021년 기준으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 적정성 평가에서 1등급(대장암, 위암, 유방암, 폐암)을 획득했다. 유방암과 위암의 경우 각각 7회, 5회 연속 1등급이다. 우리 병원은 최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트루빔 STx’와 디지털 혈관촬영장비 ‘Azurion’, 로봇수술기 ‘다빈치 Xi’ 등도 보유하고 있다. 2021년 12월에는 경기 지역 최초로 단일공 로봇수술기 ‘다빈치 SP’가 운영돼 좀 더 정교한 수술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것이다. 또 환자 편의를 최우선으로 고려해 ‘진단-검사-치료-재활’로 이어지는 원스톱 다학제 진료 시스템을 갖춘 것도 우리 병원의 자랑이다.”

    - 2016년 10월 국내 최초로 다문화가정 지원 기구 ‘로제타홀 센터’를 오픈하는 등 의료봉사에도 앞장서는 것으로 안다.

    “안산은 다문화가정이 많은 지역이다. 그분들께 도움을 드리고자 의료비 지원 및 외국어 통역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로제타홀이라는 명칭은 1928년 우리나라에 최초의 여자 의학 교육기관 ‘조선여자의학강습소’(강습소)를 설립한 로제타 셔우드 홀 여사 이름에서 따왔다. 고려대 의대가 이 강습소에 뿌리를 두고 있어 의미가 남다르다. 2022년 1월에는 원내에 ‘유경 꿈이룸학교’라는 이름의 병원 학교도 문을 연다. 소아암 같은 만성질환으로 3개월 이상 장기 입원하거나 통원 치료를 하는 아이들을 위한 교육시설이다.”

    - 그 외 원장 임기 동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다면.

    “교직원이 행복한 일터를 만드는 것이다. 최근 지속적으로 직원 휴게실과 체력단련실을 확충하고 있다. 또 3교대 근무자가 안전하게 집에 돌아갈 수 있도록 안심귀가 버스 운행을 계획하고 있다. 병원 차원에서 간호사 주거 공간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고 있기도 하다. 간호사 근무 여건은 반드시 개선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최근 경영계에서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에 대한 관심이 높다. 고려대안산병원은 이와 더불어 Experience(경험), Satisfaction(만족), Goodwill(선의)를 의미하는 새로운 ESG도 지향한다. 환자에게 긍정적인 경험을 주고, 그것을 통해 교직원이 보람과 만족을 느끼며, 더 나아가 사회에 선의를 베풀고 기여하는 병원이 되려는 것이다. 우리만의 ESG를 이룬다면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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