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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정보 준다며 텔레그램 유인하면 사기꾼”

[추적]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 신종 사기 러시

  •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투자 정보 준다며 텔레그램 유인하면 사기꾼”

  • ● 상장주식·부동산투자 불안감에 비상장주식 관심 폭증
    ● 사설 플랫폼 통한 비상장주식 사기 주의보
    ● 매도자에 접근해 주식 가로채는 신종 수법 성행
    ● ‘자문 서비스’ ‘매매 중개’ 단어로 투자자 유혹
    ● 비상장기업-투자사 계약서 확인하고 대표 만나야
[GettyImage]

[GettyImage]

2021년 8월부터 주식 투자를 본격적으로 시작한 20대 직장인 김진규 씨. 그는 코스피와 코스닥의 주식 상승세가 다소 주춤할 때 비상장주식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비상장주식 투자를 시작한 지 1개월 만에 100여 주를 매수했다. 젊은이가 주로 모이는 재테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한 게시물을 보고 내린 결정이다. 회원들은 “곧 상장될 기업이고 재무구조가 나쁘지 않으니 최소 2년 전에는 주식을 사두라”고 권했다. 현재 김씨는 비상장주식 투자로 30만 원가량 수익을 얻었다고 한다.

상장주식·부동산투자 불안감에 비상장주식 시장↑

김씨는 “요즘 비상장주식 시장에는 코스피, 코스닥 시장에 뒤늦게 뛰어들었다가 비상장주식 투자로 선회한 이들로 붐빈다. 2020년부터 이어진 기업공개(IPO) 열기에 힘입어 ‘따상’(시초가가 공모가의 2배로 정해지고 상한가를 치는 것)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 물량을 상장 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최근 비상장주식 거래가 크게 늘고 있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이 한국예탁결제원을 통해 파악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국내 비상장주식의 타 증권사 간 거래 규모는 약 20억 주에 달했다. 2020년 비상장주식 연간 거래 규모가 총 30억 주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2021년 한 해 동안 비상장주식 시장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셈이다.

비상장주식은 상장 요건에 미달하거나 상장을 준비하는 경우, 또는 보유 현금이 많아 공모를 통한 상장이 필요하지 않은 경우 등의 이유로 유가증권시장이나 코스닥시장에 상장되지 않은 회사의 주식을 말한다. 비상장주식은 코스피나 코스닥 장이 아닌 비정규 장에서만 거래가 가능한 까닭에 장외주식이라고도 한다.

과거 비상장주식 시장은 기관이나 전문 투자자를 중심으로 폐쇄적으로 운영됐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일반 투자자는 물론 ‘주린이(주식+어린이)’까지 뛰어드는 등 저변 확대가 가속화하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유례없는 비상장주식 투자 열기 배경을 ‘IPO에 따른 공모주 열풍’과 ‘부동산·상장주식 투자 불안감’에서 찾았다. 그 이유는 이렇다.



“상장 전 주식을 매입해 2, 3년 지나 상장 후 매각하면 적어도 2배 이상의 엄청난 시세차익을 올릴 수 있다. 그래서 비상장주식은 현재 시장이 아니라 미래가치를 반영한다. 고수익이 예상되는 기업의 주식 물량을 상장 전에 미리 확보하려는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비상장주식 시장이 새로운 투자처로 떠오르고 있다. 더군다나 이미 오를 대로 올라 더는 고수익을 실현하기 어려운 부동산투자와 상장주식 투자의 불안감이 더해지면서 비상장주식 거래 규모가 급증하는 상황이다.”

사설 플랫폼 통한 비상장주식 사기 주의보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 거래가 급증하자 사설 장외투자 거래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의 비상장주식 거래가 급증하자 사설 장외투자 거래 플랫폼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다.

국내 비상장주식 시장은 운영 주체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K-OTC(Korea Over-The-Counter) 같은 제도권 플랫폼과 38커뮤니케이션, PStock 등의 사설 플랫폼이다.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비상장주식의 위험성을 조목조목 꼬집었다.

“애초에 비상장주식은 기업 공시 의무 대상이 아니다. 외부에 공개된 신뢰도 있는 자료도 적다. 시중에 유통되는 물량 자체가 적은 탓에 거래량마저 적다 보니 ‘깜깜이 투자’가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사설 플랫폼은 K-OTC처럼 공시제도가 존재하지 않아 기업 밸류에이션(평가 가치)이나 재무 상태를 정확히 파악하기도 어렵다.”

사설 플랫폼에서 벌어지는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비상장주식이 주로 사설 플랫폼에서 거래되는 까닭은 거래 종목에 제한이 없기 때문이다. 정보 공개 의무가 없는 만큼 제도권 플랫폼보다 자유로운 거래가 가능한 것도 하나의 요인이다. 김민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의 분석 자료에 따르면, 2021년 상반기 비상장주식의 타 증권사 간 거래 규모 20억 주 가운데 18억7000주는 증권플러스 비상장, 38커뮤니케이션 등 제도권 밖에 있는 비상장주식 거래 플랫폼에서 매매됐다. 금융투자협회가 운영하는 제도권 비상장 주식시장인 K-OTC를 통해 거래가 성사된 주식은 1억3000주에 그쳤다. 비상장주식의 상당수가 직거래로 이뤄지는 셈이다.

그렇다면 비상장주식 거래는 어떤 방식으로 이뤄질까. 투자자 사이에서 유명한 사설 플랫폼 여러 곳에 접속해 봤다. 게시판을 둘러보니 ‘팝니다’ ‘삽니다’ 카테고리가 눈에 띈다. 종목명과 수량, 호가, 연락처, IP 주소 등을 게시해 거래하는데, 플랫폼에 따라 바로 결제하고 살 수도 있지만, 매도자와 매수자가 일대일 연락으로 협의해야 하는 플랫폼도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거래 방식과 흡사하다.

매도자에 접근해 주식 가로채는 신종 수법 성행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씨가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증권방송 등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총 292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형(징역 3년 6월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22억6700여만 원)이 확정됐다. [뉴스1]

‘청담동 주식 부자’로 알려진 이희진 씨가 2019년 3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증권방송 등에서 허위 정보를 제공하며 총 292억 원 상당의 비상장주식을 판매한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형(징역 3년 6월과 벌금 100억 원, 추징금 122억6700여만 원)이 확정됐다. [뉴스1]

사설 플랫폼을 통한 비상장주식 거래가 늘면서 사기를 당하는 일도 심심찮게 벌어진다. 예전에는 매수자가 매수금을 입금하면 매도자가 주식을 입고하지 않고 잠적하는 식이었지만 최근에는 수법이 한층 교묘해지고 있다.

특정 종목에 대해 거짓으로 매도 주문을 낸 후 주식을 사려는 매수인에게 해당 종목을 팔려는 또 다른 매도인의 계좌로 돈을 넣게 하고, 매도인이 건네는 주식은 매수인이 아닌 자신이 챙겨 사라지는 방법이 대표적이다. 범행 수법을 구체적으로 알아보자. 사기범은 먼저 범행에 사용할 대포폰을 준비한다. 그는 사설 플랫폼에 “A종목 150주를 1만8000원에 매도하겠다”고 거짓 글을 올린다. 때마침 이 글을 본 매수인 B가 사기범 연락처로 전화를 걸어 매수 의사를 밝힌다. 사기범은 B에게 “급한 업무를 마치고 연락하겠다. 시간이 걸릴 테니 기다려달라”고 요청한다. 동시에 또 다른 사설 플랫폼에서 “A종목을 1주당 2만3000원에 매도하겠다”는 매도인 C에게도 연락해 “제안한 가격에 주식을 사겠다. 주식을 입고하면 매수금을 당신 계좌로 보내겠다”고 말한다. 주식이 입고되면 사기범은 매수인 B에게 연락해 매도인 C로부터 양도받은 주식 보유량이 찍힌 사진을 전송한 뒤 매도인 C의 계좌번호를 알려주고 해당 주식 매매대금 270만 원(1만8000원x150주)을 매도인 C 명의 계좌로 송금하게 한다. 매도인 C에게 약속한 345만 원(2만3000원x150주)보다 75만 원이 적은 액수다. 매도인 C가 이 문제를 지적하면 사기범은 “실수로 일부 매매대금만 송금했다. 나머지 돈을 바로 송금하겠다”고 둘러대고 매도인 C와 전화 통화가 끝나면 바로 잠적한다. 결국 사기범은 매수인 B에게 270만 원, 매도인 C에겐 75만 원의 금전적 손실을 끼치고 주식 150주를 가로챈 것이다.

또 다른 방식은 젊은 ‘초보’ 투자자에게 시중 가격을 속여 파는 경우. 이런 수법에 능한 사기범은 우선 특정 종목을 저렴한 가격에 대량 매수한다. 이후 제3자의 신상정보를 이용해 사설 플랫폼에 해당 종목을 그보다 3~4배 비싼 가격에 내놓는다. 사기범은 해당 주식의 시중 거래 가격을 모르는 매수 희망자가 나타나면 잽싸게 팔아버리고 자취를 감춘다. 이 모두가 사설 플랫폼의 거래가 개인 간에 이뤄지기 때문에 서로 얼마에 사고팔았는지 알 수가 없고 기록도 남지 않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이다. 비상장주식 투자 3년 차인 30대 서모 씨는 “비상장주식 거래 시 매매대금이 지나치게 저렴하면 타 사설 플랫폼 시세와 꼼꼼하게 비교하라. 주로 비상장주식 투자 경험이 적고 세상 물정을 잘 모르는 젊은 ‘초보’ 투자자가 범행 대상이다. ‘주린이’가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상장하면 수익 몇 배 지급” “우선 매수 기회 보장” 같은 달콤한 문구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사기 수법도 여전히 기승을 부린다. 비상장주식을 적정 가치보다 높은 가격에 팔거나 상장 가능성이 낮은 기업의 비상장주식을 판매할 때 주로 쓰는 수법이다. 이런 경우는 이른바 ‘딜러’로 불리는 브로커가 먼저 사설 플랫폼에 매도 게시물을 등록한 뒤 연락해 오는 사람들 가운데 범행 대상을 물색한다.

‘자문 서비스’ ‘매매 중개’ 단어로 투자자 유혹

브로커는 이 투자자에게 “유망한 비상장주식 정보를 알려주겠다. 텔레그램 링크로 접속해 딱 사흘 동안 채팅방에 올라오는 정보를 살펴보라”고 이른다. 텔레그램 채팅방에는 브로커와 한 패인 불법 투자자문회사 조직원들이 해당 기업과 산업에 긍정적인 정보와 인터넷 뉴스를 올리는 식으로 투자자의 환심을 사 회원 가입을 유도한다. 이후 투자자문업체는 미리 매수한 비상장 주식을 회원에게 “우선 매수 기회를 주겠다”며 유혹해 시세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사도록 만든다. 사기범 일당은 높은 차익을 실현하고 숨어버린다.

2016년 9월 구속 기소된 ‘청담동 주식 부자’ 이모 씨도 같은 수법을 썼다. 이씨는 2021년 2월 불법 주식거래 및 투자유치 혐의로 대법원 항소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2014년 12월부터 2016년 9월까지 증권방송에 출연해 비상장주식에 대한 허위 정보를 제공하면서 투자를 유인해 200여 명에게 251억 원 상당의 손실을 끼친 혐의 등이 인정됐다.

비상장주식 거래 브로커는 ‘자문 서비스’ ‘매매 중개’라는 단어로 투자자를 유혹하기도 한다. 허가받지 않은 투자자문업체가 보유한 비상장주식을 회원에게 추천하고, 자격 없는 애널리스트를 내세워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주식을 사려는 회원에게 매매를 중개하면서 거래세 등의 명목으로 높은 수수료를 받는 투자자문업체도 있다.

현행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78조 1항 1조는 “누구든지 금융투자상품의 매매, 그 밖의 거래와 관련해 부정한 수단이나 계획, 기교를 사용하는 행위를 금지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천창민 서울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비상장주식 거래 열기가 뜨거워지면서 사기 등 피해 사례가 늘고 있다. 자본시장법상 상장주식이든 비상장주식이든 부정거래는 불법행위이지만, 금융 당국이 사설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기 행각이나 유사수신행위에 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비상장기업-투자사 계약서 확인하고 대표 만나야

비상장주식에 대한 정보는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투자자가 거짓 정보에 현혹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소영주 한국장외주식연구소 소장은 “비상장기업과 투자회사의 계약서를 확인하고, 특허기술이나 인증, 기술평가 등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간담회 등을 통해 투자 기업 대표의 얘기를 들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조언했다.

천창민 교수는 “사기범들은 법망을 피하기 위해 직접 주식 매매를 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비상장주식 거래 시 사기 등으로 큰 피해가 발생해도 피해자가 구제받기 어렵고 억울함을 호소할 방법조차 마땅치 않다”면서 “거래 안정성이나 정보 제공 측면에서 사설 플랫폼보다 우위에 있는 제도권 플랫폼에서 비상장주식 거래를 하는 것이 사기를 막는 첫걸음”이라고 강조했다.

#주린이 #비상장주식 #장외주식사기 #매매중개 #신동아



신동아 2022년 1월호

김건희 객원기자 kkh479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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