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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양의 이재명은 호남人에게 심판 받았다

[노정태의 뷰파인더] 수도권 표심이 들춰낸 지역주의 2.0 시대

  •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계양의 이재명은 호남人에게 심판 받았다

  • ● 피루스의 승리 혹은 상처뿐인 영광
    ● 성남, 수도권 호남인들의 집결지
    ● 젊고 세련된 고학력자들의 정당?
    ● 광주의 충격적 투표율 37.7%
    ● ‘적극적 기권’으로 의사를 표시하다
5월 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월 27일 당시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왼쪽), 이재명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후보가 경기 김포시 고촌읍 아라 김포여객터미널 아라마린센터 앞 수변광장에서 ‘김포공항 이전 수도권 서부 대개발’ 정책협약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계양에는 왜 왔니 왜 왔니 왜 왔니.”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기간 동안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열린 인천 계양을 선거구에 울려 퍼진 노래의 가사다. 성남시장과 경기지사를 거친 이재명 전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가 대선이 끝난 지 불과 두 달 만에 아무 연고 없는 계양을 선거구에 출마한 것을 꼬집는 내용이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는 계양에서 총 다섯 번이나 국회의원을 했다. 그랬던 그가 계양을 버리고 서울시장에 도전했다. 이재명은,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아무런 연고도 명백한 이유도 없이 바로 그 계양에 갑자기 생긴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했다. 이재명 스스로도 언론뿐 아니라 거리 유세에서 만나는 지지자들의 질문에 뚜렷한 답을 하지 못했다.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을 얻음으로써, 대장동 사건을 비롯해 이재명을 겨눈 다양한 형사 사건의 칼날을 비켜가기 위해서 출마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불만의 민심이 쏠린 탓이었을까. 이재명의 첫 국회의원 선거 결과는 실망스러웠다. 그는 경쟁자인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를 상대로 10.49%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불과 두 달 전에 대선을 치렀고, 0.73%포인트 차이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현 대통령)를 턱 끝까지 몰아붙였던 이재명이 거둔 성과라고 말하기에는 다소 초라하다. 계양을은 송영길이 20대 총선에서 12.03%포인트, 21대 총선에서는 19.93%포인트 차로 압승을 거둔 곳이니 말이다.

이재명의 국회 입성은 피루스의 승리, 혹은 상처뿐인 영광이다. 몇몇 여론조사에서는 이재명이 윤형선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역전 당했다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었으니, 이 정도면 이재명 본인으로서는 선방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이재명의 정치적 기반이던 경기도가 무너진 것이다. 경기도에 걸린 총 31석의 기초단체장 자리 중 22석을 국민의힘이 가져갔다. 이재명의 정치적 고향인 성남시장마저 국민의힘에 넘어가고 말았다. 새벽까지 이어지는 접전 끝에 김동연 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기지사에 당선되면서 이재명과 민주당은 체면치레를 했지만, ‘이재명 한 사람 살리기 위해 민주당이 다 죽는 선거를 했다’는 비난을 피하기란 어려워 보인다.

李가 기댄 계양을 표심의 근간

5월 18일 인천 계양구 양궁체육관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5월 18일 인천 계양구 양궁체육관에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들이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출마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윤형선 국민의힘 후보 벽보를 확인하고 있다. [뉴스1]

인천 계양, 더 나아가 수도권 중에서도 특히 서부 지역은 민주당의 ‘텃밭’으로 통한다. 이유는 간단하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 세력인 호남 사람들이 많이 살기 때문이다. 해방 후 산업화 과정을 거치며 경기도는 서울에서 밀려난 공장과 산업 단지를 흡수했다. 그 과정에서 호남인들이 경기도로 대거 이주했다. 영남권에는 중화학공업 단지가 크게 자리 잡으며 자체적 지역 경제가 작동한 반면, 호남은 경부고속도로를 축으로 하는 대한민국 산업화의 발전 궤도에 올라타지 못한 것이다.

1970년부터 1979년까지 시도별 인구 순이동을 집계하면 전북과 전남에서 전북과 전남 외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사람들은 총 163만 명이다. 1970년 호남 인구는 644만 명이었다. 즉 호남 사람 중 4분의 1이 타향살이를 택하고 고향을 등졌다는 말과 같다. 광주에서 태어나고 자랐으며 대학 입학 후 서울에 살고 있는 호남인 조귀동은 ‘전라디언의 굴레’에서 이러한 현상을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1970년 당시 호남 사람들이 이동한 곳은 서울(61.2%)이 압도적이고, 경기도(16.6%)가 그 뒤를 이었다. 다음은 부산(11.1%), 경남(3.5%), 경북(3.0%) 순이었다. 일자리를 찾아 동남 해안 공업 지대로도 향한 것이다. 이는 충청도 순이동 인구의 95.2%가 서울·경기도를 향했던 것과 대비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산과 울산, 대구로 이주한 전라도 사람들이 하층 노동자로 편입되었음을 예상하기란 어렵지 않다.”

서울로 향한 호남인 중 상당수는 서울에 자리 잡지 못하고 그 외곽인 경기도로 밀려났다. 가령 1971년에는 이런 일이 벌어졌다. 서울시장 김현옥은 서울 내의 무허가 판자촌을 철거하고 주민들을 성남 수정구와 중원구로 강제 이주시켰다. 문제는 당시 그곳에는 수도와 전기 같은 기본적 인프라조차 설치돼 있지 않았고, 식량과 식수의 지원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데 있다. 갑자기 삶의 터전을 빼앗긴데다 굶주림에 시달리게 된 판자촌 이주민은 공권력을 무력화하고 도시를 점거했다. 그 유명한 ‘광주대단지사건’이다.

성남의 유명한 전통시장인 ‘성호시장’은 성남의 ‘성’자와 호남의 ‘호’자가 합쳐진 이름이다. 경북 안동 출신의 정치 지망생 변호사 이재명이 성남에 자리를 잡은 후, 비록 비주류였으나 민주당 내에서 빠른 성장을 할 수 있던 이유를 짐작하기란 어렵지 않다. 성남은 산업화 과정에서 소외되고 국가 폭력에 시달린 수도권 호남인들의 집결지 중 하나였다.

이는 비단 성남에만 해당되는 일이 아니다. 서울과 경기도에서 ‘민주당 텃밭’으로 여겨지는 선거구 대부분이 그렇다. 이번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가장 주목 받은 선거구였던 인천 계양을 또한 마찬가지다. 경인고속도로를 동맥 삼아 효성동 작전동 일대에 전자, 섬유, 기계 등의 공업이 발달해 있다. 호남에서 이주해온 노동자가 밀집해 거주하면서 민주당 우세 지역이 됐고 그 투표 성향이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중이다.

송영길이 도합 5선을 하며 인천을 넘어 중앙 정계의 거물로 떠올랐던 것은 그런 튼튼한 지역 기반 덕이다. 이재명, 송영길 더 나아가 민주당이 지역구 ‘물려주기’ 의혹을 받을만한 움직임을 보이면서까지 이재명에게 금배지를 달아주고자 한 점도 놀랄 일은 아니다. 요컨대 이재명이 기대고자 한 계양을 표심의 근간에는 결국 호남 지역주의가 자리 잡고 있다.

‘수도권 민심’의 속살

이 명백한 사실은 일종의 공공연한 비밀처럼 취급되고 있다. 민주당과 그 지지자들은 본인들이 수도권에서 얻는 표가 어느 곳과 어느 곳에서 나오는지 직시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늙은 민주당’은 호남 지역당이지만 ‘수도권 민주당’은 젊고 세련된 고학력자들의 정당으로 호남의 노인들과는 어쩔 수 없이 함께 하고 있을 뿐이라는 식의 세계관이 깔려 있는 셈이다.

적어도 나의 경험에 따르면 그렇다. 민주당 혹은 진보정당의 지지자들, 특히 서울대생들은 관악구의 높은 민주당 지지율을 ‘서울대생들이 많이 살아서’라는 식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그보다 훨씬 많은 인구수를 차지하는 재경 호남인들에 대해, 다른 이가 옆구리 찌르기 전에 먼저 말을 꺼내는 사람을 본 기억은 아무리 되짚어 봐도 찾을 수 없다. ‘관악에는 서울대가 있고 서울대생들은 학교를 졸업한 후에도 학교 근처를 떠나려 들지 않는다’는 식의 설명만을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그것은 현실과 전혀 동떨어진 소리다. 다시 한 번 ‘전라디언의 굴레’의 한 대목을 읽어보자.

“서울 도심의 무허가 판자촌이 헐려 나가면서, 원래 그곳에 살던 이들이 관악구 봉천동과 신림동으로 밀려 나가면서 관악구는 호남 출신 비중이 주민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서울 속의 호남’이 됐다. 1971년 고교 졸업 후 전남 고흥에서 상경해 쭉 봉천동에서 살았던 박동석 씨(전 서울 관악구의회의장)는 무허가 판자촌 출신이 봉천동에 정착한 이후에 ‘고향 사람들이 사는 곳 가까이에서 함께 살기 위해 이곳에 터전을 잡으려는 전라도 사람들이 더해졌지요. 돈 없고 백 없는 사람들이 가족 생계를 책임지며 살다 보니 지금까지 이곳에 정착해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라고 말한다.”

물론 경기도 표심을 호남인과 그 2세들만을 이유로 단순화해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가 흔히 ‘수도권 민심’이라고 부르는 서울·경기도 표심을 설명할 때 호남이라는 요소를 배제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무의미하다. 당장 이번 선거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그렇다. 이번 지방선거는 지난 대선뿐 아니라 4년 전 지방선거에 비해서도 투표율이 낮았다. 가까스로 50%를 넘기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더 충격적이며 유의미하게 보아야 하는 숫자도 있다. 광주의 투표율이다. 37.7%로 전국 투표율 50.9%에 한참 미달한다. 전국 광역시도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다.

호남에서 ‘야당’으로 인정받은 국민의힘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강기정(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5월 18일 광주 북구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제42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린 가운데 강기정(오른쪽) 더불어민주당, 주기환 국민의힘 광주시장 후보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이는 지금까지 광주와 호남이 보여주었던 모습과 너무도 다르다. 광주와 호남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언제나 전략적이면서 단합된 투표 행태를 보여 왔다. 김대중 전 대통령이 출마할 때마다 전국에서 가장 높은 수준의 투표율, 그리고 그 한 사람의 후보를 향한 90% 이상의 지지율을 보여 왔다. 그랬던 호남의 심장 광주가 이제는 전국에서 가장 낮은 투표율을 기록하는 도시가 됐다.

이러한 현상을, 민주당이 수도권에서 얻은 참담한 성적표와 떼어놓고 해석할 수 있을까. 선거 결과가 나온 후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광주 투표율 37.7%는 현재의 민주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며 “민주당은 대선을 지고도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지방선거를 치르다 또 패배했다”고 꼬집었다. 민주당에 대한 실망과 분노로 가득 차 있지만, 그래도 차마 자기 손으로 국민의힘을 찍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 많은 이들이, 투표장에 가지 않음으로써 무언의 시위를 했다는 뜻이다. 이번 선거는 광주의 시민뿐 아니라 수많은 수도권 호남인들 역시 ‘적극적 기권’을 통해 민주당을 심판한 선거라고 봐야 한다.

무효표, 더 나아가 투표 기권이 정치적으로 유의미한 의사 표현이 될 때가 있다. 이번 선거도 그랬다. 전라북도와 전라남도 도지사, 광주시장 선거에서 국민의힘 후보들은 모두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이번에는 전북 조배숙 후보가 17.88%, 전남 이정현 후보가 18.81%, 광주 주기환 후보가 15.90%를 득표했다.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층이 투표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국민의힘 지지층의 투표가 상대적으로 더 높은 비중을 차지하게 됐다고 가정해 보자. 민주당 지지자들의 기권은 향후 국민의힘 호남 정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세 후보 모두 득표율 15.0%를 넘김으로써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지방선거를 통해, 그 전까지 사실상 완전히 배척당해왔던 호남에서도 ‘야당’으로 인정을 받게 된 셈이다.

‘부모님의 고향’ 넘어선 다른 정체성

지금껏 대한민국을 지배해왔던 가장 강력한 정치 문법인 지역주의가 이번 선거를 계기로 단번에 완전히 사라질 것이라고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 철옹성 같던 게임의 규칙이 조금씩 움직이는 모습을 목격하고 있다. 기존의 호남차별과 영남 패권주의, 그리고 3김이라는 보스 정치인으로 대변되는 ‘지역주의 1.0’ 시대가 종언을 고하고 있다.

필자는 정치를 논하는 다수의 평론가들과 입장이 다르다. 지역주의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가능하지도 않고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인터넷 게시판과 ‘단톡방’이 아니라 현실 속에 살고 있다. 발을 딛고 집에서 잠을 자며 교통수단을 타고 출퇴근을 한다. 앞으로 아무리 IT(정보기술)가 발전하고 소위 ‘메타버스’ 시대가 온다 해도 우리의 몸은 어딘가에 있어야 한다. 지금까지 그랬듯 앞으로도, 지역을 떠난 정치, 오직 ‘공중전’만으로 이루어진 정치는 불가능하다.

이 당연한 진리를 연거푸 힘주어 강조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지역주의’라는 단어에 너무도 나쁜 어감이 많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이는 1987년 직선제 개헌 이후 ‘3김 정치’ 시대가 낳은 부정적 유산이다. 하지만 ‘지역’이라는 단어를 ‘민생의 현장’ 같은 표현으로 바꿔본다면 어떨까. 정당과 정치인이 지역의 현안을 잘 파악하고, 지역의 민심에 귀를 기울이며, 그러한 현장의 목소리를 거시적 국가 담론과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이끌어야 한다는 주장에 반대할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는 올바른 답을 얻기 위해 제대로 된 질문을 던져야 한다. 지금 대한민국 정치에는 ‘어떤’ 지역주의가 필요한가. 국민의 의사를 최대한 반영하는 정치,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의 먼 미래를 고민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찾아내어 실천하는 정치를 위해, ‘지역주의 2.0’은 어떤 방향을 지향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그 실마리를 “계양에는 왜 왔니”라는 노래 가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계양을, 더 나아가 수도권에 살고 있는 호남 사람들에게는 두 가지 정체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본인이 가지고 있거나 부모로부터 물려받은 호남인으로서의 정체성이 첫 번째다. ‘지역주의 1.0’은 바로 그 정체성을 근간에 둔 정치 시스템이다.

이제는 수도권에서 태어나고 자란 이들이 인구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세상이다. 수도권 거주민, 경기도 사람들, 인천이나 부천 시민들에게 ‘부모님의 고향’을 넘어서는 또 다른 정체성이 자리 잡기에 충분한 세월이 흘렀다고 볼 수 있다. 최근 호평을 받으며 종영한 드라마 ‘나의 해방일지’는 ‘계란 흰자 같은’ 경기도 외곽에 살면서 ‘계란 노른자’인 서울에 사는 이들을 부러워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있다. 앞서 말한 새로운 정체성을 지닌 주체들의 이야기다.

“계양에는 왜 왔니”

“계양에는 왜 왔니”라는 노래는 바로 그런 정서의 산물이다. 대뜸 이곳으로 온 것이 얄밉긴 하지만, 그래도 민주당 후보로 대선까지 나갔던 사람이니 찍어주자. 이것이 ‘지역주의 1.0’의 사고방식이다. 반면 ‘지역주의 2.0’은 호남 영남 같은 기존의 거대한 지역 정체성과는 차이가 있다. “계양에는 왜 왔니?” 인천이라는 도시, 그 중에서도 계양이라는 그리 크지 않은 한 지역에 정체성의 기준을 두는 이들로서는, 이재명의 출마가 너무도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에 참아주기 어렵다는 소리다. 응징투표에 나서거나, 정 국민의힘을 찍을 수 없다면 차라리 기권하고 만다.

이번 선거를 통해 민주당이 가지고 있던 서울의 구청장 24석은 8석으로 쪼그라들었고, 대신 국민의힘이 고작 1석에서 17석으로 대폭 힘을 키웠다. 경기도의 기초단체장 역시 마찬가지다. 민주당의 22석은 9석으로 줄었고 국민의힘 2석은 22석으로 늘어났다. 이러한 대격변이 벌어진 데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이재명의 ‘방탄 출마’가 서울과 수도권 주민들의 자존심을 건드렸다는 점을 빼놓고는 온전한 설명이 어렵다. 이렇게 우리는 ‘지역주의 1.0’을 넘어 ‘지역주의 2.0’의 시대로 향하는 것이다.


노정태
● 1983년 출생
● 고려대 법학과 졸업, 서강대 대학원 철학과 석사
● 前 포린 폴리시(Foreign Policy) 한국어판 편집장
● 저서 : ‘불량 정치’ ‘논객시대’ ‘탄탈로스의 신화’
● 역서 : ‘밀레니얼 선언’ ‘민주주의는 어떻게 망가지는가’ ‘모던 로맨스’ 外



신동아 2022년 7월호

노정태 경제사회연구원 전문위원·철학 basil83@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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