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청송사과·관광·복지 삼각 축으로 ‘삶의 질’ 개선

윤경희 청송군수가 지방 소멸에 대처하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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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재석 기자

    jayko@donga.com

    입력2023-01-20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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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MZ세대에 사랑받는 황금사과

    • 미래형 과원으로 재배 시스템 혁신

    • 2025년까지 골프장 짓는 이유

    • 아이스클라이밍 성지 되다

    • 3.8억 예산으로 만든 무료 버스

    붉은색 일변도의 사과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황금사과. [청송군]

    붉은색 일변도의 사과 시장에 혁신을 가져온 황금사과. [청송군]

    경북 청송군은 사과의 고장이다. 청송군은 산림이 전체 면적의 84%를 차지하는 고지대 분지 지형이다. 일교차가 평균 13℃로 매우 크고 일조량이 풍부해 사과 재배의 최적지다.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은 청송사과는 천혜의 자연환경에서 비롯한 선물이다.

    청송사과는 1924년 독립운동가이자 농촌운동가인 박치환 장로가 현서면 덕계리에 사과 묘목을 들여와 재배를 시작한 데서 유래했다. 청송에 본격적으로 사과를 재배하고 보급한 인물은 1920년대 안덕면 복리에 살던 신인수다. 그는 일본에서 일할 때 직장 근처 과수원에서 사과를 처음 접했다. 금세 사과에 매료된 그는 1927년 귀국하면서 600여 주의 묘목을 구입해 안덕면 복1동 교회터 인근 5000평 규모 밭에 사과를 재배했다.

    1924년이 시작이면 내년이 청송사과 100주년에 해당한다. 1927년을 출발선으로 본다 해도 4년 뒤면 100년의 문이 열린다. 역사를 품은 청송사과가 해외에서 각광받는 날도 멀지 않아 보인다. 지난해 12월 청송군은 청송사과유통센터에서 청송사과의 인도네시아 수출 선적식을 열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 2억7000만 명의 세계 4위 대국이다. 평균연령 29~30세인 젊은 국가이기도 하다. 소비시장의 잠재력이 크다는 뜻이다. 윤경희 군수에게 이 대목부터 물었다.

    인도네시아로 간 청송사과

    2022년 12월 9일 경북 청송군 청송사과유통센터 현동APC에서 윤경희 청송군수(왼쪽에서 9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송사과 인도네시아 수출 선적식이 열렸다. [청송군]

    2022년 12월 9일 경북 청송군 청송사과유통센터 현동APC에서 윤경희 청송군수(왼쪽에서 9번째) 등이 참석한 가운데 청송사과 인도네시아 수출 선적식이 열렸다. [청송군]

    청송사과가 최근 인도네시아 수출길을 열었다. 세계로 뻗어나갈 준비를 하고 있나.

    “청송군은 사과로는 대한민국 최초로 인도네시아로부터 300t 규모의 수출 쿼터 승인을 받았고, 이미 2차에 걸쳐 선적을 완료했다. 미래에 사과 과잉 생산에 따른 내수 가격 하락에 대비해야 한다. 인도네시아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베트남 등 여러 나라로 청송사과 수출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세계시장서 경쟁하기 위한 관건은 결국 상품성인데, 명품화 계획도 있나.

    “현재 청송사과는 부사 80%, 홍로 15%, 기타 품종 5% 정도가 재배되고 있다. 그런데 수확 시기에 인력난이 발생하고 홍수 출하로 인한 사과값 하락도 매년 반복된다. 단일 품종에 치우친 단점을 보완해야 한다. MZ세대로부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황금사과 시나노골드 품종을 확대해 문제를 해결할 방침이다. 황금사과뿐 아니라 속 붉은 노란사과, 속 붉은 빨간 사과 등 다양한 품종의 과원을 조성하기 위해 농업기술센터에서 지역 적응 시험을 거치고 있다.”



    청송사과 재배 시스템 미래형(평면형) 과원 조성 농가의 모습. [청송군]

    청송사과 재배 시스템 미래형(평면형) 과원 조성 농가의 모습. [청송군]

    인력난이 문제라면 시스템을 통한 해결책도 필요해 보이는데.

    “인력이 적게 들고 조기 수확이 가능하며 재배 방법이 단순하고 기계화가 용이한 저비용·저투입의 다축·2축·고밀식 등 미래형 과원으로 재배 시스템을 혁신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농업 경쟁력을 향상해 탄탄한 미래 농업을 만들어갈 생각이다. 이 모든 작업이 청송사과의 경쟁력을 높이고 농가소득 증대로 이어지게 될 것이다.”

    황금사과는 우리가 상상하는 사과가 아니다. 윤 군수 말대로 독특한 색채 덕분에 젊은 층에 인기가 많다. 붉은색 일변도의 사과 시장을 변화시킨다는 점에서 그 자체로 혁신 아이템이다. 더불어 과즙이 풍부하고 맛이 새콤달콤해 시장에서는 높은 수취 가격으로 거래된다. 이를 재배하는 농가에는 고수익으로 이어진다.

    3년 만에 개최된 2022년 청송사과축제가 지역경제에 미친 영향은 어떤가.

    “이태원 사고로 인해 당초보다 1주일 연기해서 개최됐지만, 철저히 안전관리에 신경을 썼다. 행정안전부의 안전 실사에서는 최고안전축제로 평가 받기도 했다. 축제장에서 청송사과를 시중가보다 저렴하게 판매하다 보니 부스에서 준비한 사과가 다 떨어질 정도로 엄청나게 팔렸다. 축제장 인근 숙박업소와 식당, 전통시장도 관광객들의 여행 코스가 되면서 원도심 상권을 활성화하는 데 도움이 돼 모든 면에서 ‘대박’ 난 축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2022년 청송사과축제에는 40만 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다. 청송사과축제 평가를 맡은 대구대 관광축제연구소는 축제 기간 5일 동안 1인당 평균 지출액이 7만9000원으로 총 161억2500만 원의 직접 경제효과가 발생한 것으로 분석했다.

    세계 최고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감도. 이곳에는 청송군의 특색을 살린 골프장이 들어선다. [청송군]

    청송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감도. 이곳에는 청송군의 특색을 살린 골프장이 들어선다. [청송군]

    최근 청송군정의 키워드는 관광이다. 돋보이는 산림 환경을 갖춘 만큼 당연한 구상일 것이다. 지리적 조건을 관광과 접목하려는 데서 산림 레포츠라는 아이디어가 탄생했다.

    청송군이 올해 산림레포츠 휴양단지 조성 사업을 추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민간사업시행자와 실시 협약을 체결했고, 현재 민관이 공동으로 출자하는 특수목적법인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법인 설립이 완료되는 즉시 속도를 내서 2025년까지 골프장을 완공할 계획이다. 골프장은 청송의 특색과 자연친화형 테마를 담은 코스, 언덕을 모티프로 한 지형 순응형 클럽하우스와 골프빌리지, 골프텔 등으로 구성될 예정이다. 이 사업은 청송군 미래 관광산업의 핵심으로 지역경제와도 맞물려 있다. 명품 골프장이 들어서면 지역 일자리 창출은 물론, 관광객들이 청송에서 힐링(healing)하고 돈을 쓰고 갈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지는 거다.”

    1월 13~15일 청송군에 있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경기장에서 ‘2023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 & 아시아선수권대회’(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가 열렸다. 대한산악연맹과 국제산악연맹(UIAA)이 주최하고 청송군과 경상북도산악연맹이 주관하는 대회로, 국제적으로도 큰 위상을 갖고 있는 스포츠 행사다. 그 덕분에 아이스클라이밍 애호가 사이에서는 청송군이 성지로 꼽힐 정도다.

    청송군에 아이스클라이밍이 가진 의미는 무엇인가.

    “아이스클라이밍 대회는 청송군을 산악 스포츠의 메카로 만든 일등공신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에는 세계 랭킹 1~7위인 최정상급 선수들이 모두 참여했다. 이를 비롯해 한국의 권영혜, 김민철, 박희용, 신운선 선수 등 총 17개국 국가대표 선수 100여 명이 참가해 각축을 벌였다. 경기가 개최되는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센터는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아이스클라이밍 경기장이라는 호평을 받고 있을 정도다. 센터 1~3층에 실내관람석과 실외관람석이 설치돼 있어 관람객 눈높이에 맞는 관람 환경을 제공한다. 또 청송 아이스클라이밍 월드컵의 역사와 생동감 넘치는 경기 장면을 담은 사진 전시와 프레스센터, 4-D 체험장 등 편의시설도 갖추고 있다. 스포츠클라이밍이 올림픽 종목으로 채택된 만큼 아이스클라이밍도 동계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도록 국제산악연맹, 대한산악연맹과 협력해 적극 노력할 계획이다.”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5호인 인공 저수지 주산지의 가을 전경. [청송군]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5호인 인공 저수지 주산지의 가을 전경. [청송군]

    청송군에는 국가지정문화재 명승 제105호인 주산지가 있다. 이곳은 조선 숙종 46년(1720) 8월에 착공해 이듬해인 경종 원년(1721) 10월 준공한 인공 저수지다.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왕버들과 어우러진 모양새가 절경이다. 주산지는 경북 국립공원 주왕산과 함께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2023~2024년 한국관광 100선에 올랐다.

    주산지 테마파크 조성 사업을 비롯해 관광 인프라 구축에도 나서고 있는데.

    경북 청송군 파천면 용전천 일원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백일홍 화원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지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청송군]

    경북 청송군 파천면 용전천 일원에 조성된 국내 최대 규모의 백일홍 화원 ‘산소카페 청송정원’은 지역의 새로운 관광 명소로 자리매김했다. [청송군]

    “덕천마을 한옥스테이 활성화 사업, 주산지 관광지, 백석탄 관광자원화 사업을 추진해 국제슬로시티와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에 어울리는 관광지로 만들어나갈 계획이다. 또 오랫동안 논의만 하고 실행하지 못했던 주산지 왕버들을 복원할 생각이다. 주산지의 옛 모습을 국민께 돌려드리고 싶다. 새로운 관광지로 자리 잡은 ‘산소카페 청송정원’ 인근에 자작나무 명품 숲을 만들고 생태계 복원 사업도 함께 추진해 신혼부부가 웨딩 촬영을 위해 꼭 방문해야 하는 곳으로 만들어볼 작정이다.”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복지

    청송군은 군민의 대중교통 편의 증진을 위한 교통복지 정책의 하나로 올 1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시작했다. 청송군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청송군민들이 무료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청송군]

    청송군은 군민의 대중교통 편의 증진을 위한 교통복지 정책의 하나로 올 1월 1일부터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시작했다. 청송군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청송군민들이 무료버스를 이용하고 있는 모습. [청송군]

    연초에 청송군의 행정이 TK(대구·경북) 지역 언론뿐 아니라 수도권 언론에 회자됐다. 1월 1일부터 군민의 교통복지 정책으로 ‘농어촌버스 무료 운행’을 시작했다고 밝히면서다. 청송군은 지난해 12월 14일 청송군의회 본회의에서 ‘농어촌버스 무료이용 지원 조례’를 원안 가결해 올해부터 농어촌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한다.

    군민뿐 아니라 관광객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고 들었는데, 사실인가.

    “청송군은 인구수가 2만4000명밖에 안 되는 곳이고, 갈수록 인구가 줄고 있다.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탄소중립을 지키며 가장 피부로 와닿는 복지정책을 찾다 보니 무료 버스가 떠올랐다. 버스 이용자는 대부분 어르신들이긴 하지만 학생들과 청장년층도 적잖게 이용하고 있다. 나이나 자격 조건에 상관없이 동등한 혜택을 누려야 한다고 생각했다. 청송에 오면 누구나 버스를 무료로 탈 수 있다는 점을 홍보하면 관광객을 늘릴 수 있고, 이것이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보탬이 되리라고 판단했다.”

    획기적인 안(案)이긴 한데, 재원을 어떻게 마련하나.

    “전면 무료라고 해서 예산이 많이 들어가리라 생각하지만, 의외로 큰돈이 들지 않는다. 연간 3억8000만 원 정도의 예산을 쓰면 연령·나이·주소에 관계없이 누구나 청송에서 버스를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 무료버스 운행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진 않았지만 군민들은 비용 부담 없이 버스를 마음 편히 타고 외출도 더 자주 할 수 있게 돼 무척 반기는 분위기다.”

    새로 시작한 복지정책이 또 있나.

    “군민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생활 불편을 직접 찾아가 해결해 주는 ‘8282 민원처리팀’을 만들어 운영을 시작했다. 그간 생활 여건이 허락하지 않아서, 거리가 멀어서, 몸이 불편해서, 어디에 연락을 해야 할지 몰라서 불편을 참고 견디는 가구가 참 많았다. 올해부터는 군청에 전화 한 통만 하면 공무원이 현장을 방문해 조명기구를 교체하고, 보일러를 점검하고, 막힌 배관을 뚫어드리는 등 일상생활의 불편을 한 번에 해결해 드리는 제도를 마련했다.”

    8282 민원처리팀은 구체적으로 어떻게 움직이나.

    “전기, 수도, 보일러 등 전문 설비 기술자 4명(2개 반)으로 구성된 8282 민원처리 기동반은 군민의 일상생활 불편 사항을 신속히 처리하는 역할을 해서 인기가 좋다. 주택의 형광등, 콘센트, 스위치, 세면대 수전, 변기 부속품 교체·수리 등 청송군 주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가구당 연 4회까지 이용이 가능하다. 다만 일반 가구는 재료를 직접 준비해야 한다. 65세 이상 독거노인이나 기초생활수급자 등 취약가구는 회당 5만 원 이내의 재료를 직접 지원하고 있다.”

    생활밀착형 행정을 만든 힘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군]

    윤경희 청송군수는 “지방 소멸에 대응하기 위해서라도 군민들에게 꼭 필요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송군]

    윤 군수의 정치 역정은 파란만장하다. 기업인 출신인 그는 2002년 제3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 소속으로 경북도의원에 당선돼 정계에 입문했다. 이후 2006년 지방선거에서 이겨 청송군수가 됐다. 그런 뒤 낙선의 시련을 겪다가 2018년 지방선거에서 청송군수에 다시 당선되면서 군청에 화려하게 귀환했다. 2022년 지방선거에서는 직전 선거보다 8.87%포인트 오른 63.49%의 득표율로 3선에 성공했다.

    많은 선거를 치르면 유권자와 호흡할 기회도 자연스레 많아진다. 어쩌면 그것이 생활밀착형 행정을 빚어낸 동력일지도 모르겠다. 윤 군수는 자신의 정책을 두고 “군민의 삶의 질을 획기적으로 향상할 사업들”이라고 표현했다. 그가 어디를 지향하는지 오롯이 드러나는 표현이다. 그의 말이다.

    “민선 8기 출범 후 어떻게 하면 좀 더 나은 청송을 만들 수 있을까 매일 고민하고 또 부단히 노력했다. 올 한 해도 군민의 행복을 실현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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