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 [뉴스1]
과거엔 달랐다. 강 교수는 1999년 김어준을 옹호하고 예찬한 글을 썼다. 그로부터 13년 뒤에는 책 ‘멘토의 시대’를 펴내면서 ‘명랑 사회 구현의 선구자: 교주형 멘토 김어준’이라는 글을 실었다. 김어준을 통찰과 해학을 겸비한 인물로 평했다. 강 교수의 구분대로라면 ‘전기 김어준’이다. 이 글은 이번 책의 1장에 그대로 실렸다. “10년 전에 내가 김어준에 대해 갖고 있던 호감을 그대로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는 이유에서다.
‘정치 무당 김어준’ 표지. [인물과사상사]
TBS는 판을 깔아줬다. 김어준의 입에서 세월호 고의 침몰설, 제18대 대선 개표 조작설, 미투 공작설,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신천지 개입설 등 온갖 음모가 쏟아졌다. “사석에서나 할 수 있는 거친 말을 공영방송 마이크에 대고 배설하듯” 내뱉었다. 노골적인 공작이 횡행했다.
강 교수가 보기에 이것은 단지 김어준의 문제가 아니다. “그에게 공영방송의 마이크를 넘겨준 TBS와 그 행태를 보호해주는 시스템”이 문제다. 현행대로라면 방송통신심의위원회 구성은 늘 6대 3의 비율로 여권에 유리하게 돼 있다. 이를테면 김어준은 제도가 만든 ‘방송의 정치화’ 덕분에 방탄 혜택을 누리고 살았다.
지금의 김어준은 유튜버다. 2월 7일 현재 구독자는 122만 명이다. 옳고 그름을 논외로 하면 여전히 대중의 관심을 끄는 기교는 탁월하다. 2월 6일 공개된 영상에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 씨가 얼굴을 공개했다. 조회 수에 목마른 언론은 방송 내용을 스포츠 중계하듯 보도했다. 그에게 비판적인 언론사도 예외가 아니었다. 오늘날 우리는 모두 김어준의 늪에 빠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