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가격 상승률 지나친 저평가
전세 지수 산정 때 갱신계약 제외 원칙
상업용 부동산 실거래가 지수도 큰 격차
높은 가격 관측되면 다른 표본으로 교체
부동산중개사 대상 전수 조사가 대안
실거래가 자료, 공공기관이 독점하니…
1월 3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전영한 동아일보 기자]
한쪽은 누적 20%, 다른 쪽은 누적 60%?
논란의 시작은 문재인 정부 때의 표본조사 기반 주택가격동향조사에서 제시하는 주택 가격, 특히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점이다. 서울시 아파트 가격 지수로 살펴보면, 2018년 9·13 대책 이후 부동산원 지수(주택가격동향조사)가 유사한 추세를 따르던 국민은행 지수와 격차를 벌리며 저평가가 누적되는 추세가 나타난다. 결과적으로 부동산원 지수로는 문재인 정부 기간 아파트 가격 상승률이 26%인데 국민은행 지수는 이를 크게 웃도는 62%다.국민은행 지수도 표본이 아닌 모든 시세를 이용해 가격 지수를 산정하면 실거래가 지수와 유사한 추이를 보인다. 그 문제점을 인지한 국민은행은 2022년 11월부터 표본이 아닌 전수조사 방식으로 가격지수를 산정하고 있다. 국내에서 생산되는 세 개의 지수가 유사한 장기 추세를 보인다면 이를 기준으로 적정성을 판단하는 것은 합리적인 선택이다. 부동산원이 전수조사 방식으로 가격지수를 산정하면 아마도 다른 기관에서 나온 조사와 유사한 결과가 도출되리라 예상한다. 각 조사기관별 시세라는 것이 단기적으로는 차이가 날지도 모르지만, 장기적으로는 큰 차이가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전·월세에서도 비슷한 추이
추가로 논의할 사항은 부동산원 실거래가지수의 불안정한 저평가 기조다. 이는 전·월세상한제 이후 신규 계약과 갱신계약이 혼재해 나타나는 현상이다. 공공임대주택의 임대료를 가격지수 산정에 제외하듯, 통제된 가격인 갱신계약 전세가는 제외하고 신규 계약만으로 전세 지수를 산정하는 게 원칙이다. 신규 계약만을 이용한 전세 실거래가지수는 부동산114나 국민은행 지수와 같은 추이를 보인다. 이런 문제점에 대해 학계에서 지속적으로 지적했으나 아직 개선되지 않는 실정이다.
상승률 저평가 경향은 박근혜 정부 시기 전세가 급등기에도 동일하게 관측된다. 이전에는 동조화된 형태로 움직이던 네 개의 지수가 2014년부터 두 그룹으로 나뉜다.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부동산원(29%)과 국민은행(28%) 지수는 부동산114(48%) 및 실거래가지수(49%)의 급등세를 쫓아가지 못했다. 정부승인통계에서 가격 급등기마다 보수적 상승률을 선택하게 되는 관행적 요인이 있다는 의심마저 드는 대목이다.
이렇듯 정부가 급등세를 부담스러워하는 시기마다 부동산원 지수에서, 그리고 2020년 이전에는 국민은행 지수에서도 매매·전세·월세 지수 공히 상승률 저평가 추세가 반복됐다. 이유가 무엇이건 부정하기 힘든 사실이다.
주택만 문제가 아니다
외부에 공개하기를 꺼렸던 상업용 부동산 임대동향조사 표본을 분석해 봤다. 저평가가 이어지던 표본이 실거래가 발생해 높은 가격이 관측되면 이후 다른 표본으로 교체되는 사례가 자주 발견됐다. 시장의 평균적인 가격변동을 측정하려면 평가 시점 전체 기간 중 혹은 전체 표본 중 절반은 과대평가, 나머지는 과소평가돼야 한다. 그러나 감정평가사나 공공통계 담당자의 속성상 보수적인 평가를 하게 되고, 그런 선택이 누적되면 장기적인 변동률은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결국은 표본 변경 시 저평가된 표본도 함께 털어버리는 관행이 있어왔다.
아파트 시세란 동일 단지 동일 평형 아파트의 어렴풋한 거래 가능 가격 범위를 대표하는 평균 개념의 값이다. 특정 가구를 선택해 외부 조사원을 배정한다고, 해당 단지를 담당하는 부동산중개사들이 보고하는 시세보다 정확해지는 것도 아니다. 아파트 시세가 개별 상업용 부동산의 시세와 다른 점은 특정 시세 조사 단위에 수십, 수백 가구가 배정되는 관계로 관련 거래 사례가 자주 관측된다는 점이다. 따라서 일정 시점에 저평가된 시세라 해도 차후 관련 거래의 관측이 늘어나면 현실적인 시세 조정이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
내·외부 왜곡 요인 제거할 대안
그럼에도 표본 방식의 부동산원 지수나 과거 국민은행 지수는 표본 변경을 통해 저평가된 시세 문제를 털어버리는 선택을 해왔다. 대안은 무엇일까. 이번 통계 논란을 통해 부동산원의 표본 기반 조사원 활용 방식의 시세 자료 구축이 외부 입김에 외려 취약한 구조라는 점을 뼈아프게 인지하게 됐다. 이미 유지되고 있는 대로, 부동산중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시세 조사 자료 전수를 활용하는 방식의 지수 산정으로 회귀하는 것이, 비용도 줄이고 재고 변동도 빠르게 반영하며 내·외부 왜곡 요인을 제거할 수 있는 현실적 선택이라고 판단된다.부동산중개사도, 감정평가사도, 부동산원의 조사원도, 확률적으로 들쑥날쑥하고 자주 관측되지도 않는 실거래 가격에 대한 경험을 바탕으로 나름의 해석 과정을 거쳐 시세를 판단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이 개별 시세가 아닌 가격 지수로 표현되는 시장의 평균적인 변동률이라면, 표본의 시세보다는 그 판단의 근원인 실거래가를 모아 직접 산정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시세 지수에 너무 익숙해진 우리에게 실거래가 지수의 큰 변동성은 부담일 수 있다. 하지만 가격 하락기 급매물을 담아내는 실거래가 지수는 사실의 영역이고, 이를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해석의 영역이다. 이는 실거래가 지수에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한 문제일 수도, 여전히 시세 기반 지수와의 공존이 필요한 이유일 수도 있다.
문제는 기초 정보인 실거래가 자료를 개인정보 보호라는 보호막 뒤에 숨어 공공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현실이다. 실거래가 통계의 발전을 위해서는 당국이 세부적인 실거래가 자료를 공개하고, 이를 통해 공공과 민간이 경쟁해야 한다. 단기적으로 완전한 공개가 어렵다면, 책임 있는 기관들을 택해 과점의 형태라도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
이번 통계 조작 논란에서 드러나듯, 통계 작성 기관의 독립성 보장이야말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기본 전제다. 쉽지는 않은 길이다. 왜냐하면 부동산원에는 통계 생산과 정책 지원 기능이 혼재돼 있기 때문이다. 표면적으로 제공되는 통계 생산 예산 중 큰 비중의 예산이 실질적으로는 국토교통부의 정책 지원에 쓰이고 있다고 봐야 한다. 가능하다면 부동산원의 조직과 예산 부문에서 통계생산 기능과 정책 지원 기능을 분리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게 필요하다.
통계 작성 기관의 독립성
통계 독점은 위험한 선택이다. 시장과 정부의 선택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경쟁 구도를 통해 통계의 질적 수준이 유지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동산원이 더는 정부승인통계라는 독점과 공공기관이라는 방어벽 뒤에 숨지 말아야 한다. 실거래가 등 다양한 공공 자료를 제공해 민간과 경쟁하는 구도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속적인 통계 개선 작업이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할 필요가 있다.필자는 부동산 통계 작성 기관에 대한 국토부의 영향력이 명시적이건 은유적이건 오랜 관행이었다고 생각한다. 과거 주택은행을 거쳐 국민은행, 부동산원으로 이어지는 문화일 수도 있다. 이제는 벗어나야 할 굴레다. 부동산원이 개과천선할 수 있는 피해자인지, 희망이 없는 공모자인지는 확실한 판단이 서지 않는다.
부동산학계 분들에게 이 글에 실린 4개의 그래프를 보여주면서 이런 신뢰 잃은 통계를 생산하기 위해 수백억 원이란 예산을 써야 하느냐 묻곤 했다. 그러면 학계에서도 강한 의문을 제기한다. 주로 제시되는 대안은 ‘통계청으로 통계 기능 이관’ ‘별도의 독립된 부동산 통계 기관 설치’ ‘부동산원으로 집중된 통계를 이전 생산자들에게 다시 배분해 경쟁 구도 만들기’ 등 실로 다양하다. 이런 격변이 초래할 혼란이 걱정스럽다. 앞서 얘기한 부동산원의 조직 및 기능 재배치가 우선이지만 부동산원이 통계 생산 기능을 계속 유지하려면 쏟아지는 의문에 대해 합리적인 해답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이창무
● 1963년 출생
● 서울대 도시공학과 학석사, 미국 Univ. of Pennsylvania 도시 및 지역계획학 박사
● 한국부동산분석학회 회장, 국토교통부 중앙도시계획위원회 위원
● 現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
● 저서 : ‘한국 주택시장의 새로운 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