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수용 개조한 무인기에도 뚫린 방공망
요격 훈련 손 놓은 데다 지휘통제 능력서도 허점 드러내
北 무인기 군사적 유용성 떨어져
무인기 강국 이란과 북한 커넥션 우려돼
軍에만 맡겨놓지 말고 全정부적 해결책 찾아야
2022년 10월 26일 북한 무인기의 침입경로.
英·美가 시작한 무인기 개발
무인기란 사람이 탑승하지 않고 조종할 수 있는 항공기, 즉 무인항공기(Unmanned Aerial Vehicle·UAV)를 의미한다. 무인기는 대공 사격훈련을 위해 공중 표적용으로 처음 만들어졌다. 제1차 세계대전 이후 1935년 영국이 개발한 ‘DH-82 퀸비(Queenbee)’가 최초의 무인기다. 이전에도 사람이 타지 않아도 움직이는 비행체는 있었으나, 항공기보다는 탄도미사일에 가까웠다. 조종사 대신 폭약을 싣고 목표물을 들이받는 방식의 ‘자폭(自爆)기’였다. 반면 퀸비는 격추되지 않는다면 몇 번이든 재사용이 가능했다.미국은 1940년대 퀸비(Queenbee)를 모방한 ‘드론(Drone)’ 개발에 성공했다. 무인기 이름은 이렇게 여왕벌(Queenbee)에서 수벌(Drone)로 바뀌었다. 드론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에는 재미있는 일화가 있다. 1935년 윌리엄 스탠리 미국 해군 참모총장이 영국을 방문해 퀸비를 이용한 훈련 현장을 견학했다. 이 훈련에서 퀸비는 포탄을 한 발도 맞지 않고 무사 귀환했다.
미국에 돌아온 스탠리 참모총장은 DH-82 퀸비처럼 대공 사격훈련 표적용 무인기 개발을 지시했다. 이때 이름을 드론으로 붙였는데, 당시 영국 왕위 계승 서열 1위가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었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방인 영국의 상징이 여왕이 될 가능성이 높으니, 여왕이라는 이름의 표적에 사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생각에서였다.
초기 무인기는 단순히 사격훈련용 표적 구실만 했다. 이후 원격조종 기술이 발전하면서 사람을 대신해 적 종심 정찰과 같은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기 시작했다. 냉전이 정점으로 치닫던 1961년 미국 정부는 국가정찰국(NRO)을 신설, 항공사진 정찰 업무를 맡겼다. 공군과 중앙정보국(CIA)은 NRO를 통해 협업하면서 ‘AQM-34 라이트닝 버그(Lightning Bug)’라는 정찰용 무인기를 개발했다.
정찰용 무인기는 베트남전쟁에서 활약하기 시작했다. 베트남전에서 미 공군 제100전략정찰사령부는 3435대의 정찰용 UAV를 적진으로 투입해 554대를 상실했다. 554명의 조종사 목숨을 살린 셈이다. 정찰에서 얻은 성과도 상당했다.
중동·걸프전쟁 통해 ‘戰場의 눈’으로 거듭나
정찰, 감시에 화력 유도 기능까지 넣은 무인항공기 미국 파이오니어(Pioneer)(위). 이스라엘이 개발한 전장감시용 무인항공기 스카우트(Scout). [Gettyimages, IAI]
정찰용 무인기가 적의 주요 시설로 날아가 정보를 획득한 후 돌아오는 역할을 한다면, 전장감시용 무인기는 적의 동태를 파악하는 것이 목적이다. 지속적으로 적진 내외부를 순찰하며 정보를 수집한다. 거칠게 비교하자면 정찰용 무인기가 비디오카메라라면, 전장감시용 무인기는 CCTV에 가깝다.
특히 1982년 5차 중동전쟁에서 전장감시용 무인기가 맹활약했다. 이스라엘은 레바논의 수도 베이루트 부근 베카 계곡의 대공미사일(SAM) 포화망을 뚫기 위해 마스티프와 스카우트를 사용했다. 전장감시용 무인기는 계곡 사이 빽빽이 숨어 있는 SAM 발사대를 찾아냈다. 동시에 유인·교란용 무인기인 ‘샘슨(Samson)’을 투입해 SAM 미사일을 교란했다. 이란은 이스라엘을 모방해 1985년 ‘모하제르(Mohajer)’라는 무인기를 개발, 이란-이라크전에서 전장감시에 활용했다.
미국은 이스라엘의 마스티프를 원형으로 1980년대 말 ‘파이오니어(Pioneer)’라는 무인기를 만들었다. 파이오니어는 정찰, 감시는 물론 화력유도까지 가능한 기종이다. 1991년 걸프전에서 553회 출격하며 활약했다. 이 전쟁을 통해 미군은 무인기가 실시간 전장 정보를 획득하는 최고의 수단이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에 따라 1995년 미국은 파이오니어의 개량형인 ‘RQ-1 프레데터(Predator)’를 내놓았다. 프레데터는 위성통신으로 실시간 제어가 가능하다. 이외에도 6만 피트(1만8228m) 상공에서 비행하며, 하루 동안 10만㎢를 정찰할 수 있는 ‘RQ-4 글로벌 호크(Global Hawk)’ 고고도 무인기도 1998년부터 미군에 실전 배치됐다.
현대戰 핵심 무기로 발돋움
2020년 1월 3일 가셈 솔레이마니 전 쿠드스 총사령관을 암살하는 데 쓰인 미군 주력 공격용 무인항공기 MQ-9 리퍼(Reaper). [Gettyimages]
미국 외에도 대부분의 군사 선진국은 무인기를 현대전에서 적극 활용할 방안을 찾고 있다. 가장 적극적으로 예산을 투입한 나라는 중국이다. 중국은 1990년대부터 무인기를 개발해 왔다. 2010년대 들어서는 DJI라는 굴지의 드론 기업을 탄생시키며 민수용 무인기 시장을 장악했다.
중국이 개발한 세계에서 가장 큰 무인항공기 ‘WZ-7 샹롱(翔龙)’. [Gettyimages]
튀르키예의 주력 무인항공기 바이락타르(Bayraktar) TB2. [Gettyimages]
중동의 또 다른 주요 무인기 개발국은 이란이다. 이란은 1980년대부터 자국산 무인기를 생산해 운용해 왔다. 이란은 20여 종의 무인기를 개발·생산한다. 2011년 미국의 스텔스 무인정찰기인 ‘RQ-170 센티넬’의 도면을 확보했다고 주장하며 이를 본뜬 ‘샤헤드-171’을 선보였다. 이란은 다양한 자폭 무인기를 개발했으며 특히 ‘샤헤드-136’은 러시아군에 판매돼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폭격에 투입됐다.
군사적 쓸모 거의 없는 北 무인기
이렇게 현대전에서 무인기의 중요성이 커지자, 북한도 무인기 개발에 나섰다. 특히 1988년 우리 국방부가 정찰용 무인기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하자 북한은 신속하게 중국제 정찰용 무인기 ‘ASN-104’를 도입했다. 북한은 1990년대부터 UAV를 국산화하고자 했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은 중국제 무인기를 모방해 ‘방현-1’과 ‘방현-2’를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4년 북한은 시리아로부터 소련제 정찰용 무인기 ‘DR-3 레이즈’도 입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무인기는 비행거리가 약 60㎞ 수준의 저고도 고속 무인기다. 북한이 시리아로부터 입수한 무인기의 숫자는 많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를 국산화하려 했는지도 불분명하다.1990년대 말 북한은 러시아제 정찰용 무인기 ‘프첼라-1T’를 10기 도입했다. 2000년대 초부터는 다양한 무인기를 사용해 비무장지대(DMZ)와 북방한계선(NLL) 정찰 임무를 수행했다고 전해진다. 이외에도 북한은 2013년 미국의 ‘MQM-107D’ 표적용 무인기를 기반으로 만든 신형 자폭 무인기를 공개했다. 아직 북한이 도입한 군사용 무인기가 실전에 사용된 사례는 없다.
이외에도 북한은 중국 타이유안항공의 민수용 무인기 ‘SKY-09P’와 ‘UV-10CAM’을 도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2014년부터 이들 기체를 대남 정찰에 활용했다. 해당 기종들은 탑재중량이 10㎏ 이하로, 디지털카메라가 탑재됐다. 이 카메라로 2~3㎞의 상공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이 카메라의 해상도는 구글 어스의 위성 이미지만도 못하다. 북한은 정전협정위반 등의 비난을 피하며 한국의 방어망을 확인하고자 민수용 드론을 활용해 온 것으로 보인다.
민수용 무인기로는 군사작전에 유용한 정보를 확보하기 어렵다. 무인기를 실전에 사용하려면 실시간 기체 통제와 동시에 수집한 정보를 송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중국제 민수용 무인기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다. 현재 북한이 가진 무인기 전력으로는 유의미한 군사적 행동이 어렵다는 의미다.
북한이 새로운 무인기를 개발했다는 보도와 정황은 아직까지 드러나고 있지 않다. 항공기에 대한 관심이 높은 김정은의 성향으로 볼 때, 신형 무인기의 등장이 그리 먼일은 아니다. 특히 두려운 것은 북한과 이란의 관계다. 이란은 무인기 기술과 무기체계를 적극적으로 발전·확산시키고 있다. 이란을 통해 북한이 군사적으로 의미 있는 무인기를 확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방공망 얼마나 허술했기에…
2017년부터 국군에 실전 배치된 TPS-880K 국지방공레이더. [LIG넥스원 ]
무인기 중 1대는 서울로 계속 날아갔다. 10시 50분 수방사 방공여단의 국지방공레이더에 비행물체가 포착됐다. 포착은 빨랐으나 식별이 늦었다. 수방사로 무인기가 휴전선을 넘었다는 정보가 전달되지 않아서다. 수방사는 30여 분간의 확인 과정을 거쳐 이를 최종적으로 북한 무인기로 판정했다. 11시 27분이 돼서야 수방사는 무인기 대응 작전에 돌입했다.
11시 50분에는 무인기를 격추하기 위해 원주 공군기지에서 이륙한 FA-1 경공격기가 추락하는 사고까지 발생했다. 무인기에 대응하는 경보 태세인 ‘두루미’가 발령된 것도 바로 이 시기로, 무인기 침범이 발생한 지 1시간 30분이 지난 후였다.
서울로 진입한 무인기는 한강 방향으로 남하하면서 은평구와 성북구를 지났다. 이후 북쪽으로 경로를 틀어 강북구를 거쳐 북쪽으로 돌아갔다. 이 과정에서 무인기는 서에서 동으로 횡단하며 수도권 비행금지구역(P-73)까지 침범했다. 이렇게 북한 무인기가 서울 하늘을 휘젓는 동안 대공 발칸과 자주대공포 비호는 무인기를 포착하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핵심 시설에 설치됐던 무인기 탐지용 SSR(Secondary Surveillance Radar)이 일부 항적을 탐지했지만, 전체 비행경로를 전부 확인하지는 못했다. 한마디로 북한 무인기가 1시간 동안 서울 상공에서 활개를 치는 사이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무인기를 추적 및 격추하기 위해 경공격기와 공격헬기, 심지어 제트전투기까지 이륙했지만 함부로 공격을 가할 수 없었다. 탄환이 빗맞아 땅에 박히기라도 하면 그대로 민간의 피해로 남는다. 비호나 발칸은 애초에 무인기를 탐지조차 못했기에 교전할 기회도 없었다. 무인기가 서울을 떠나고 격추 후 민간 피해가 우려되지 않는 지점에 이르자, 우리 군 항공기들은 기관총 사격을 실시했다.
그러나 겨우 100발의 공중사격으로는 역부족이었다. 무인기는 무력화는커녕 피격되지도 않았다. 결국 서울의 비행금지구역을 횡단했던 무인기는 가장 일찍 복귀했으며, 강화도 일대에서 비행하던 무인기들도 오후 3시 30분경 모두 레이더상에서 사라졌다. 이렇게 허무하게 북한의 영공 침입 사건은 마무리됐다.
무인기에 대응하는 방법
무인기가 급격히 증가함에 따라 무인기를 제압하는 ‘안티드론 기술’에 대한 필요성이 높아졌다. 무인기의 대응은 탐지-식별-무력화의 3단계로 진행된다. 우선은 탐지부터가 문제다. 통상 레이더는 특정 크기 이상의 비행체를 항공기로 인식하도록 돼 있다. 중·대형 무인기는 항공기로 식별되며 기존의 방공체계로도 요격이 가능하지만, 소형 무인기는 새 정도의 크기로 레이더에 잘 탐지되지 않는다.탐지 크기를 줄이는 것도 어렵다. 작은 크기까지 탐지 대상으로 할 경우 새까지 대상이 된다. 외려 혼란을 야기할 수 있다. 무인기를 탐지하기 위해서는 소형 비행체의 탐지에 특화된 별도의 레이더가 필요하다.
소리를 이용해 무인기를 탐지하는 방법도 있다. 장거리를 나는 소형 무인기도 엔진을 사용한다. 북한 무인기의 경우에는 메탄올과 윤활유·니트로메탄을 혼합한 모형항공기용 ‘글로(Glow)’ 연료를 사용하는데, 소음이 상당하다. 따라서 청음초를 설치하거나 음향탐지기로 무인기를 식별할 수도 있다.
탐지에 성공하더라도 식별 문제가 남았다. 레이더상에 나타나는 것이 무인기인지 확인해야 한다. 광학 장비나 육안 등으로 이를 최종 확인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최근에는 레이더와 광학 장비를 연동해 자동으로 식별하게 도와주는 시스템까지 개발됐다.
무인기의 무력화는 ‘소프트킬(Soft Kill)’과 ‘하드킬(Hard Kill)’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소프트킬은 무인기를 파괴하지 않고 조종 불능 상태로 만드는 방식이다. 전파방해로 비행 불능을 만드는 통신 재밍, 거짓 좌표를 입력해 비행경로를 이탈시키는 위성항법 재밍과 스푸핑, 프로토콜 해킹을 통해 드론을 통제하는 조종권 탈취, 항법 소프트웨어에 비행금지구역 정보를 입력하는 지오펜싱 등 다양한 기술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들 기술은 드론마다 적용 방식이 다양해 실전 적용에 어려움이 있다.
하드킬은 무인기를 물리적으로 파괴하는 방법을 가리킨다. 군용 무인기는 미사일이나 기관총 등 대공무기를 통한 요격이 통상적이다. 쿼드콥터와 같은 민수용 초소형 무인기는 그물이나 네트건 등을 사용해 무력화하거나, 독수리 등 맹금류를 조련해 포획하는 방법도 사용된다.
2m급의 소형 무인기 정도가 되면 그물이나 맹금류로는 포획이 불가능하며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최근 각광받는 방법은 레이저 요격이다. 수초 이상 레이저를 무인기에 쏴 주요 부품을 녹여 격추하는 방식이다. 최근에는 미국 레이시온(Raytheon)사의 ‘코요테(Coyote)’처럼 직접 무인기로 접근해 폭발로 파괴하는 요격 전용 무인기도 등장했다.
전투기·헬기로는 격추 어려워
북한 무인기를 무력화하기 위해 군은 소프트킬과 하드킬 두 가지를 모두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수도권 주요 지역에 배치된 SSR에 소프트킬 시스템이 탑재돼 있었지만, 무선 조종이 아니라 경로지정 방식으로 이동하는 북한 무인기에는 무용지물이었다.그렇다면 하드킬, 즉 물리적 파괴는 가능했다. 결과는 실패였다. 우선 접경지역에서 침공해 들어오는 무인기를 탐지·식별했다면, 이를 즉각 격추했어야 했지만 불가능했다. 이후 접경지역에서 격추 시도는 성공하지 못했는데, 전투기나 공격헬기의 사격통제장치가 소형 무인기와 교전하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무인기의 크기가 작으니 화망(火輞)을 구성해 사격해야 하는데 이것이 이뤄지지 않았다. 기존 전력으로 무인기를 상정해 대응하는 부대 구조를 갖추고 전술을 마련하는 데 게을리했거나 혹은 충분히 훈련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서울에서는 무인기를 잡겠다고 사격을 감행하기 어렵다. 전시가 아닌 평시에 섣부른 사격은 부수 피해로 인해 국민의 생명과 재산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 이는 무고한 시민을 인질로 잡고 있는 테러범에 대한 대처와 유사하다. 인질범 대응에 전차부대를 보내 초토화할 수 없다. 대테러 특수부대가 투입돼 범인만을 제거해야 한다. 마찬가지로 도심지에 들어온 소형 무인기의 무력화에도 외과수술과 같은 정밀함이 요구된다. 특수작전·대테러작전 방식의 방공 전략 수립이 필요하다.
북한 무인기의 영공침범은 군사적 의미보다는 정치적 의미가 강하다. 무인기를 서울로 보내 국민들이 군과 정부를 불신하게 만들려는 인지전(Cognitive Warfare)의 일환이다. 북한이 날린 무인기는 실제로 군사적 위협 정도도 매우 낮다. 탑재중량이 10㎏도 되지 않는 무인기에 탑재할 수 있는 군사적 수단은 거의 없다. 오히려 탄도미사일과 순항미사일을 우선순위로 걱정하는 것이 맞다.
2014년 경기 파주시에서 발견된 북한의 무인항공기. 국방부
정치적 의미 > 군사적 의미
무인기는 2014~2017년 사이 우리 군의 골칫거리였다. 군은 우선 급한 대로 국지방공레이더를 설치해 탐지역량을 갖췄다. 하지만 식별은 TOD와 육안에만 맡겼다. 게다가 문재인 정권에서 9·19 군사합의를 실행하면서 GP를 폐쇄하는 바람에 무인기 탐지에 유효할 수 있는 청음초를 잃게 됐다. 북한과의 평화 분위기에 젖어 무인기 요격을 위한 훈련이 지난 정권에서는 전혀 진행되지 않기도 했다. 군은 2020년 무인기 요격을 위해서 K-재머와 레이저를 개발 및 배치하도록 준비했다. 그러나 장비가 배치되기 이전의 대응 방안은 구상하지 못했다.북한의 무인기는 테러 행위로 볼 수 있다. 군과 정부가 테러 위협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현 정부의 책임도 있지만 8년 전부터 무인기 위협이 상승하고 있음에도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않은 전임 정부의 책임도 크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우선 합참을 포함해 육군과 공군의 협조, 각 군단간의 정보 배분 등 지휘통제 능력부터 살필 일이다. 장비 탓만 하지 말고 기존의 인력과 장비로 할 수 있는 일부터 제대로 했는지 살펴야 한다. 군에만 맡겨놓고 비난하지 말고 전(全)정부적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정부의 리더십이다. 누구 하나를 꾸짖는다고 사태가 해결되지 않는다. 역사적 문제나 구조적 문제가 없는지 심층적으로 살피고, 관련된 기관과 인원들이 모두 자신의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특히 무인기의 비행금지구역 침범을 놓고 둘러싼 혼돈과 보고 누락은 반드시 원인을 찾아 해결해야 한다. 정치권은 잘못은 바로잡되, 북한이 의도하는 것처럼 국민과 정부의 상호 불신이 일어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비판과 대안 제시를 넘어 비난과 이전투구가 된다면, 이는 적을 유리하게 하는 행위일 뿐이다.
신동아 2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