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체포 막기 위한 ‘방탄 국회’일 뿐
尹 잘한 일? 지난 정부 잘못 바로잡은 것
수도권 승리 전략 세울 당대표 필요할 뿐 지역구 위치 상관없다
난폭한 언어가 극단적 정치 대결 조장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 [조영철 기자]
그는 17대부터 21대까지 내리 5선을 기록했다. 고비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대 총선 때는 공천을 못 받아 무소속으로 당선했다. 바른정당 원내대표를 지냈고, 2017년 대선 이후 국민의힘 전신 자유한국당에 합류했다. 21대 총선 때는 기존 지역구인 대구 수성을이 아닌 수성갑으로 옮겨 당선했다. 총선 직후 그는 국민의힘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정권 실정을 부각하며 정권교체 필요성을 알리는 데 앞장섰다.
윤석열 대통령 취임 뒤 그는 원내대표에서 물러났다. 불과 넉 달 만에 조직은 그를 다시 찾았다. 이른바 ‘이준석 사태’ 수습 특명을 그에게 부여한 것. 처음엔 비대위원장을 맡았다. 법적 논란 끝에 원내대표가 됐다. 상황은 녹록하지 않았다. 대선 승리로 행정부 권력은 교체됐지만 의회 권력은 야당이 월등히 우세한 여소야대 상황이다. 2023년 예산안이 법정 시한을 넘겨 뒤늦게 통과된 것이 국회 현주소를 잘 보여준다.
주호영 원내대표를 1월 11일 국회에서 만났다. 그는 “민주당이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것은 이재명, 노웅래 의원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 국회”라고 비판했다. 다만 그는 “올해 대한민국 정치가 극적으로 협치에 이를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총선을 앞두고 야당이 민심을 의식해 협조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그러면서도 “팬덤을 의식할 경우 극한 대결로 치달을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방탄 국회’인 까닭
민주당 요구로 1월 임시국회가 소집됐다. 의사일정은 합의됐나.“협의 중인데 별 성과는 없다. 우리 당은 1월 임시국회를 열어야 할 만큼 긴급 현안이 있다고 보지 않는다. 1월 임시국회는 민주당이 노웅래 의원과 이재명 의원 (체포를 막기 위한) 방탄 목적으로 소집한 것이다.”
현행 국회법에는 1월과 7월 두 달은 국회를 열지 않도록 규정돼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굳이 1월 임시국회를 소집한 이유는 뭘까. 1월 임시국회 소집으로 국회는 사실상 6월 말까지는 늘 열려 있게 됐다. 6월 말까지 수사당국이 국회의원을 ‘체포’하려면 체포동의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야 하는 것. 만약 7월 임시국회까지 소집된다면 불체포 특권이 유지되는 기간은 더 늘어난다.
민주당은 북한 무인기 관련 긴급 현안 질의가 필요한 상황이라며 임시국회 소집의 정당성을 강조하고 있다.
“만약 본회의에서 긴급 현안 질의를 하면 우리가 무인기를 어떻게 식별하고 무엇으로 추적해 격퇴할 준비를 하고 있는지 중요 군사 비밀이 공개될 위험성이 있다. 국방위 차원에서 비공개로 하는 건 몰라도 본회의에서 공개적으로 질의하자는 건 맞지 않는 얘기다. 그 같은 입장 차이가 있어 협의에 진척이 안 되고 있다.”
북한 무인기가 서울까지 뚫고 들어온 것은 큰 문제 아닌가.
“남 탓으로 비칠까 봐 조심스럽긴 한데, 이번 무인기 사태는 지난 5년 동안 위장 평화 전술에 속은 전 정권이 정신적으로 무장해제된 것에 기인한 바가 크다. 대화에 너무 치중한 나머지 안보 국방을 소홀히 한 것 아닌지 점검해 봐야 한다. 북한의 다양한 도발 가능성에 전 정권이 얼마나 철저한 대비책을 만들어놨는지, 훈련은 제때 잘해 왔는지 안보 태세를 철저히 점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의사 일정 협의가 안 되면 국회 공전이 불가피한 것 아닌가.
“그래서 우리가 방탄 국회라고 하는 거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법사위에 계류 중인 민생 법안이 100건을 넘는다며 하루빨리 처리하자고 주장한다.
“방탄 국회가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려고 그렇게 이야기하는 것뿐이다.”
국회는 정권교체 안 됐다
정권교체를 실감하나.“정부와 관계에서는 정권교체를 실감한다. 부처와 밀접하게 정책 현안을 상의하고 있다. 야당 때는 그런 과정이 전혀 없었다. 다만 국회 의석은 민주당 169석, 국민의힘 115석이다. 국회는 아직 정권교체가 안 됐다.”
절반의 정권교체, 미완의 정권교체인 셈인가.
“여당은 법안으로 정부 정책을 뒷받침해 줘야 하는데 압도적 다수인 야당이 브레이크를 걸어 힘든 상황이다.”
내년 총선 전까지 여소야대 상황은 불가피하다.
“협치를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수밖에 없다. 상생, 협치로 의회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쪽으로 국회를 운영하려고 한다. 입법 독주를 하면 총선에서 역풍을 맞을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올해 여야 협치 분위기가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한다. 다만 야당이 무리하게 자신들 입맛에 맞는 법안을 통과시키려 한다면 더욱 경색될 가능성도 있다.”
카운터파트인 박홍근 원내대표와 일해 보니 어떤가.
“아주 합리적이고 훌륭한 분이다. 일부 강경파들이 169석으로 무엇이든 할 수 있는데 왜 밀어붙이지 않느냐고 압박해도 국회를 합리적으로 운영하고자 노력하는 분이다.”
주 원내대표는 “여소야대 상황에서 여당 원내대표는 극한직업”이라고 자신의 처지를 압축했다.
“우리 당 안에도 왜 야당 요구를 들어주느냐고 하는 분이 있다. 그런데 국회는 우리 당 입장만 관철할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특히 현재는 야당이 다수다. 야당은 우리가 동의하지 않아도 일방적으로 밀어붙일 수적 우위에 있다. 조금이라도 대화를 통해 타협해 내용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그런 어려움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자주 소통하나.
“대통령과 소통한다고 미주알고주알 다 얘기할 순 없다. 직접 만나거나 통화하거나 비서실장, 정무수석 등을 통해 다양한 방법으로 소통하고 있다. 소통에 전혀 문제가 없다는 점은 분명히 말씀드릴 수 있다.”
윤 대통령이 신년사에서 노동·교육·연금 개혁을 국정 과제로 제시했다.
“3대 국정 과제는 대한민국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하고 재도약하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개혁 과제다. 누가 대통령이라도 했어야 할 일이다. 지난 정권은 5년간 그런 노력을 전혀 하지 않았다. 교육과 노동은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 방향과 정반대로 갔다. 연금 및 교육개혁은 민주당도 동의하는 부분이 많다.”
노동개혁은 어떤가.
“민주당이 민주노총과 손잡고 우리가 생각하는 개혁과 반대 방향으로 추진한 것이 많아 어려움은 예상된다. 그렇더라도 끊임없이 대화해 대한민국의 미래, 우리 젊은이의 미래를 위해 어떤 개혁이 필요한지 논의하겠다. 전문가 의견도 청취해 가며 이견을 좁혀나가겠다.”
여야 협치를 위해 대통령이 야당 지도부를 만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있다.
“아쉬운 부분이기는 한데,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현재 특수한 상황에 있지 않나. 그 점 때문에 만나지 못하고 있고, 당대표를 못 만나니 다른 분도 만날 수 없는 상황이다. 어느 시점이 지나면 대화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총선 승리로 가는 길
주호영 원내대표는 “당내 화합을 이루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총선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조영철 기자]
“지난 정권이 망쳐놓은 국정 난맥상을 바로잡은 것이다.”
예를 들면?
“소득주도성장, 탈원전, 한미동맹 복원 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지난 정부가 잘못한 국정을 바른 방향으로 바로잡았다.”
보완할 점은?
“협치를 위한 노력은 앞으로 보완할 부분이 아닌가 싶다.”
윤석열 정부를 탄생시킨 국민의힘은 2024년 총선 승리로 여소야대를 극복하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주 원내대표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한 첫째 조건은 민심을 받드는 것이고, 둘째는 오만해지지 않고 겸손하게 국민에게 봉사하는 자세”라고 강조했다. 그는 “대한민국 미래 비전을 제시하고 그것을 이행할 수 있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데, 그러려면 우선 당내 화합을 이루고 국민 통합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총선 승리로 가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전당대회를 앞두고 있다. 누가 당을 이끌 적임자라고 보나.
“구체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전당대회에서 투표권을 행사할 84만 명의 당원이 집단지성으로 적임자를 가려낼 것이다.”
당대표 선출 때 여론조사 민심 반영 비율을 없애고 당원 100% 투표로 바꾼 것을 두고 비판 목소리가 있다.
“국민에게 최종 선택을 받아야 하는 공직후보자 선출 때는 여론을 일정 비율 반영할 필요성이 있다. 당대표는 당을 이끌 사람이다. 조합장 선거하는 데 조합원 이외 사람이 투표하도록 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그리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선거에 여론조사를 도입한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다. 여론조사는 통계적으로 오차범위가 존재한다. 그런데도 0.1%포인트만 앞서도 그것을 득표에 반영하는 것은 잘못이다.”
당대표로 나선 일부 후보자는 내년 총선 승리를 위해 당 지도부가 상대적 험지인 수도권에서 출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인이 지역구를 함부로 옮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수도권 민심이 무엇을 요구하는지 정확히 알고 거기에 맞는 정책과 전략을 세울 분이 필요한 것이지, 수도권 출신 대표가 필요한 것은 아니다.”
내년 총선에 수도권에서 승리할 정책과 전략을 가진 이가 누구라고 보나.
“특정인을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
‘이준석 대표 사퇴 파동’을 겪은 뒤 2030세대 일부가 국민의힘에 대한 지지를 철회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준석 대표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분 가운데 그런 분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지지와 비판은 워낙 복합적이라 정확히 구분 짓기 어렵다. 지지를 철회하는 분이 있는 반면 새롭게 지지하는 분도 많다.”
2030세대 지지를 회복하려 어떤 노력을 하고 있나.
“대한민국 미래를 희망적으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노동·연금 개혁을 잘하는 게 중요하다. 덧붙여 청년에게 꼭 필요한 취업과 일자리 문제 해결을 위한 특화된 정책도 마련해 시행하려고 한다.”
대한민국은 지금 정신적 내전 상태
한 지역구에서 한 명의 당선자를 가리는 소선거구제를 중대선거구제로 바꾸자는 얘기가 크게 부각됐다.“한국 정치 폐단을 극복할 대안을 찾아야 한다. 소선거구제는 1등 투표 외에는 모두 ‘사표’가 되고 승자독식으로 극한 진영 대결을 부른다는 단점이 있다. 그런데 중대선거구제도 ‘투표 가치’나 ‘후보 변별력’ 등에서 단점이 있다. 지금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논의하고 있다. 어떤 목표를 정해놓고 논의하는 것은 아니다. 3월에 정개특위에서 선거구제 개편 방향을 내놓을 예정이다.”
경기침체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크다. 정부와 여당은 어떻게 대비하고 있나.
“추경호 경제부총리가 팀장이 돼 경제부처들과 여러 대비책을 세우고 있다. 정부가 세운 정책을 국회에서 제때 입법으로 뒷받침해 줘야 한다. 그것이 예산이고 법률이다. 그런데 여소야대 상황에 막혀 시간이 지연되거나 변형되는 경우가 있어 걱정이다.”
지연된 경우와 변형된 사례를 꼽는다면.
“예산안 처리가 지연된 사례고, 반도체 등 첨단산업에 대한 세액공제비율 축소가 변형된 예다. 정부 정책은 제때 제대로 시행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 그런데 생각이 다르다고 수적 우위를 앞세워 늦추거나 변형하려 하니 그게 걱정이다.”
곧 원내대표 임기 만료다. 정치인 주호영의 다음 발걸음은 무엇인가.
“무엇이 되겠다는 목표를 설정하고 정치하지 않는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필요한 법을 만드는 국회의원이라는 직책이 얼마나 중요하고 소중한가. 국회의원으로서 해야 할 일을 잘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정치를 하게 된 계기가 뭔가.
“정치가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가장 크다. 판사를 하면서 익힌 균형감으로 세상을 좀 더 좋게 만들겠다는 생각에 정치를 시작했다. 지금도 처음 먹은 마음 그대로다.”
2023년 대한민국 정치가 해결해야 할 가장 시급하고 중요한 과제는 뭐라고 보나.
“국민 통합이다. 국민 화합과 통합만 잘돼도 2% 이상 경제성장을 더 할 수 있다고 한다. 안보도 경제도 모두 중요하고 급한 문제이지만 우선순위를 꼽는다면 국민 통합이 가장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지금 대한민국은 양극단으로 갈려 정신적 내전 상태나 다를 바 없다. 분열을 극복하고 국민을 통합하는 게 급선무다.”
주 원내대표는 “사용하는 언어가 난폭해진 것도 정치를 극단으로 치닫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라며 “팬덤에 기댄 일부 정치인이 악성 댓글을 부추기는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신동아 2월호 표지.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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