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4월호

내년 총선 검사 출신 후보 40명 출마한다고?

[금태섭의 IN & OUT] 지금으로선 비겨도 되는 민주당이 유리

  • 금태섭 前 국회의원

    입력2023-04-03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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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민주당, 과반 미만으로도 여당 견제 가능

    • 승자독식 한국 정치, 권한도 책임도 대통령에게 집중

    • 이재명 낙마 땐 민주당 결정적 핸디캡 사라져

    • 여야 모두 비호감 상태에선 인물이 경쟁력

    • 국민의힘 검사 출신 후보들 경쟁력에 의문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1월 1일 윤석열 대통령이 신년 기자회견에서 노동, 교육, 연금 등 3대 개혁과제 추진 의사를 밝히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제22대 총선이 1년 남짓 앞으로 다가왔다. 집권 여당인 국민의힘 입장에서 볼 때 이번 선거는 반드시 승리해야 하는 사활이 걸린 전쟁이다. 압도적인 여소야대의 지형 때문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3월 정권교체에 승리하고도 지금껏 가시적 성과를 전혀 낼 수 없었다.

    정부가 노동개혁, 연금개혁, 교육개혁이라는 목표를 내세웠지만 법 개정 없이는 한발도 나아갈 수 없다. 그저 구두선에 그칠 뿐이다. 만약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남은 3년도 무력하게 보내야 한다. 임기 동안 아무런 성과도 내지 못한 세력이 다시 정권을 달라고 하기는 어렵다. 총선의 참패는 바로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로 이어질 것이다. 그 경우 집권 후반기 3년은 뻔히 보이는 결과를 그저 기다려야 하는 정치적 지옥과 다를 바 없다.

    여야 모두 결코 질 수 없는 선거

    더불어민주당은 잃은 정권을 되찾기 위해서라도 내년 총선에서 꼭 이겨야 한다. 문재인 정부 초기 호기롭게 ‘20년 집권’ ‘50년 집권’을 외치다가 다른 사람도 아닌 자기들이 임명한 검찰총장 출신 대선후보에게 정권을 내주는 치욕적인 패배를 당했다. 민주당은 지난 총선에서 거둔 대승으로 아직까지 국회에서 압도적인 의석수를 자랑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전적은 2021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2022년 대통령선거, 지방선거까지 3연패다.

    내년 선거에서 민주당이 또다시 진다면 진짜 중요한 선거인 다음 대선 전에 반전의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 반대로 총선에서 다수당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다면 윤석열 정부가 성과를 내는 것을 저지하면서 정권을 되찾아올 수도 있다. 여야 모두 결코 질 수 없는 선거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정진석 당시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2월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힘내라 대한민국! 제3차 전당대회 더 나은 미래 서약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변화무쌍한 대한민국 정치판에서 1년은 엄청나게 긴 시간이다. 지금 조금 앞서나가는 것처럼 보이는 진영이라고 해서 선거의 승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아예 판 자체가 흔들리거나 바뀔 수도 있다. 그러나 총선을 1년 앞둔 현재의 정세를 살펴보는 것은 여야 각 정당이 특정한 방향으로 움직이는 이유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이재명 대표의 진퇴를 둘러싼 민주당 안의 논란, 내홍을 겪으면서 전당대회를 치른 국민의힘의 속사정도 각각 총선 전략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민주당부터 차례로 살펴본다.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얻어야 하는 의석수는 145석이다. 공식적으로는 과반수 의석 혹은 그보다 더 높은 목표치를 내세울 것이다. 당연히 큰 승리를 거두면 좋겠지만 내심 집권 여당과 비슷한 숫자의 의석만 얻으면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는 데 충분하다고 여길 것이다. 이는 민주당이 야당이기 때문에 그렇다.

    한국 정치 구조상 야당이 되면 기억해야 하는 두 가지 기본 고려 사항이 있다. 첫째 집권 여당에 협조하는 것은 원칙적으로 손해라는 점, 둘째 시간은 야당 편이라는 점이다. 이는 여당도 반드시 염두에 둬야 한다. 역대 정부 가운데 이런 야당의 기본 입장을 깨닫지 못하거나 무시한 탓에 의도했던 성과를 내지 못하거나 불필요한 정쟁에 휘말린 사례는 수없이 많다.

    흔히 한국의 정치체제를 승자독식형이라고 한다. 권한도 책임도 모두 집권세력, 특히 대통령에게 집중된다. 무엇이라도 성과를 얻으면 여당의 몫이 된다. 경제가 어려워지거나 예상하지 못한 사고가 나도 집권당이 비난을 받는다. 바꿔 말하면 야당 입장에서는 ‘되는 일이 없고 상황이 나빠지는 것’이 최선의 상태가 될 수 있다. 그렇게 시간을 끌면서 5년을 보내다가 대선을 맞으면 “그동안 정부가 한 일이 뭐냐?”라고 외치면서 정권교체를 주장할 수 있다. 선례를 하나 살펴보자.

    문재인 정부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을 추진할 때 청와대나 여당은 법안의 내용을 바꿔가며 야당을 설득하려고 노력했다. 공수처장을 임명할 때 대통령이나 여당이 독단적으로 결정하지 못하고 야당의 의견을 듣도록 설계한다든지, 수사권과 기소권의 범위를 정할 때 야당안(案)을 반영하는 식이다. 그러나 나는 그런 식으로는 결코 야당의 동의를 얻을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공수처 법안이 통과되면 그것은 문재인 정부의 커다란 업적이 된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고 주도적으로 법안 통과를 추진했던 조국 당시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은 대권주자로 올라설 발판을 마련할 수도 있다. 야당이 그런 일에 협조를 하겠는가. 어떤 내용과 형식의 법안이 통과되더라도 야당은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많다.

    이재명 대표 거취, 결정적 변수 아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월 28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대장동 개발 비리 의혹 사건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현실 정치에서 어떤 일이 이뤄지는 과정을 보면 ‘주고받기’ ‘기브 앤드 테이크’ 방식이 대부분이다. 노무현 정부 당시 여당은 로스쿨 법을 포함한 사법개혁 입법을 하기 위해 야당이 원하던 사학법 개정안 통과에 협조했다. 야당에 여당이 얻는 만큼의 정치적 이득을 제공하지 않는 한 집권 세력이 추진하는 목표를 이루기는 지극히 어렵다. 공수처 법안이 결국 야당의 협조 없이 패스트 트랙을 거치게 된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진영 간의 대립이 심해지면서 여당이 야당의 희망을 들어주면서 협조를 구하는 일이 점점 드물어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힘으로 밀어붙이는 것 이외의 방법은 거들떠보지 않았다. 이번 윤석열 정부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야당으로서는 정부의 독주를 막을 수 있을 정도의 의석만 차지하고 있으면 충분하다. 집권 세력이 야당의 저항을 힘으로 누르고 패스트 트랙 등을 이용해 일방적으로 국정 운영을 하려면 전체 의석의 5분의 3(180석)이 필요하다. 145석이라는 숫자는 군소 정당과 무소속을 제외하면 여당과 제1야당이 비슷한 의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민주당은 다음 총선에서 무승부만 하면 괜찮은 것이다.

    일반적으로 총선에서 투표율은 대략 50∼60%로 나타난다. 전체 유권자의 25∼30%의 표를 얻으면 당선될 수 있다. 호남이나 TK 등 한쪽 진영의 텃밭으로 여겨지는 지역에서는 얘기가 다르지만, 선거의 승패가 갈리는 수도권에서는 강성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해서 투표소에 나오게 하는 것이 최선의 전략이 된다. 실제로 보수든 진보든 선거 때마다 집토끼론이 득세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민주당은 25%를 상회하는 강성 지지층을 보유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재명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어느 수준 이상 높아지기 어려울 것이다. 괜히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서 진영이 분열하면 기존 전략에 의한 승리가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물론 검찰이 거듭 구속영장을 청구해서 체포동의안 투표가 반복되거나 재판 과정에서 혐의가 뚜렷해지면 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아질 수 있다. 그럴 경우에도 민주당 스스로 나서서 당대표를 사퇴시키는 상황이 벌어질 가능성은 낮다.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더 큰 역풍이 불 수 있기 때문이다. 사실 민주당 입장에서는 집권 세력이 나서서 이 문제를 정리해 주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내부 반목을 최소화하고 진영 간 대결로 몰고 갈 수 있다면 충분히 승부가 가능하리라고 판단할 것이다.

    만에 하나 총선 전에 이 대표가 낙마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야당은 결정적 핸디캡이 사라지는 셈이다. 인물 기획에 능한 민주당이 적당한 리더를 내세워서 지지층을 최대한 결집하면 최소한 선거를 무승부로 끌고 갈 수는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비기기만 하면 민주당은 잃을 게 없다.

    그렇다면 국민의힘의 총선 전략은 무엇일까. 논리적으로 볼 때 국민의힘 앞에는 두 개의 길이 있다. 하나는 총선에서 압승해서 야당을 힘으로 누를 수 있을 정도의 의석을 확보하는 것이다. 지금 민주당처럼 180석 가까운 당선자를 내면 아무런 걱정이 없다. 다른 하나는 어떻게 해서든 야당의 협조를 얻어낼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실적으로 패스트 트랙이 가능할 정도의 의석 확보가 어렵다고 판단한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총선이 끝나면 대통령의 힘이 지금과는 비교할 수 없이 약해진다. 여당 의원들이 공천 때문에 용산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 하물며 야당 의원들은 말할 것도 없다. 국정과제를 추진할 동력이 땅에 떨어질 수 있다. 정치력을 발휘해 여권의 구심력을 키우고 야당과 정치적 성과를 나누면서 목표를 달성하려는 시도가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총선 이전부터 정교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국민의힘 앞에 놓인 두 개의 길

    문제는 지금 국민의힘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둘 중에 어떤 길을 택할 것인지 전략을 구상하는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민을 하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 과연 여권은 내년 총선을 맞아 압승 전략을 짜고 있는가. 아니면 다른 대안을 모색하고 있는가. 단언컨대 국민의힘 핵심 인사들도 답을 가지고 있지 않을 것이다.

    현재의 정치 지형에서 민주당이든 국민의힘이든 한쪽이 압도적 승리를 거두리란 예상을 하기 어렵다. 역대 선거 결과만 보더라도 탄핵이나 코로나 창궐 등 예외적 상황이 벌어지지 않는 이상 일방적인 승부가 난 적은 없다. 압승이 아닌 이상 여당이 다수 의석을 차지한다고 해도 야당의 협조가 필요하다. 국민의힘은 그 지점에 대한 대책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여권은 이재명 대표가 바뀌고 나면 야당과 대화도 하고 협조도 구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집권 1년이 다가오도록 대통령이 제1야당 대표와 만나지 않는 이유에 대해 여권 인사들은 ‘범죄 혐의자와 만날 수는 없다’는 취지의 얘기를 한다. 그러나 이재명 대표가 퇴진하고 나면 야당이 협치에 응할까? 그때야말로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를 도울 이유가 전혀 없어진다. 아무런 성과를 얻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으면서 3년을 버티면 다음 대선에서 정권교체를 주장할 강력한 명분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법절차에 의하든 정치적 결단에 의하든 이재명 대표 낙마 이후 실망하는 강성 지지층의 반발을 무마하고 최대한 결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라도 민주당 차기 지도부는 강성 기조를 채택할 가능성이 높다. 집권 여당은 그런 상황에서 어떤 대응책을 가지고 있는가. 검찰권을 동원한 밀어붙이기를 계속해서 상황을 정리할 수 있다고 여긴다면 한국 정치를 몰라도 너무나 모르는 것이다.

    야당 수도권 현역의원 104명의 경쟁력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2월 2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종합해 보면 현재 상황은 민주당이 낫다고 볼 수 있다. 이재명 대표가 사법 리스크를 돌파하는 플랜 A도 있고, 여의치 않은 경우 대타를 등장시키는 플랜 B도 가동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차지해야 하는 의석 숫자가 많지 않기 때문에 여유 있는 전략을 쓸 수 있다. 선거 지형은 지난 대선과 마찬가지로 ‘역대급 비호감 선거’가 될 가능성이 높다. 지지하는 정당의 장점을 자신 있게 내세우기는 어렵지만, 상대방의 문제점은 얼마든지 지적할 수 있는 선거. 여당 지지자들은 이재명 대표의 각종 의혹을 이유로 민주당을 공격할 것이고, 야당 지지자들은 윤석열 정부의 일방통행과 미숙함을 들어 여당을 찍어서는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양쪽 다 비슷한 정도의 약점이 있으면 유권자들은 결국 인물 경쟁력을 보고 투표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후보군 퀄리티는 어떨까. 민주당은 121개인 수도권 의석에서 104명의 현역의원을 보유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단지 17석이 있을 뿐이다. ‘검사 출신 후보 40명 출마설’이 나도는 여당에서 현역 의원들을 꺾을만한 대규모 인재풀을 가동할 수 있을지 지극히 의문스럽다. 윤석열 정권이 주도권을 쥐고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는 전망은 현재로서는 잘 보이지 않는다.

    한마디로 암울하다. 총선 이후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3년의 교착상태를 보내고 대선을 맞는 것은 비단 윤석열 정권에만 비극이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에 회복하기 힘든 타격을 입힐 것이다. 대선과 총선을 연이어 역대급 비호감 선거로 치르고 나면 양측 강성 지지층을 제외한 대다수 국민은 리더십에 심각한 회의와 염증을 느낄 것이다. 자칫 공동체에 대한 최소한의 애정도 증발해 버릴 수 있다. 상대방을 이기는 데만 몰두하는 작전이 아니라 한 걸음이라도 앞으로 나아가려는 전략이 나와야 한다.

    1년은 긴 시간이다. 지배적인 예측을 깨고 전혀 새로운 돌파구가 나올 수도 있다. 기존 진영이든, 새로운 세력이든 그런 길을 제시하는 무리가 있다면 우리 정치는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전혀 달라질 수 있다. 그러지 못한다면? 상상하기 힘든 퇴행과 분열이 찾아올 수도 있다. 내년 총선이 어떻게 전개되느냐에 지금까지 어떤 선거보다도 많은 것이 달려 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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