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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민의 조건 外

  • 이혜민 기자, 송홍근 기자, 최영재 | 아시아투데이 정치부장, 김주욱 | 소설가

미래 시민의 조건 外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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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가에 들어온 한 권의 책

미래 시민의 조건 外
미래 시민의 조건 外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정민 지음
휴머니스트
270쪽
1만5000원
정민(한양대 국문과 교수)의 글은 맑고, 깊다. 차고술금(借古述今), 옛일을 빌려와 지금을 말한다.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는 캄캄한 세상에서 돌아본 옛글에 담긴 번뜩이는 통찰이다. “옛날이 답이라고 말할 생각은 없다”면서 정민은 이렇게 말한다.

“지금 막막하고 캄캄하면 안 보이는 앞으로 더 나갈 게 아니라 뒤를 돌아보는 것이 맞다. 거기에 답이 있고 미래가 있으니까. 후진 것은 옛날이 아니라 지금이다. 사람들은 갈수록 왜소해지고 야비해져서 품격조차 찾아볼 수 없게 됐다.”

스마트폰에 빠져 산 지 오래다. 무료함을 찰나의 자극으로 날린다. 그러면서도 책 읽을 시간이 없다고 투덜댄다. 이따금 시간이 넘쳐나는 날에도 책보다는 스마트폰을 조물락거린다. 홍길주가 쓴 ‘수여연필’에 이런 대목이 나온다.

“한 권의 책을 다 읽을 만큼 길게 한가한 때를 기다린 뒤에야 책을 편다면 평생 가도 책을 읽을 만한 날은 없다.”(‘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 164쪽).  



깜빡 잊고 스마트폰을 집에 두고 나온 날 지하철에서 ‘옛사람이 건넨 네 글자’를 읽었다. 100개의 짧은 글을 책으로 묶어 틈날 때마다 꺼내 읽기 좋았다. 능란한 글쟁이면서 당대의 손꼽히는 인문학자가 가려 뽑은 네 글자가 사람과 세상에 대해 숙고하게 한다.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어도 삶이 문득 바뀐다”고 정민은 말한다. 스마트폰을 잠깐 꺼놓는다고 뒤처질 일은 없을 게다. “옛날에 무선 랜은 없었지만 생각의 힘은 광속으로 펄펄 날았다. 인터넷이 아니래도 통찰은 반짝반짝 빛났다.”(5쪽)

이 책을 읽다보면 옛사람의 지혜와 ‘2016년 5월의 이곳’이 겹쳐진다. ‘진박’이니 ‘친노’니 ‘친문’이니 하는 부박한 낱말을 떠올리지 않더라도 그의 말마따나 “후진 것은 옛날이 아니라 지금”인 듯하다. 정민은 군이부당(群而不黨, 어울리되 패거리 짓지 않는다)에 덧대 이렇게 썼다.

“사적으로 아첨하며 영합하는 것을 당(黨)이라 한다. 공자가 군자는 ‘어울리되 파당을 짓지 않는다’고 한 것이 그 예다. 사람은 끼리끼리 어울린다. 군자는 서로 도와 몸을 닦고, 조정에 서면 세상을 위해 일한다. 소인은 옳고 그름과 관계없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군자의 ‘붕(朋)’과 소인의 ‘당(黨)’이 이렇게 나뉜다. 참소하는 자들은 군자를 모함할 때 당을 짓는다고 지목해 임금을 격노케 하여 일망타진의 꾀를 이룬다.”(90쪽)

2016년 봄의 한국 정치는 “야비해져서 품격조차 찾아볼 수 없”는 소인배들이 벌이는 패거리 짓기 아니었던가. 민초의 삶은 막막하고 앞은 안 보인다. 꽉 막혀 답답한 세상 ‘나’라도 챙겨야 하지 않겠는가. “지하철에서만 책을 읽어도 삶이 문득 바”뀔쏘냐만 스마트폰 내려놓기가 불안하다면 전자책이라도 읽어야겠다.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



미래 시민의 조건 外
미래 시민의 조건 外
재판으로 본 한국 현대사

한승헌 지음
창비
472쪽
2만5000원
예나 지금이나 이른바 ‘시국사건’은 법정에서 다뤄진다. 민주주의의 변곡점이 된 사건의 법정 공방은 그 자체로 현대사다. 법원 처지에서는 ‘오욕과 회한의 역사’, 피고인의 시점에서는 ‘투쟁과 수난의 역사’인 17개 사건의 전모를 50여 년 동안 양심수를 변호한 인권변호사이자 전 감사원장인 저자가 들려준다. 이 책을 통해 여운형, 조봉암, 김대중 등 정치인과 긴급조치 위반으로 법정에 서야 했던 이름 모를 대학생까지, 야만의 시대를 살아간 수많은 현대사 증인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다.




미래 시민의 조건 外
희망난민

후루이치 노리토시 지음
이언숙 옮김
민음사 / 296쪽
1만7000원
누구나 노력하면 꿈을 이룰 수 있는 시대가 있었다. 경제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만 같았다. 황금시대의 주역들은 방황하며 혁명을 도모하기도, 대기업에 입사해 중산층으로 진입하기도 했다. 그때는 열심히 일하면 목표에 다가설 수 있었다. 그런데 모든 게 거품처럼 무너져 내렸다. 사회 변혁이나 고뇌는 사치가 돼버렸다. 사회는 “노력하라, 꿈을 가져라, 하면 된다”고 떠들어대지만 고속성장이 사라진 자리에서 모두가 길을 잃었다. 현실과 희망의 격차로 고통스러워하는 ‘희망 난민’은 ‘우리 모두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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