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신범철 “필요에 의한 타협할 것” vs 알파고 “이란 내부 권력 분열”

[한반도 지오그래픽] 대담 ‘갈림길에 선 미-이란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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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6-05-12 16:3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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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상기시킨 韓 ‘동맹 의무’

    • 한미방위조약 범위는 ‘태평양’…한국 파병 의무 없어

    • 이란 강경파간 충돌…“전쟁 유리한데 웬 협상” vs “협상해야”

    • 이란 버티는 힘은 자급자족, 국제 제재에 내성

    • 이란 국민 “끝까지 항전”→ “협상안 괜찮으면 굳이…”

    • 美 ‘승전 선언 후 철수’냐 ‘적정한 굿딜이냐’

    • 미중정상회담이 주목되는 이유

    • 자강, 에너지 다변화, 중동 진출…한국의 길

    • 회색지대 전략적 유연성으로 韓 국익 극대화



    미국-이란 전쟁이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공급망의 혈맥인 호르무즈해협이 마비되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결속력을 흔드는 ‘지정학적 파괴’로 이어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 전쟁에 미온적 태도를 보여온 독일을 향해 주독 미군 5000명 감축이라는 강수를 꺼내 들었고, 한국을 향해서는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에 참여할 때가 됐다”고 압박하기도 했다. 동맹의 가치를 ‘비용’과 ‘거래’ 관점으로 재정의하는 ‘트럼프식 거래주의’가 한국을 겨눈 것이다. 

    미중 정상회담이 이란 전쟁 분수령 될 것

    두 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이란 전쟁은 어떤 궤적을 그려나갈까. 그리고 이란 전쟁은 한반도 안보 지형에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 것인가. 5월 6일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과 알파고 시나씨 프리랜서 기자와 함께 이란 전쟁의 향방과 한반도의 미래를 주제로 대담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튀르키예 출신의 중동 전문가로 활약하는 알파고 시나씨 기자는 중동 지역 지인을 통해 이란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있었다.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태식 객원기자_알파고 시나씨 프리랜서 기자. 이상윤 객원기자

    신범철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 홍태식 객원기자_알파고 시나씨 프리랜서 기자. 이상윤 객원기자

    이란 전쟁이 발발한 지 두 달이 넘었다. 최근 프로젝트 프리덤(호르무즈해협에서 고립된 선박·선원 구출을 위한 미국 주도 군사 지원 작전)이 잠시 중단되며 휴전 국면에 들어가는 듯했지만 다시금 전운이 감돌고 있다. 현재 상황을 어떻게 진단하나.

    신범철(신)_ 협상과 전쟁 재개 가능성 모두 열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파키스탄 등 주변국 요청과 이란의 새로운 제안을 이유로 작전을 일시 중단했지만, 핵문제 처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곧 있을 미중 정상회담(5월 14~15일) 결과가 분수령이 될 거다. 이란이 핵문제에서 가시적 양보안을 내놓지 않는다면,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의식해 ‘미국의 승리’를 선언하기 위한 대대적 최종 공세를 취할 가능성이 크다.



    알파고 시나씨(알파고)_ 미중 회담 전에 어느 정도 ‘교통정리’가 돼야 미국이 유리한 고지에서 중국을 상대할 수 있는데 현재는 마치 카펫 밑으로 쓰레기를 밀어 넣듯 문제를 잠시 덮어둔 상태다. 하지만 중국이 이란 전쟁을 자기들의 주력 전쟁으로 보지 않기 때문에, 미중 회담이 전쟁의 완전한 종료를 보장한다고 보기 어렵다.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 주둔 미군 5000명 감축을 발표하면서 이란 전쟁 여파가 유럽으로 번진 모양새다.

    신_ 독일로서는 큰 충격일 거다. 이는 단순한 병력 감축이 아니라 미국의 ‘글로벌 포스처 리뷰(GPR)’ 전략과 맞닿아 있다. 특정 지역에 지상군을 묶어두지 않고 모듈화해 즉각 투입하겠다는 계산이다. 특히 이란 전쟁에 대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부정적 견해에 대한 ‘트럼프식 보복’ 성격도 짙다. 문제는 이것이 독일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이다. 주한미군에 미칠 영향도 고려해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호르무즈해협 봉쇄 해제에 한국이 나서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우리의 대응은 어떠해야 할까.

    알파고_ 트럼프 입장에서는 동맹국이니까 당연히 부르는 거겠지만, 절차상 문제가 있다. 과거 신성로마제국 시절에도 황제가 전쟁을 하려면 다른 주변국 왕들과도 논의했다. 미국은 일단 전쟁을 저질러놓고 ‘나를 따르라’는 식이니 동맹국들이 선뜻 나서기 어려운 거다.

    신_ 동맹의 법적·정치적 의무를 구분해야 한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3조는 활동 범위를 ‘태평양 지역’으로 한정하고 있다. 즉 호르무즈 파병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 다만 동맹으로서의 ‘정치적 의무’는 무시할 수 없다. 영국이나 호주 같은 핵심 동맹국(5-Eyes·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5개국이 참여한 영미권 정보 동맹)의 참여 수위를 보면서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지혜롭다. 직접 전투 참여보다는 분쟁 종료 후 ‘평화유지활동’ 명목으로 기여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 대안이다.

    이란 내부 정치 상황은 어떤가.  

    알파고_ 이란 내부에서 분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지난주에는 혁명수비대와 가까운 언론사 앞에서 종전 협상 찬성파와 반대파가 시위를 벌였다. 흥미로운 점은 시위를 주도한 이들 역시 반정부 세력이나 온건파가 아니라 모두 강경파라는 점이다. 강경파 안에서도 ‘전쟁이 우리에게 유리한데 왜 협상하느냐’는 쪽과 ‘지도자의 승인을 받았으니 협상해야 한다’는 쪽이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미국 통신사) AP에서 한때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권을 인정하는 듯한 보도가 나온 적이 있다. 이란이 해협 통제로 돈을 받아 전후 복구를 할 수 있다는 글이었다. 그런데 미국이 이란의 호르무즈해협 통제를 인정하지 않고 오히려 역봉쇄를 했다. 그래서 (미국과 이란) 양측에 서로 신뢰가 없다.

    ‘합의 틀’ 먼저 만들고 단계적 봉합 가능성

    신_ 신뢰가 없기에 더더욱 ‘필요에 의한 타협’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는 11월 중간선거 전 유가 안정이 절실하고, 이란은 역봉쇄로 인한 경제적 고통을 무시할 수 없다.

    알파고 기자는 이란 내부 주민과 소통이 되나.

    “거기(이란)에 들어갔다 나온 분들, 그리고 해외에 망명 나가 있는 이란 사람들로부터 정보를 받는다.”

    그들은 현재 이란 상황을 어떻게 보나.

    “전쟁 초기, 특히 지도자(알리 호세인 하메네이)가 죽고 난 직후에는 ‘끝까지 항전하자’는 분위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란이 일방적으로 얻어맞았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런데 매일같이 벌어지던 공습이 휴전으로 멈추니까 ‘괜찮은 협상안이 나오면 굳이 다시 전쟁을 해야 하나’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문제는 전쟁 시기에는 항상 강경파가 정권을 잡는다는 점이다. 많은 사람이 죽었고, 그들의 피가 아직 마르지 않았다면서 국민을 선동하기 쉽기 때문이다.

    경제제재와 봉쇄가 계속되는데 이란이 버티는 힘은 어디서 나오나.

    알파고_ 이란은 원래 제재 속에 살던 나라다. 인구 1억 명 가운데 상당수가 지방에서 농사를 짓고 염소를 키우며 ‘물물교환’ 경제로 산다. 달러 환율이 올라도 내 옆에 염소가 있으면 케밥을 먹을 수 있다는 논리다. 또한 지정학적으로 아프가니스탄, 파키스탄, 러시아 등 육로를 통해 우회할 통로가 많다. 

    신_ 북한이나 러시아처럼 국제 제재에 내성이 생긴 거다. 미국이 경제제재만으로 이란의 정권교체를 이끌어내겠다는 건 순진한 생각일 수 있다. 결국 미국은 ‘일방적 승전 선언 후 철수’냐, 아니면 ‘적정한 수준의 굿딜’이냐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란 내부 경제 상황은 어떤가.

    알파고_ 1만 번의 공습으로 국가 기간산업인 철강 공장 등이 초토화됐다. 특히 수도 테헤란의 피해가 심각하다. 경제를 복구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거다. 그런데 테헤란 밖으로 나가면 다른 도시 사람들은 테헤란 사람들만큼 힘든 것을 느끼지 못할 수도 있다. 이란 사람 중 도시 밖에서 가축을 기르고 농업으로 살아온 이들은 자본주의 시스템과 상관없이 살아온 사람들이다. 현지 지인들에 따르면 더 큰 문제는 내부 분열이라고 한다. 전쟁이 끝나면 차기 지도자 자리를 둔 권력 다툼이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이란 전쟁의 바람직한 해결 방안은 무엇이라고 보나.

    신_ 3단계다. 분쟁을 종식하고, 호르무즈해협 항행의 자유를 확보하고, 이란 핵문제를 푼다. 이란은 단계적으로 하자고 하고, 미국은 핵문제 해결이 맨 뒤에 있으면 이란이 비핵화하지 않을 것이라 의심하기 때문에 동시에 합의하자고 하고 있다. 결국 1994년 북·미 제네바 합의처럼 ‘합의된 틀(Agreed Framework)’을 먼저 만들고 단계적으로 풀어가는 봉합 형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자강, 에너지 다변화, 중동 진출…한국의 길

    중국이 미국과 이란 전쟁을 중재할 가능성은 없나.

    신_ 중국도 (이란에) 강력한 영향력을 갖고 있지 않다. 이란은 강대국 의식을 갖고 있는 나라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나라가 권고한다고 해서 쉽게 따르는 나라가 아니다.

    알파고_ 중국은 이란이 부탁하면 원하는 무기를 몰래 갖다주고 돈도 지원해 주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이란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전쟁 이후 중동의 다른 국가들 행보도 주목되는데.

    알파고_ 아랍에미리트(UAE)가 그동안 금융과 관광에 집중해 왔는데, 이번 이란 전쟁으로 인프라에 큰 타격을 입었다. 앞으로 어떤 안보 정책을 펼지, 어떤 경제적 활로를 찾을지 궁금하다.

    이번 이란 전쟁이 한반도 안보와 경제에 주는 교훈은 무엇일까.

    신_ 첫째, 미국의 중동 개입 능력이 예전 같지 않음을 확인했다. 우리 스스로의 국방력을 강화하는 ‘자강’ 노력이 시급하다. 둘째, 경제 안보 차원에서 ‘에너지 다변화’는 생존 문제와 직결된다는 점이다. 셋째, 안보와 경제를 분리하는 ‘안미경중(안보는 미국, 경제는 중국)’이 더는 불가능하다. 미국 시장 진출과 첨단기술 동맹은 우리 기업의 생존권과 직결된다. 이란 전쟁 이후의 ‘중동 재건 사업’과 방산 수출을 내다봐야 한다.

    한미동맹 방향이나 우리의 대응 전략에 변화는 없을까. 

    신_ 이제는 안보뿐만 아니라 경제적 생존을 위해서도 미국 시장과 동맹 관리가 필수적이다. 미 국방부는 한국을 ‘모범 동맹’으로 평가하고 있다. 우리는 미국과 군사동맹을 강화하면서도, 국제질서 회복을 위해 다른 국가들과 유대를 강화하는 ‘복합적 회색지대 전략’을 펼쳐야 한다.

    이란 전쟁이 미국에 남긴 것은 무엇일까. 

    신_ 손자병법에 전쟁을 안 하고 이기는 것이 상책이라 했으나, 미-이란 양측 모두 피해가 막심하다. 미국은 압도적 군사력을 보여줬지만, 수십조 원의 군비 지출과 국제 리더십 타격이라는 외교적 손실을 입었다.

    알파고_ 트럼프 대통령 개인의 정치 측면에서는 득이 된 부분도 있다. 평소 NATO 무용론을 주장해 왔는데, 이번 전쟁에서 유럽 국가들이 소극적 태도를 보이자 ‘봐라, 내 말이 맞지 않으냐’며 자신의 안보 정책 공약을 정당화하는 계기로 삼았다.

    이란 전쟁으로 중동 국가들이 한국을 바라보는 시선도 달라졌을까. 

    알파고_ 한국은 중동에 ‘매우 특별한 대안’이다. 중동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잘나가는 것을 두고 미국과 한국 관계가 좋다고 본다. 따라서 미국 무기를 직접 사기 부담스러운 중동 국가들은 (미국과 관계가 좋은) 한국을 훌륭한 대체 국가로 인식하게 됐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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