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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재’는 위기 인텔 몰락은 기회

무너지는 인텔 제국, 반도체 합종연횡 불붙었다

  •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wonick@themiilk.com

삼성전자, ‘이재용 부재’는 위기 인텔 몰락은 기회

  • ● 팻 겔싱어 CEO 발언 후 주가 폭락
    ● 非메모리반도체 1강 군림하다 몰락
    ● 치명타로 작용한 애플 M1칩
    ● AMD 공세, 아마존·MS·구글의 도전
    ● 삼성전자, M&A 실기가 최대 리스크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4일 경기 평택2공장을 찾아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의 D램과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 4일 경기 평택2공장을 찾아 극자외선(EUV) 전용 라인의 D램과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삼성전자 제공]

“단순히 격차를 줄이는 것에는 관심 없습니다. 공정 기술 분야에서 의심할 여지없는 리더의 위치로 인텔(Intel)을 되돌리겠습니다.” 

2월 15일부터 인텔을 이끌게 된 팻 겔싱어(Pat Gelsinger) 신임 CEO(최고경영자)는 지난 1월 말 진행된 4분기 실적 발표 행사에서 “2023년 출시 제품 대부분은 인텔 내부에서 생산할 것”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주요 반도체 제품 생산을 외부에 위탁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텔 CTO(최고기술책임자)를 지낸 엔지니어 출신다운 발언이었다. 

IT(정보기술) 업체 CEO가 기술력을 강조하는 건 흔한 일이다. 업계나 증권시장에서는 이런 발언을 대체로 긍정적 신호로 여긴다. 겔싱어 CEO의 발언에 대한 반응은 완전히 달랐다. 인텔의 주가는 하루 동안 9.29% 폭락했고, 애널리스트들은 부정적 전망을 쏟아냈다. 

인텔의 최근 상황은 반도체업계 전반의 근본적인 변화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 이 변화는 이재용 부회장 구속이라는 악재에 직면한 삼성전자와도 밀접한 연관이 있다.

PC 시대의 절대 강자

팻 겔싱어 신임 인텔 CEO. [인텔 제공]

팻 겔싱어 신임 인텔 CEO. [인텔 제공]

반도체업계 제왕으로 군림하던 인텔이 몰락하면서 인텔 중심의 질서가 무너지고 있다. 인텔의 몰락을 이해하려면 반도체산업의 구조를 알아야 한다. 



반도체 소재, 부품, 장비를 제외한 반도체산업 핵심 영역은 ▲메모리반도체(D램, 낸드플래시) ▲비(非)메모리반도체(CPU, GPU, AP, 센서 + 파운드리) 크게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규모만 놓고 보면 비메모리반도체가 전체 시장의 약 70%를 차지해 메모리반도체보다 훨씬 크다. 메모리반도체는 ‘기억’을 담당하고, 비메모리반도체는 주로 ‘연산’을 담당한다. 해외에서는 비메모리반도체라는 용어 대신 연산을 한다는 뜻에서 ‘로직 칩(Logic Chip·논리 칩)’이란 표현을 쓴다. 비메모리 1강으로 군림해 온 업체가 바로 인텔이다. 

비메모리반도체로 묶이는 ‘파운드리(Foundry·위탁생산)’의 경우 기능이 아니라 ‘설계와 생산’이라는 사업 모델에 따라 구분한 개념이다. 대만의 TSMC 같은 생산 전문 기업이 대표적인 파운드리 업체다. 반대로 퀄컴, 엔비디아, AMD 등 반도체를 직접 생산하지 않고 설계와 판매만 하는 회사는 생산설비가 없다는 의미에서 ‘팹리스(Fabless·fabrication+less)’라고 한다. 인텔과 메모리반도체 1위 삼성전자는 설계부터 생산까지 모두 하는 ‘종합 반도체 회사(IDM·Integrated Device Manufacturer)’다. 

지금은 메모리반도체 사업을 하고 있지 않지만 인텔은 1970년대에 D램을 처음 만들어낸 업체다. 인텔은 1985년 D램 사업에서 철수했다. 대신 CPU(중앙처리장치) 사업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CPU 시장에서 점유율 90%를 장악해 PC 시대의 절대 강자로 등극했다. 반도체 역사의 시작이자 컴퓨팅 핵심 부품인 CPU 칩을 설계하고 생산하는 수직계열화를 이룬 것이다. 

인텔의 아성에 본격적으로 금이 가기 시작한 건 최근 몇 년의 일이다. 파운드리 첨단 공정에서 뒤처지며 주력 제품인 CPU 성능이 AMD에 밀리기 시작했다. 리사 수 CEO가 키를 잡은 AMD는 CPU 설계에 집중하는 대신 생산은 파운드리 전문 업체인 TSMC에 맡겼다. 분업 전략을 편 셈이다. AMD의 설계, TSMC의 첨단 공정이 각각 빠르게 발전하며 강력한 위력을 발휘했다. 

파운드리의 핵심 경쟁력은 반도체를 얼마나 빨리, 많이 생산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반도체 회로의 폭을 의미하는 ‘선폭(線幅)’이 미세할수록 칩 하나의 크기가 작아지고, 같은 크기의 웨이퍼(반도체의 원재료)에서 더 많은 반도체를 생산할 수 있다. 이에 파운드리 공정은 선폭이 좁아지는 방향으로 발전해 왔다. 

첨단 파운드리 공정은 나노미터(nm·10억분의 1m) 단위의 초미세 공정에 도달했다. 인텔의 기술력은 현재 10나노미터 공정에 머물고 있다. 이미 5나노 공정에 진입한 AMD를 뒤쫓는 모양새다. 인텔은 지난해 7월 7나노 공정으로 제작한 CPU 출시 계획을 기존 목표인 2021년 말보다 6개월 늦추기도 했다.

‘팹리스+파운드리’ 연합군에 밀리다

‘인텔의 자체 생산 계획’에 시장이 싸늘하게 반응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시장은 인텔의 기술력이 이미 뒤처진 상태이기 때문에 생산은 TSMC나 삼성전자에 적극적으로 생산을 맡기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마크 리파시스 제프리스(Jefferies) 애널리스트는 “인텔이 7나노 공정에서 TSMC보다 2년 뒤처졌다고 생각한다”며 “이를 따라잡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인텔의 위상변화는 1월 11일(현지 시간) 개막한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 2021에서도 확인됐다. AMD의 리사 수 CEO가 마이크로소프트의 CPO(Chief Product Officer)를 키노트(기조연설)에 초청했는데, 마이크로소프트는 과거 ‘윈텔(마이크로소프트 윈도+인텔 CPU)’ 동맹으로 불릴 만큼 인텔과 강력한 유대를 유지했던 업체다. AMD 키노트에 마이크로소프트가 등장했다는 건 인텔의 ‘영향력 축소’를 보여준 역사적 장면이었다. 인텔은 CES 2021에서 노트북용 CPU 신제품을 발표하면서 AMD의 최신 버전 CPU가 아닌 구버전 CPU와 보안 성능을 비교하는 장면을 연출하기도 했다. 

인텔에 치명타를 가한 건 애플이었다. 애플은 2020년 말 ‘탈(脫)인텔’을 선언하며 자체 개발한 M1 칩과 이를 탑재한 맥북을 선보였다. 노트북, 데스크톱에 인텔 CPU를 사용해 오던 애플이 자체 설계한 칩을 채용, 인텔 CPU를 대체해 버린 것이다. 

애플은 스마트폰에 자체 설계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스마트폰의 두뇌에 해당) ‘A시리즈 바이오닉 칩’을 꾸준히 탑재하며 반도체 칩 설계 역량을 키워왔다. AP는 CPU, GPU(그래픽처리장치), 모뎀칩, 이미지 프로세서 등 다양한 칩을 한데 모은 통합 칩의 일종이다. 칩의 성능보다 저전력 등 효율성에 초점을 맞춘 게 특징이다. 

스마트폰은 컴퓨터에 비해 배터리 용량이 작다. 스마트폰에서는 강력한 연산 능력이 필요한 작업을 하는 일도 적다. 이런 이유로 스마트폰에서는 전력을 많이 먹는 인텔 프로세서가 아닌 저전력의 ARM(팹리스 업체) 기반 프로세서가 대세를 이뤘다. 퀄컴의 ‘스냅드래곤’, 삼성전자의 ‘엑시노스’, 애플의 ‘A시리즈 바이오닉 칩’이 대표적인 예다. 

이번에 애플이 선보인 M1칩은 노트북용이다. 인텔 처지에는 PC 시장이라는 안방까지 새로운 도전자에게 침범당한 셈이다. 데스크톱, 노트북 등 PC용 제품은 인텔 매출의 51.8%(2020년 12월 26일 기준)를 차지하는 최대 사업 부문이다.

반도체 춘추전국시대의 도래

[IC인사이츠 제공]

[IC인사이츠 제공]

애플 M1칩은 A시리즈 칩과 마찬가지로 ARM 아키텍처 기반으로 설계됐고, TSMC의 5나노 미세공정으로 제조됐다. 앞서 언급한 대로 PC CPU 시장 경쟁자인 AMD 역시 TSMC와 손잡고 꾸준히 점유율을 높이고 있다. 종합 반도체 회사인 인텔이 ‘팹리스+파운드리’ 연합군에 밀리는 양상이다. 애플에 이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ARM 기반 자체 CPU 개발을 시도하고 있다. PC를 만들 때 인텔 CPU에 의존할 필요 없는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린 것이다. 

겔싱어 인텔 CEO가 CEO 선임 발표 직후 인텔 직원과의 담화에서 “쿠퍼티노에 있는 회사(애플을 의미)를 넘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만 봐도 인텔이 애플 M1칩을 얼마나 위협적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인텔의 매출 비중 중 두 번째(33.7%)를 차지하는 서버용 CPU의 위상도 흔들리고 있다.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구글 등 클라우드 기업들이 데이터센터(서버)용으로 자체 반도체를 만들기 시작하면서 변화가 촉발됐다.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아마존과 마이크로소프트가 ‘탈인텔’을 선언했고, 구글도 2016년부터 데이터센터에 자체 개발한 AI 가속기(AI만을 위한 반도체) ‘텐서프로세서유닛(TPU)’을 개발해 적용하고 있다. 아마존은 2016년 ARM 기반 칩 제조업체인 안나푸르나랩스를 인수해 자체 개발한 CPU를 선보였다. 

서버용 CPU 시장점유율 95%를 차지한 인텔이 흔들리면서 반도체 춘추전국 시대가 시작됐다. 권기태 반도체 엔지니어는 “과거에는 반도체 전문 기업의 기술과 자본력을 따라갈 수 없었지만, 이제는 기술이 보편화됐고, 초대형 클라우드 업체들의 사업 규모도 천문학적으로 커졌다”며 “자체 설계로 자사 제품에만 사용되는 반도체를 만들어 경쟁사들이 쉽게 따라 할 수 없는 경쟁력을 갖추는 회사가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인수·합병도 활발하다. 퀄컴은 최근 데이터센터용 CPU 설계(팹리스) 업체 ‘누비아(Nuvia)’를 140억 달러(약 1조5000억 원)에 인수했다. AMD 역시 2020년 프로그래머블 반도체(비메모리 반도체의 일종) 업계 1위 기업 자일링스(Xilinx)를 인수하며 존재감을 키웠다. GPU 시장 1위인 엔비디아(Nvidia)도 위협적이다. PC용 GPU, AI 가속기, 서버용 GPU 시장에서 독보적인 플레이어로 부상한 데 이어 2020년 팹리스 업체 ARM을 인수, 꾸준히 몸집을 불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향후 반도체업계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메모리반도체 기업 ▲인텔, AMD, 퀄컴, 엔비디아가 주도하는 반도체 전문 기업 ▲아마존, 구글, 애플이 주도하는 클라우드 컴퓨팅(자체 서버용 칩) 기업 ▲TSMC, 삼성전자 중심의 미세공정 위탁생산(파운드리) 기업으로 나뉘어 계속 발전할 것으로 전망했다. 

삼성전자에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모양새다.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로 투자 결정이 늦어져 과감한 M&A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리스크다. 엔비디아, AMD, 애플 등 다른 반도체 업체들은 빠르고 과감하게 움직이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특히 AMD가 인텔을 위협할 정도로 부상한 데엔 강한 리더십을 가진 리사 수 CEO의 역할이 컸다. 

인텔의 몰락으로 생긴 빈 공간을 삼성전자가 채울 수 있다는 점은 기회 요인이다. 파운드리 부문의 경우 공정이 뒤처진 인텔이 물량을 맡길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 반도체 전문 매체 세미어큐레이트(SemiAccurate)는 삼성전자가 인텔과 GPU 칩셋 위탁생산 계약을 체결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김선우 메리츠증권 애널리스트는 “보도가 사실이라면 인텔이 공급사를 TSMC와 삼성전자 두 곳으로 정하는 듀얼 벤더 활용 방안이 주는 장점에 주목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스마트폰의 두뇌 노리나

삼성전자는 AP 부문에서도 기회를 노리고 있다. 지난 1월 ARM 기반 AP 신제품인 ‘엑시노스 2100’을 공개하며 “다음 주력 플래그십 제품에서 AMD의 차세대 GPU를 탑재할 것”이라고 밝혔다. 모바일 AP 시장 선두인 퀄컴과 어떻게 경쟁을 펼쳐나갈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2020년 기준 반도체 매출 1위는 여전히 인텔이다. 삼성전자가 2위, TSMC가 3위, SK하이닉스가 4위, 마이크론이 5위였다. AP를 주로 만드는 퀄컴이 6위, 브로드컴이 7위를 기록했다. 엔비디아는 2019년보다 두 계단 오른 8위, 애플과 AMD는 2019년보다 각각 두 계단, 3계단 오른 13위, 15위였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박원익 더밀크코리아 부대표 wonick@themiil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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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이재용 부재’는 위기 인텔 몰락은 기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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