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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동기 변호사의 골프생각

골퍼와 골프볼은 운명공동체

-나바타니(Navatanee) 라운딩 4

  • 소동기 변호사, 법무법인 보나 대표 sodongki@bonalaw.com / 일러스트·김영민

골퍼와 골프볼은 운명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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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퍼와 골프볼은 운명공동체

태극기를 그려 넣은 골프볼을 사용해 화제가 된 장정이 볼을 들어 보이고 있다.(위) 골프볼은 그게 그거? 무슨 말씀!(아래)

1971년 보스턴의 한 고급 아파트에서 미세스 브라이엄이라는 노부인이 사망했는데, 그의 유품에서 여러 권의 일기장이 나왔다. 그는 코번 허스켈의 딸로 밝혀졌다. 일기에는 그의 아버지가 고무줄 감은 골프볼을 발명한 경위가 상세히 기록돼 있다.

1897년 봄 허스켈은 버트램 워크라는 남자를 우연히 만났다. 워크는 B. F. 굿리치 고무회사의 공원으로 출발해 사장에 오른 노력가였다. 어느 날 워크 사장이 허스켈에게 물었다.

“골프가 그렇게 재미있나요?”

“재미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무튼 온종일 골프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뭔가 골프에 관련된 비즈니스를 생각해보시죠. 이를테면 보다 멀리 날아가는 볼을 만든다든가.”



마침 워크 사장의 책상에는 새로 만든 고무줄이 놓여 있었다. 허스켈은 그 고무줄을 보고 있다가 말문을 열었다.

“고급 고무로 골프볼을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압축한 고무로 공을 만들면 비거리가 훨씬 늘어날 것 같은데요.”

“저는 고무 전문가입니다. 고무와 물은 압축할 수 없습니다.”

워크의 공장을 드나들며 고무의 특성에 대해 배우던 어느날, 허스켈은 생고무로 가늘고 곧은 고무줄 수십 피트를 만들어보자고 했다.

“고무줄을 늘어뜨려서 감아봅시다. 고무가 늘어난 상태라면 꽤 단단하게 감을 수 있지 않을까요?”

두 사람은 공장으로 달려가 실험을 시작했다. 적당한 크기가 됐을 때 바닥에 튕기자 고무볼은 방안을 마구 튀며 돌아다녔다. 놀라운 광경이었다. 그런데 이것을 무엇으로 포장할 것인가. 워크 사장이 구티를 용해해 표면에 발랐지만 고무줄을 감은 쪽에 가시가 있어서 지면에 떨어뜨려보니 반동이 불규칙적이었다. 그래서 구심에 구티로 조그만 알맹이를 만들어 넣고 그 위에 고무줄을 감은 다음 구타페르카로 코팅했다. 그런 뒤 그 위에 하얀 페인트칠을 여러 차례 반복하면서 볼을 완성하기까지 나흘이 흘렀다. 결과가 만족스럽자 두 사람은 약속이나 한 듯 소리쳤다.

“조 미첼을 부릅시다!”

조 미첼은 ‘배달부’로 불리던 프로. 그는 갑자기 불려 나온 것에 의아해하면서 아크론 골프클럽 1번티에 모습을 드러냈다.

“조, 아무것도 묻지 말고 이 볼을 한번 쳐보지 않겠소?”

고개를 갸우뚱하던 조가 드라이버로 볼을 쳤다. 1번티 저 멀리에는 커다란 벙커가 있었는데 지금껏 어느 누구도 그곳으로 볼을 넘기지 못했다. 그런데 조가 친 볼은 콩알만한 크기로 멀어지더니 벙커를 캐리로 50야드나 오버했다. 세 사람은 잠시 멍청한 표정으로 입을 다물지 못했다. 마침내 조가 신음하듯 내뱉었다.

“내가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건 아니죠?”

허스켈과 워크는 환성을 지르며 서로를 껴안았다. 그러고는 티잉그라운드로 올라오면서 덩실덩실 춤을 췄다. 1894년 4월11일, 허스켈의 발명은 특허번호 622.834번으로 등재됐다.

구타페르카의 참패

1914년 5월16일자 ‘데일리 메일’에는 당대 최고의 영웅들인 존 헨리 테일러, 제임스 블레이드, 해리 바든, 그리고 이제 막 인기를 얻기 시작한 21세 검투사 조지 던컨의 얼굴사진이 호화롭게 실렸다. 그 위에는 다음과 같은 돌출기사가 시선을 끌었다.

‘골퍼라면 반드시 관람하세요! 4대 강호가 등장, 마침내 두 개의 골프 역사가 격돌하는 장면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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