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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 총재 별세 이후 통일교

“세상은 나에게 돌을 던졌다”

동서양 넘나든 종교 창시자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세상은 나에게 돌을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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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선명-김일성의 닮은꼴 리더십

국가, 종교 영역에서 유일체제 구축


“세상은 나에게 돌을 던졌다”

1991년 북한을 방문해 김일성과 포옹하고 있는 문선명 총재.

“형님!”

1991년 12월 문선명 총재는 김일성(1912~1994)을 처음 만났을 때 우렁찬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문 총재가 만수당의사당에서 “하나님을 부정하는 공산주의는 멸망할 수밖에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는 일화도 전해진다.

통일교는 이후 대북 투자에 나섰다. 평화자동차, 보통강호텔, 세계평화센터를 북한에서 운영하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9월 5일 조전을 보내 조의를 표했을 만큼 북한과 통일교의 인연은 각별하다.



9월 7일 방북한 문형진 통일교 세계회장은 평양 세계평화센터에 차려진 문 총재 분향소에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을 대신해 조문을 온 장성택 국방위원회 부위원장으로부터 조의문을 전달받았다. 북한은 문 회장에게 문 총재 부인 한학자 여사를 평양으로 초청하고 싶다고 말했다. 통일교 관계자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문 총재를 초청한 적도 있다”고 밝혔다. 문 총재는 “내가 지 아버지하고 친구지, 지하고 친구인가. 그 녀석보고 오라 그래”라고 말했다고 한다.

성장 배경도 비슷

북한은 국제연합(UN)에 가입한 국가인 반면 통일교는 종교다. 그런데 두 조직은 놀라울 만큼 닮았다. 북한은 김일성을 ‘어버이’로 부르는 대(大)가정을 형성했다. 현재 북한의 국가체제는 김정은을 중심으로 한 거대한 유일체제를 지향한다. 통일교는 종교의 영역에서 유일체제를 구축했다.

김일성과 문 총재는 성장 배경부터 비슷하다.

김일성은 1912년 평남 대동군의 기독교 집안에서 태어났다. 김일성의 아버지 김형직은 미션스쿨인 숭실학교를 졸업하고, 기독교 계통의 명신학교에서 교사로 일했다. 북한에서 ‘조선의 어머니’로 칭송받는 김일성의 생모 강반석은 장로로서 창덕학교 교장이던 강돈욱의 둘째딸로 죽을 때까지 기독교 신자였다. 반석(盤石)이라는 이름은 성경의 베드로를 가리킨다. 김일성은 1989년 문익환 목사를 만났을 때 “삼일예배날(수요일) 어머니와 함께 예배당에 갔다”고 말했다.

문 총재는 1920년 평북 정주시의 기독교 가정에서 태어났다. 문 총재는 종조부인 문윤국 목사에게 가르침과 영향을 받았다. 문 목사는 3·1운동에 참여했으며 이승훈 선생과 오산학교 설립을 주도했다. ‘세계일보’에 따르면 문 총재는 열다섯 살이던 1935년 4월 17일 부활절 새벽 묘두산에서 기도하던 중 평양으로 가라는 계시를 받았다.(1995년 8월 26일자) 문 총재가 거처를 옮겼을 때 평양은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릴 만큼 기독교 교세가 강한 곳이었다.

북한에서 김일성은 ‘민족의 태양’이라고 불린다. 군국주의 일본의 덴노제에서 일왕은 일본의 건국신(神)인 아마테라스신(天照大神)의 재현이다. 일제도 일왕을 우상화할 때 욱일승천하는 태양의 이미지를 사용했다. 군국주의 일본의 덴노는 사람으로 태어난 하느님이었다. 일제는 일왕의 생일을 천장절(天長節)이라고 불렀다. 김일성의 생일은 북한에서 태양절(太陽節)로 불린다. 북한의 김일성 우상화는 현인신(現人神)을 숭배하던 군국주의 일본의 그것과 비슷한 부분이 적지 않다.

개신교계는 1950년대 문 총재에 대한 우상화와 현세주의를 문제 삼아 통일교를 이단으로 규정했다.

어버이 vs 참부모

북한에서 수령은 어버이면서 대가정의 가부장(家父長)이다. 김일성 가족은 경배하는 조상의 지위에 올랐으며 국가 제사의 대상으로 격상됐다. 북한의 부자세습은 가부장적 전통을 기반으로 한다. 북한의 국가체제는 수령을 뇌수로 하는 하나의 사회정치적 생명체를 지향한다.

문 총재는 통일교 그 자체다. 통일교는 참부모를 정점으로 한 대(大)가정을 표방했다. 한때는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이라는 명칭을 사용하기도 했다. 국제합동축복결혼식은 참생명의 씨, 참혈통의 씨를 접붙여 큰 축복을 전해주는 부활의 예식으로 간주된다. 초국가적 혈연관계를 맺음으로써 하나님을 중심으로 한 ‘천주적 대가정주의’를 형성한다는 것이다.

통일교에선 교인을 ‘식구’라고 부른다. 문 총재를 가리키는 ‘참부모님’란 단어는 모성과 부성을 아우른다. 부인 한학자 여사와 구분할 때만 문 총재를 참아버님으로 부른다. 통일교 집회는 참부모님 사진을 바라보면서 큰절을 올리는 것으로 시작된다.

북한에서 쓰는 어버이란 단어 역시 부성과 모성이 결합돼 있다. 수령은 특별하게 성(性)을 구분할 때를 제외하곤 ‘아버지’(김일성 아버지)가 아닌 ‘어버이'(어버이 수령)로 불린다. 이를 두고 동아시아 샤머니즘의 영향을 받았다는 분석이 있다.

북한에서 ‘조선의 어머니’는 김일성 민족의 어머니다. 북한이 어머니로서 여성의 이미지, 즉 정숙한 여성을 숭상하는 것은 유교적 전통과 관계가 있다. 북한은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가족을 보듬는 유교적 여성의 이미지를 강조한다.

인간도 개조가 가능하다면서 이뤄지는 북한의 자아비판은 종교행위를 연상케 한다는 평가를 듣는다. 북한에서 실시되는 자아비판의 형식과 구조는 복음주의 기독교의 간증을 닮았다. 통일교는 기독교를 바탕으로 창시된 종교다.

통일교의 ‘참어머니’는 북한의 ‘조선의 어머니’와 비슷하다. 통일교에 따르면 참어머니는 성신(聖神)이면서 후(後)해와다. 통일교에서 참어머니는 문 총재의 부인인 한학자 여사다.

통일교도 정숙한 여성, 즉 순결을 강조한다. 선문대에 순결가정문화학과를 개설했으며, ‘세계일보’는 ‘순결과 참가정’이라는 제목의 섹션을 내기도 했다.

통일교는 기독교에 뿌리를 뒀는데도 주류 기독교단과는 달리 효(孝)를 강조하는 유교 전통과 한국식 샤머니즘이 스며들어 있다. 조상의 원통함을 풀어주는 조상해원식, 조상축복식이 대표적이다. 천주교도 제사를 용인하지만 통일교는 조상의 해원과 축복을 적극적으로 강조한다. 기독교에 한국적 요소가 가미돼 세계로 퍼진 셈이다. 북한에서는 마르크스레닌주의에 한국적 요소가 섞여 주체사상이 만들어졌다.

박후건 경남대 교수(경제학)는 “유일체제 리더십에서 리더의 역할은 유일체제 리더십이 원활하게 작동할 수 있도록 먼저 조직을 장악하고, 다음 조직을 강화시키며, 그리고 조직이 재생산되게끔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박후건 저 ‘유일체제 리더십’에서 인용)

김일성은 ‘조직 장악’ ‘조직 강화’ ‘조직 재생산’에서 모두 성공했다. 김정일이 김정은을 통해 조직 재생산에 성공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통일교는 현재 조직 재생산 과정에 있다.

박 교수는 조직 장악, 조직 강화를 통해 유일체제를 만들고 ‘조직 재생산’에도 성공한 경제계 인물로 잭 웰치 전 GE 회장을 꼽았다. 삼성그룹도 이건희 회장을 중심으로 한 유일체제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게 박 교수의 분석이다.


신동아 2012년 10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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