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통통한 살집에서 감칠맛이 듬뿍, 섬진강 벚굴 [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통통한 살집에서 감칠맛이 듬뿍, 섬진강 벚굴 [김민경 ‘맛 이야기’]

봄철 섬진강에서 나는 벚굴. 큼직하고 향긋한 맛이 별미다. [경남도청 제공]

봄철 섬진강에서 나는 벚굴. 큼직하고 향긋한 맛이 별미다. [경남도청 제공]

며칠 전부터 시어머니와 친정엄마에게 비슷한 메시지를 연이어 받고 있다. 서둘러 핀 봄꽃 사진이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여행을 못 가서인지 꽃을 보자 마음이 종잡을 수 없이 들뜬다. 지금 가장 가고 싶은 곳, 보고 싶은 곳은 섬진강이다. 지금쯤 산수유가 샛노랗게 일렁이고, 구름 같은 매화도 나무에 가득 걸렸을 테다. 그 풍경이 눈에 삼삼하다. 온통 예쁜 강을 따라 하루 종일 거닐어도 좋은 곳, 그곳에는 이름도 고운 벚굴이 있다.


묵은지에 푹 싸서 삶은 고기 먹듯 한 입에

벚굴에 향이 세지 않은 식초나 레몬즙, 오렌지 등의 과즙을 곁들이면 풍미가 더해진다. [GettyImage]

벚굴에 향이 세지 않은 식초나 레몬즙, 오렌지 등의 과즙을 곁들이면 풍미가 더해진다. [GettyImage]

벚굴은 강에서 나는 굴이다. 민물과 바닷물이 교차하는 곳에 서식한다. 양식하지 않으며, 수심 10m 정도의 깊은 강 속 바위에 붙어 자연적으로 큰다. 3~4년쯤 자라 큼직해지고 통통하게 살이 오른 벚굴은 봄에 부지런히 캐어 먹는다. 산란기인 5월에 접어들면 벚굴 채취도 끝난다. 이맘 때가 되면 웬만한 벚굴은 사람 손바닥만큼 크다. 이 커다란 굴이 물속 바위에 붙어 입을 벌리면 하얀 속살이 보이는데, 그 모습이 마치 바위에 흰 꽃이 붙어 있는 것 같단다. 

벚굴을 처음 보는 사람은 하나같이 크기에 놀란다. 담뱃갑이나 카드 지갑 같은 것을 옆에 놓고 사진 찍느라 바쁘다. 섬진강에는 손바닥 크기 벚굴이 흔하고 두 손바닥을 가득 채우는 것도 만날 수 있다. 

벚굴 맛은 바다 굴보다 순하다. 짠맛, 비린 맛, 단맛이 줄어드는 대신 구수한 맛이 그 자리를 메운다. 워낙 커서 생으로 호로록 마시듯 먹는 건 다소 버거울 수 있다. 게다가 바다 굴처럼 자연 조미가 돼 있지 않아 좀 맹맹하게 느껴질 수 있다. 


벚굴은 푹 익히지 말고 살짝 쪄서 말랑한 맛이 살아 있는 상태로 먹는 게 맛있다. [GettyImage]

벚굴은 푹 익히지 말고 살짝 쪄서 말랑한 맛이 살아 있는 상태로 먹는 게 맛있다. [GettyImage]

벚굴은 굽거나 쪘을 때 맛있다. 통통한 살집에서 감칠맛은 물론이며 구수한 향까지 진하게 배어난다. 보들보들 말랑하게 익은 굴 살을 한입 가득 채워 먹는 맛은 정말 진미다. 초장에 찍어 먹어도 좋지만, 구수한 풍미를 제대로 즐기려면 소금이나 연한 간장을 곁들이자. 고추냉이나 겨자, 머스터드처럼 알싸한 맛과 향을 가진 재료와도 잘 어울린다. 



벚굴을 구워 파는 식당에 가면 묵은지를 함께 내주는 곳이 많다. 잘 익은 벚굴을 묵은지로 말아 삶은 고기 먹듯 한입에 넣고 우적우적 씹는다. 새콤하고 아삭아삭한 묵은지가 둥글둥글 구수한 굴맛에 산뜻하고 짭짤하게 양념을 치는 격이다. 씹는 재미가 좋고, 먹는 맛도 좋아 한입 두입 말아 먹기 바빠진다.

향기롭고 든든한 한끼

벚굴로 전을 부치거나 튀김을 만들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벚굴로 전을 부치거나 튀김을 만들면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벚굴은 섬진강에 흩날리는 벚꽃 이파리를 맞으며 구워 먹어야 제맛이다. 이맘때는 인터넷에서도 쉽게 구해 맛볼 수 있다. 생생한 벚굴이 집에 도착하면 작은 것으로 몇 개 골라 날 것 그대로 맛본다. 그 다음에는 알만 바른 벚굴을 잘게 썬 양파와 함께 식초나 레몬즙에 살짝 절인다. 이때 식초는 향이 세지 않은 게 좋다. 이때 양파 외에 오이나 고추 등을 잘게 썰어 넣거나, 오렌지 귤 등의 과즙을 살짝 곁들여도 맛있다. 굴을 식초와 채소에 버무려 10~15분 정도 뒤에 바로 먹으면 된다. 이러면 생굴 같지 않은 산뜻함에 살짝 탄력이 더해진 살집 맛이 한결 좋아진다. 

벚굴로 전을 부쳐도 고소하고, 무나 콩나물을 넣고 밥을 지어 먹어도 좋다. 튀김을 하면 당연히 맛있고, 매운 고추와 피망 등을 넣고 기름에 달달 볶아도 맛나다. 봄동이나 미나리와 함께 겉절이 양념에 쓱쓱 버무리면 상큼하고, 애호박이랑 함께 국을 끓이면 달고 시원하다. 마른 표고버섯 불려서 함께 죽을 끓이면 향기롭고 든든한 한 끼가 된다. 

뭐니 뭐니 해도 벚굴 먹는 맛 중 제일은 역시 찜이다. 손바닥만한 굴은 껍데기 채로 찌면 15분 내외로 속이 모두 익는다. 너무 푹 익히는 것보다는 살짝 덜 익어 말랑한 맛이 살아 있는 게 낫다. 찐 굴은 하나씩 꺼내 관자 쪽(입이 벌어지는 반대편)으로 칼을 넣으면 껍데기가 쉽게 열린다. 하나를 까면 몇 입을 베어 먹을 수 있으니 곁들이는 양념을 다양하게, 묵은지도 넉넉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신동아 2021년 3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목록 닫기

통통한 살집에서 감칠맛이 듬뿍, 섬진강 벚굴 [김민경 ‘맛 이야기’]

댓글 창 닫기

2021/05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