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韓美日 공조 끈 놓으면, 日만 핵무장

美 비확산 전략 바뀔 때 대비해 核잠재력 키워야

  • 김기호 강서대 교수·前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입력2023-02-0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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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 日과 동북아 안보 부담 나누려 해

    • 日 외엔 對中 견제 대안 없어

    • 양국 협력 강화되면 日 핵무장 가능성

    • 韓도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능력 갖춰야

    북한이 2022년 12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쏘아 올린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동아DB]

    북한이 2022년 12월 18일 평안북도 철산군 동창리에서 쏘아 올린 준중거리탄도미사일. [동아DB]

    미국은 ‘세계경찰’이라는 타이틀을 내려놓고 있다. 반세기 넘게 지속된 세계경찰 활동과 30년간의 세계화(Globalization) 견인 및 테러와의 전쟁 등으로 지쳤다. 경찰 역할에 드는 공력을 국가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것이 최근 미국의 전략이다. 그렇다고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어렵게 잡은 세계 패권을 포기할 수는 없다. 미국은 동맹 및 파트너 국가와 세계 안보 수호 부담을 나누려고 하고 있다. 이를 ‘역외 균형(Offshore Balancing)’ 전략이라고 한다.

    조 바이든 정부의 전략문서인 ‘2022년 안보전략서’에서 미국은 중국을 최대의 전략적 도전으로 규정했다. 미국의 대(對)중국 견제의 주력으로 떠오른 우방은 일본이다. 그간 평화헌법을 통해 ‘강요된 평화’의 길을 걷던 일본에 재무장의 빌미가 생긴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내각은 기다렸다는 듯 안보전략 문서를 개정했다. 일본은 적국 공격에 대한 방어만 가능했지만 개정 이후에는 ‘반격 능력’이라는 명칭으로 적 기지를 선제공격할 수 있게 됐다.

    재무장을 위해 일본 정부는 2027년까지 연간 방위예산을 국내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늘리겠다고 밝혔다. GDP의 2%는 11조 엔(약 106조 원)으로, GDP의 0.97% 수준인 지난해 방위비(5조3687억 엔)의 두 배 이상이다. 이렇게 되면 현재 세계 9위인 일본의 국방예산 규모는 4년 뒤 세계 3위로 상승한다. 한국의 2023년 국방예산 편성액은 약 57조 원이다.

    세계 3위로 급상승하는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바라보는 한국의 시각은 불안하고 불편하기만 하다. 일본의 북한에 대한 반격 능력으로 인해 촉발될 전쟁에도 대비해야 할 상황이다.

    北·中 군사적 위협에 日 반격 능력 키우기로

    일본 정부는 북한과 중국의 미사일 능력이 향상되자 기존 탄도미사일 방어체계로는 대응이 어렵다는 확신이 섰다. 북한은 지난해 하루가 멀다 하고 준중거리탄도미사일을 시험발사했다. 일본 열도까지 닿는 미사일이니, 시험발사 때마다 일본의 불안은 커졌다. 북한의 미사일은 궤도를 예측하기 어렵고, 철도를 이용해 발사하는 등 발사 장소를 특정하기도 어렵다. 최근에는 동시 발사에 의한 포화 공격, 높은 궤도로 미사일을 발사해 급속도로 낙하시키는 로프티드 궤도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중국도 미사일 방어를 뚫기 위한 다양한 모델의 극초음속 활공병기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2019년 건국 70주년 군사 퍼레이드에서 극초음속 활공 미사일 DF-17이 등장했다.



    2020년 9월 11일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요격 능력을 향상하는 것만으로 탄도미사일 위협에 대응할 수 없다”며 “일본의 탄도미사일 대응 체계는 타격력을 더해 더욱 종합적인 대응 체계를 갖춰야 한다”고 밝혔다. 아베 전 총리의 노선을 계승한 기시다 후미오 총리는 지난해 12월 16일 “적 미사일 기지 등에 대한 공격 능력을 의미하는 ‘반격 능력’을 보유하고 장거리미사일 전력을 향상한다”는 내용을 담아 안보 관련 3대 문서(국가안전보장전략, 국가방위전략, 방위력정비계획)를 개정했다. 국가안전보장전략은 외교·안보 정책의 근본 방향을 담은 지침서다. 2013년 아베 정권에서 책정됐으며 개정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위 조처로서의 반격 능력

    일본 정부는 국가안전보장전략을 통해 “우리는 전후 가장 엄격하고 복잡한 안보 환경에 직면해 있다”며 “방위력의 근본적 강화로 국익과 평화, 안전을 지켜나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침략을 억제하는 데 열쇠가 되는 것은 반격 능력”이라며 “필요할 때 최소한의 자위 조처로서 상대 영역에 반격하는 능력을 보유한다”고 명시했다.

    ‘반격 능력’에 대해서는 “유효한 반격을 가능하게 하고 적의 사정권 밖에서 공격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헌법과 국제법 범위 내 전수방위(공격을 받을 경우에만 최소한의 자위력 행사 가능)의 사고방식을 변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선제공격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일본이 구입하겠다고 밝힌 미국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AP뉴시스]

    일본이 구입하겠다고 밝힌 미국 BGM-109 토마호크 순항미사일. [AP뉴시스]

    이를 위해 일본 정부는 올해부터 향후 5년간 5조 엔(약 48조 원)을 들여 미국 토마호크 미사일 구입, 일본산 12식지대함유도탄 개량, 극초음속 미사일 개발 등 원거리 타격 능력 강화에 나설 예정이다. 일본 정부는 “반격 능력 행사는 미국과 조정한다”는 내용을 개정 안보 문서에 담을 방침인데 이 내용을 1월 13일 바이든-기시다 정상회담을 통해 가이드라인에 반영했다.

    일본 정부가 적 기지 공격을 반격인 경우로 한정하더라도 공격용 무기들을 도입하면 자위대가 선제공격 또는 자위적 선제공격이 가능해지는 상황이 도래할 수 있다. 자위대의 역할이 적 기지를 공격하는 창 구실로까지 확대되면서 자위대와 주일미군 간의 밀착 및 일체화 경향이 강화될 것이다. 북한과 중국도 지역 분쟁에 대비해 군비 확충에 돌입할 가능성이 크다.

    동북아에선 中이 美보다 핵전력 앞서

    일본의 적 기지 반격 능력이 핵 공격 능력으로 발전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중거리핵전력에서는 중국이 미국보다 우위에 있다. 미국은 과거 옛 소련과 맺은 중거리핵전력 조약(INF)에 따라 중거리미사일을 모두 폐기했다. 2019년 8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INF 탈퇴를 선언해 미국의 중거리미사일 보유가 가능해지긴 했다. 하지만 중거리미사일 역량은 여전히 부족하다. 중국은 중거리탄도미사일(IRBM)과 준중거리탄도미사일(MRBM)을 총 278기 보유하고 있다. 미국은 이 같은 열세를 만회하기 위해 일본의 핵무기 개발을 용인할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 무기용 핵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기술을 갖추고 있다. 1968년 체결해 1988년 개정된 미일 원자력협정을 통해 자국 내에 재처리 시설, 전환 시설 등을 두고 플루토늄을 보관할 수 있는 포괄적 사전 동의를 얻은 상태다.

    일본은 6개월에서 1년 이내에 핵무기를 개발할 수 있는 핵잠재력도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20년 기준 일본은 국내외에 총 46t의 플루토늄을 보유하고 있다. 약 600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양이다. 만일 일본이 핵무장에 나서면 수년 안에 중국의 핵능력을 능가하게 될 것이다.

    이 같은 전망은 최근 미국의 행보를 보면 더욱 설득력을 얻는다. 미국은 영국과 호주를 엮어 2021년 9월 AUKUS(미국·영국·호주) 안보동맹을 체결했다. 미국과 영국은 호주의 핵추진잠수함 개발도 지원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주는 2040년까지 8척의 핵추진잠수함을 건조하게 된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의 일환인 AUKUS나 쿼드(미국·일본·호주·인도)는 일본과 호주의 핵무장력을 강화시키려는 사전 작업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이 해석대로라면 아시아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탄생도 억측이 아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열린 미국-호주 2+2(외교·국방) 회담에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일본과 군사협력을 강화하고 이를 호주 내 미군 준비 태세 계획과 통합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일본에 대해서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활동을 허용하면서 한국에는 차별적으로 허용하지 않은 점이 향후 한국 안보에 치명적 악영향을 줄 수 있다. 1974년 발효해 2015년 개정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산 우라늄을 20% 미만으로만 농축할 수 있으며 군사 목적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

    미국이 계속해 핵확산 반대 정책을 고수한다면 동북아의 군사적 패권은 중거리탄도미사일 전력에서 절대 우세인 중국 쪽으로 기울 가능성이 높다. 이를 막기 위해 미국이 핵전략을 바꿀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원전의 중수로형 원자로. 이곳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동아DB]

    경북 경주시에 위치한 월성원전의 중수로형 원자로. 이곳의 폐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플루토늄을 얻을 수 있다. [동아DB]

    日과 공조해야 韓도 핵잠재력 갖춘다

    북한과 중국의 핵무력에 속수무책인 상황에서 일본까지 핵무장에 성공한다면 한국은 이들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한국은 워싱턴과 도쿄를 잘 설득해 일본 수준의 핵잠재력을 갖추는 것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이를 위해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요구된다. 한일 간 군사적 이해관계의 간극을 좁혀야 한반도 전쟁의 위기를 막을 수 있다. 동시에 미국의 핵전략이 바뀔 때를 대비해 핵잠재력을 키워야 한다. 월성원전의 원자로들에서 그동안 추출해 쌓아놓은 폐연료봉만 재처리해도 플루토늄 26t을 얻을 수 있다. 핵무기 4330개를 만들 수 있는 분량이다. 2015년 5월 미국과학자연맹이 발표한 ‘퍼거슨 보고서’는 한국이 자체 기술만으로 5년 안에 핵무장이 가능하다고 평가했다.


    김기호
    ● 예비역 육군 대령
    ● 국제정치학 박사, 現 강서대 교수(국제관계학)
    ● 前 국방대 안보대학원 군사전략과 교수, 前 경기대 정치전문대학원 교수
    ● 前 한미연합사 작전계획과장, 前 합참 군사전략과 전략기획장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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