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공간이 곧 미디어, 만년 꼴찌 옥외광고의 반란

  • 오창근 스페이스애드 CEO

    입력2023-02-1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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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광고매체 폭증… 트위터·메타 고전

    • 애플·구글 개인정보 보호로 온라인 광고효과↓

    • 광고 시장서 각광받는 DOOH

    서울 서초구 에이플러스 에셋타워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사이니지. 미술 작품을 화면에 띄워놓는 등 DOOH는 장식 효과도 낼 수 있다. [스페이스애드]

    서울 서초구 에이플러스 에셋타워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사이니지. 미술 작품을 화면에 띄워놓는 등 DOOH는 장식 효과도 낼 수 있다. [스페이스애드]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실패일까. 지난해 10월 27일 그가 인수한 이후 트위터의 기존 대형 광고주 100곳 가운데 3분의 1 이상이 광고를 중단했다. 광고를 중단한 곳은 제과업체 마스, 제약회사 머크, 식품회사 켈로그, 통신사 버라이즌 등이다. 트위터는 지난해 매출의 90%가량이 광고에서 나왔을 만큼 이 사업 의존도가 높다.

    광고매출 감소는 트위터만의 문제는 아니다. 코로나19 유행이 잦아들자 폭발적이던 온라인 광고 시장의 거품도 꺼지고 있다. 유튜브의 지난해 3분기 광고매출액은 70억7000만 달러. 전년 동기(72억1000만 달러) 대비 2% 감소했다. 월스트리트 애널리스트들의 예측과는 정반대였다. 월가에서는 해당 분기 유튜브의 광고매출이 74억2000만 달러일 것으로 추정했다.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는 상황이 더 나쁘다. 지난해 2분기 매출(288억 달러)이 전년 동기 대비 1% 감소했다. 메타 분기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감소한 것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는 7월 27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우리는 디지털 광고 사업의 경기침체기에 진입한 것 같다”며 “이 침체기가 얼마나 오래갈지 모르지만 상황이 전년에 비해 나쁘다”고 말했다.

    구글은 광고 외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해 10월 25일 3분기 실적 발표 성명에서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감 있는 투자 및 경제 환경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며 “최근 구글이 클라우드 및 인공지능 검색 부문에서 의미 있는 개선을 이뤄냈다”고 밝혔다.

    구글·페이스북 광고 예전만 못 해

    온라인 광고 시장의 침체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압축할 수 있다. 먼저 경쟁자가 많아졌다. 구글, 페이스북, 트위터 등 비교적 오래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외에도 다양한 온라인 콘텐츠가 등장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 등 사진, 동영상 기반의 SNS 이용자가 늘었다. 광고비 집행은 크게 늘지 않았는데 채널은 늘었으니, 각 회사가 가져가는 광고비가 줄어든 것.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넷플릭스 등 OTT 서비스도 광고 시장 진입을 저울질하고 있다.



    광고효과도 떨어졌다. 온라인 광고의 장점은 해당 제품에 관심이 있는 소비자에게 노출된다는 점이다. 그동안 온라인 광고는 모바일기기나 온라인 서비스를 통해 모은 다양한 소비자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적재적소에 광고를 노출해 왔다. 그런데 이 같은 데이터를 모으기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이 쉽사리 자신의 정보를 내주지 않기 때문이다.

    애플은 2020년 6월 새로운 운영체제 iOS14를 내놓았다. iOS14는 개인정보 추적을 제한했다. SNS 서비스는 각 스마트폰에 정보 검색 내역을 추적해 광고를 내보내는 게 가능했다. iOS14는 이 기능을 켜고 끌 수 있게 해 놓았다. 운영체제 업데이트 이후 SNS에 접속하면 정보 검색 내역 추적 기능을 켤 것인지 묻는 안내문이 뜬다. 여기서 추적 기능 켜지 않음을 선택하면 그 기능이 꺼진다.

    이용할 수 있는 데이터가 줄어드니 광고효과도 크게 감소했다. 2021년 메타의 제품·마케팅 담당자이던 머드 그라함은 “광고의 효과 달성에 들어가는 비용이 늘었으며 광고효과 달성에 드는 총 소요 비용을 예상하기도 어려워졌다”고 밝혔다.

    구글의 안드로이드도 이 같은 체계를 도입할 예정이다. 지난해 2월 구글은 ‘프라이버시 샌드박스’ 도입 계획을 발표했다. 안드로이드 이용자들도 애플의 iOS14 업데이트처럼 SNS 서비스에 검색 기록을 넘기지 않을 수 있다. 구글 측은 “이외에도 개인정보 수집 여지를 줄이는 기술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세는 DOOH(Digital Out Of Home)

    서울 종로구 K트윈타워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사이니지. [스페이스애드]

    서울 종로구 K트윈타워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사이니지. [스페이스애드]

    온라인 광고효과가 떨어진 만큼 광고주들은 다른 곳으로 시각을 돌리고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가장 오래된 광고매체에서 시작됐다. 대중매체가 존재하기 전부터 있어온 옥외광고(OOH·Out Of Home) 시장이 그 주인공. 최근 OOH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 제일기획 집계에 따르면 2020년 7560억 원 수준이던 OOH 시장규모는 2021년 8161억 원으로 전년대비 7.9% 성장했다.

    OOH라고 해서 도로변 대형 전광판만을 떠올려서는 안 된다. 최근에는 건물 내부 작은 전광판을 시작으로 지하철, 택시, 버스 등 대중교통에도 광고가 실린다. 이 중 최근 가장 크게 발전하고 있는 옥외광고는 디지털 옥외광고(DOOH·Digital Out Of Home)다. 기존 간판형 옥외광고가 OOH라면 DOOH는 디지털 간판이다. 다양한 화면을 통해 상황과 장소에 따라 다른 광고를 노출할 수 있다. 제일기획은 2022년 8월 발표한 보고서에서 “세로형 전광판 등 신규 DOOH의 강세와 아파트 LCD 등 생활 접촉 매체의 지속적인 수요가 OOH 시장 성장세를 견인했다”고 분석했다.

    TV나 신문 같은 대중매체 광고의 경우 불특정 다수의 대중을 대상으로 삼는 반면 DOOH는 장소 특성에 따라 주요 소비자를 특정할 수 있다. 골프 연습장, 키즈카페 등이 들어선 건물이 있다고 가정하자. 아이가 있는 부모나 골프를 즐기는 중산층 등이 이 장소를 자주 찾을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건물에서 실행되는 광고는 그 기능에 따라 이를 이용하는 사람들의 대략적 성향이나 경제 상황을 짐작할 수 있으며 맞춤형 광고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공간에 광고의 개념이 합쳐지면 공간 자체가 하나의 미디어가 된다.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광고를 통해 서로의 취향과 경험을 공유하며 의사소통한다. 공간에 다양한 미디어를 설치하는 시도는 많았다. 광고매체가 아닌 경우 건물 임대인에게 미디어 설치는 큰 부담이 된다. 설치 및 유지비용을 내야 하는 데다 공간 이용자에게 필요한 콘텐츠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해 줘야 한다.

    국내외 다양한 DOOH 광고업체들이 이를 해결하고 있다. 광고가 없던 공간을 발굴해 미디어를 설치하고 공간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특성을 분석, 광고를 제안한다. 공간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관심사를 분석해 내놓은 광고인 만큼 수용자의 거부감도 적다. 건물주는 무료로 콘텐츠를 제공받을 수 있고, 이용객 만족도도 높일 수 있다.

    “디지털 옥외광고가 더 눈에 들어온다”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동아DB]

    서울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 설치된 디지털 옥외광고(DOOH). [동아DB]

    광고를 보는 시청자와 다양한 형태로 소통한다는 점도 오프라인 광고의 매력이다. 간판과는 다르게 DOOH는 이용자의 행동에 반응할 수 있다. 대표적 예가 모바일기기와의 통합이다. 대형 쇼핑몰이나 대형 오피스 건물의 경우 지오펜스(Geofence)라는 기술을 사용한다. 지오펜스는 지리(Geography)와 울타리(Fence)를 결합한 단어로 실제 위치를 기반으로 해 가상의 경계를 만드는 방식이다. 와이파이, 셀룰러 네트워크 등 보조 기술과 결합해 건물 이용자의 실시간 위치나 출입 정보를 모으는 데 주로 사용한다. 위치 정보를 담은 모바일기기가 특정 장소에 들어오면 이를 감지할 수 있다.

    건물 이용자의 현재 위치, 밖으로 나가는 시점, 주로 머무는 곳을 알 수 있으니 그에 맞춘 광고를 DOOH를 통해 노출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닐슨의 2020년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오펜싱 적용 DOOH 시청자의 71%가 “DOOH가 온라인 광고보다 더 눈에 띈다”고 답했다.

    지오펜스 등 모바일 데이터를 DOOH에 반영하는 방식을 ‘인터랙티브 디스플레이(Interactive Display)’라고 한다. 최근에는 단순히 DOOH에 광고를 노출하는 방식을 넘어 증강현실, QR코드 등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

    대표적 기법으로 △샘플링 프로모션 △CSR(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 캠페인 △혜택 이벤트 등이 있다. 샘플링 프로모션은 광고가 진행되는 공간이나 전광판 앞에서 제품을 나눠주는 행사다. CSR 캠페인은 사회 공헌 활동 관련 DOOH 부근에서 참여를 독려하는 방식이다. 혜택 이벤트는 앱 서비스 등 IT 관련 광고에서 주로 사용한다. 광고 앞에서 앱을 내려받으면 앱 내부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재화나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용자를 늘릴 수 있고, 광고효과도 좋아 광고주의 반응이 좋다.

    실제 공간 이용자와 소통하는 캠페인을 진행하며 미디어 시청률은 눈에 띄게 상승했다. 스페이스애드에서 2022년 하반기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오피스 미디어를 시청한 사람의 비율은 총 참여자 중 93%로 집계됐으며 혜택 이벤트 참여자 역시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세를 보인다. 지난해 11월 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 일대 회사 건물에서 진행한 혜택 이벤트 참여자 수는 지난해 1월 진행한 이벤트와 비교했을 때 대략 30배 증가했다.

    DOOH 광고의 효과도 상당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칸타가 11개국 1만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응답자의 96%가 DOOH 광고에 반응했다. 이 96% 중 38% 포인트는 DOOH 광고에서 본 웹사이트에 접속했다. 34%는 광고 관련 해시태그를 검색했으며, 24%는 광고에 노출된 QR코드를 사용했다.
    업계에서는 DOOH가 유명 온라인 쇼핑몰의 오프라인 매장 같은 구실을 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증강현실(AR), 가상현실(VR) 기술이 더해지면 직접 재화를 보고 만질 수 있는 오프라인 매장을 DOOH가 대체할 날이 곧 올지도 모른다.


    오창근
    1978년생. 미국 컬럼비아대 MBA 졸업 후 대기업 계열 금융사와 외국계 자산운용사 등에서 일했다. 서울 도심, 여의도, 강남의 오피스 빌딩에 근무하며 디지털 옥외광고에 관심을 가졌다. 대형 오피스 소유주와 이용자의 기대에 걸맞은 고품격 디지털 옥외광고 플랫폼을 운영하겠다는 각오로 2017년 12월 스페이스애드를 창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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