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호

“유진상가·인왕시장 복합개발로 서북권 랜드마크 만들겠다”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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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3-09-22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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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재개발·재건축 신속 추진 위해 전문가 영입

    • 청년문화 중심 新村 명성 되찾을 것

    • ‘카페 폭포’ 월 매출 2억 원 돌파 ‘대박’ 행진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김도균 객원기자]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 [김도균 객원기자]

    “행복 100% 서대문!”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주민 모두가 행복한 서대문구를 만들기 위해 ‘젊은 경제, 바른 행정, 신속 성장’을 추구하고 있다. 9월 14~17일 신촌 일대에서 개최한 글로벌대학문화축제는 ‘젊은 경제’를 향해 서대문구가 쏘아 올린 신호탄이라고 할 수 있다.

    “서대문구는 단일 자치구 가운데 대학교가 가장 밀집한 ‘젊은 도시’이자 ‘대학 도시’입니다. 신촌에 거주하는 2만6000명 중 6000명 정도가 외국 학생이에요. 글로벌대학문화축제를 확대 발전시켜 국내외 청년들이 서로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입니다.”

    이 구청장은 “신촌 글로벌대학문화축제를 서대문구를 대표하는 청년 축제로 육성하겠다”며 “신촌을 역동적이고 젊음이 넘치는 도시, 한국을 대표하는 글로벌 문화관광도시로 만들어 과거 청년문화의 중심지였던 신촌의 명성을 되찾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경의선 철길 지하화 추진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 구청장의 ‘신촌 사랑’은 남달라 보였다. 그러나 신촌이 처한 현실은 녹록지 않다.



    하늘에서 내려다본 신촌 일대 전경은 30년 전 1990년대 초와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만남의 장소로 여겨지던 ‘독수리다방(독다방)’이 사라진 대신 외국 브랜드 커피숍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차 있을 뿐 저층 건물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풍경은 신촌로터리 건너 마포구 일대가 대규모 고층 아파트 숲으로 변모한 것과 대조를 이룬다.

    이 구청장은 “신촌 연세대 앞 경의선 철길을 지하화해 신촌 일대를 신(新)대학로로 조성할 계획”이라고 비전을 밝혔다.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신촌 연세대 앞 경의선 철길을 지하화해 신촌 일대를 신(新)대학로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대문구청]

    이성헌 서울 서대문구청장은 신촌 연세대 앞 경의선 철길을 지하화해 신촌 일대를 신(新)대학로로 조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서대문구청]

    “경의선 철도를 지하화하면 16만5000㎡가량 되는 부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거기에 청년창업연구단지와 산학공동연구단지를 조성해 청년들이 마음껏 끼를 발산할 수 있는 신(新)대학로를 조성하려고 합니다.”

    경의선 지하화는 이 구청장이 추구하는 ‘젊은 경제’ ‘신속 성장’과 맥이 닿아 있다. 신촌을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신개념 첨단마을’로 탈바꿈시킬 프로젝트라는 점에서다. 문제는 서대문구 노력만으로 그 같은 원대한 비전을 구현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이 구청장은 “우리 구 차원에서는 경의선 지하화와 이를 통한 복합개발 용역을 진행하고 있고,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의 원희룡 장관과 올해 두 차례 만나 경의선 지하화 필요성과 당위성에 대해 공감대를 형성했다”고 말했다. 그는 “국토부에서 연내 ‘도심 지상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발의할 것으로 안다”며 “민간자본을 유치해 경의선 지하화를 추진하는 것으로 국토부, 서울시와 협의가 이뤄진다면 빠른 시일 내에 사업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의선 지하화와 그를 통한 신(新)대학로 조성이 중장기 서대문구 발전 비전이 담긴 프로젝트라면 ‘청년취업사관학교’ ‘캠퍼스 타운 사업’ ‘취업설명회’ ‘청년 멘토-멘티 사업’은 서대문구가 당장의 일자리를 원하는 청년들의 구직과 창업을 돕기 위해 시행 중인 사업들이다.

    6월 29일 신촌 창천문화공원에 문을 연 ‘청년취업사관학교’ 서대문캠퍼스에서는 취업과 창업을 희망하는 청년들에게 실무 위주 디지털 신기술 교육을 실시하고 있다. 상담실에서는 1대 1 맞춤형 취업 상담도 진행한다. ‘신촌, 파랑고래’로 이름 붙은 청년취업사관학교 신촌캠퍼스는 서대문구가 건물을 제공하고 서울시가 교육시설로 리모델링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구청장은 “청년취업사관학교 1기 교육생 60명을 선발하는데 300명 넘게 지원자가 몰릴 만큼 청년들의 관심이 뜨거웠다”고 말했다.

    관내에 9개 대학교가 소재하는 서대문구는 ‘대학도시’라는 특장을 살려 청년 취업은 물론 창업에도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캠퍼스 타운 사업’을 활발히 진행하고 있다. 창업 인큐베이터 구실을 할 수 있는 창업지원시설 4곳을 마련해 스타트업 등 창업을 준비 중인 90팀을 선발, 공간을 무상으로 제공하고 있다. 이 밖에도 관내 대학생을 멘토로 지정, 서대문구에 거주하는 중·고등학생 학업을 돕도록 한 ‘멘토-멘티 프로젝트’도 시행하고 있다. 멘토로 나선 대학생에게는 장학금을 지급할 예정인데, 장학금 재원 중 일부는 ‘카페 폭포’ 수익금으로 충당할 예정이다.

    카페 폭포와 안산 황톳길

    카페 폭포는 이 구청장 취임 이후 서대문구가 터뜨린 대표적 ‘대박 상품’이다. 4월에 문을 연 이곳은 “폭포 뷰를 감상하며 차를 마실 수 있는 명소”로 입소문이 나면서 한 달에 2만 명 넘는 시민이 찾아오는 서대문구 최고의 핫 플레이스가 됐다. 음료 판매량도 크게 늘어 한 달 매출액이 2억 원에 달한다.

    “수변감성도시를 조성하려는 서울시 지천 르네상스 1호 사업으로 ‘카페 폭포’를 4월에 오픈했어요. 불과 몇 달 만에 입소문이 나면서 ‘대박’이 났습니다.”

    서대문구청에서 직접 운영하는 카페 폭포는 ‘청년’을 우선 채용하고, 카페 수익금은 멘토 대학생 장학금으로 활용할 예정이다. 2310㎡ 규모의 카페 폭포는 시민의 휴식 공간일 뿐 아니라 문화 공간 구실도 톡톡히 하고 있다. 매월 셋째 주 토요일 오후 5시에는 정기공연 ‘월간폭포’가 열린다.

    소소해 보이지만 시민 만족도가 높은 ‘이성헌표 소확행정’의 다른 사례로는 안산 ‘황톳길’ 조성을 꼽을 수 있다. 건강에 관심 많은 시민 사이에 ‘맨발 걷기’가 유행하는 트렌드를 읽고 안산에 450m 길이의 황톳길을 조성한 것.

    서울 서대문구가 안산에 설치한 황톳길. [서대문구청]

    서울 서대문구가 안산에 설치한 황톳길. [서대문구청]

    “황톳길을 쾌적하게 이용하시라고 길 양쪽 끝에 세족 시설과 쉼터를 설치했어요. 눈에 띄는 시설이 아닌데도 안산을 찾는 시민들께서 참 좋아해 주십니다. 앞으로도 시민들께 도움이 되는 더 좋은 시설을 구비해 나가겠습니다.”

    이 구청장은 자타가 공인하는 애견인이다. 한국애견협회 부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현재도 진돗개 다섯 마리를 키우고 있다. 서대문구는 반려견과 함께 안산 둘레길을 거닐 수 있도록 반려견 산책로와 반려견 운동장 조성도 추진하고 있다. 안산 반려견 산책로가 ‘카페 폭포’처럼 1000만 애견인이 즐겨 찾는 ‘명소’로 거듭날지 주목된다.

    여가와 휴식 시설 확충 못지않게 이 구청장은 문화와 체육 진흥에도 관심을 쏟고 있다. 서대문구는 함신익 마에스트로가 이끄는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와 협업해 구민에게 양질의 문화행사를 꾸준히 제공할 예정이다. 심포니 송 오케스트라는 9월 14일 신촌 글로벌대학문화축제 전야제 때 공연한 바 있다. 또한 서대문구는 사회적 배려가 필요한 아동청소년들이 문화예술 활동을 통해 자신의 끼를 발산할 수 있도록 돕기 위해 ‘주니어윈드오케스트라’도 조직해 운영하고 있다. 현재 56명의 단원이 매주 이철웅 연세대 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로부터 악기 연주 및 합주 강습을 받고 있다. 8월에는 제주도에서 개최된 제주국제관악제에 참가해 지금까지 갈고닦은 실력을 뽐내기도 했다.

    올해 3월에는 서대문구 여자농구단을 창단했다. 초대 사령탑은 대한민국 여자농구의 전설 박찬숙 감독이 맡았다. 신생 팀임에도 불구하고 서대문구 여자농구단은 창단 4개월 만에 전국남녀종별농구선수권대회에서 첫 승을 거뒀고, 대구시청을 상대로 두 번째 승리를 거뒀다.

    이 구청장은 “10월에 개최될 전국체전에 서대문구 여자농구단이 서울시 대표로 출전한다”며 “올림픽이나 월드컵 때 온 국민이 하나 돼 태극전사를 응원하듯, 서대문구 여자농구단은 우리 구민의 단합과 화합에 크게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서북권 랜드마크 조성 프로젝트

    대학교가 밀집한 서대문구는 젊음이 넘치는 청년도시, 대학도시 이미지가 강하다. 그에 비해 재개발·재건축이 더뎌 도시 이미지는 상대적으로 낙후됐다는 인식이 있다. 이 구청장은 지난해 지방선거 때 ‘신속한 재개발·재건축 추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의 약속은 1년여가 지난 현재 얼마나 구현되고 있을까. 화제를 서대문구의 재개발·재건축 추진 현황으로 돌렸다.

    재개발·재건축 추진 공약은 계획대로 잘 진행되고 있나요.

    “공약의 신속한 이행과 추진을 위해 서울시청 재개발 전문가를 부구청장과 도시정비국장으로 모셔왔어요. 도시개발 심의위원을 오래 지낸 민간 재개발 전문가를 총괄기획관으로 위촉했고, 사업을 전담할 ‘신통개발과’도 신설했고요.”

    이 구청장 취임 이후 서대문구에서 추진되고 있는 재개발·재건축 사업은 무려 50여 곳에 달한다. 그동안 억눌려 있던 재개발·재건축 수요가 봇물 터지듯 한꺼번에 터져 나온 것이다. 이 구청장이 역점을 두고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복합개발 사업이다. 50층짜리 고층 건물 여럿이 들어선 복합시설로 개발해 서울 서북권 랜드마크로 조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이성헌 구청장 취임 이후 서대문구 50여 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복합개발 조감도. [서대문구청]

    이성헌 구청장 취임 이후 서대문구 50여 곳에서 재개발·재건축이 추진되고 있다.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복합개발 조감도. [서대문구청]

    재개발·재건축 추진에 대한 주민 여론은 어떻습니까.

    “과거 재개발·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거나 좌초한 사례를 살펴보면 부정확한 정보로 인해 주민 갈등이 원인이 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우리 구는 주민들께 정확한 정보를 선제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있어요.”

    서대문구는 올해 2월부터 7월까지 대학교수와 건축사, 변호사와 회계사, 감정평가사 등 정비사업 관련 전문가를 섭외해 주민과 조합 임직원을 대상으로 ‘재개발·재건축 정비사업 아카데미’를 17회 운영한 데 이어 9월부터 12월까지 16회 아카데미를 추가로 진행할 계획이다.

    “우리 구의 여러 노력 덕에 유진상가와 인왕시장 복합개발은 속도가 나기 시작했어요. 주민께서 스스로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으로 추진키로 합의했고, 현재까지 찬성한 주민 비율이 50%를 넘어섰습니다. 9월 말이면 60%에 달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올해 안에 서울시 역세권 활성화 사업 후보지로 선정돼 내년에 구역 지정 및 정비계획 수립 완료를 목표로 뛰고 있습니다.”

    자신의 핵심 공약 이행 상황을 설명하는 이 구청장 목소리에 자신감이 묻어났다. 혼자 꾸는 꿈은 꿈에 머물기 쉽지만 여럿이 함께 꾸는 꿈은 현실이 된다고 한다. 3년 뒤 그가 첫 구청장 임기를 마칠 때쯤 서대문구 스카이라인이 어떻게 바뀌어 있을지 자못 궁금해진다.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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