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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규 “이재명 롤 모델은 이명박” [+영상]

[대장동 재판 들여다보기] “청계천 같은 랜드마크 남기려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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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세준 기자

    sejoonkr@donga.com

    입력2023-11-21 11: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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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성남도공 설립 전부터 대장동 개발 계획”

    • 李 서명 보고서 ‘대장동‧위례 개발 주요 사업 명시’

    • “남욱 계획대로 위례‧대장동 개발하기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7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대장동 의혹 관련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뇌물) 등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뉴스1]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이 17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재판에 출석해 “이 대표가 성남도공 설립 전부터 위례 신도시와 대장동 재개발을 계획했다”고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날 서울중앙지법 형사 33부(재판장 김동현) 심리로 열린 재판에 증인으로 나왔다.

    유 전 본부장은 “정진상 전 민주당 당대표 정무조정실장이 이재명 대표의 롤 모델이 이명박 전 대통령이라는 이야기를 했다”고도 증언했다. 유 전 본부장은 이 대표가 이 전 대통령을 롤 모델로 삼은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이 전 대통령이 서울시장이던 시절 청계천 복원을 강행했다. 사업을 하는 중간에는 반대 여론이 많았으나 막상 사업을 마치고 나니 평가가 좋았다. 청계천은 서울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았다. 이 대표는 1공단 공원화를 이 랜드마크로 생각했다. 임기 내 랜드마크를 남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이 과정에서 성남도공이 설립되고 개발사업들이 진행됐다. 민간업자들이 들어온 것도 빠르게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서였다.”

    “위례 개발 계획, 남욱에게 맡겨”

    검찰은 성남도공 설립 관련 보고서를 공개했다. 이 보고서는 성남도공 설립 필요성을 설명하는 내용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보고서에 이미 1공단 공원화 사업, 위례 신도시, 대장동 개발이 명시돼 있고 이 대표가 서명했다”며 유 전 본부장에게 “이 내용을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느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그렇다”고 대답하며 “성남도공 설립을 위해 정진상과는 자주 통화했고, 중요 결정사항은 이 대표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말했다.

    이날 재판은 위례 신도시 개발과 성남도공 설립에 대해 주로 다뤘다.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위례 개발 계획을 민간업자인 남욱 변호사가 짰다는 증언이 있는데 이것이 사실이냐”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도공이 설립됐으나 개발 관련 계획을 짜기에는 인력이 모자랐다”며 “남 변호사의 계획안대로 위례신도시 및 대장동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고 이를 이 대표에게 보고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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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찰은 “(보고 내용 중) 대장동 신도시 사업 수익 분배에 대한 내용도 있었나”라고 물었다. 유 전 본부장은 “(성남시가) 직접 대장동을 개발할 경우 예상 이익이 2000억 원 정도였고 민관 협동개발을 통해 개발업자들과 이익을 나누면 800억~1000억 원 정도라고 보고했다”고 말했다. 대장동 사업을 통해 성남도공이 실제로 올린 수익은 1822억 원이다. 민간사업자들은 4040억 원을 챙겼다.

    변호인단 이의신청으로 재판 지연

    오전 10시 30분에 시작한 재판은 오후 6시경 끝났다. 재판 내내 검찰 측 증인 심문만 진행 됐다. 그만큼 검찰은 유 전 본부장에게 질문이 많았다. 이날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질의한 내용만 90건이 넘었다. 검증해야 할 증거의 양도 상당했다. 재판을 시작하자마자 검증할 증거를 확인하는 절차를 거쳤는데, 이 과정에만 20~30분이 소요됐다. 이 과정 중 이 대표와 정 전 실장 측 변호인단의 이의신청이 이어지며 재판 시간이 점점 길어졌다.

    변호인단은 “검찰이 조사 내용을 (심문에) 그대로 인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유도심문이 되지 않도록 주의해 달라”고 주문했다. 검찰이 유 전 본부장에게 “과거 검찰조사에서 증언한 내용이 사실이냐”고 묻는 방식이 유도심문에 해당한다는 것. 재판부도 “피의자 신문조서를 그대로 읽는 것은 허용하지 않겠다”며 “개방적으로 질문해 달라”고 검찰에 요청했다.

    우여곡절 끝에 오전 11시쯤이 돼서야 본격 심문이 시작됐다. 변호인단은 심문 때도 수차례 이의를 제기했다. 유 전 본부장의 진술 방식을 주로 문제 삼았다. 검찰이 질문하지도 않은 배경까지 설명해가며 자신의 의견과 사실을 섞어 답변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증인의 답변은 예전부터 지금과 같은 형식이었으니 일단 들어보자”며 “의견인지 경험인지 불명확한 부분은 재차 확인하며 진행하겠다”고 정리했다.

    정리 이후에도 변호인단은 수차례 “유 전 본부장이 추측성 답변을 내놓는다” “검찰의 유도심이다”라며 이의를 제기했다. 결국 재판부는 “이렇게 자꾸 이의를 내놓으면 재판이 진행이 되지를 않는다”며 “더 이상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했다.

    심리가 끝나고 난 뒤에도 변호인단은 재판부와 실랑이를 벌였다. 변호인단은 “공판 일정을 늦춰 달라”고 부탁했고, 재판부는 “이미 피고 측 일정을 고려해 기일을 조정한 상태”라고 맞섰다. 이 대표가 직접 “어려운 상황이니 고려해 달라”고 재판장에게 요청하는 일도 있었다. 재판부는 잠시 논의를 거친 뒤 “변호인단이 재판을 준비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은 알고 있으나 일단 종전에 고지한 대로 진행하겠다”며 재판을 마쳤다.

    응원하러 온 지지자 늘어

    이 대표의 구속영장이 기각된 이후 응원하러 온 지지자들의 수도 눈에 띄게 늘었다. 재판이 끝나고 난 뒤, 지지자들은 법원 입구에 모여 이 대표의 이름을 연호했다. 이 대표가 법원을 나서는 길에는 차단봉이 세워져 있었다. 일부 지지자는 이 대표의 얼굴을 보겠다며 차단봉 사이로 기어들어가다 제지를 당하기도 했다.

    법원 밖에서 이 대표를 기다리던 지지자들은 대부분 파란 외투를 입고 있었다. 이들은 이 대표는 물론 변호인단에게도 환호를 보냈다. 이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웃으며 “감사하다”고 답했다. 이 대표가 떠난 뒤에도 지지자들의 목소리는 잦아들지 않았다. 이들은 이 대표의 이름을 외치며 해산했다.



    박세준 기자

    박세준 기자

    1989년 서울 출생. 2016년부터 동아일보 출판국에 입사. 4년 간 주간동아팀에서 세대 갈등, 젠더 갈등, 노동, 환경, IT, 스타트업, 블록체인 등 다양한 분야를 취재했습니다. 2020년 7월부터는 신동아팀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90년대 생은 아니지만, 그들에 가장 가까운 80년대 생으로 청년 문제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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