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G마켓 창업자 구영배, 쿠팡 天下 지각변동 일으키나

[유통 인사이드] 쿠팡·티몬·위메프 ‘소셜 3총사’ 엇갈린 운명

  • 나원식 비즈니스워치 기자

    setisoul@bizwatch.co.kr

    입력2022-10-18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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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작은 비슷했던 빅3, ‘1강 2약’ 굳어져

    • 로켓배송으로 1강 오른 쿠팡, 월간 사용자 2766만 명

    • 리빙소셜·그루폰 이어 큐텐, 세 번째 주인 맞는 티몬

    • 창업주가 안정적 보유한 위메프, 새로움 없어 존재감↓

    • 티몬·위메프, 분위기 바꿀 선택 필요

    [Gettyimage,, 앱스토어 캡처]

    [Gettyimage,, 앱스토어 캡처]

    쿠팡, 티몬, 위메프. 소셜커머스 빅3로 불리던 업체들의 시작점은 같았지만 현재는 다르다. 최근 세 업체의 경쟁 구도는 1강 2약으로 굳어졌다는 평가가 많다. 쿠팡은 국내 유통시장의 ‘공룡’이 됐고, 티몬과 위메프는 갈수록 존재감을 잃고 있다는 평가가 적지 않다.

    그런데 또 한 번 변화가 눈길을 끌고 있다. 티몬이 새 주인을 찾은 것.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역직구 플랫폼 큐텐(Qoo10)이 9월 2일 티몬 지분 100%를 큐텐의 물류 자회사 큐익스프레스의 지분과 교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정확한 매각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업계에서는 2000억 원 정도로 추정하고 있다.

    나스닥 상장 준비 기업 ‘큐텐’이 인수한 티몬

    큐텐은 싱가포르에 본사를 두고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태국, 베트남, 일본 등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하는 업체다. 물류 인프라와 해외 직구, 역직구 등에 주력하고 있다.

    특히 큐텐은 인터파크 창립 멤버이자 G마켓 창업자인 구영배 대표가 이베이와 합작해 세운 회사라는 점에서 더욱 주목받았다. 구 대표는 인터파크의 사내 벤처로 시작한 구스닥을 국내 최대 온라인 쇼핑몰 G마켓으로 키워내는 등 이커머스 업계의 입지전적 인물로 여겨진다. 지난해 이베이코리아 인수전에도 뛰어드는 등 최근 국내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구 대표는 과거 G마켓을 미국 이베이에 매각하면서 10년간 한국에서 이커머스업을 하지 않기로 계약한 바 있다. 이에 따라 해외에서만 사업을 하다가 이제 ‘경업(영업상 경쟁)금지’ 조항이 효력을 다하자 국내에서 기지개를 켜고 있는 셈이다.



    업계에서는 큐텐이 나스닥 상장을 준비할 만큼 탄탄하게 성장하는 기업이라는 점, 그리고 구 대표가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돌아왔다는 점 등에 관심을 보였다. 이로써 최근 지속해 사업이 위축하던 티몬이 활로를 모색할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이번 인수합병으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 당장 큰 변화가 나타나지는 않을 거라는 분석이 많다. 이미 네이버와 쿠팡 등이 시장을 장악한 터라 티몬이 이를 단기간에 뒤집기는 쉽지 않으리라는 전망이다. 큐텐 역시 아직 국내 소비자에게 낯선 이름이기도 하다.

    대신 주목할 만한 점은 티몬의 매각 소식에 업계 관계자들은 “예견된 일 아니냐”며 덤덤한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실제 티몬은 소비자에게 이름을 알린 직후부터 지금까지 숱한 변화를 겪은 업체다.

    시장의 이런 반응을 이해하려면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그간 성장해온 스토리를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지금껏 살아남은 3총사의 현재 역시 더욱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

    소셜커머스 업체들은 2010년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했다. 단숨에 소비자를 끌어들이며 폭발적으로 성장했지만 곧장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았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고는 있지만 돈을 벌지는 못한다는 지적이었다. 실제 업체들은 이후 지속해 매각과 상장 등 활로를 모색하며 힘겹게 생존을 이어오고 있다는 점에서 시장의 의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니었다.

    12년 전 혜성처럼 등장… 성장 한계 부딪혀

    소셜커머스는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특정 제품을 파격 할인해 판매하는 전자상거래의 일종이다. 소셜커머스의 원조 격인 미국 그루폰이 2008년 등장해 크게 성공한 뒤 전 세계적으로 관련 업체들이 우후죽순 생겼다.

    국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010년 당시 국내 소셜커머스 업체는 순식간에 100개를 넘어섰고, 시장규모는 공정거래위원회 추산에 따르면 600억 원에 달했다. 이후 1년간 소셜커머스라는 이름을 달고 사업에 뛰어든 업체가 500개가 넘어서는 등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단숨에 업계를 장악한 업체들이 바로 티켓몬스터(티몬)와 쿠팡, 위메이크프라이스(위메프)였다. 한국 시장이 급성장하자 원조 업체 그루폰이 관심을 보이며 2011년 국내에 진출했지만, 이 세 업체를 따라잡지는 못했다. 당시 빅3의 점유율은 50%가량이었다.

    소셜커머스를 향한 환호는 오래가지 못했다. 시장이 빠르게 크긴 했지만 해당 업체들이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졌고, 향후 소셜커머스 시장 자체의 성장 가능성에 대한 회의감도 커졌다.

    특히 업체들이 ‘파격 할인’에만 방점을 찍다 보니 가격경쟁이 심화했고, 판매 품목을 확대하는 데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목소리가 컸다.

    실제 소셜커머스가 첫걸음을 내디딘 이듬해인 2011년 시장에서는 매각설이 돌기도 했다. 미국의 주요 소셜커머스 업체들이 국내에 진출하기 위해 이 업체들을 사들이려 한다는 소문이었다. 당시 의심(?)을 받았던 업체는 쿠팡과 티몬이었다.

    이들은 사실이 아니라며 손사래를 쳤지만, 시장에서는 충분히 가능성 있는 시나리오로 여기는 분위기였다. 특히 소셜커머스 업체들의 수익성이 좋지 못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랬다.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긴 하지만 돈을 못 버니 곧 매각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라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이 소문은 얼마 지나지 않아 일부는 사실이라는 게 밝혀졌다. 티몬이 세계 2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리빙소셜에 매각된 것.

    반면 쿠팡의 경우 매각이 아닌 ‘상장’을 하겠다고 선언했다. 티몬의 매각 소식이 밝혀진 뒤 2주 만에 쿠팡은 2013년 미국 증시에 상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런 포부를 밝힌 건 사업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시장의 ‘의심’을 차단하기 위해서였던 것으로 풀이된다.

    분위기는 쉽게 바뀌지 않았다. 티몬의 경우 리빙소셜에 매각된 지 2년 만인 2013년 다시 그루폰에 매각됐다. 그해 쿠팡과 위메프 역시 매각설에 휘말렸다. 쿠팡의 경우 한 홍콩 업체에 매각될 거라는 소문이 돌았고, 위메프의 경우 당시 허민 대표가 사임하면서 회사를 팔려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왔다.

    이처럼 실제 매각이 이뤄지거나 매각설이 끊임없이 터져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소셜커머스의 미래가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세 업체는 제각각 새로운 생존전략을 모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세 업체의 운명은 엇갈리기 시작했다.

    배송 차별화 쿠팡, 1강 체제 구축

    쿠팡은 지난해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첫날 공모가보다 81.43%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사진은 쿠팡 상장 첫날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쿠팡]

    쿠팡은 지난해 3월 11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 상장한 첫날 공모가보다 81.43% 급등한 63.5달러에 거래를 개시했다. 사진은 쿠팡 상장 첫날 미국 뉴욕 맨해튼 타임스퀘어 전광판 광고. [쿠팡]

    쿠팡은 현시점에서 가장 성공한 사례로 꼽힌다. 쿠팡은 로켓배송이라는 특화한 배송 서비스를 선보이며 소비자의 시선을 잡는 데 성공했고, 이후 빠른 성장세를 이어갔다. 아울러 지난해에는 뉴욕 증시에 성공적으로 상장하기도 했다. 사업 초부터 강조해 온 상장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결국 실현한 셈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은 22조 원을 돌파하며 창사 이래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신세계 이마트(18조 원 대) 매출액을 훌쩍 뛰어넘으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공룡으로 확실히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다만 쿠팡에 대한 시장의 의심은 완전히 지워지지 않았다. 10년 전부터 지적받아 온 수익성 확보에 대한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쿠팡의 지난해 연간 적자가 1조8000억 원으로 전년의 세 배가 넘는 수준을 기록하는 등 적자가 지속해 쌓이기만 했다는 점에서 그렇다.

    다만 올해의 경우 수익성을 끌어올리며 분위기를 바꿔가고 있다. 쿠팡의 올해 2분기 영업손실은 847억 원가량으로 전년보다 87% 정도 줄었다. 쿠팡의 영업손실이 분기 기준 1000억 원 아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상장 이후 처음이다. 시장에서는 쿠팡이 수익성까지 끌어올리자 “승기는 사실상 쿠팡으로 기울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티몬의 경우 세 업체 중에서 가장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것으로 평가된다. 리빙소셜은 지난 2013년 티몬 경영권을 그루폰에 넘겼고, 이후 신현성 티몬 창립자가 2015년 글로벌 사모펀드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와 손잡고 경영권을 다시 사왔다. 이후 사업이 안정화하는 듯했지만 2017년 신 대표가 물러난 뒤부터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평균 1년마다 대표이사가 교체되는 등 혼란을 겪었다. 대표가 바뀔 때마다 방향성과 전략이 바뀌곤 했다. 생필품 직매입 사업인 ‘슈퍼마트’를 강조했다가, 이후에는 ‘큐레이션딜’이라는 전략을 내세웠다. 이후 다시 ‘타임 커머스’를 강조하는 등 정체성을 찾지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는 동안 실적도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19년 1722억 원이던 매출이 지난해 1291억 원으로 줄었고, 영업손실은 2019년 746억 원에서 지난해 760억 원으로 되레 늘었다.

    이런 와중에 매각설은 때마다 터져 나왔다. 2019년에는 롯데그룹의 인수설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거래가 무산되면서 티몬은 기업공개(IPO)로 방향을 전환했다. 그러나 이마저 여의찮았다. 결국 이번에 다시 한번 새 주인을 맞게 됐다.

    이번 매각으로 시장에서는 티몬의 정체성이 또 한 번 바뀌게 될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를 통해 과연 티몬이 새 전성기를 맞을지, 아니면 지금까지처럼 우여곡절의 길을 걷다가 도태의 길로 접어들지가 업계의 관심사다.

    위메프의 경우 경쟁 업체에 비해서는 변화가 적었던 편이다. 위메프는 지금껏 창업주인 허민 의장이 위메프 지분을 안정적으로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 의장은 위메프 지분 86.2%를 보유한 최대 주주 원더홀딩스의 대표로 위메프에 간접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허 대표는 지난해 오른팔로 불리는 하송 대표를 위메프의 새 수장으로 보냈다. 매각보다는 내실을 키워 경쟁력을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위메프는 2019년 IMM인베스트먼트와 넥슨으로부터 370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주목받은 바 있다. 이후 상품기획자(MD) 1000명을 뽑겠다며 의욕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터지는 등의 변수로 계획은 지금까지도 시행되지 못했다.

    하송 대표는 위메프의 새로운 전략으로 최근 부각되는 ‘메타쇼핑’ 등을 통한 ‘플랫폼 고도화’를 내세우고 있다. 다만 업계에서는 아직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위메프가 반등할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나타내는 이들이 많다.

    잦은 손바뀜 티몬, 변화 없는 위메프… 반전 필요

    이처럼 세 업체의 운명은 확연하게 갈렸다. 이는 최근 세 업체를 이용한 소비자 규모를 봐도 알 수 있다.

    모바일인덱스의 모바일 쇼핑앱 시장 동향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쿠팡의 월간 사용자 수(MAU)는 2766만 명이다. 반면 티몬은 419만 명, 위메프는 412만 명에 그쳤다.

    시장에서는 위메프 역시 쿠팡이나 티몬처럼 상장과 매각 등 분위기를 뒤바꿀 수 있는 선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경우 이미 티몬과 위메프를 훌쩍 뛰어넘으면서 비교 불가능한 위치에 올라섰고, 이제 수익성만 끌어올리면 된다”며 “티몬과 위메프의 경우 여전히 성장성이나 지속가능성에 대한 의심을 받으며 힘겨운 걸음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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