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투자 빙하기에 수익 내는 ‘올웨더 포트폴리오’ 비밀

[구루의 투자법] 경제 상황 관계없는 안정성에 몰두한 레이 달리오

  • 강환국 퀀트 투자자 christianeum@naver.com

    입력2022-11-0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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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0대부터 투자해 거부 됐다 1980년대 공매도로 주저앉아

    • 상관관계 낮은 자산군 분산투자 전략 주효

    • 주식·채권 85%, 금·원자재 15% 나눠 투자

    • 52년간 연 복리 9% 수익, 원금 95배



    [Gettyima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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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화하는 세계질서. [한빛비즈]

    변화하는 세계질서. [한빛비즈]

    2021년 하반기부터 미국 주식시장의 분위기가 바뀌면서 한국 주식시장도 타격을 입어 부침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의 관심은 개별주 투자보다 자산 배분에 쏠리고 있다. 지난 시간에는 야콥 푸거와 해리 브라운의 영구 포트폴리오를 설명했다. 이번엔 자산 배분 전략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레이 달리오(Raymond Thomas Dalio)의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알아보고자 한다.

    1949년생인 레이 달리오는 세계 최대 규모의 헤지펀드인 브리지워터(Bridgewater)의 수장이다. 그는 투자서 ‘원칙’ ‘레이 달리오의 금융 위기 템플릿’ ‘변화하는 세계질서’를 쓴 베스트셀러 작가이기도 하다. 특히 과거 500년간 주요 국가의 경제, 정치, 역사 패턴을 파악해 전 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달라질지 밝히고,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알려준 책 ‘변화하는 세계질서’는 한국에서 올해 6월 출간된 후 최근 경영·경제 부분 1위에 올랐다.

    12세 첫 투자에서 3배 수익 거두다

    레이 달리오. [Gettyimage]

    레이 달리오. [Gettyimage]

    달리오는 12세에 투자를 시작했다. 당시 매수한 항공주가 3배 올라 어릴 때부터 투자라는 게임에 매료됐다고 한다. 고등학교, 대학교에 다니면서도 투자를 계속했다. 1973년 하버드대 대학원을 졸업한 후에는 선물 트레이더와 브로커로 일했다. 술을 마신 후 상사를 때려 해고당하자 투자회사 브리지워터를 차렸다.

    브리지워터는 처음엔 성과가 좋았다. 그런데 달리오는 1982년 미국 주식시장이 하락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공매도를 했다. 그러나 1982~1987년 미국 시장은 큰 폭으로 상승해 돌이킬 수 없는 큰 손해를 봤다. 직원 월급을 줄 수 없을 정도로 상황이 악화됐다. 결국 모든 직원을 내보낸 후 다시 1인 기업으로 돌아왔다.



    향후 그는 재기에 성공해 브리지워터를 1000억 달러 이상 운용하는 거대 헤지펀드로 만들었다. 달리오는 1982년의 뼈아픈 기억을 한 번도 잊지 않았다. ‘어떻게 하면 경제 상황과 상관없이 안정적 수익을 내고 치명적 손실을 피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만들 수 있을지’에 집중했다.

    돌이킬 수 없는 손해가 ‘올웨더 전략’ 탄생케 해

    달리오는 1990년대에 이르러 마침내 ‘투자의 성배’라고 불리는 모델을 찾았다.

    ‘투자의 성배’의 결론은 상관성이 낮은 자산군 여러 개에 분산 투자하면 전체 포트폴리오의 리스크를 낮출 수 있으며 연간 손실 가능성도 크게 줄일 수 있다는 내용이다.

    예를 들면, 지난번 살펴본 ‘영구 포트폴리오’의 경우 주식, 채권, 금, 현금 4개 자산군에 동일한 금액을 투자한다. 최근 45년간 미국 주식, 미국 채권, 금, 현금의 변동성은 각각 15.5%, 11.2%, 18.6%, 1.1%였으며, 평균을 내보면 11.6%이다. 이에 따른 영구 포트폴리오의 실제 변동성은 7.2%에 불과하다.

    포트폴리오 변동성이 낮아지면 손실이 발생할 확률도 그만큼 낮아진다. 따라서 달리오도 상관성이 낮은 자산군을 조합해 자산을 배분하는 방법에 집중했다. 달리오는 영구 포트폴리오가 동일한 금액을 주식, 채권, 금, 현금에 배분한다는 것에 불만이 있었다. 그래서 변동성이 낮은 자산의 비중을 크게, 변동성이 높은 자산의 비중을 작게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뜻 들어서는 추상적 투자법이라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면, 투자 가능한 자산군이 부동산, 비트코인 둘 밖에 없다고 가정할 때 어떻게 자산 배분을 하면 좋을까. 50대 50으로 투자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부동산 비중을 50%보다 훨씬 더 높게, 비트코인 비중을 50%보다 훨씬 낮게 가져갈 것이다. 비트코인의 변동성이 너무 크고, 자산의 50%를 투자하면 손실이 너무 커질 수 있어서 본능적으로 큰 금액을 투자하기 꺼리고 상대적으로 변동성이 낮은 부동산의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자산 10억 원의 50%를 비트코인에 투자했다고 가정해 보자. 이 경우 비트코인이 80% 하락하면 4억 원을 날린다. 이것이 바로 변동성이 낮은 자산 비중을 높게, 변동성이 높은 자산 비중을 낮게 가져가라는 논리의 근거다.

    달리오는 투자서 ‘머니’의 저자 토니 로빈스(Tony Robbins)를 만나 자산 배분 이론을 열심히 설명했다. 그러자 로빈스는 보통 주식 하수가 고수를 만나면 던지는 질문을 달리오에게 했다.

    “레이, 당신 얘기 잘 들었어, 그래서 뭘 사라는 거야?”

    “토니, 그게 그렇게 간단한 게 아니야….”

    “레이, 당신은 사람 돕는 걸 좋아하잖아. 개미에게 성공 투자 공식을 하나만 줘! 형제자매를 돕는 셈치고 말야!”
    이때쯤 달리오는 구체적 수치를 주지 않으면 집에 가기 어렵다는 것을 눈치챘을 것이다. 그래서 아래의 수치를 내놓았다.

    자산을 주식, 채권, 실물자산(금, 원자재)에 분산하면서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높은 금, 원자재 비중을 낮추고 변동성이 상대적으로 적은 채권 비중을 높인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로빈스가 나중에 이 포트폴리오를 백테스트해 봤는데 결과가 너무 좋아 감탄했다고 한다. 훗날 이 전략은 ‘올웨더 포트폴리오’라고 불린다. 이 포트폴리오의 1970~2022년 성과를 살펴보겠다.

    올웨더 포트폴리오는 1970년부터 연 복리 9% 수익을 냈으며, 이 구간에 원금은 95배 늘어났다. 최악의 순간에 기록한 손실은 14.8%다.

    지금까지 두 번에 걸쳐 자산 배분의 역사 살펴봤다. 야콥 푸거와 해리 브라운의 영구 포트폴오에 이어 달리오의 올웨더 전략까지 살펴봤다.

    달리오의 전략은 훌륭하나 한국 투자자가 주식, 채권 자산을 미국에 투자할 필요는 없다. 한국에서도 올웨더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려는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졌다. 미국 자산뿐 아니라 한국 자산에도 함께 투자해 최대 손실(MDD)을 더 낮추는 ‘한국형 올웨더’ 전략을 다음 회에 다룰 예정
    이다.


    강환국
    2021년 7월 직장인 투자자에서 ‘30대 파이어족’으로 변신한 인물.
    계량화된 원칙대로 투자하는 퀀트 투자를 통해 연 복리 15%대의 수익률을 거둬
    입사 12년째인 38세 때 ‘신의 직장’이라고 불리는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를 나와 파이어족이 됐다. 현재 전업투자자이자 구독자 13만2000명 유튜브 채널
    ‘할 수 있다! 알고 투자’를 운영하는 유튜버, 투자 관련 서적을 집필하는 작가,
    온·오프라인 투자 강의를 하는 강사로 활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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