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최고 권력자 대통령도 헌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

[책 속으로] 헌법의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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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11-01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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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헌법의 자리. 박한철 지음. 김영사. 356쪽. 1만7800원

    헌법의 자리. 박한철 지음. 김영사. 356쪽. 1만7800원

    철학자 장 자크 루소가 바라던 이상적인 민주국가에는 단 하나의 일반 의지를 지닌 단 하나의 국민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우리가 살고 있는 현실 속 민주국가에는 무수히 많은 개별 의지를 지닌 파편화된 군중이 존재한다. 그렇기에 수많은 갈등을 적절히 조정하고 해결해 공동체의 공존과 지속, 번영을 도모하도록 하는 것이 정치의 고유 기능이자 책무다.

    그런데 현실은 어떠한가. 정치가 갈등을 조정하기는커녕 오히려 더 큰 갈등을 조장하기 일쑤다. 정치가 스스로 갈등을 해소하기 못하면서 나타난 대표적 현상이 모든 쟁점이 사법 영역으로 떠넘겨지는 ‘정치의 과도한 사법화 현상’이다. ‘정치의 사법화 현상’은 다시 사법을 특정 세력의 정치적 입장이나 정치 행위로 전락시키는 ‘사법의 정치화’로 나타난다.

    대통령 탄핵 사건은 정치 재판이라는 일각의 비판도 있지만 헌법에 기초한 최종적인 사법적 판단이라는 점에 그 의의가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국회의 탄핵이 인용돼 헌정사 최초도 파면된 대통령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헌법재판소는 왜 박 대통령을 권좌에서 끌어내려야 한다고 판단한 것일까. 헌법재판소는 대통령이 특정인의 이익을 위해 지위와 권한을 남용해 공익 실현 의무를 위반했고, 기업 경영의 자유와 재산권을 침해했으며, 직무상 기밀 엄수 의무를 위반했다고 봤다. 그 같은 행위는 헌법 수호의 관점에서 용납할 수 없는 중대한 법 위반으로 대통령을 파면해 얻은 헌법 수호의 이익이 압도적으로 크다고 본 것이다. 즉 헌법재판소가 결정문에서 밝힌 명확한 메시지는 한마디로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도 결코 헌법과 법 위에 군림할 수 없다‘는 헌법적 확인과 선언이었던 셈이다.

    책 ‘헌법의 자리’는 국가의 역할과 정치의 본질, 그리고 국민의 권리와 헌법적 가치가 무엇인지 성찰함으로써 헌법이 어떻게 사회를 바꾸고 우리 삶을 지켜주는지 잘 보여주는 책이다. 헌법재판소장을 지낸 박한철 전 소장이 헌법재판 제도의 유래와 13개 주요 헌법재판의 역사적 배경과 법철학적 근거, 다수의견뿐 아니라 소수의견까지 아울러 판결 이후 우리 사회의 변화에 끼친 영향까지 두루 다루었다. 민주사회에서 헌법의 가치와 국가의 역할을 다룬 이 책은 가치가 충돌하는 현 시대에 진정한 주권자로 성숙한 시민으로 사회현상을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돕는 길라잡이가 돼줄 것이다.


    저항할 권리
    조르조 아감벤 지음. 박문정 옮김. 효형출판. 150쪽. 1만4000원
    “내전 가능성이 없는 사회, 다시 말해 극단적 형태의 이견이 배제된 사회는 전체주의에 빠져들 수밖에 없다. 나는 극단적인 반대를 마주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는, 그러니까 동의 가능성만 인정하는 사고 체계를 전체주의적 사유라고 본다. 그리고 민주주의가 전체주의로 뒷걸음질 친 것이 민주주의보다 정치 행위의 유일한 기준으로 볼 수 있는 헌법적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역사가 우리에게 일러주는 것처럼.” 논쟁적 사상가 조르조 아감벤은 책 ‘저항할 권리’에서 디지털 제어 장치를 기반으로 전례 없이 강력한 통제력을 지닌 정치 패러다임이 인류가 수백 년간 쌓아 올린 가치를 집어삼킬 수 있다며 ‘무조건’이 전제되는 사회와 정치의 위험성을 강조하며 획일화된 인류를 향해 경종을 울리고 있다.




    정치적 올바름
    강준만 지음. 인물과 사상사. 200쪽. 1만4000원
    사회적 약자, 소수자에 대한 차별적 언어 사용이나 활동에 저항해 그것을 바로 잡으려는 정치적 올바름(Political Correctness·PC) 운동이 인터넷과 소셜미디어에서는 ‘누가 더 도덕과 정의에 충실한 사람인가’를 겨루는 전쟁터로 변질됐다. 강준만 전북대 명예교수는 현실과 동떨어진 도덕과 정의의 논쟁으로 흐르면서 PC 논쟁이 분란의 씨앗이 되고 말았다고 애석해했다. 강 명예교수는 책 ‘정치적 올바름’에서 자유와 위선, 계급이라는 3가지 키워드를 통해 PC 논쟁 양쪽의 소통 가능성을 모색했다. ‘인간에 대한 예의’에서 출발한 PC가 거친 비판을 퍼붓는 방식으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지 않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는 것.



    구자홍 기자

    구자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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