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김종인 “尹, 지지율은…” 진중권 “李는 구멍 뚫린 배”

신동아 창간 91주년 스페셜 대담 김종인 vs 진중권

  • 구자홍 기자 jhkoo@donga.com

    입력2022-10-28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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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금 지지율은 국정 이끌기 어려운 수준

    • 대통령 취임식 날 이준석에게 해외 유학 권했다

    • 능력주의 인사라면서 새 인물 하나 없는 새 정부

    • 30% 대통령 지지율은 학점으로 치면 D+

    • 이재명으로는 총선 못 치러

    *대담 전체 영상은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플러스’에서 시청하실 수 있습니다.





    10월 13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시간 동안 유튜브 채널 ‘매거진동아플러스’로 생중계된 ‘신동아 창간 91주년 스페셜 대담 김종인 vs 진중권’에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대통령은 우리나라가 처한 현실을 정확하게 인식해야 한다”며 “우리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인 노령화, 저출생, 저성장, 그리고 양극화 문제를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갈지 방안을 제시해야 하는데 그러한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다.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는 “국민의힘은 대선 이후 통합의 정치를 펼친 게 아니라 배제의 정치로 자기들 기득권을 강화하는 식으로 하다 보니 강성 지지층만 남았다”며 “듣기 좋은 소리만 계속 듣다 보면 왜곡된 인식을 갖게 되는 만큼 정확한 현실 인식을 위해 쓴소리를 많이 듣고, 민심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담 내용을 진행 순서대로 요약, 정리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어떻게 지켜봤나.

    김종인 “윤석열 대통령은 대선 때 51%의 반대 세력을 뒤로하고 당선했다.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을 뽑아준 사람 중에서도 상당수가 실망해 지지를 철회한 모습이다. 대선 때 걸었던 기대가 충족되지 못해 정부와 국민 사이에 괴리가 커진 것이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지호영 기자]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왼쪽)과 진중권 광운대 특임교수. [지호영 기자]

    낮은 지지율 탓 국정 동력 찾기 힘든 상황

    다른 대통령에 비해 윤 대통령의 특징이라면?

    김종인 “윤 대통령의 특이점이라면 정치를 전혀 하지 않다가 1년 만에 갑작스럽게 대통령이 됐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대통령이 되면 나라를 어떻게 이끌어가야 되겠다’는 구체적 준비가 거의 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이 됐다. 그렇기에 다른 전직 대통령과 달리 초기에 약간의 혼선이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다만 강조하고 싶은 것은 정부를 이끌어가는 데 있어 처한 상황이 어떻다는 것을 명확히 진단했어야 한다. (윤 대통령은) 대통령의 권한만 있으면 모든 것이 다 될 수 있지 않겠느냐고 생각했던 것 같다. 대통령이 국정을 제대로 수행하려면 국회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은 야당이 국회를 장악하고 있기 때문에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여소야대 상황 속에서 국정을 효율적으로 끌고 가려면 준비가 필요한데, 이 정부 출범 때 그런 고려가 없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국민의 지지라도 확고해야 하는데 국민 지지마저 지지부진하기 때문에 국정 동력을 찾기 매우 힘든 상황이다.”

    아직 시간이 있으니 지금부터라도 차근차근 준비해 나가면 되지 않을까.

    김종인 “5개월밖에 안 됐기 때문에 총체적 평가를 하기에는 너무 성급하다. 지금까지의 여러 경험을 참조해 앞으로 어떻게 다르게 할 건지 국면 전환이 필요하다.”
    진중권 교수는 윤석열 정부에 점수를 준다면 몇 점을 주겠나.

    진중권 “내가 점수를 매길 필요 없이 대통령은 늘 여론조사 형태로 성적표를 받는다. 100점 만점에 지금 30점 정도가 나오고 있지 않나. 대학 성적으로 말하자면 D+ 정도인 것 같다. 재수강해야 할 상황이다.”

    낙제점에 가까운 낮은 점수를 준 이유가 뭔가.

    진중권 “첫째는 국정과제가 잘 안 보인다. 중점적으로 추진할 국정과제를 밝히고 성공적으로 추진해야 지지율이 오르는데, 핵심 메시지가 뭔지 안 보인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권 때로 돌아간 것 아닌가 하는 퇴행적이라는 느낌이 들고, 자유라는 공허한 얘기밖에 안 들린다. 두 번째로는 인사 문제도 좀 있었다. 인재풀을 넓게 써야 하는데 굉장히 좁게 쓰다 보니 내각을 꾸리는 데 5개월이 걸렸다. 그렇게 뽑은 사람 중 참신한 인물이 있는 것도 아니다. 여소야대 상황에서는 중도층까지 포괄해 국민 다수 여론을 등에 업어야 국회에서 협치가 가능하다. 그런데 중도층을 배제했다. 극우 유튜버만 보고, 그게 국민 여론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다. 그나마 젊은 층 2030세대 지지를 받던 이준석 전 대표를 내치지 않았나. 통합의 정치를 하는 게 아니라 배제의 정치를 하면서 자기들 기득권을 강화하는 식으로 가다 보니 강성 지지층만 남았다. 거기에 대통령과 당에 있는 분들이 계속 말실수를 한다. 말실수로 끝나는 게 아니라 사과도 안 한다. 끝까지 (사과를) 거부하면서 국민과 싸우려 드는 부분이 겹쳐 지금의 상황에 이른 게 아닌가 싶다.”

    윤석열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나와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겼다.

    김종인 “과거 대통령이 청와대에만 들어가면 구중궁궐 속에 빠져 민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권위주의적으로 변해 청와대를 벗어나 용산으로 이전한다는 명분을 제시했다. 그런데 대통령이 용산으로 간 뒤로 국민과의 소통이 과연 잘 되고 있나. 만약 국민과 소통이 잘 되고 있을 것 같으면 지금과 같은 여론조사 결과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국민이 정부에 바라는 것이 뭔지를 제대로 알고 그것을 이행함으로써 국민과 소통이 이뤄진다. 과연 그 같은 소통이 제대로 되고 있나. 국민과의 소통 수준을 분명하게 보여주는 것이 여론조사 결과다. 현재의 30% 남짓한 지지율로는 실질적으로 국정을 이끌어가기가 매우 힘든 상황이다.”

    도어스테핑 시 정돈된 답변 준비해 발언해야

    용산으로 집무실을 옮긴 뒤 달라진 풍경 중 하나가 출근길에 기자들과 문답을 주고받는 도어스테핑이다. 도어스테핑은 국민과 적극 소통하려는 모습 아닌가.

    김종인 “(도어스테핑) 그 자체로 국민에게 의미 있다고 명확하게 얘기할 수 있는 게 아니다. 국정 운영에 얼마만큼 플러스가 되고, 국민과 소통이 얼마나 잘 되고 있느냐가 입증돼야 하는데, 현재까지는 그런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진중권 교수는 윤 대통령이 새롭게 선보인 도어스테핑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갖고 있나.

    진중권 “그게 좀 슬픈 일이다. 지금 내세울 수 있는 게 그거밖에 없다. (도어스테핑이) 의미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한다. 나도 청와대를 옮기자고 계속 주장해 왔다. (청와대를) 옮기는 것 자체를 반대하지는 않는데 그렇게 급하게 옮겼어야 하는가라는 생각은 든다. 계획을 세워 옮겨도 될 문제인데 너무 급하게 옮겼다. 그러다 보니 비용 문제가 따라왔다. 개방 이후 국민들이 청와대에 들어가 사진 찍으며 좋아한다. 그런데 그게 대통령에 대한 지지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왜 그런지 한번 생각해 봐야 한다. 도어스테핑의 경우 기자들 질문이 대충 뻔하다면 정돈된 대답을 준비해 발언해야 하는데, 준비 안 된 모습을 보였다. 도어스테핑이나 청와대를 옮긴 것 자체는 나쁘지 않지만 그것만이 지금 내세울 수 있는 게 돼버렸다는 것이 아쉽다.”

    대통령 취임 5개월이 지나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하고 있다. 뒤늦은 정부 조직 개편을 어떻게 보나.

    김종인 “정부 조직 개편은 인수위 때 대통령 직무가 시작되는 시점에 맞춰 모든 안을 만들었어야 한다. 현실적으로 야당이 동의해 주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에 그런 점까지 예측하고 준비했어야 하는데 인수위 2개월을 그냥 보냈다. 취임 5개월 지나 이제 와서 정부 조직 개편을 추진하겠다고 하는데 과연 야당이 협조해 줄까. 야당이 공식 반대하는 여성가족부 폐지를 하겠다는데 누구도 (정부 조직 개편이) 되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없다. 과거 이명박 정부 때도 여성가족부, 통일부 폐지 문제가 나왔지만 결과적으로 야당 반대에 막혀 뜻을 이루지 못했다. 국회에서 동의를 안 해주면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정부가 (조직 개편을) 추진하다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국민에게 다시 불신만 조장하는 그런 결과를 가져오리라고 생각한다.”

    10월 13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스튜디오에서 ‘신동아 창간 91주년 스페셜 대담 김종인 vs 진중권’ 유튜브 생방송이 진행됐다. [지호영 기자]

    10월 13일 서울 광화문 동아미디어센터 채널A 스튜디오에서 ‘신동아 창간 91주년 스페셜 대담 김종인 vs 진중권’ 유튜브 생방송이 진행됐다. [지호영 기자]

    연금·교육개혁 주무 장관 5개월간 공석

    진중권 교수는 윤석열 정부 조각에 어떤 문제점이 있었다고 보나.

    진중권 “가장 큰 문제라면 능력주의 인사라면서 내놓은 이들이 죄다 50대 이상, 남자, 서울대 출신이란 거다. 이런 의문을 갖게 된다. 대한민국에서 능력 있는 사람은 남자뿐인가? 특정 지역 출신뿐인가. 지금 내각에 호남 출신이 없다.”

    뒤늦게 정부조직법 개편을 추진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떤 입장인가.

    진중권 “왜 하는지 모르겠다. 왜 필요한지 설명해야 할 거 아닌가.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면서 줄인 게 하나도 없다. 국무회의에서 여성가족부 장관 빼고 그 자리에 보훈처장을 보훈부 장관으로 승격시켜 (국무회의에) 들어가게 만든다는데, 여성가족부를 못 없애면 결과적으로 장관 하나 더 느는 모양새가 될 것이다. 능력 위주라면서 스펙 보고 뽑다 보니 옛날사람뿐이다. 남자, 50대 이상, 서울대…. 새로움 하나 없는 새 정부가 된 거다.”

    조각 때 대선 승리를 도운 이른바 ‘윤핵관’ 입김이 많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논란에 대해서는 어떻게 보나.

    김종인 “윤핵관이 얼마만큼 정부 구성에 영향력을 행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다만 윤 대통령이 정치를 오래한 분이 아니기에 스스로 갖고 있는 인재풀이 없었다. 그래서 대통령 당선 과정에 도와준 사람들 보고 정부 구성을 위한 인사를 찾아봐라. 그러니까 윤핵관이라는 사람들이 과거 한 자리씩 했던 사람 중에서 찾다 보니 지금 현재의 내각이 구성된 거다. 지금 일반 국민이 굉장히 의아하게 생각하는 것이 뭐냐면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에 연금개혁, 교육개혁 얘기가 나오는데, 정작 연금개혁과 교육개혁을 추진할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은 5개월 동안 제대로 찾지를 못했다. 겨우 찾은 게 과거 교육부 장관 하던 사람, 복지부는 차관을 그냥 장관으로 임명했다. 그 사람도 복지부에 대해 그렇게 잘 아는 인물이 아니다. 국민이 대통령을 뽑을 적에 기대한 것이 있었다. 그런데 지금 대통령이 하는 걸 보면 그런 국민 기대와 전혀 맞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대통령을 지지한 사람 중 상당수가 지지를 철회하는 모습을 보이는 것이 현재의 상황이 아닌가.”

    국민의힘이 대선 이후 이준석 전 대표 처리 문제로 상당 기간 심하게 내홍을 겪었다. 진중권 교수는 그 사태를 어떻게 지켜봤나.

    진중권 “합리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을 벌이고 있다. 자기들이 뽑은 대표를 내치기 위해 왜 그런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그분들은 (대선 때) 이준석 전 대표 역할은 없었고, 오히려 분탕질만 했다. 그런 생각을 하는 것 같다. 이 전 대표가 개인적으로 약점도 많고 선배 정치인들을 대하는 태도라든지 이런 부분에 굉장히 문제가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이 전 대표가 갖고 있는 장점도 봐야 한다. 첫째는 국민의힘이 탄핵의 강을 건널 수 있게 도와줬다. 대구 내려가서 정면 승부해 탄핵의 강을 건너야 한다고 얘기했다. 두 번째는 보수 정당에 눈길 한번 주지 않던 2030의 상당히 많은 표를 국민의힘으로 끌고 온 게 이 전 대표였다. 그리고 역대 대선 캠페인과 달리 이번 대선 때는 국민의힘이 더 젊고 참신한 캠페인을 했다. 그런 아이디어를 이 전 대표와 그로 대표되는 2030들이 냈다. 그런 그들을 쳐낸 거다. 이 전 대표와 2030을 쳐내면 여론전이 안 된다. 굉장한 착각을 한 것 같다. 그 다음에 절차적 문제도 있다. 자기들이 뽑아놓은 당 대표를 상대로 윤리위가 국보위 역할을 하고 있다. 가장 중요한 결정을 거기다 맡겨놓았다. 사실상 정치 보복의 수단 또는 어떤 내부 정치의 수단화됐다. 윤석열 정부 출범의 상징적 자원은 문재인 정권이 무너뜨린 법치, 절차적 정당성 이른바 공정과 상식의 복원이었다. 그런데 그걸 지금 무너뜨리고 있다. 앞으로 뭘 갖고 정치를 하려는지 모르겠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준석 전 대표의 정치적 멘토로 알려진 적도 있다.

    김종인 “2011년 박근혜 비대위 시절부터 26세 나이로 처음 정치에 입문한 이준석 전 대표를 봐왔다. 이 전 대표는 젊고 똑똑하고 공부도 많이 한 사람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렇지만 정치 경험이 많지 않아 권력의 속성에 대해서는 별로 인식을 못 하는 것 같다. 대선 끝나고 대통령 취임 첫날 같이 점심식사를 하면서 ‘이제는 대표직을 던져버리고 미국이나 외국에 가서 공부를 한 1년 하고 오는 게 어떻겠느냐’고 얘기한 일이 있다. 권력의 속성상 대통령이 된 분들은 자기를 뽑아준 정당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경향이 있다. 이 전 대표가 여당 대표로 있는 것이 석연치 않게 느껴졌다. 윤리위원회가 집권 여당 대표를 징계 처분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맞는 얘기는 아니다. 그렇지만 일단 윤리위가 징계를 한 이상 이 전 대표가 그 나름대로 생각을 좀 더 했어야 하는데 반발하면서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 전 대표는 지금 상황에서는 다른 방법이 없다. 그동안 여러 체험을 전제로 자기 나름대로의 정치적 자산을 축적해 나가는 노력을 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적으로 재기할 수 있는 모멘텀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 외에 특별한 방법이 없다. 젊은 당대표를 포용하고 갔으면 가장 좋았을 텐데 그걸 못했다. 여당이 정상적인 기능을 해나갈 수 있을지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비대위원장 해보니 국민의힘 결속력 약해

    진중권 교수는 1년 6개월 당원권 정지 징계를 받은 이 전 대표가 내후년 총선에 출마해 정치적으로 재기하는 게 가능하다고 보나.

    진중권
    “윤리위가 총선 출마를 못 하게 한 거다. 안타깝다. 윤리위에서 징계 수위를 조절하는 것도 굉장히 정치적이다. 대표로 복귀를 못 하게 하는 시점 혹은 총선 출마를 못 하게 하는 시점을 콕 찍어서 징계했다. 윤리위가 대단히 비윤리적인 모습을 보인 거다. 중도층은 ‘이건 아니다’면서 다 돌아섰는데 2030마저 그렇게 내치면 심각해진다는 걸 알아야 한다.”

    이 전 대표 문제는 법원 가처분 신청 기각으로 일단락됐다. 남은 과제는 국민의힘이 언제 새 지도부를 구성할 것이냐, 누구를 간판으로 내세울 것이냐다.

    김종인
    “정진석 비대위는 가급적 빠른 시일 내에 당을 정상화하기 위한 전당대회를 조속히 개최할 수 있는 준비에 박차를 가하는 것이 선결 과제다. 여당이 집권 초에 비상대책위 체제로 갔다는 자체가 상식적이지는 않다. 지금 대표에 출마하려는 사람이 서너 명 있는 것 같은데, 자신이 대표가 되면 당을 어떻게 이끌어 2024년 총선을 승리로 이끌겠다는 구체적인 안을 내놓는 사람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내가 비상대책위원장으로 10개월 동안 국민의힘을 이끌어봐서 아는데, 당 내부 결속력이 별로 없다.”

    진중권 교수는 국민의힘을 새로 이끌 당대표로 누가 적임자라고 보나.

    진중권 “지금 거론되는 사람들은 힘들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다음 총선에서 이길 수 있는 새로운 비전과 새로운 메시지다. 그런데 지금 여론조사와 당심을 몇 퍼센트로 할 거냐를 따진다. 국민의힘은 지난 총선에서 TK(대구경북)와 PK(부산경남) 일부를 제외하고 수도권에서 전멸했다. 그런데 당시 선전한 지역에서는 중도층 여론을 신경 쓸 필요가 없다. 당의 색깔을 변화시켜 좀 더 중도 확장 정책을 펴야 되는데, 그런 문제의식 자체가 아예 없다.”

    유승민 전 의원이 목소리를 강하게 내면서 여당 속 야당 역할을 하려 한다. 차기 국민의힘 대표에 선출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나.

    김종인 “그건 나는 잘 모르겠다. 유 전 의원이 대표가 될 정도로 당내 지지 세력을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정확하게 말하기 어렵다. 다만 2024년 총선에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그런 인물을 찾기 위해 당원들이 심사숙고할 거다.”

    진중권 “앞선 전당대회 때 여론조사와 당원 투표를 5대 5로 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당원 비율을 7, 여론조사를 3으로 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아도 (유 전 의원이) 이기기 힘든데 벌써부터 견제가 시작됐다. 이 전 대표의 지원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당대표까지 되기는 힘들 거다. 그래도 한번 해볼 만한 싸움이다. 현 진영으로 오래갈 것 같지 않다. 아주 절망적인 상황 속에 보수적인 분들이 이 전 대표를 선택해야만 했던 그런 상황에 버금가는 또 다른 사태가 벌어졌을 경우 대안 세력은 있어야 되지 않겠나. 대안 세력의 면모를 보여주는 것, 대안 세력의 잠재력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해볼 만한 도전이다.”

    민주당 운명은 이재명 사법리스크 현실화에 달려

    화제를 바꿔 대선 패배 직후 민주당 대표에 오른 이재명 의원 얘기를 해보자.

    김종인 “이재명 의원이 민주당 대표가 되기는 했는데 어느 정도 당의 결속력을 확보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언론 보도를 보면 이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상당한 걸로 나온다. 그것(사법 리스크)이 현실화되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앞으로 민주당 상황이 크게 변화할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내후년 총선까지 이 대표가 계속 당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보나.

    진중권 “유지하려고 할 거다. 민주당 지지자들이 그분(이재명 대표)을 대표로 만들어준 건 대선 때 0.73%포인트 차이로 진 큰 배인데 침몰시키기에는 너무 아깝다, 썩혀두기 아깝다고 여겨서다. 그래서 일단 그 배에 다 올라탄 거다. 문제는 그 배에 구멍이 뚫려 있다는 거다. 그 배를 타고 과연 총선까지 가겠느냐는 거다. 사법 리스크가 상당히 크다. 특히 선거법은 결정적인 거짓말이 밝혀지면 유죄가 나온다. 성남FC 사건도 증거들이 지금 막 나오고 있는데 피해가기 힘들어 보인다. 나머지 것들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선거법과 성남FC 사건 두 가지만 갖고도 이분은 정치하기 굉장히 힘들 거다. 문제는 이분이 계속 그 시기를 늦출 거라는 거다. 이번에 당헌을 고치지 않았나. 원래는 기소되면 당직이 정지됐는데 그걸 1심 유죄로 바꿨다. 재판을 지연시키면서 총선 이후까지 계속 가려고 할 거다. 그게 이재명 대표의 작전이다. 이 대표가 대표 경선에 나온 것은 당을 위해서 뭘 해 보겠다는 거라기보다 사실은 자신의 정치적 생명을 유지하기 위한 방탄용이다. 보통 사람이 공인이 되면 공(公)을 위해 사(私)를 희생해야 하지 않나. 억울하더라도 당에 피해가 가면 안 되니 내가 빠져야지 그러는데, 이 대표는 개인적 리스크를 당 전체 리스크로 만들었다. 이런 분이 과연 공직에 적합한 마인드가 있는 사람인가 의심스럽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나오는 얘기가 내년에 김경수 전 경남지사가 출소하고 미국에 유학 가 있는 이낙연 전 대표가 돌아오면 ‘친명 대 비명’ 당권 대결이 다시 벌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종인 “나는 김경수 전 지사가 출옥해 정치에 복귀한다고 해도 그 자체가 민주당에 어떤 큰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지 않는다. 이낙연 전 총리가 돌아와 대선 경선 때 대결을 다시 펼친다는 것도 총선을 앞두고 가능하겠느냐는 생각이 든다. 민주당에서 이재명 체제가 더는 존재할 수 없게 될 것 같으면 새로운 세대의 인물로 대체될 수밖에 없지 않으냐 그렇게 생각한다. 이낙연, 김경수 같은 과거 인물이 돌아온다고 해서 큰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내후년 총선에 어느 정당이 1당이 될 것으로 예상하나.

    진중권 “지금 예상하기 힘들다. 각 당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다만 대선 상황이 연장될 거다. 상대 후보가 싫어서 다른 후보를 뽑는 선거가 계속될 거다. 지금 두 당은 서로가 서로의 존재 근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이재명의 사법리스크가 국민의힘 존재 근거를 마련해 주고 국민의힘 분열이 이재명 대표를 가능케 해줬다. 민주당은 지금부터 진지하게 포스트 이재명을 생각해야 한다. 여당이 지금 저렇게 못하는데도 야당 지지율이 안 올라간다. 지금의 체제가 계속 유지될 수 없다면 빨리 끝내고 새로운 젊은 층으로 세대교체를 과감하게 하는 게 훨씬 낫다. 2년 뒤 총선은 정권 심판론이 대두될 수 있다. 총선에서 과반을 못 얻어 집권 전반기에 이어 후반기까지 소수당에 머물면 정권이 아무것도 할 수 있는 일 없이 끝나버릴 수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총선을 어떻게 전망하나.

    김종인 “국민의힘 처지에서 보면 절대적인 선거다. 국민의힘이 2024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윤석열 정부 남은 임기 3년이 정상적으로 운영될 수가 없다. 그러기 때문에 2024년 총선을 위해 총력을 다할 수밖에 없다. 결국은 여당과 집권 세력이 국민을 상대로 열심히 노력해 국민의 지지를 획득하는 것이 선거를 이길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그런데 현 상황이 그대로 지속된다면 2024년 총선을 승리로 가져온다는 것은 매우 어렵지 않겠느냐 그렇게 생각한다.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지역이 수도권이다. 130석 정도 되는 수도권에서 승리하는 정당이 국회를 장악할 수 있다. 수도권 유권자처럼 많이 깨어 있는 유권자가 없다. 수도권 사람들은 어디에 치우치지 않는다. 야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다고 여당에서 안심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여당이 잘못하면 국민은 자연적으로 야당으로 갈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그 점을 냉정하게 판단해 국민의힘이 노력을 경주하지 않으면 안 될 거다.”

    수도권 승리 정당이 국회 장악할 것

    정계 개편이 이뤄지지 않는 한 국민의힘 아니면 민주당 거대 양당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데.

    진중권 “대선 때의 역전 현상이 벌어지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윤석열 대통령을 믿고 좋아해 잘할 거라고 기대해 뽑아준 게 아니지 않나. 정권을 심판하기 위한 결과였다. 2년 뒤에는 그 심판의 칼이 어디로 가겠나. 이재명 대표가 좋아서 그를 기대해서 민주당이 잘할 거라고 믿어서가 아니라 정권을 심판하기 위해 그리 갈 수도 있는 거다. 아무리 야당이 못 한다고 하더라도 그리 갈 수밖에 없다는 거다.”

    내후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바뀌어야 한다고 보나.

    김종인 “국민의힘이 바뀌는 것도 필요하지만, 정부 상황이 지금처럼 가면 안 된다. 정부에 대한 현재 국민 지지도를 그대로 가져가서는 희망이 없다. 정부는 냉정하게 왜 국민이 외면하게 됐나, 대통령을 지지했던 사람이 왜 지금 외면해 지지하지 않느냐를 냉정하게 판단해 국면 전환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게 가장 중요하다.”

    새로운 모습을 보이는 데 앞장서야 할 사람이 누구인가.

    김종인 “그 점에 대한 인식을 가장 철저하게 해야 할 분이 대통령이다. 대통령이 나머지 임기 동안 어떻게 국민의 지지를 받아 이끌어갈 것이냐를 생각해야 한다.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철저해야만 모든 문제가 풀릴 수 있다.”

    김종인 전 위원장은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제목의 저서에서 “역사에 길이 남는 대통령이 되고 싶다면 대통령 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겠다는 결단을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했다.

    김종인 “1987년 개헌 당시 박정희, 전두환 시절의 대통령 권한을 그대로 헌법에 담았다. 시대 상황은 변했는데, 과거 권위주의 대통령의 권한을 행사하려 하면 거기서 마찰이 생기고 국민과의 괴리 현상이 생겨난다. 현재 대통령제가 가진 모순을 제거하지 않고서는 대통령이 성공하기 어렵다.”

    진중권 교수는 앞으로 윤 대통령이 어떤 점에 중점을 둬야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고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 있다고 보나.

    진중권 “대통령실도 그렇고 여당도 현실 감각을 상실했다고 본다. 바깥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모른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는다. 자기들 강성 지지층, 유튜브 중심으로 뭉쳐 있는 그 사람들의 세계가 전체라고 착각하는 거다. 그 사람들은 우물 안에 갇혀 있는 거고 넓은 세계는 그 사람들 바깥에 있다. 현실 감각을 갖추려면 좀 넓게 들어봐야 한다. 듣기 좋은 소리만 계속 들으면 왜곡된 현실인식을 갖게 된다. 바깥에 있는 사람에게 쓴소리를 많이 들어 현실 감각을 찾고, 그분들의 마음을 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판단해야 하는데, 커뮤니케이션 자체가 안 되고 있다. 극우 유튜브 속에 갇혀버렸다는 느낌이다.”

    김종인 “대통령은 당면한 상황 인식을 정확하게 해야 한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가 당면한 시대적 과제에 대해 대통령이 솔직해지지 않으면 어떤 것도 해결할 수가 없다. 지금 우리 사회가 노령화, 저출생, 저성장, 양극화 문제가 있다고 솔직하게 인정하고 그것을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런 입장을 천명해야 하는데 그런 것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 2025년이 되면 초고령 사회로 갈 수밖에 없다. 우리 출생률이라고 하는 것이 0.75명 수준으로 떨어져 이대로 가면 나라의 미래가 없다. 그런데 그것에 대해 아무런 처방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신동아 11월호 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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