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접대 꼬리표 쉽사리 못 뗄 듯
“李 팬덤 쉽게 사그라지지 않는다”
“청년층, 국민의힘 ‘낡은 보수’ 회귀한다고 봐”
보수층에 구애해야 하는 劉, 李와 연대?
9월 7일 경북 칠곡군에서 ‘신동아’와 단독 인터뷰를 하고 있는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 [박해윤 기자]
친윤(親윤석열)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는 이준석 전 대표의 미래를 묻자 이런 답을 내놨다. 이 전 대표에 비판적인 정서가 묻어 있긴 하나, 비교적 객관적으로 내놓은 진단에 가깝다. 외려 낙관적으로 전망한 축에 속한다고 볼 수도 있다. 어찌 됐건 이 전 대표가 2024년 제22대 총선에 출마할 여지는 있다고 본 셈이기 때문이다.
“정치생명이 풍전등화”
상황은 이 전 대표에게 점점 불리한 쪽으로 흐른다. 10월 13일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는 이 전 대표가 자신에 대한 성상납 의혹 폭로가 허위라며 가로세로연구소를 고소한 데 대해 무고 혐의로 검찰에 송치하기로 했다. 앞서 2013년 이 전 대표에게 두 차례 성 접대를 했다고 주장해 온 김성진 아이카이스트 대표 측은 “성 접대가 확인됐음에도 형사처분을 받게 할 목적으로 가세연을 고소했다”며 8월 4일 이 전 대표를 무고 혐의로 고발했다.이번 검찰 송치가 가진 의미는 작지 않다. 무고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려면 이 전 대표에 대한 성 접대 의혹이 사실인지 아닌지 가려야 한다. 경찰이 무고 혐의를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건 사실상 성 접대 의혹이 허위가 아니라고 봤다는 뜻이다. 실제로 10월 11일 서울경찰청 관계자도 기자간담회에서 이 전 대표의 성 접대 의혹을 두고 “(송치 결정) 결과에 따라 유추할 수 있다”고 말한 바 있다.
이 대표는 10월 13일 검찰 송치 관련 보도가 나오자 페이스북에 “송치 혐의에 대해 부인한다. 여러분이 의문을 가지는 일은 없었다”고 밝혔다. 또 “지금 일방적으로 제3자의 진술만을 들어 이 사건을 송치했다”며 “경찰 단계에서의 삼인성호(三人成虎·세 사람만 우기면 없는 호랑이도 만든다는 뜻으로, 여럿이 말하면 거짓도 참인 것처럼 여겨진다는 의미)식 결론”이라는 표현을 썼다.
반발과는 별개로 이 대표로서는 자꾸 퇴로가 막히는 상황이다. 일단 검찰과 법원에서 결백을 입증해야 한다. 수사와 재판 과정은 긴 시간이 걸린다. 그 과정에서 언론보도를 통해 지속적으로 성 접대 의혹이 꼬리표처럼 따라붙게 됐다. 사법적 문제를 떠나 정치적으로는 치명타를 맞은 셈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 전 대표의 정치생명이 풍전등화에 처했다”면서 “선택할 수 있는 카드가 전무하다”고 말했다.
“이준석·유승민, 각자의 길 간 지 오래”
경찰이 성 접대 의혹에 실체가 있다고 판단한 만큼 여론의 향배도 관심사다. 그중에서도 청년층 여론이 주목된다. 이 전 대표에 대한 지지가 비교적 강한 청년층이 계속 손을 들어주면 이 대표는 반전의 계기를 모색할 수 있다. 총선을 앞두고 청년층 지지가 필요한 여권이 이 전 대표에게 손을 내밀 길이 작게나마 열린다. 세대 구도상 60대 이상은 보수, 40·50대는 진보를 지지하는 비율이 높다. 국민의힘이 다수당이 되려면 30대 이하 세대에서 앞서야 한다. 여기에 ‘정치인 이준석’의 밑천이 있다.이 전 대표가 보수신당을 창당할 경우 20대 응답자의 23.5%가 지지한다고 답한 여론조사도 있다. 16%로 나온 전체 응답자의 답변 비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국민의힘을 지지하겠다고 답한 20대 응답자의 비율은 20.0%였다. 어디까지나 가정(假定)에 의해 설계된 조사이긴 하지만 20대 사이에서 이 전 대표의 영향력을 간접적으로 확인해 볼 수 있는 지표다.(미디어토마토가 뉴스토마토 의뢰로 10월 11~12일 전국 성인 남녀 10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이하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해 이동수 청년정치크루 대표는 “당분간 이 전 대표가 정치 전면에 나서기는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이렇게 부연했다.
“이 전 대표에 대한 20·30 청년 남성들의 지지가 사그라질 것이라고 보지는 않는다. 이 전 대표는 청년층에서 논란이 되는 사안을 기민하게 파악하고 이슈화하며 팬덤을 형성했다. 그 역할을 할 사람이 현 정치권에 별로 없다. 최근 망 사용료 이슈만 보더라도 국민의힘 내에서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전혀 없다. 청년층은 지금 국민의힘이 ‘낡은 보수’로 회귀하고 있다고 본다. 이 전 대표 없이 국민의힘이 청년층의 지지를 회복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세간에선 당권 도전 가능성이 높은 유승민 전 의원과 이 전 대표 간의 연대설에 주목한다. 유 전 의원은 아직 공식적으로 전당대회 출마를 선언하지 않았다. 하지만 페이스북을 통해 현안에 대해 의견을 내놓는 일이 부쩍 잦아졌다. 최근에는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의 “일본은 조선왕조와 전쟁을 한 적이 없다”는 발언을 놓고 “천박하다”면서 비대위원장직 사퇴를 요구했다.
윤 대통령 및 윤핵관과 구원(舊怨)이 있는 유 전 의원이 정치적 입지를 다지려면 비윤(非윤석열)계 결집 전략을 써야 한다. 현재 전당대회 출마 후보군으로는 유 전 의원을 제외하곤 4선의 김기현·윤상현·권성동 의원, 3선의 안철수 의원이 꼽힌다. 나경원 전 의원은 10월 13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에 내정돼 전대 출마 가능성이 낮아졌다. 지금으로서는 유 전 의원이 비윤 대표주자의 포지션을 선점한 모양새다.
이에 당내 입지가 좁아진 이 전 대표가 유 전 의원을 지지하면서 돌파구를 찾지 않겠느냐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두 사람 간 관계가 예전 같지 않다는 반론도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이 전 대표와 유 전 의원은 멀어진 것까지는 아니지만 각자의 길을 간 지 오래”라고 말했다.
다른 길이 없다
유 전 의원 처지에서 이 전 대표와 손잡는 게 마냥 유리하지만은 않다는 해석도 있다. 실제 선거가 치러지면 보수층 민심의 일부라도 얻어야 하는 만큼 이 전 대표와의 연대가 자칫 패착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금 유 전 의원은 비윤을 결집하려 하고 있는 것”이라면서 “유 전 의원이 얼핏 보면 이 전 대표와 호흡을 같이하는 것처럼 보여도 막상 전당대회 국면에 들어가면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이 전 대표가 전당대회 국면에 직·간접적으로 개입하는 게 어려워지면 남는 선택지는 하나뿐이다. 법적 대응은 하되 정치적 발언은 삼가면서 정중동 행보를 펴는 것이다. 대신 이 전 대표는 온라인 플랫폼 구축·저서 출간 등을 통해 20·30세대, 특히 20대 남성(‘이대남’) 사이에서 우호적 여론을 유지하려 할 전망이다. 지금으로서는 다른 길이 없어 보인다.
이준석은 곧 죽어도 여당 사람
尹, 대통령 뽑아준 사람이 누군지 모르는 것 같다
대통령 만날 생각 없다
윤석열 정부 外交 정책이…
신동아 11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