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시마당

자카르타

  • 전욱진

    입력2022-11-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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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지난 잘못을 용서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이것은 세계에서 가장 섬이 많은 나라
    계절은 한 개의 여름이 전부인 곳에서
    상대에게 인사로 전하는 말

    그 나라는 조금씩 가라앉고 있대

    당신의 몸이 만드는 그늘 안에
    아름아름 누워서 배웠다
    귀여워해 주는 당신을 믿고
    더 자라지 않은 채

    내가 가리키면
    당신이 보았다
    그때 동시에 목격한 것은
    오늘 내가 좋아하는 것



    그것이 예쁘건 나쁘건
    이제 더는 하지 않는다
    마음이 생성하는 무언가를
    손가락으로 집어 보이는 일

    그것이 바람과 빛에 의해
    조용히 자기 색을 잃어도
    언젠가 여름이 끝나듯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일어나는 사실이 있고

    다만 어떤 잘못은
    전부 내 탓이어서
    쪽볕에도 혼자 아랑곳하며
    여름의 계속을 마다하지 않는다

    이 모든 일이 끝나면
    더 잘 사랑하게 될까
    알고 싶어 하면서

    [Gettyimage]

    [Gettyimage]

    전욱진
    ● 1993년 용인 출생
    ● 2014년 실천문학 시 부문 신인상 등단
    ● 2022년 9월 시집 ‘여름의 사실’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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