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헌법적 시행령 통치? 검찰청법 자체가 위헌
합리적 범위에서 수사권 확대, 검수원복 아냐
경찰국 신설, 법리 하자 전혀 없어
민주적 정당성 없는 공수처는 여전히 위헌
이완규 법제처장. [지호영 기자]
“이번 대통령령이 반헌법적이라고 하는 것에는 동의할 수 없다. 제가 보기에 헌법과 법률에 아주 적합한 내용이다.”(이완규 법제처장)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라고 하는 것, 일관된 패턴을 보이고 있고 여기에 법제처가 그대로 따라가면서 오히려 합법성의 외피를 씌워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시행령의 내용으로 법률을 넘어서는 것을 주장하면서 결국 해당 부서의 권한을 확대하고 대통령으로 모든 권력을 집중하고 있다.”(최강욱 더불어민주당 의원)
“시행령이 법률을 벗어났다는 전제하에 말씀하시는데 전혀 법률을 벗어났다고 생각하지 않는다.”(이완규 처장)
10월 13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제처 국정감사는 법리 논쟁으로 불꽃이 튀었다. 소위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이라고 불리는 ‘검사의 수사 개시 범죄 범위에 관한 규정’(대통령령)과 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 시행령 등 이른바 ‘윤석열 정부의 시행령 통치’를 문제 삼는 야당 의원들의 날 선 질의에, 이 처장은 하나하나 설명하고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죽하면 “지금 우리가 법제처장의 헌법학론이나 형사소송법 개론 강의를 듣는 게 아니지 않나” “길고 일방적인 답변을 통제해 달라”는 야당 의원들의 항의가 이어졌고, 김도읍 법사위원장과 김남국 민주당 의원이 서로 “예의를 지키라”며 언성을 높이기도 했다.
검찰 내 손꼽히는 형사법 전문가
어쩌면 검찰 내에서 최고의 ‘형사법’ 이론가이자 소신파로 꼽히던 이완규(61) 변호사가 윤석열 정부의 첫 법제처장으로 임명됐을 때부터 이 싸움은 예고된 것이었다. 이 처장이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것은 검사가 아닌 윤석열 검찰총장의 변호인으로서였다. 2020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직무집행정지 명령 및 징계를 청구하자 윤 총장은 법률대리인 중 한 사람으로 이완규 변호사를 선임했다.이때 이 처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이자 사법연수원 23기 동기라는 사실이 알려졌다. 윤 대통령은 사법시험에 9수 끝에 합격했고, 이 처장은 한 해 먼저 합격했으나 박사 학위 논문 준비를 위해 연수원 입소를 한 해 늦추는 바람에 동기가 됐다. 그의 박사 학위 논문 제목이 ‘검사의 지위에 관한 연구: 형사사법체계와의 관련성을 중심으로’(2005)인 것만 봐도 윤 대통령이 그를 첫 법제처장으로 발탁한 이유가 단순히 ‘절친’이기 때문만은 아님을 알 수 있다.
이 처장은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으로 근무하던 2003년 노무현 대통령이 열었던 ‘검사와의 대화’에 참여해 검찰 인사에 대한 정치권의 영향력 문제를 제기해 주목을 받았다. 당시 박범계 의원(문재인 정부 마지막 법무부 장관)은 청와대 법무비서관으로 그 자리에 배석했다. 2011년에는 이명박 정부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에 대해 “직을 걸고 반대해야 한다”며 사표를 내기도 해 일각에서는 대표적인 ‘검찰주의자’로 꼽는다. 그러나 2017년 윤 총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발탁되자 검찰 내부망에 임명 절차를 문제 삼는 글을 올리고 검찰을 떠난 바 있어 법치주의 소신파로 보는 것이 더 그의 본질에 가까워 보인다.
어쨌든 검찰 내 최고 이론가로 꼽히던 만큼 그는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수많은 ‘사법개혁’ 또는 ‘검찰개혁’ 논의에 검찰 측 실무자로 참여해 왔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에서 추진된 소위 ‘검수완박’ 검찰개혁에 대해서는 “이번처럼 논의조차 거의 없이 법이 만들어지는 것은 처음 봤다”고 말한다. 국정감사 다음 날인 10월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완규 처장을 만났다.
“위임된 범위 안에 있다면 적법”
‘검수완박’으로 불리는 검경 수사권 조정의 결과,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 범죄가 6대 중요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로 축소됐는데, 대통령령으로 공직자범죄인 직권남용과 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한 것 등이 ‘검수완박’ 무력화 시도라며 야당이 반발하고 있다.“의회가 법으로 만든 것은 범죄 ‘영역’의 문제이고, 그 법은 어떤 영역에 어떤 범죄가 들어가느냐를 대통령령으로 정할 수 있게 했다. 검찰청법에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라고 위임했기 때문에 법무부가 구체적 범위와 세부항목을 대통령령으로 정하고, 법제처는 그것이 위임된 범위 안에 들어가 있느냐만 판단해서 적법하다고 심사한 것이다. 애초에 법률을 만들 때에는 예시 문구가 명확해야 한다. 부패범죄, 경제범죄라고 두루뭉술하게 영역 개념으로 해놓으니 도대체 부패범죄가 무엇인지 경제범죄가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런 식의 위임을 ‘포괄위임’이라고 하고 포괄위임은 금지되는데 이를 위반했다. 검사들은 수사했다가 나중에 수사권 범위를 벗어났다고 하면 불법이 되니까 현장에서 법을 집행하기 어렵게 된다. 어떻든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기 전까지는 유효한 법률이고, 가처분 결정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 법률을 시행해야 하니 법무부가 법률에서 위임한 범위 안에서 지금과 같은 대통령령을 만든 것이다.”
공직자범죄와 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한 근거는 뭔가.
“예시를 ‘영역’ 또는 ‘유형’으로 하다 보니, 하나의 범죄가 여러 유형에 해당하는 경우가 있다. 직권남용, 직무유기는 대표적인 공직자범죄이자 전형적인 부패범죄다. 국민권익위원회에서 ‘부패범죄를 신고하세요’라며 홍보할 때 직권남용, 직무유기를 언급한다. 오히려 제대로 된 입법이라면 직권남용과 직무유기를 부패범죄에 넣고 동시에 공직자범죄에도 넣어야 한다. 이번의 대통령령에서는 범죄가 두 영역에 모두 해당하는 경우는 각 영역에 모두 규정했는데 사기, 횡령, 배임 등은 부패범죄와 경제범죄에 양쪽 모두 들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이것을 떼어내 직권남용은 공직자범죄로만 분류했는데 이것이 오히려 잘못됐다는 말이다. 그리고 문재인 정부 대통령령에서 그렇게 규정했다고 해서 직권남용이 부패범죄가 될 수 없는 것이 아니다. 지난 정부에서 직권남용을 부패범죄로 분류했어도 적법하다. 전 정부에서 분류했으면 적법할 것이 이 정부에서 그렇게 분류하면 위법이 될 수 없다. 위임을 포괄적으로 했기 때문에 유형에 들어갈 범죄의 분류와 선택이 모두 대통령령의 재량 범위에 있다. 선거범죄도 마찬가지다. 여러 가지 선거법 위반 사례 중 전형적인 범죄가 금품 수수다. 그것이 부패범죄 아니면 뭔가. ‘부패재산 몰수 및 회복에 관한 특례법’에서도 선거에 관해 돈을 준 경우를 부패범죄 31개 유형 중 하나로 분류했다. 돈이 오간 것은 선거범죄이자 부패범죄에 해당된다.”
‘등’의 적극 해석도 입법자 의사
민주당에서는 이것이 입법 취지와 목적에 어긋난다고 말한다.“검사의 수사권을 축소하겠다는 생각으로 법률을 만들었기 때문에 자신들이 없앤 것(공직자범죄, 선거범죄)을 다른 영역(부패범죄, 경제범죄)으로 옮긴 게 입법자의 의사에 어긋난다고 주장하는데 이것은 법을 좁게 보는 것이다. 입법자의 의사를 해석할 때에는 최종적으로 의결된 법률안을 우선으로 해야 한다. 예를 들어 국회의원 ‘김갑동’이 발의해 논의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법이라면 그것은 김갑동의 법이 아니라 국회의 법이다. 우리가 어떤 법률에 대해 입법 취지를 말할 때에는 제안한 사람의 생각이 무엇이냐가 아니라, 최종적으로 국회에서 통과될 때 국회가 어떤 의사를 가졌느냐가 중요하다. 그것은 법률로 나타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결과 4개 영역은 없어지고 2개 영역만 남았다. 민주당이 처음에는 검사의 수사권을 완전히 없애는 법을 추진하다 여론이 좋지 않자 일부 허용하는 쪽으로 타협해서 6대 범죄 중 2개 영역을 남기기로 했다. 민주당에서 말하는 검사의 직접 수사권 축소 의도는 4개 영역이 줄어든 것으로 충족됐고, 논의 과정에서 검사의 수사권을 남겨야 한다는 요구가 반영돼 2개 영역을 남긴 것도 입법자의 의사인 것이다.”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와 관련해 ‘부패범죄, 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에서 ‘등’의 의미를 최대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검찰권 강화를 위한 꼼수 아닌가.
“최대한이 아니라 합리적 범위에서 적극 해석한 것이다. 뭔가 나열하고 나서 등을 쓰면 앞의 것과 규범적 가치가 유사한 것을 추가할 수 있다는 것이 일반적 해석이고 그 문구에 따라 그렇게 추가한 대통령령이 많이 있다. 지난 정부에서는 민주당이 여당이었고 정부도 가급적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줄이려 했지만, 지난 정부가 대통령령을 만들 때의 정책방향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고 정권이 바뀌면 정책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것은 이미 전제되어 있다. 새 정부에서는 ‘등’을 적극 해석해 수사 범위를 늘릴 수 있다. 이렇게 ‘등 대통령령이 정하는 중요범죄’라는 여지를 남긴 것도 입법자의 의사다. 따라서 법률에 예시된 부패범죄, 경제범죄 외에 이와 규범적 가치가 동일하거나 이에 준하는 정도의 중요범죄에 대해 검사가 직접 수사를 할 수 있다. 이렇게 입법하면 정권이 바뀔 때마다 검사의 수사권이 바뀔 수 있게 되는데 그렇기 때문에 이런 식의 입법을 해서는 안 된다.”
변호사 시절부터 검찰청법이 위헌 소지가 있다고 주장해온 이유는 뭔가.
“위헌인 이유는 여러 가지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국회를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청구는 주로 검사의 지위와 기능, 영장주의,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절차상 하자 등을 얘기하고 있지만 내가 보기에 더 명백한 위헌은 포괄위임이다. 법률에서 정하는 어떤 사항들을 구체적으로 다 정하기 어려우니까 필요에 따라 행정부가 그때그때 탄력성 있게 집행하라는 차원에서 그 내용을 하위법령(대통령령, 총리령·부령 등)으로 정하도록 위임하는 것이 법률 위임이다. 그렇다 해도 법률이 정할 사항을, 아무런 제한도 없이 입법권을 넘겨주어서는 안 되기 때문에 포괄위임을 금지하고 있다(헌법 제75조).”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가 포괄위임금지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인가.
“그렇다. 대통령령으로 정한다는 것도 문제지만 더 심각한 문제는 위임의 구체적 기준이 없다는 데 있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는 기준이 될 수 없다. 포괄위임금지 원칙에 반하여 위헌이 된 사례 중 하나로 중과세 대상을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급주택’으로 규정했던 사례가 있다. 중과세라는 것은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것인데 그런 입법을 하면서 구체적 기준 없이 대통령령으로 정하도록 한 것인데, ‘고급주택’이라는 것이 법률상 그 기준이 없어 대통령령으로 마음대로 정할 수 있으니 포괄위임금지에 반하여 위헌이라는 것이다.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고급주택’이나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범죄’나 무슨 차이가 있나.”
“정권이 바뀔 때마다 달라지는 법 만들면 안 돼”
정권이 바뀌었다고 법 해석이 달라지나.“애초에 달라질 수 있게 만들었다. 그러니까 그 법이 위헌이라는 것이다.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을 쓰면서도 이렇게 법을 만들면 정부가 바뀔 때마다 수사권 내용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검사의 수사권이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게 말이 되나. 법을 그렇게 만들면 안 된다.”
행정안전부 산하 경찰국 신설은 명백한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 과거 ‘치안본부로의 회귀론’까지 나오면서 여론도 부정적이다.
“그것은 정치적 프레임이지 법리적으론 전혀 문제가 없다. 경찰국 업무는 첫째 장관의 중요정책 수립, 둘째 인사 제청, 셋째 자치경찰 지원이다. 이미 정해진 법에서 장관에게 부여한 권한들을 장관이 행사하겠다는 것뿐이다. 오히려 경찰국을 설치하지 않았을 때 더 큰 문제가 생긴다. 국가기관을 설치할 때 가장 중요한 원리가 ‘민주적 정당성’과 ‘지휘체계 일원화’다. 국민주권주의를 전제로 하는 민주주의에서 민주적 정당성은 국민이 직접 뽑은 사람, 즉 대의기관인 국회와 직선제 대통령으로부터 나온다. 그래서 대통령 또는 국회에 의한 통제가 있어야 민주적 정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우리 헌법상 국무위원인 장관은 국무위원으로서 해임건의 대상으로 국회에 책임을 지는 동시에 대통령에게 책임을 지므로 민주적 정당성의 매개로서 중요한 직책이다. 따라서, 모든 행정권력이 장관 밑으로 들어오는 지휘체계가 갖춰져야 민주적 통제 체계가 갖추어져 있다고 말할 수 있다. 일부에서 행안부 장관은 경찰청에 대해 지휘할 수 없다고 주장하는데 정말 묻고 싶다. 경찰청이 독립기관이라는 말인가. 경찰청이 소관 장관의 지휘 없이 치안과 수사를 자기 마음대로 해도 되나.”
행안부 장관의 소관 업무에 치안이 없기 때문에 경찰청을 지휘할 수 없다는 논리는 어떤가.
“법무부 장관 업무에는 검찰이 있지만, 행안부 장관 업무에는 치안이 없어서 지휘할 수 없다는 논리가 그럴듯해 보이나 정부조직법을 오해한 것이다. ‘외청’이 만들어지면 장관 소관 업무에서 빠지고 외청의 소관 업무가 되는 것이 당연한데 그렇다고 지휘를 못하는 게 아니다. 장관과 외청 사이에 별도 규정이 있다. 정부조직법 제7조 제4항을 보면 외청의 중요 정책 수립에 관해 장관이 외청장을 직접 지휘할 수 있다고 돼 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모든 중앙행정기관에는 이에 관한 부령이 있다. 유일하게 그런 규정을 두지 않은 것이 행안부와 경찰청이다. 이것이 비정상이었다. 그동안은 대통령실 민정수석이 경찰청 인사 등을 관장했지만 윤석열 정부는 민정수석을 없앴기 때문에 경찰청을 지휘 감독하는 라인이 있어야 민주주의 원리에 맞는다. 대통령실에서 안 하겠다고 하니까 행안부 장관이 하는 게 맞지 않나.”
수사 업무, 법무부냐 행안부냐 이원화의 문제
경찰이 치안에 수사 업무까지 맡으면서 비대해진 경찰 권력에 대한 민주적 통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경찰이 범죄 수사 업무를 하게 된 근거는 ‘형사소송법’이다. 그런데 수사는 법무부 장관의 소관 업무여서 법무부 장관의 지휘 아래 검사가 있고, 검사의 지휘로 경찰이 수사를 하는 체계로서 장관의 지휘체계가 갖추어져 있어 민주적 정당성이 연결되어 있었다. 그런데 2020년 검경 수사권 조정으로 이러한 지휘관계를 끊어버렸다. 이제 경찰의 수사 업무에 대해 책임지는 장관이 누구인가에 대해 명문 규정이 없어 문제다. 검사의 사법경찰에 대한 수사지휘의 연결이 끊어진 상황에서 경찰은 행안부 장관의 지휘감독을 받아야 헌법적으로 맞는데 행안부 장관은 치안만 관장하니 수사는 간섭하지 못한다거나 하는 논란의 소지가 있고, 수사에 관한 정치적 중립성을 거론하며 지휘를 안 받겠다고 하면 경찰 수사는 누가 통제하나. 경찰청장이 책임지는 것은 헌법 구조가 아니다. 그런 공백 상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 행안부 장관으로 수사에 대한 지휘체계가 이어진다 해도 문제는 남는다. 수사에 관한 소관 장관이 행안부와 법무부 두 명의 장관이 된다. 지휘관이 두 명이 되는 셈이다. 만약 두 지휘관의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하나. 이런 문제를 아무도 얘기하지 않는다. 2020년 패스트트랙을 추진하면서 검찰청법과 형사소송법을 바꿨는데 그때 그 법을 만든 분들의 의도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런 의도로 밀어붙인 법이 전체적인 법률 체계를 망가뜨렸다.”
법제처장 취임 전부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가 위헌이라고 주장했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합헌 결정을 내렸다. 지금도 같은 생각인가.
“모든 권력기관은 헌법에 그 설치와 임무에 관한 근거를 가져야 하는데 공수처법에는 소속에 관한 근거 규정이 없어서 어디에 소속되는지 규정되어 있지 않다. 또 헌법상 근거 없이 독립기관으로 규정해 공수처의 상시적 권력 행사에 대해 국회의 통제를 받고 책임을 지는 통제체제에서 벗어나 있다는 점에서 민주적 정당성을 결여한 위헌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이 부분에 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이완규 법제처장은 2020년 ‘검찰개혁법 해설’을 쓰면서 지적했듯이 당시 문재인 정부가 패스트트랙으로 추진한 검찰개혁법(공수처 설치, 검경 수사권 조정)은 정치적 진영 논리에 매몰돼 법률의 내용이 헌법 규정과 헌법 이론에 맞지 않고, 법률과 대통령령의 관계 등 법체계나 제도에 관한 이론들이 무시됐으며, 실무 운영에서도 혼란을 초래할 사항들이 포함돼 있다고 말한다. 잘못된 법 체계로 인한 혼란은 국민들에게 직접적 피해를 준다. 하지만 ‘악법도 법’이기에 해석으로 보완할 수 있다면 합리적 해석 방법을 찾아 시행하고, 향후 법률을 개정할 부분은 개정해 공백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이 처장의 마지막 말은 “이렇게 구멍 숭숭한 법은 만들면 안 된다”였다.
신동아 11월호 표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