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래기를 넣어 구수하게 끓인 된장국. [Gettyimage]
단체 메신저로 대화를 주고받으며 추천 장소를 공유하고 정한 다음 빠르면 2~3주, 늦어도 한 주 전에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예약을 완료해야 한다. 이렇게 부지런을 떨지 않으면 문턱조차 넘을 수 없는 식당이 대부분이다. 그 덕분에 점심때마다 식탁에 오르는 음식을 보며 까르르 물개 박수를 치고, 사진을 부지런히 남기며, 음식에 대해 조목조목 의견을 나누어 경험치를 더하는 중이다. 나는 폭죽이 터지듯 신나는 시간이 끝나면 이상하게도 기운이 쏙 빠져 한낱 쭉정이가 된다. 새로운 것에 대한 경험이 자극적이고 즐거운 만큼 그에 반응하는 내 몸과 마음 그리고 식사 시간 내내 긴장하는 사회적 동물로서의 나는 그만한 피로가 함께 쌓이는 게 확실하다.
시래기와 된장의 만남
시래기는 무청을 데쳐 바람에 말린 것이다. 다양한 음식에 쓰인다. [Gettyimage]
시래기라고 하면 가을 무김치 담글 때 따로 떼어 둔 무청을 데쳐서 바람에 말린 것을 말한다. 집에서는 소소하게 열무나 총각무로 김치를 담글 때 억센 줄기를 따로 떼어 시래기로 만들어두기도 한다. 무엇이든 시간을 들여 해와 바람에 말리면 본래의 맛과 다른 방향으로 깊어지고, 영양도 깃들며, 식감과 색이 달라지고, 향도 바뀐다. 대체로 더 맛있어진다. 그중에도 무청과 시래기 풍미의 간격은 특별히 넓다. 풋풋하고 아삭하던 초록의 무청이 누렇게 되고 버석하게 마르면서 산뜻함과 색이 퇴색되면 아무것도 남은 게 없을 것 같은 마른 잎 즉, 시래기가 된다. 이걸 다시 물에 불려 삶아 요리하면 웬만한 조미료나 맛가루, 향신료로는 도저히 낼 수 없는 풍미가 나온다.
아련한 흙내음, 오래 묵은 장에서 날법한 콤콤함, 고기 같은 구수함, 마른 채소 특유의 익은 내가 두루뭉술하게 어울려 난다. 이러니 시래기에 된장만 넣고 주물러 푹 끓이기만 해도 꿀맛이 날 수밖에 없다. 고추, 마늘, 파라도 다져 넣으면 칼칼한 맛이 보태져 한층 입맛을 돋우고, 마른 멸치를 한 줌 더하면 감칠맛이 진해진다. 양념한 시래기에 무와 소고기를 조금 넣고 물을 넉넉히 넣고 푹 끓이면 밥 한 덩이 풍덩 말아 국물까지 몽땅 먹게 되는 장국을 만들 수 있다. 삶은 시래기에 집된장을 넣고 꼼꼼히 주물러 한 끼 먹을 만큼씩 나눠 냉동실에 넣어두면 가을 겨우내 어지간한 밀키트를 대신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