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1월호

거래 위축됐지만 부동산시장 주요 지표 안정적

  • 김경환 서강대 경제학과 연구석학교수 khkimsg@gmail.com

    입력2022-10-24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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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재 미분양 3만3000호, 외환위기 당시 10만3000호

    • 現정부 당초 공약대로 규제완화공급 지속 해가야

    • 상황 따라 부동산정책 변경하면 必敗

    10월 둘째 주 전국·수도권·지방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일제히 역대 최대 하락해 부동산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10월 둘째 주 전국·수도권·지방 아파트 매매가격과 전세가격이 일제히 역대 최대 하락해 부동산 위기론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서울스카이에서 바라본 아파트단지 모습. [뉴스1]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금리의 지속적 인상으로 주택 가격 하락이 가시화됨에 따라 ‘주택시장발(發) 경제위기’ 발발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대두하고 있다. 대한민국은 1997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경제위기와 부동산 사이의 인과관계를 경험한 바 있다. 되짚어 보면 두 차례 경제위기는 부동산 부문 자체의 문제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경제위기로 인해 부동산 부문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폴 크루그먼(Paul Krugman) 박사는 1999년에 쓴 ‘What happened to Asia?’라는 논문에서 주식 및 부동산 가격의 폭등에 이은 폭락이 금융기관의 부실을 초래하고, 이로 인한 신용경색이 가계 소비와 기업 투자를 위축시켜 경제위기로 이어진다고 주장했다. 1990년대 후반 태국과 인도네시아의 상황은 이러한 논리에 부합한다.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 역대 최저

    반면 한국의 경우는 다르다. 기업 부문의 과도한 부채와 기업에 자금을 대출한 금융기관의 부실이 신용경색을 유발해 경제위기가 발생했다. 기업들이 부채를 감축하고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과정에서 상업용 부동산의 매각을 추진함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폭락했다. 또한 주택 건설 기업들의 자금난으로 신규 주택 공급 기반이 붕괴된 가운데 고금리로 신규주택 수요가 위축됐다. 실업과 소득 감소 등으로 일부 가계가 주택을 매각함에 따라 주택 가격도 단기간에 급락했다. 그러나 정부의 적극적인 재정 투입과 수출 증가 등으로 거시경제가 신속하게 회복함에 따라 주택 가격은 V자 모양으로 반등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는 미국의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서 촉발된 부동산발(發) 경제위기였다. 한국 처지에서는 금융위기가 부동산시장에 충격을 미친 또 하나의 사례였다. 그 충격은 외환위기에 비해 완만했고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도 상대적으로 작았으며 주택 가격의 회복 기간은 더 길었다. 반면에 미분양의 급증으로 주택 건설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를 겪었고 PF(Project Financing) 대출의 부실화로 일부 저축은행이 파산, 피인수됐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위기는 과연 앞선 두 차례 위기와 같은 양상을 보일까. 우선 2022년 전국 주택 가격 동향을 살펴보자. 6월부터 하락하기 시작한 전국 주택 가격은 9월까지 소폭 하락했고, 수도권의 하락 폭이 전국보다 큰 상황이다. 거래량은 수도권을 중심으로 큰 폭으로 감소했고, 특히 8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2021년 8월 수치의 10%에도 못 미치는 역대 최저 수준이었다.



    임대차 시장에서 전세 가격은 하락하는 반면 월세는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전세대출 금리 상승으로 전세 수요가 감소하고 매매 부진으로 인해 매각 대상 주택이 전세로 공급됨에 따라 전세 가격이 하락하고 있다. 여기에 전세대출 금리보다 월세 전환 이자율이 낮아 세입자들이 월세를 선호하면서 전월세 시장에서 월세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환 이자율이 대출금리보다 낮은 상황은 지속될 수 없으므로 전세는 더 하락하고 월세는 더 상승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급 측면에서는 수도권 인허가 물량이 감소하고 착공 실적도 부진하다. 이런 상황이 지속되면 정부의 주택공급 목표 달성에 차질이 빚어질 우려가 있다. 무엇보다 집값 하락이 가시화되면서 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심리가 반전됨에 따라 민간 부문의 공급이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원자재 가격, 건설 임금, PF 대출금리 상승 등으로 분양가가 높아지면 주택 수분양자의 이득이 줄어 분양이 어려워질 수 있다.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2년 사이 70%↑

    부동산발 금융위기의 가능성과 관련된 지표 가운데 하나는 부동산 익스포저(exposure)다. 부동산 익스포저는 가계 부동산 관련 대출 및 보증, 부동산 기업 대출 및 보증, 그리고 주택저당증권(MBS), REITs 등 부동산금융 상품의 합으로 정의된다. 2022년 3월 현재 부동산 익스포저는 2621조 원으로 전년 동기에 비해 11.2% 증가했다. 이 가운데 약 절반이 주택담보대출, 전세 대출 및 대출보증을 포함한 가계 여신이다. 그런데 2022년 6월 말 현재 가계대출 잔액 기준 변동금리 대출 비중이 78%에 달하며 잔액 200조 원에 달하는 전세대출은 대부분 변동금리 상품이다. 금리가 상승함에 따라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전세대출 차입자들의 이자 부담이 큰 폭으로 증가하고 있다.

    최근 들어 전세대출이 급증하고 전세가가 상승해 오다가 하락세로 반전되면서 전세금 반환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이에 따라 주택도시보증공사 (HUG)의 전세보증금 반환보증 사고 건수가 2019년 1630건에서 2021년 2799건으로 2년 사이 70% 이상 늘었다. 보증 사고 금액도 같은 기간 3442억 원에서 5790억 원으로 68.2% 증가했다. 보증 사고로 인해 HUG가 대위변제한 금액은 2년 사이 2836억 원에서 5036억 원으로 77.6% 늘었다. 또한 금리상승으로 매매가격이 하락하면서 전세금이 매매가격을 초과하는 깡통전세가 발생할 수 있다.

    그러나 과거 두 차례의 경제위기 시기와 비교하면 주택시장의 주요 지표는 안정적이다. 먼저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경제규모에 비해 훨씬 빠른 속도로 늘어났으나 가계대출에서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5년 동안 52~53%를 유지하고 있다. 2021년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GDP의 47%로 EU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또한 평균 융자 비율이 낮아 주택 가격 하락으로 주택담보대출이 부실화로 이어져 금융 시스템의 건전성을 위협할 우려는 거의 없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2022년 3월 현재 은행 주택담보대출의 융자 비율은 평균 39%이고, LTV 70%를 넘는 대출은 1.1%에 불과하며 비(非)은행의 평균 LTV는 61%, LTV 70%를 넘는 대출은 15%다. 주택담보대출 연체율도 2021년 12월 이후 2022년 7월까지 0.10~0.11%의 매우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대부분의 주택담보대출이 변동금리 상품이기 때문에 추가적인 금리인상 폭에 따라 연체가 늘어날 가능성이 있지만 금융 시스템의 위기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이다.

    미분양 수치도 아직은 양호한 편이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미분양 주택은 10만3000호에 달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에는 16만6000호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2022년 8월 현재 미분양 주택은 3만3000호로 최근 10년 평균치 4만9000호나 30년 평균 7만3000호에 비해 훨씬 적다. 준공 후 미분양은 작년 말에 비해 오히려 소폭 감소한 7000호 수준이다. 다만 올해 들어 미분양이 전체적으로 증가하는 추세고 대구의 경우 미분양 주택이 4배로 증가하는 등 일부 지역의 공급과잉 위험이 커지고 있다.

    금리인상外 공급 시그널이 집값 향방 결정

    지금은 심각한 경제위기가 발생할 가능성과 위기가 얼마나 지속될지에 대한 불확실성이 큰 시기다. 경제위기가 주택시장에 미칠 파장도 가늠하기 어렵다. 특히 주택가격이 언제까지 얼마나 더 하락할지 불확실하다. 1997년 말 외환위기 당시 13개월 동안 전국 주택가격이 15.2%, 서울은 18.2% 하락한 이후 각각 2년 8개월, 2년 3개월 후에 회복됐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의 경우 전국 집값은 6개월간 2.7% 하락한 후 9개월 안에 회복된 반면 서울과 강남 집값은 약 5년에 걸쳐 9.1%와 11.8% 하락한 후 약 3년에 걸쳐 회복됐다.

    주택가격은 주택 수요-공급이라는 내부 여건과 금리, 대출 규제 같은 외부 여건의 영향을 받는다.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집값이 급격히 상승한 원인 중 하나가 저금리인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양질의 주택 공급부족이 특히 서울 집값 상승의 중요한 원인이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공급부족이라는 주택시장 내부 요인이 크게 작용하는 지역의 경우 가격 하락 폭이 상대적으로 적을 것이다.

    실제로 올해 들어 주택공급이 가시적으로 증가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값이 하락하기 시작한 것은 주로 금리상승 때문이다. 여기에 앞으로 공급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으로 집값 상승 기대심리가 진정된 측면도 있다. 따라서 앞으로 주택가격의 향방은 금리상승 폭과 금리인상 종료 시기, 대출 규제, 그리고 서울 등 도심 공급 확대 가시화 속도에 좌우될 것이다.

    현 정부는 지난 정부의 정책 실패를 바로잡고 수요에 부응하는 주택공급으로 집값을 안정시켜 국민 주거 안정과 주거수준 향상을 달성한다는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주택시장 정상화를 위한 규제 개선 공약 중에는 부동산 세율 체계 개편, 재건축초과이익 부담금 완화 등 법률 개정이 필요한 것들이다. 반면 시행령이나 주택공시가격,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주택규제지역 지정 해제 등 시행령이나 부처 자체 규정의 정비만으로 가능한 것도 있다. 이에 따라 정부 출범 직후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세를 1년 한시적으로 완화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해 보유세 부담을 완화하며, 생애 최초 구입자 LTV 상한을 80%로 인상했다. 비수도권 주택규제지역 해제, 270만 호 주택공급 로드맵,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편 방안 등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부 규제 정상화가 집값을 자극할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2023년 이후 시장 상황을 고려해 실행 여부를 결정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규제 지역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LTV를 70%까지 인상한다는 당초 공약이 그 예다. 그 결과 수도권과 세종시는 조정대상지역 및 투기과열지구로 남아 있어 종전의 LTV 규제가 적용돼 거래절벽 현상의 한 원인이 되고 있다.

    과거 경험을 돌이켜 보면 규제완화는 주로 주택시장 침체기에 단행됐다. 특히 외환위기 직후에 대표적인 규제인 분양가 규제가 폐지됐고 부동산 세금 부담이 완화됐다. 또한 시장 침체가 주택저당채권 유동화, 부동산투자회사(리츠) 등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는 계기가 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경기침체도 노무현 정부 시기에 도입된 과도한 규제와 세제를 정상화하는 명분이 됐다.

    본질적 타당성에 대한 판단보다 ‘시장 침체의 극복을 위해 필요하다’는 상황 논리를 바탕으로 이뤄지는 규제완화는 시장 상황이 반전되면 번복될 소지가 크다. 실제로 경제와 주택시장이 글로벌 경제위기에서 벗어나고 경제위기 기간의 공급 부진 등으로 집값 상승세가 확대되자 문재인 정부에서는 규제와 세제를 노무현 정부 시기보다 한층 강화했다. 정책의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해도 이러한 냉탕온탕식 정책은 시장 참여자들의 장기적인 의사결정에 혼선을 주고 주택시장의 변동성을 키운다.

    경착륙 대응 방안도 준비해 둬야

    거시경제와 주택시장의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현 시점에서 정부는 기존에 발표한 정책들을 차질 없이 이행해 정책에 관한 불확실성을 해소할 필요가 있다. 현 정부가 약속한 수요에 부응하는 공급 확대의 핵심은 ‘도심 재정비 사업의 정상화’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사업 첫 관문인 재건축 정밀안전진단 기준을 합리적으로 개정해야 한다. 또한 사업성을 좌우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편을 위한 법률 개정도 필요하다.

    이와 함께 공공 부문의 공급 계획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한다. 공공 부문은 주택경기 불확실성에 따른 민간 부문 공급 위축을 보완할 뿐 아니라 미래세대 주거 안정을 위한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 집, 주거약자들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책임지고 있기 때문이다. 경기침체기에 공급이 대폭 감소하면 경기가 회복된 후에 수요가 늘어도 이에 맞춰 공급을 갑자기 늘릴 수 없다는 점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한편 주택 거래 정상화를 위해서는 수도권 주택규제지역 지정을 해제하고 대출 규제를 정상화해야 할 것이다. 가계부채의 총량 증가에 대한 우려는 타당하지만 리스크를 감안한 가계부채의 질적 관리를 통해 정상적인 거래가 이루어지도록 하는 것이 주택금융의 본질이다. 또한 금리 변동 리스크로부터 차입자들을 보호하고 주택 가격의 변동성을 낮추기 위해서 고정금리 상품 비중을 높이는 정책을 강화해야 하겠다.

    부동산 PF 대출 중단으로 주택 공급에 차질이 우려되고 기존 PF 대출 부실화가 금융 시스템으로 전이되지 않도록 PF 대출의 옥석을 가려내 필요한 경우 적절한 지원 방안도 검토하는 게 좋겠다. 마지막으로 유례없는 불확실한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정부는 주택시장 경착륙을 포함한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른 대응 방안도 준비해 둘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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