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2월호

美 넘는다던 중국 경제, 6가지 암운에 비틀거리다

자본 脫중국에 재정마저 고갈… 돌파구는 대만 침공?

  • 한청훤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저자

    입력2023-02-07 1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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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화려한 외양에 가린 부동산 거품

    • 부채 통해 해결하다 부채비율 폭등

    • 美 기술 봉쇄에 막힌 반도체 굴기

    • 反시장적 공동부유 정책의 대가

    • 내수시장 박살 낸 제로 코로나

    •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수출마저↓

     중국 상하이. [Gettyimage]

    중국 상하이. [Gettyimage]

    최근에야 중국발(發) 경제위기에 대한 뉴스가 하루를 멀다 하고 보도되지만 사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분위기가 정반대였다. 전 세계 경제연구소들과 리서치 기관은 중국의 경제력이 몇 년 안에 미국을 뛰어넘을 것이라고 예견하곤 했다. 소위 PPP(Purchasing Power Parity)라고 하는 구매력 평가 기준으로 중국은 2014년 미국을 뛰어넘었다.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추월해 공식적으로 전 세계 1위 경제대국으로 올라서는 것은 당시 분위기로는 시간문제처럼 보였다.

    그도 그럴 것이, 인구수로는 미국의 4.6배(중국 인구 약 14억 명, 미국 인구 약 3억 명)에 전체 경제력이 71%에 육박한 상황(2020년 기준)에서 중국의 잠재성장률이 미국을 2배 이상 넘어선 상태였다. 산술적 계산만으로도 중국의 미국 추월은 예정된 미래로 간주됐다. 이러한 ‘예정된 미래’를 우려하는 담론과 서적이 미국 학계에서 쏟아져 나왔는데, 그중 하나가 하버드대의 석학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이다.

    이 책은 고대 그리스 도시국가 시대 당시 상황을 현재에 빗대어 기존 패권국과 신흥 패권국 간의 전쟁 위험성을 경고한 책으로 유명하다. 소위 ‘투키디데스의 함정’이라고 명명된 이 전쟁의 위험성은 기존 패권국이 신흥 패권국의 부상을 견제하는 과정에서 극적으로 커진다는 게 이 책의 요지다. 당연하게도 위협을 느끼며 불안에 떠는 기존 패권국과 한참 부상하는 신흥 패권국은 현재의 미국과 중국을 각각 가리킨다. 이 책을 읽다 보면 경제력과 국력에서 중국에 곧 세계 1위 자리를 빼앗길 것이라는 공포와 불안감이 미국 내에서 얼마나 확산되고 있었는지 생생히 느낄 수 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8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 QSN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2022년 11월 18일(현지 시간) 태국 방콕 QSNCC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2020년 코로나 펜데믹이 터지고 난 후 미국을 비롯한 서방세계가 초기 대응 실패로 극심한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침체를 겪었다. 이 와중에 중국이 상대적으로 신속하고 효과적인 대응을 펼쳐 비교적 양호한 경제적 실적을 거두자 중국의 미국 추월론이 최고조에 다다랐다. 마침 2020년 미국 국내총생산(GDP) 대비 중국의 경제력이 71%로 역대 최대치에 근접하자 ‘중국의 시대’는 기정사실로 간주되는 듯했다. 시진핑과 중국 공산당의 자신감과 중국 인민들의 민족적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듯이 정점에 다다르던 시기이기도 했다.

    불과 1년 후인 2021년이 되자 분위기가 급변한다. 극심한 정치적 분열의 후유증을 추스르고 새롭게 출범한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전통적 동맹관계의 회복을 통한 대중 견제와 봉쇄정책에 나서자 중국이 외교적으로 고립되는 처지로 내몰렸다. 그와 함께 중국식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에 심취한 시진핑 정권이 내세운 ‘공동부유(共同富裕)’ 구호가 중국 빅테크 기업 때리기 정책과 맞물리며 중국 주식시장 폭락 및 자본유출 등의 사회경제적 부작용을 불러일으켰다.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

    중국 대표 부동산 재벌 대기업 헝다그룹의 디폴트 위기가 뉴스를 장식하기 시작한 시점도 바로 이즈음이었다. 인구 감소에 놀란 중국 당국이 집값을 잡기 위해 부동산 규제를 대폭 강화한 조치가 헝다 사태의 직접적 도화선이기는 했으나, 근본적으로는 수십 년간 누적된 중국 부동산 거품과 부채 위기가 터질 때가 됐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쏟아졌다. 잇따르는 중국 경제 이상 신호 와중에 앞서 언급한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의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정면으로 반박하는 주장이 등장하게 된다.

    2021년 9월 할 브렌즈 존스홉킨스대 석좌교수와 마이클 베클리 터프츠대 교수(정치학)는 외교 전문지 ‘포린 폴리시’에 기고한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점증하는 미·중 간 전쟁 위기의 원인을 전혀 다른 각도에서 제시했다. 이들은 “투키디데스의 함정 이론은 아테네와 스파르타간의 전쟁인 실제의 펠로폰네소스전쟁의 원인을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했고, 발전 궤적에서 이미 정점을 찍고 있으며 곧 수그러들 위기에 처한 중국의 현 위치도 잘못 진단했다”는 주장을 폈다. 두 학자는 이어서 “강대국들 간 전쟁은 발전 확대를 더는 기대할 수 없는 신흥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패권국에 덤비면서 일어난다”라며 “1914년 제1차 1차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1941년 무모한 줄 알면서 태평양전쟁을 일으킨 일본, 지금의 중국이 모두 같은 처지”라고 논지를 펴나갔다.

    두 석학에 따르면 중국과 같은 신흥 강대국들은 힘이 커지는 동안에는 덩샤오핑의 소위 ‘도광양회’ 정책에 따라 기존 패권국에 맞먹을 수 있을 때까지 ‘대결’을 미룬다. 그러다가 성장이 한계에 부딪히고 패권국과 그 동맹 세력에 포위되며 쇠퇴기를 맞이할 때, 즉 더 늦기 전에 현재 움켜쥘 수 있는 것을 확보하려 들 때 ‘전쟁의 함정’ 위험이 극대화한다.

    절묘하게도 이 글이 발표된 시점을 전후로 중국의 미래를 의심할 만한 여러 가지 의미심장한 징후가 연이어 터져 나왔다. 앞서 언급한 문제 외에도 경직된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인한 중국 경제의 심각한 침체, 일부 지역 은행을 중심으로 터진 뱅크런(예금 대량 인출) 현상, 전국 각지에서 터져 나온 아파트 시공 중단 사태, 인구 감소를 숨기기 위한 통계 조작 의혹, 미국의 첨단기술 봉쇄로 인한 중국의 산업 굴기 좌절 등, 때마침 포린 폴리시 기고를 뒷받침하는 듯한 뉴스가 이목을 끌었다. 그리고 마침내 중국이 장래 오랜 기간 혹은 심지어 영원히 미국의 경제력을 추월하지 못할 것이라는 연구 조사 결과도 등장했다.

    중진국 함정에 빠진 세계 2위 경제대국

    2022년 12월 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이 점심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다. [베이징=김기용 동아일보 특파원]

    2022년 12월 8일 중국 수도 베이징의 한 대형 쇼핑몰이 점심시간임에도 텅 비어 있다. [베이징=김기용 동아일보 특파원]

    2022년 들어 영국 경제산업센터는 중국의 미국 GDP 추월 시점이 기존 2028년에서 2030년으로 늦춰졌다고 발표했다. 한 차례 미·중 간 경제력 역전 시점을 2028년에서 2035년으로 수정했던 일본 경제연구센터는 아예 미·중 간 경제력 역전은 영원히 불가능할 것이라는 수정 전망을 같은 해 말 내놨다. 역시 같은 해에 블룸버그도 10년 내 미·중 간 경제력 역전은 불가능하다는 예측을 발표했다. 골드만삭스 역시 적어도 2035년까지는 중국의 경제력이 미국을 뛰어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전망했는데 이는 예전 전망치인 2025년보다 10년이나 뒤로 늦춰진 수정치였다. 심지어 파이낸셜타임스는 록펠러 인터내셔널(Rockefeller International)의 루치르 샤르마(Ruchir Sharma) 회장이 기고한 글을 통해 중국 경제가 2060년까지 미국 경제력을 뛰어넘는 게 불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기까지 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중국의 세계 1위 경제력 탈환을 당연시했던 분위기를 떠올린다면 상전벽해 혹은 격세지감 정도의 변화라고 할 수 있을 정도다.

    나는 2022년 8월 출간한 ‘차이나 쇼크, 한국의 선택’ 3부를 통해 중국 내부 위기론을 종합적으로 다루면서 ‘투키디데스의 함정’론보다는 포린 폴리시의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 기고 글의 타당성에 좀 더 무게를 뒀다. 지금 시점에서 중국 내부 상황은 냉정하게 본다면 그때 당시보다 더욱 암울해졌다고 할 수 있다. 2010년대 중국은 세계 2위 경제대국이라는 화려하게 비치는 외부 모습과 달리 사실 내부적으로는 중진국 함정과 부동산 거품의 위기를 힘겹게 겪어내고 있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중국은 조금이라도 경기침체의 조짐이 보일 때마다 토건 사업 같은 인프라 투자나 부동산 부양 같은, 부채를 통한 손쉬운 방법으로 목표 경제성장률을 유지해 왔다.

    그렇게 손쉬운 정책 수단에 의존한 대가는 절대 공짜가 아니다. 2008년 중국 지방정부 부채 규모는 불과 5조6000억 위안이었으나 단 13년 만에 4배로 폭증하게 된다. 별도의 자회사(LGFV·지방정부융자플랫폼)에 이전된 중국 지방정부들의 숨겨진 부채까지 고려하면 중국 국가부채 규모는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GDP 대비 국가부채 비율 60%를 훌쩍 넘는 100%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여기에 국유기업의 부채 규모인 GDP 대비 140%를 합치면, 이는 중국 전체 GDP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 240%에 육박한다.)

    부채 위기와 부동산 거품의 심각성은 2022년 7월 터진 허난성 지방은행 예금 인출 중단 사태와 전국적 규모의 아파트 건설 현장 연쇄 시공 중단 사태로 표면화했다.

    빅테크 기업 때리기의 서막

    시진핑 정권과 중국 당국 또한 부채 의존형 성장의 한계와 위험성을 오래전부터 인지했다. 이에 혁신과 생산성 향상을 통한 질적 성장을 도모했다. 2010년대 중반 중국 공산당은 국무원이 발표한 제조2025 정책을 통해 노동집약적 저부가가치 제조업에서 기술집약적 고부가가치 제조업으로 산업 전환을 강력히 추진했다. 이를 통해 중국은 차세대 반도체산업으로도 불리는 2차전지와 전기차, 디스플레이 등 미래 산업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휘하기도 했다. 그중 시진핑 정권이 산업 굴기에 가장 역점을 둔 분야가 바로 반도체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에 있어 반도체가 핵심기술이다 보니 당연한 판단이었다.

    트럼프 정권부터 시작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기술 봉쇄는 수년 간 수백조 원을 쏟아부운 중국의 반도체 굴기를 좌절시키기에 충분했다. 반도체 원천기술을 장악한 미국이 핵심기술과 장비의 중국 판매를 금지하자 반도체산업에 대한 방만하고 비효율적인 정부 자금 집행 문제도 수면으로 떠올랐다. 이에 중국의 반도체 굴기는 중국 공산당의 고부가가치 산업 육성 실패 사례로 전락하고 만다.

    부채는 오랜 문제였고, 기술 굴기 좌절은 외부 요인이 작용한 만큼 시진핑 정권에도 자기변명할 구석은 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시진핑 정권이 코로나 방역 성공에 도취됐던 2021년, 시진핑표 사회주의 색채가 농후한 공동부유와 반시장주의 정책이 시작됐다. 이는 이후 지속될 제로 코로나 정책과 함께 중국 내수경제와 민간경제를 망치는 결과로 이어진다.

    시작은 2020년 12월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의 창업자 마윈이 중국 정부의 금융정책을 비판하면서부터였다. 마윈이 아무리 세계적 인물이라도 정권과 정부에 대한 공개 비판이 금기시된 중국에서라면 괘씸죄의 열외대상이 될 수 없었다. 처음에는 마윈 개인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알리바바에 대한 제재와 징벌 조치 정도로 그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알리바바 때리기는 이후에 벌어질 전방위적 민간 빅테크 기업 때리기의 서막에 불과했다. 이를 기점으로 시진핑 정권은 공동부유라는 구호를 내세우며 빅테크와 플랫폼 기업을 중심으로 한 민간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규제와 제재 조치를 내놓게 된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코로나 이후 막대한 유동성 흐름을 타고 형성된 전 세계적 주식 호황 한가운데서, 중국 주식시장은 폭락을 거듭했다. 민간기업들이 하루아침에 규제와 제재의 대상이 되는 불확실성과 반(反)시장 조치들을 목도한 중국 내 외국계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잔뜩 얼어붙은 중국의 민간기업들이 투자와 신규 채용을 속속 축소하거나 중단하는 건 당연한 수순이었다. 권력을 장악하고 자신감을 얻은 시진핑 정권은 경제보다 이념을 중시하는 선명 노선을 내세웠으나 결국 막대한 대가를 치르게 된다.

    정치적 체면 구긴 시진핑

    공동부유가 대기업 중심의 민간 경제 영역에 타격을 입혔다면 근 3년간 지속된 제로 코로나 정책은 서비스 및 소상공인 중심의 중국 내수시장을 말 그대로 박살 내고 만다. 수백만 도시에 불과 한 자릿수의 코로나 감염자들만 나와도 전 도시를 말 그대로 전면 봉쇄하는 조치가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소상공인과 민간 서비스산업이 버텨낼 재간이 있을 리 만무했다. 중국 전역에서 자영업자들의 대규모 폐업 사태가 속출했고, 연이은 봉쇄 조치를 견디지 못하고 도시를 탈출해 고향으로 돌아가는 대규모 농민공의 이주 물결까지 발생했다.

    생업과 일자리를 잃고 길거리에 내몰린 사람들로 인해 노숙자도 폭증했다. 실제 경기지수를 나타내는 2022년 중국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를 보면, 5개월 정도만 임계 수치인 50을 살짝 웃돌고 나머지 7개월은 50을 크게 밑도는데 이는 경기 위축을 의미한다. 특히 9월부터 연속해서 지표가 추락한 결과, 12월에는 39.4라는 충격적인 수치를 기록한다. 보통 중국 정부가 어떻게 해서든 긍정적으로 통계 수치를 만들어내는(?) 점을 감안하면 실제 경기 상황은 사상 최악이라 해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시진핑 정권은 백기를 들고 만다. 오미크론 확산세를 막는 데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마침 터진 ‘백지 시위’까지 겹치자, 그간 고집스레 제로 코로나 정책을 견지한 중국 정부는 입장을 180도 바꿔 방역 해제 조치를 취했다. 시진핑의 최대 업적이라고까지 칭송받으며 정치적 신성불가침으로 여겨져 온 제로 코로나 정책은 이렇게 한순간에 사라졌다. 시진핑 개인의 정치적 체면도 상당히 구겨지고 만다.

    투자와 내수 소비가 박살 난 상황에서 그나마 중국 경제를 떠받치던 수출도 흔들렸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글로벌 인플레이션에 뒤이은 세계적 경기침체의 직격탄을 맞으며 2022년 하반기부터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즉 부동산 거품과 공공부채, 기술 굴기 좌절이라는 구조적이고 심층적인 문제에 더해 정권의 설익은 반시장적 정책과 제로 코로나 고집, 거기다 글로벌 경기 위축이라는 외부 악재까지 겹치며 2023년 중국 경제는 육면초가(六面楚歌)의 위기 상황에 처했다고 할 수 있다. 과거 같으면 확장재정을 통해 인위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겠으나 앞서 언급했듯이 공공부채 문제가 이미 임계점에 다다른 상황에서 정부의 재정 여력은 이미 고갈된 상황이다.

    게다가 정권의 반시장 정책과 미·중 신냉전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부각되고 글로벌 공급망 재편성을 통한 탈중국 흐름이 확대되면서 외국 자본 유입은커녕 유출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의 3대 요소 중 자본과 노동의 투입을 통한 경제성장이 이미 폭증한 부채와 인구 감소 문제로 한계에 다다른 상황에서 남은 산업구조 혁신을 통한 생산성 향상은 외교와 경제정책 실패에 의한 기술 봉쇄, 민간부문 위축으로 갈수록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부의 관찰자들이 중국이 목표로 내세운 잠재성장률 5.5% 안팎을 계속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해 점점 회의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는 게 당연한 일일 것이다. 앞서 언급된 중국의 미국 추월 회의론은 이런 배경에서 쏟아져 나온 것이었다.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규모 정치 시위

    2022년 11월 2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 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2022년 11월 27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중국 정부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 정책인 ‘제로 코로나’에 항의하는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아무것도 쓰여 있지 않은 A4 용지 백지를 들고 있다. [베이징=AP 뉴시스]

    1970년대 후반 덩샤오핑 집권 후 본격적인 개혁개방 정책을 펴고 시장경제 시대로 돌입한 후, 중국 공산당의 집권 정당성은 이념에서 경제발전 및 민족주의로 바뀌었다. 지속적인 경제발전으로 인민의 삶의 질을 향상하고 중국의 통합과 중화민족의 영광을 되찾는 과업을 달성함으로써 인민들로부터 일당독재에 대한 동의를 유지한다는 당-인민 간 암묵적 사회계약이었다고 할 수 있었다.

    최근 중국이 처한 구조적이고 심각한 경제위기로 인해 사회계약의 전제가 흔들리는 조짐이 엿보인다. 1989년 6월 역사적인 천안문 사태 이후 최대 규모의 정치 시위로 일컬어지는 백지 시위가 단적인 사례다. 지난 수십 년간 지방정부 등에서 경제적 분쟁을 동기로 한 시위는 계속 발생해 왔다. 하지만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선전 같은 대도시 한가운데서 중국 공산당과 최고지도자에 대해 공개적으로 반대를 표하는 대규모 시위 발생은 천안문 사태 이후 거의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 정도 규모의 단발적 시위로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의 집권 기반이 흔들린다는 건 지나친 비약일 것이다. 그럼에도 중앙정부에 반대하는 구호가 중국 최대 도시에서 울려 퍼졌다는 건 그간의 금기가 깨졌다는 면에서 각별한 의미가 있다. 백지 시위 이후, 중국 공안과 물리적 충돌을 마다하지 않는 시위가 대륙 곳곳에서 퍼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분노한 민심의 흐름이 일회성에 그치지 않으리라는 점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그렇다면 시진핑 정권은 경제적 위기로 인해 암묵적 사회계약의 전제가 흔들리는 위기를 어떻게 타개할 수 있을까. 20차 당대회 이후 중국 정부가 내놓은 일련의 정책을 보면, 그간 내놓은 반시장적 정책에 대한 실수를 만회하려는 신호가 읽힌다.

    우선 마윈의 설화에서 비롯된 빅테크 기업들에 대한 각종 규제와 제재 조치를 완화하면서 민간기업 때리기를 중단했다는 신호를 시장에 보내기 시작했다. 탈중국 흐름을 되돌리기 위해 외자기업 상장 허용 등 나름대로 파격적인 외자기업 우대 조치를 쏟아내며 외국 자본 껴안기에도 나섰다. 엄청난 사망자를 감수하면서까지 급진적인 방역 해제에 나서고, 각종 소비 쿠폰을 발행하며, 부동산 규제도 완화하면서 침체된 경기와 소비 살리기에 나선 상황이다. 1~2년 전만 해도 공동부유와 사회주의 구호를 내세우던 시진핑 정권의 모습과 너무 대조적이라 외부 관찰자 처지에서는 어리둥절할 정도다. 하지만 이런 단기 처방들이 저성장의 기로에 서 있는 중국 경제의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점은 중국 공산당도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반쯤 도박의 심정으로…

    결국 시진핑 정권은 고통스러운 희생과 많은 비용이 발생하는 중국 경제의 질적 전환보다는 한결 쉬운 카드를 선택할 개연성이 더 높아 보인다. 경제성장과 함께 중국 공산당 집권의 정당성을 구성하는 또 한 가지, 바로 중화민족주의 카드다. 이는 앞서 소개한 포린 폴리시의 기고문 ‘쇠퇴하는 중국이 문제’의 논지와도 연결된다. 성장의 한계에 다다른 신흥 패권국이 도전의 창이 닫히기 전에 반쯤 도박의 심정으로 일거의 판을 뒤집는 모험적 한 수를 두려는 유혹에 빠질 수 있는데, 이것이 바로 중국이 처한 상황이라는 지적 말이다. 중국 공산당의 모험적 한 수, 그러니까 동요하는 민심을 다잡고 내부 기강 확립과 함께 거국적 단합까지 도모할 수 있는 최적의 카드가 바로 대만과의 통일 즉 양안 통일 카드다.

    단기적으로는 시진핑 정권이 대내외적 압력과 위기에 유화적으로 대처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양안해협과 동중국해를 중심으로 지정학적 군사 위기가 고조되리라 우려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부디 중국 공산당이 쇠퇴하는 중국이라는 문제의 해결책을 중화민족주의 강조와 대외적 위기 조성에서 찾지 말고 구조적 문제 원인 해결이라는 내부 개혁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 가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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