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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전쟁’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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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색깔 없는 이병호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1월 12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측근 3인방을 변호해 논란을 일으켰다.

소령으로 전역한 그는 국정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에 ‘경력’으로 들어와(1970년), 유창한 영어를 바탕으로 1996년 해외차장(2차장)으로 퇴임할 때까지 해외 파트에서 근무했다. 퇴임 후에는 남북한 동시 수교국인 말레이시아 주재 대사를 지냈는데, 이는 국정원 해외 파트 활동을 이어간 것이라 하겠다. 국정원에서 보낸 세월이 30년에 이르기에 공채 출신은 아니지만 그는 순수 국정원 출신으로 인정받는다.

국정원 출신으로 처음 국정원장이 된 이는 김만복 씨다. 김씨는 제2차 남북정상회담 때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에 여러 번 고개를 숙인 일로 호된 비난을 받았다. 2007년 경기도 성남 분당샘물교회의 목사와 신도 23명이 전쟁 중인 아프가니스탄으로 선교를 갔다가 탈레반에 붙잡혀 2명이 살해된 사건이 있었다. 국정원은 탈레반에 상당한 자금을 주고 교섭해 21명을 구해냈다.

그때 김 원장은 선글라스만 씌운 소스(source, 비밀공작 요원을 가리키는 정보 세계 용어)를 대동하고 카메라 앞에 나와 구출 경위를 설명했다. 정보기관의 비밀공작 요원은 어떠한 일이 있어도 노출돼서는 안 된다는 불문율을 어긴 것이다. 그래서 국정원 직원들은 그를 ‘날아온’ 국정원장보다 못한 이로 여긴다. 그는 국내 파트 출신이다.

해외 파트는 그러한 실수를 하지 않는다. 해외 파트 출신으로는 최초로 국정원장이 됐다는 점, 그리고 정치세력과 연결될 만한 배경이 없다는 점 때문에 ‘이병호 씨가 국정원장이 된 것은 잘된 일’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덧붙여 “전임 국정원장인 이병기 씨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됐기에 더 잘된 인사”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병호 씨를 국정원장에 임명한 인사만으로는 30% 정도 잘된 일인데, 이병기 씨가 비서실장에 임명됐기에 100% 잘한 인사라는 것이다.



이 평가는 이병호 원장이 박 대통령과 별다른 인연이 없는 데서 나온다. 그는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이명박 · 박근혜 후보 검증 토론회가 열렸을 때 패널로 참여해 박 후보에게 질의한 인연밖에 없다. 박근혜 수첩에 이름을 올린 것도 아니고, 박근혜 캠프에서 특보 등으로 뛴 적도 없는 그가 국정원장에 임명된 데는 이병기 비서실장의 천거가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병기 실장은 박 대통령과 끈끈한 인연이 있다. 외교관 출신(외시 8회)인 이 실장의 최대 장점은 인품이다. 그는 5공 초기 노태우 민정당 대표와 인연을 맺어 그의 측근으로 활동하다, 그가 대통령이 되자 의전수석을 했다. 노태우맨인데도 그는 김영삼 대통령에게 좋은 인상을 남겼다. 김영삼 정부가 출범한 후 잠시 외교안보연구원에 가 있던 그는 전두환 · 노태우씨 등이 내란 혐의로 법정에 설 때 안기부장 특보를 맡았다. 그리고 이병호 씨에 이어 김영삼 정부가 끝나는 날까지 해외차장을 했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때 한나라당에서 활동한 이 실장은 이회창 총재를 돕다가 이명박·박근혜가 대선 후보를 놓고 경쟁하자 박근혜 선대위 부위원장을 맡았다. 박 대통령도 그의 인품에 매료됐다고 한다. 그 때문에 조각(組閣)을 할 때 중책을 맡기려 했으나 고사해 주일대사에 임명했다. 그러나 그를 잊지 않은 박 대통령은, 국정원장을 거쳐 비서실장으로 불러들였다.

이병기 실장은 이병호 원장보다 일곱 살 아래다. 그러나 두 사람 관계는 매우 좋아서 야인 시절 이들은 국가 정보를 공부하는 모임을 유지했다. 그런 까닭에 이 실장은 이 원장이 생각하는 국가정보원 개혁안을 잘 안다고 한다. 이 실장이 이 원장을 천거해 국가정보원장으로 만들었으니, 이 원장이 국정원을 탈(脫)정치화하는 개혁을 할 때 바람막이가 돼줄 것으로 전망한다.

반대 의견도 있다. 권력의 생리가 그렇게 하지 못하게 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윤회 사건 때 박 대통령은 많은 사람이 비난한 측근 3인방을 싸고돌았다. 3인방은 오로지 박 대통령 옹위만 생각하니 박 대통령은 그들을 절대적으로 신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병기라고 해도 그러한 3인방을 꺾을 수 없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온다.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이병호 씨에게 국정원장을 넘겨주고 대통령비서실장이 된 이병기 씨. 그는 권력의 압박과 야당의 비난을 뚫고 국정원을 통일 추진 기관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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