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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청와대와 국정원의 ‘전쟁’

  • 이정훈 편집위원 | hoon@donga.com

“靑 실세들, 국정원에 ‘국내 문제 개입’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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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적은 김기춘 전 비서실장의 실패를 근거로 한 것이다. 김 전 실장은 검찰을 장악해 강력한 권력을 휘둘렀지만, 박 대통령에 대한 접근에서만큼은 3인방에 밀렸다는 지적이 많다. 국정원 관계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세월호 침몰사건 후 희생자 유족인 유민 아빠의 단식으로 박 대통령이 곤경에 처했을 때 3인방은 ‘세월호 사건 대책을 마련하라’고 남재준 당시 국정원장을 들볶았다고 한다. 그에 대해 남 원장은 “그것은 국내 문제이니 할 수가 없다”고 맞섰는데, 그때 김 실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것이다.

당시 국회는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막기 위해 국정원법 등을 개정하는 개혁특위를 가동하고 있었다. 세월호 침몰 같은 안전사고는 안전행정부나 해양수산부가 맡아 해결하는 것이 법적으로도 옳다. 그런데 3인방은 대통령 옹위만을 목표로 삼았기에 불법 여부는 살피지 않고, 국정원이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한 것이다. 국정원 사람들은 이러한 요구를 ‘과거 실적의 저주’라고 부른다.

‘과거 실적의 저주’

과거 국정원은 권력이 바라는 일을 해결해준 실적이 많다. 때문에 새로 들어선 권력도 그것을 원하게 되고, 국정원에서는 ‘우리는 대통령 직속기관이니 하명 사항을 최우선으로 해결해야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정을 받아야 본연의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직원이 나왔다. 그 결과 국정원은 정치 개입 시비가 끊이지 않게 되었다.

이 저주의 고리를 실력자들이 끊어내야 한다. 그런데 검사 출신으로 누구보다 법에 밝고 청와대 사정을 잘 아는 김기춘 전 실장은 침묵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끝내 움직이지 않은 남 원장을 경질하는 데 동참했다. 이 연장선에서 터져 나온 것이 지난해 8월의 이모 실장과 고모 국장의 인사 파문이다. ‘미운 놈’은 쳐내고 자기편 사람은 계속 두려다 말썽이 일자 덮어버렸다.



이 사건은 이병기 당시 원장이 3인방의 간섭을 절반쯤 막아낸 것으로 평가된다. 그러한 그가 비서실장이 됐으니, 3인방 제어를 놓고 설왕설래 분석이 많은 것이다. 현실은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병호 원장은 전임 이병기 원장이 인사 파동을 겪은 것처럼 여전히 장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국정원을 순수 정보수사기관으로 바꿔놓으려면, 원장이 권력자와 통하지 않는 이들을 차장과 국장에 임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이 원장은 그러한 인사를 하지 못한다. 관련법이 정무직인 차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거론되는 것이 인사권의 ‘위임’이다. 관련법상 대통령이 임명하게 돼 있더라도 위임을 하면 원장은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데, 청와대는 그러한 배려를 하지 않는다. 전임 원장인 이병기 씨가 비서실장이 됐는데도.

이러한 상황에서 이병호 원장은 다음과 같은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첫째, 관련법의 제정과 개정이다. 국정원 개혁특위를 가동한 국회는 지난해 말 국정원의 정치 개입을 엄격하게 금지하는 형태로 국정원법을 개정했다.

그때 여당과 국정원은 국정원이 해외 활동과 대공수사 등을 제대로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안을 제정하고 개정해달라고 요구했다. 국정원의 정치 개입은 엄격히 금지하되 순수 정보수사기관으로 활동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만들어달라고 한 것. 그에 대해 야당은 먼저 국정원법을 개정하고 다음에 관련법을 제·개정하자고 했는데, 관련법의 제·개정은 현재 ‘먹튀’가 된 상태다.

야당의 ‘먹튀’

통신비밀보호법은 마약이나 테러 살인 등 강력사건에 대해서는 부장판사가 발부한 영장이 있어야만 정보수사기관의 감청을 허용한다. 그런데 감청장비를 마련해 설치하는 주체에 대한 언급이 없다. 통신회사는 자기 돈으로 그러한 장비를 마련할 이유가 없다. 따라서 법은 있어도 제대로 된 감청은 하지 못한다. 국정원 등이 이 장비를 제공하는 쪽으로 이 법을 개정해줘야 가능하다.

9·11 사건은 테러의 위험을 적나라하게 보여줬다. 그런데도 우리나라는 테러 방지에 관한 법을 만들지 않고 있다. 대통령 훈령인 ‘국가 대(對)테러 활동지침’만 갖고 테러 방지 활동을 한다. 테러는 은밀하게 일어나니 정보를 가진 국정원이 중심이 돼 대응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사람은 없다. 그런데 대테러법을 만들자는 데 대해 야당은 이런저런 이유를 대면서 피하고 있다. 지금의 야당이 여당이었을 때는 그들이 이 법을 만들자고 하고 현재 여당이 미뤘었다. 이는 정치권이 당리당략에 따라 국가 안보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증거가 된다.

농협 해킹에 이어 원전이 해킹당하는 사건이 일어났는데도 우리나라에는 사이버 테러 방지법이 없다. 이 법 역시 여야 간 싸움으로 제정이 미뤄지고 있다. 우리나라는 범죄자금의 세탁과 외화의 불법 유출을 막기 위해 2001년 금융정보보호원을 만들었다. 이 보호원은 의심스러운 자금이 있으면 이를 추적하는데, 그 결과를 수사정보기관에 보내지 못한다. 관련법이 없기 때문이다. 이 문제를 해소하려면 특정금융정보법을 제정해야 하는데, 구린 데가 있는지 정치권은 이 법 제정을 피하고 있다.

해외요원을 위한 국정원직원법 개정도 시급한 과제다. 이 법은 팀장 이상 간부가 몇 년 내 진급하지 못하면 계급정년에 의해 퇴임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국정원의 간부 직원들은 정치권에 줄을 대며 진급 경쟁을 한다. 그런데 해외파트 요원들은 그러한 연줄을 만들기 힘든 데다, 금방 실적이 나오지 않는 장기 공작을 많이 하니 절대적으로 진급에 불리하다. 그래서 해외 파트만큼은 계급정년을 유예하는 조항을 넣는 개정을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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