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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룹 뒤통수 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관광객 똥 · 오줌 처리가 시급합네다” -3월 20일 중국 투자설명회에서

  • 송홍근 기자 | carrot@donga.com

현대그룹 뒤통수 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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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비용 8조5000억 예상

북한 당국은 원산-금강산 개발을 위해 도로, 철도를 보수·신설하려고 한다. ‘금강산 1단계 개발 총계획’ 문건은 “강원 통천군에 하루 3000~4000명을 수용하는 국제공항을 짓는다” “원산-금강산을 잇는 90㎞를 74개의 교량과 도로 및 9개 기차 터널로 직선화한다”고 밝혔다. 북한 당국은 원산 및 금강산 개발에 78억 달러(8조5000억 원)가 필요할 것으로 추산했다. 투자금은 외자 유치를 통해 조달한다.

오응길 총사장이 말한 대로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개발은 “국가 단위에서 밀어붙이는” 사업이다. 지난해 4월 30일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가 원산-금강산 관광지구 총계획을 비준(정령 제18호)했고, 6월 11일에는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구를 창설(정령 제48호)했다.

‘원산-금강산 국제관광지대 개발 계획’ 문건에 따르면 △각종 휴양 문화 시설과 생태 환경이 조화된 세계적 관광지구 △생태 환경이 절대적으로 보존된 역사 유적 관광지구 △국제적 휴양 및 치료 관광지구로 개발한다. 공항, 항만, 철도, 도로, 전력 등 기반시설과 골프장, 카지노 등 위락시설을 짓는 데 필요한 자금 조달에 사업의 성패가 달렸다. 평양이 외자 유치에 소매를 걷어붙인 까닭이다.

북측은 인프라 구축에 필요한 외자를 유치할 수 있을까. 또한 독점 계약을 맺은 현대그룹을 배제하고 사업을 진행할 수 있을까. 현대그룹 측은 4월 10일 “금강산 관광과 관련해 북측과 맺은 모든 합의는 어느 일방의 결정으로 취소되거나 효력이 상실되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금강산 관광은 1998년 11월 시작됐다. 사실상 현대그룹 작품이다.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졌다. 현정은 회장은 “목숨과 맞바꾼 큰 뜻이기에 끝까지 지켜나갈 것”이라고 말한다(상자기사 참조).

주한 미국대사관이 2009년 8월 28일 본국에 보고한 비밀 전문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김정일의 대화 내용이 담겨 있다. 위키리크스(www.wikileaks.org)가 2011년 9월 2일 폭로한 이 문건은 캐슬린 스티븐스 당시 주한 미국대사가 2009년 8월 25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얻은 정보를 보고한 것이다.

김정일은 그해 8월 16일 현정은 회장을 만나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은 사망했지만 나는 살아 있다”며 “남북관계가 어려움에 빠진 가장 큰 이유는 상호불신”이라고 주장했다.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와 정몽헌 전 현대그룹 회장 두 고인(故人)을 거론하면서 김정일은 ‘의리’라는 낱말을 썼다. 비밀 전문에는 ‘EUI RI, RIGHTEOUSNESS AND LOYALTY’라고 적혀 있다.

현정은 회장은 스티븐스 대사에게 “금강산 관광사업을 재개하려 방북했는데, 북한보다 한국에 걸림돌이 더 많다”고 불평(complained)하면서 “남북 당국 간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북측과 합의한 5개 항 실현이 불가능하다”고 탄식(lamented)했다.

2008년 7월 11일 금강산 관광객 박왕자 씨 피격 사건 직후 중단된 사업은 지금껏 재개되지 않았다. 2008년 7월부터 2015년 3월까지의 관광 매출 손실액이 9725억 원에 달한다고 현대아산은 4월 9일 밝혔다. 협력업체를 포함하면 손실액이 1조3000억 원쯤 된다고 한다.

현대그룹이 주도적으로 금강산 관광 재개를 위해 움직인 것은 현정은-김정일 면담이 이뤄진 2009년 8월이 마지막이다. 현정은 회장은 2009년 8월 10~17일 평양 방문 때 △금강산 관광의 조속한 재개 및 비로봉 관광 개시, 금강산 관광 편의와 안전 보장 △육로통행 및 체류 관련 제한 해제 △개성관광 재개 및 개성공단 활성화 △백두산 관광 개시 △추석 때 남북 이산가족 상봉 등 5개 항에 합의했다. 당시 청와대는 현정은 회장이 김정일을 만나 임의로 합의한 것을 불쾌하게 여겼다. 5개항 합의는 현정은 회장이 스티븐스 대사에게 탄식한 대로 결국 휴지 조각이 됐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희망과 고민

안팎 녹록지 않아…“열려라 금강산”


현대그룹 뒤통수 친 ‘김정은 비즈니스’ 원산-금강산 80억 달러 개발 총계획 전모

2007년 12월 9일 금강산을 오르는 현정은 회장(가운데)

“당신(정몽헌 회장)의 목숨과 맞바꾼 큰 뜻이기에 끝까지 지켜나갈 것입니다.”

현정은 회장은 2005년 9월 12일 현대그룹 홈페이지에 올린 글에서 이렇게 밝혔다. 북측이 현대의 독점권을 인정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을 때다.

현 회장은 북한이 2011년 현대와의 독점 계약을 파기한 후에도 정도(正道)로 문제를 풀어야 한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한다. 그는 “단 한 명의 관광객이라도 있는 한 금강산 관광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현대그룹 관계자는 전했다. 각종 행사에 참석할 때마다 현대아산의 슬로건 “열려라 금강산”을 외치는 등 관광을 재개하고자 노력한다.

현 회장은 1월 26일 환갑을 맞았다. 경영 일선에 나선 지 12년이 됐다. 안팎의 상황은 녹록지 않다. 금강산·개성 관광을 비롯한 핵심 대북사업이 중단됐으며 현대상선의 부진 탓에 유동성 위기를 겪어 현대증권 매각이 진행 중이다. 무엇보다도 정주영-정몽헌-현정은으로 이어진 대북사업을 정상화해야 한다.

현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금강산 관광 재개, 개성공단 활성화, 북한 철도 현대화 등 남북 경협에 대한 희망의 바람이 일어난다”면서 “한반도 평화와 번영이 만들어지는 역사의 한 페이지를 우리 그룹이 만들어가고 있음을 잊지 말고 남북경제협력의 선구자적 면모를 가져 달라”고 말했다.

합의 2개월 내 관광 재개

현대그룹 관계자는 “한국 정부와 북한 당국이 큰 틀에서 합의해야 대북사업이 재개될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아산은 당국 간 관광 재개 합의 즉시 인력 구성, 시설 개·보수, 관광객 모집 등 필수적인 준비에 나서 2개월 내 관광을 재개하려고 한다. 지난해 2월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것에서 미뤄볼 수 있듯 관광 시설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고 한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북한이 외자를 유치해 독자 개발에 나서면 현대의 처지는 어떻게 되느냐”는 질문에 “관광 중단 이후에도 북측과 계속 소통하고 있으며 신뢰 관계가 잘 유지되고 있다”면서 “관광 중단이 7년 가까이 장기화한 비정상적 상황에서 발생한 문제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다”고 말했다.

북측이 중국을 비롯한 외국 기업과 계약을 맺고 금강산 관광 사업을 시작하면 현대아산은 남측 지역을 통한 관광만 맡아 진행하게 될 수도 있다. 금강산 사업 독점권의 일부를 빼앗기는 것이다. 독점 개발권자 지위가 없어지는 것은 큰 손실이다. 현대그룹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향후 관광 재개 협의 과정에서 서로가 머리를 맞대고 발전적 방향에서 관광 방식, 상호 역할 등 합리적 정상화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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