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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발범’도 ‘확신범’도 비용·편익 계산부터

이혼의 정치학 <1부> 결심

  • 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우발범’도 ‘확신범’도 비용·편익 계산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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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속 계산기의 오작동

만약 이혼당할 처지에 몰렸으나 이혼하기 싫다면, 이 과정상 비용을 부각시키는 것도 한 방법이다. 절대 합의이혼해줄 수 없다, 이혼소송으로 가자. 이런 식으로 상대방에게 다시 계산해볼 것을 종용하는 방법이다. 단, 이럴 때에도 상대방의 감정이 상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혼소송을 하자면서도 ‘나는 그래도 당신과 살기를 원한다’는 신호를 계속 보내야 하는 것이다. 역으로 상대의 감정을 건드리면 상대는 ‘그래, 갈 데까지 가보자, 이젠 죽어도 같이 못 산다’라는 식으로 나온다.

이혼당할 위기에 처했을 때도 명세표를 만들어보는 것이 좋다. 막상 계산해보니 이혼이 답이라면 마다할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전략을 급수정해 합의이혼을 하는 쪽으로 빨리 마무리하면 된다.

하여간 명세표에 과정상 비용까지 포함해 따져본 결과, 비용의 총점이 더 높다면 이혼을 재고하는 것이 좋다. 이혼의 변수를 모두 이해득실로 환원시켜 계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이도 적지 않다. 이들은 ‘마음이 떠났다’와 같은 감정적 변수를 어떻게 계량화하느냐고 지적할 것이다. 그러나 가능한 한 그 감정조차 마음속 계산기에 넣어서 따져볼 것을 권한다.

뜨거운 애정, 요즘엔 1년?



거꾸로 말해, 내가 보기에는 이 감정적 변수가 계산의 오류를 낳는 주요인이다. 그래서 이혼을 해선 안 될 부부의 이혼을 조장하는 측면이 크다고 본다. 이혼과 같이 중요한 결정을 하는데, 마음속 계산기가 오작동을 일으킨다?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혼을 감정적으로 처리하려 드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결혼이 애정 때문이었듯이 이혼은 애증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사랑하지 않는다’고 해서 곧바로 ‘증오한다’고 재단해버리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행동이다. 애정이 식었다고 증오하는 것은 아니다.

어떤 부부도 연애 시절의 그 뜨거운 애정을 유지한 채 죽을 때까지 함께 살지는 않는다. 그런 건 길어야 10년, 요즘은 1년? 애정이 식어도 그들이 함께 사는 이유는 결혼생활엔 애정 이외의 다른 중요한 요소들이 작용하는 까닭이다. 각 방을 쓰면서 그냥 정신적 동반자로 지내는 부부도 많다. 이들도 처음에는 사랑해서, 애정에 겨워서 결혼했다. 하지만 지금은 그저 같은 집에서 함께 살고 있을 뿐이다.

잠자리 안 해도 잘 산다

극단적으로 말해, 부부는 잠자리를 안 해도 잘 살 수 있다고 본다. 잠자리의 의미도 세월 따라 변한다. 신혼시절에는 그것이 함께 사는 이유의 전부에 가깝지만 10년 이상 지나면 애정을 확인하는 절차로 변하기 마련이다. 결혼 10년 차인데도 여전히 그것이 사는 이유의 전부라면 당연히 이혼하고 그것이 사는 이유의 전부인 사람을 찾아나서야 한다. 이혼을 하는 많은 사람은 잠자리 문제를 성격 차이라고 둘러말하기도 한다. 직접적으로 말하든 둘러말하든 잠자리 문제가 이혼을 결심하는 결정적 이유라면 그것은 감정에 휩쓸려 마음속 계산기가 오작동한 것일 수 있다. ‘속궁합 안 맞다’고 이혼하면 후회하기 십상이다.

‘情’으로 포장하는 그것

이혼에 대한 생각을 끊임없이 달고 다니지만 결국 결심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이들을 우유부단하다고 탓해선 안 된다. 어떤 면에서 이들은 마음속 계산기를 누구보다 냉정하게 잘 두드리고 있는 것인지 모른다. 이혼에 따른 편익과 비용을 다 따져본 뒤 그래도 이 사람과 여생을 보내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흔히 ‘정’이라고 예쁘게 포장하는 그것 말이다.

‘우발범’도 ‘확신범’도 비용·편익 계산부터
이종훈

성균관대 박사(정치학)

국회도서관 연구관

CBS 라디오 ‘이종훈의 뉴스쇼’ 진행자

現 아이지엠컨설팅(주) 대표, 시사평론가

저서 : ‘정치가 즐거워지면 코끼리도 춤을 춘다’ ‘사내정치의 기술’


마음속 계산기의 오작동엔 주변인의 책임도 크다. 불구경만큼이나 재미있는 구경이다보니 자꾸 부추긴다. 나는 못하는 이혼, 너나 하라는 식이다. 반면 무조건 찬물을 끼얹어 식히고 보는 이도 적지 않은데, 이 또한 오작동의 원인이 된다. 구세대 중에 이런 부모가 많았다. 이혼이란 말조차 꺼내지 못하게 막았다.

주변인은 주변인일 뿐이다. 그들이 내 인생을 대신 살아주는 것은 아니다. 부모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세월이 지난 뒤 간섭한 것을 기억조차 못한다. 내가 결심하되, 감정에 휩쓸리지 말고 철저히 따져봐야 한다.

신동아 2014년 9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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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훈│시사평론가 rheehoon@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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