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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그후 1년, 우리는 오늘도 '세월호'를 탄다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신동아-생명안전포럼 공동주최 토론회

  • 패널: 문은숙, 송호근, 이재은, 조광현, 최열 | 사회: 조성식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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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상 규명=범죄자 처벌?

사회 유가족은 정부의 배·보상 방침에 반발하면서 즉각적인 인양을 요구했다. 남은 실종자를 찾아야 하고 진상 규명에 꼭 필요한 물증이라는 이유에서다. 일부에서는 사고 원인 규명이나 관계자 처벌은 검찰 수사로 어느 정도 이뤄지지 않았느냐, 과도하게 진상 규명을 요구하는 것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고 우려한다.

최열 유가족이나 국민이나 검찰 수사만으로는 만족하지 못하기에 서명운동을 시작한 거다. 특별법을 만들어 조사해달라고. 서명한 사람이 600만이 넘는다. 그런데 특별법 제정이 늦어지는 바람에 특위(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위원장이 12월엔가 임명됐다. 특위는 수사권과 기소권이 없어 조사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최선을 다하려 했다. 그런데 다시 특위 활동을 제약하는 시행령을 만들었다. 세월호 사태에 가장 책임이 큰 해수부 (출신) 공무원들이 특위에서 실질적 권한을 갖게 한 것이다. 여론이 악화되자 배·보상 얘기를 꺼냈다. 사태를 해결할 방법은 대통령의 결단밖에 없다. 성역 없이 조사하게 해야 한다.

송호근 우리가 보기엔 사건의 원인이 굉장히 복합적인데, 정부 쪽에서는 범죄가 어떻게 구성됐는지를 밝히는 것만을 진상 규명이라고 여긴다, 실제로 사고 낸 사람이 누구인지를 찾아내 처벌하면 된 것 아니냐고. 그런데 유가족은 가슴에 응어리진 한을 해갈할 수 있는 종합적인 뭔가를 마련하길 원한다. 핀셋으로 콕 집어내는 범죄자 처벌은 가장 좁은 범위의 진상 규명이다. 이준석 선장 처벌하고 유병언 문제 처리했으니 더는 할 게 없다는 태도다.

그러나 이는 세월호 사태를 잘못 해석한 거다. 세월호 참사는 대한민국이 고속성장을 해오는 동안 비어 있던 게 무엇인지를 드러낸 역사적 사건이다. 우리 사회에 시민성이라는 게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보여줬다. 이준석 선장이 그랬다. 시민으로서의 책임의식이 있었다면 구조선이 왔더라도 배에서 안 나왔을 것이다. 그러나 이준석은 대부분의 사람이 그런 자세를 갖지 않았다는 걸 보여줬다.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지가 진상 규명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다. 또 하나의 문제는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외치면서 이 사건이 갖는 정치사회적 의미를 송두리째 가져가버린 것이다. 해결할 것처럼 말했지만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했다.



사회 사실 유가족은 지난해 선체 인양에 반대하지 않았나.

조광현 이런 사건에선 타이밍이 중요하다. 서해 페리호나 천안함은 수색구조 단계에서 인양 단계로 전환하는 속도가 빨랐다. 그런데 세월호의 경우 침몰 후 6개월여 동안 수색작업이 진행됐다. 실제로는 침몰 직후 한 달간 수색작업의 90% 이상이 이뤄졌다. 그 후엔 10여 명을 찾았을 뿐이다. 한 달이 지나기 전에 국면전환이 이뤄졌어야 했다. 세계적인 인양 컨설턴트나 외국 전문가들도 그런 의견을 내놓았다. 당시 인양하는 데 1년 걸린다고 했다. 유가족은 1년씩 어떻게 기다리느냐고, 모든 걸 쏟아부어 실종자를 수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누구도 막을 상황이 아니었다.

마지막에 내가 유가족에게 말했다. 앞으로 더 수색해도 찾아낼 가능성이 없다고. 과학적 근거를 대며 설명하자 반박을 못했다. ‘모양 좋게 하자’고 해서, 유가족의 수색 중단 요청을 정부가 받아들이는 형식을 취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대화가 잘됐다. 그런데 선체 처리 국면으로 접어들고 이주영 장관 등 유가족과 통하던 사람들이 물러나면서 정부와의 소통이 어긋나기 시작했다.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두 번 죄짓는 일

송호근 모든 국민이 지켜보는 가운데 300여 명이 죽어갔다. 3일 동안 살아 있기를 바랐지만, 3일 동안 정부의 구난·구조 시스템은 작동하지 않았다. 그 원인을 밝히는 게 진상 규명의 시발점이다. 이 기간에 정부가 무엇을 했는지에 대한 의구심과 불신이 증폭됐다. 구조 시스템을 민영화하면 공적인 책임감이 사라진다. 언딘(세월호 사건 당시 해수부와 독점계약을 맺은 구난구조업체)은 현장에 늦게 도착했을 뿐 아니라 민간 잠수사를 고용해 물속에 들여보냈다. (비정규직인) 이준석 선장의 행위도 그런 범주에 속한다.

대통령이 ‘국가개조’를 말하면서 문제의 본질이 무엇이라고 정확히 설명만 했어도 국민의 분노가 그토록 폭발하진 않았을 거다. 그런데 이후 유병언을 잡는 데 총력을 기울였다. 유병언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걸로 비쳤다. 그 와중에 누구를 총리로 앉힐 것이냐는 문제로 시끄러웠다. 그렇게 아까운 시간을 보내는 동안 유병언이 죽었다. 책임전가할 사람이 사라지자 정부는 당황했다. 이게 대한민국의 현주소다. 유가족에게 중요한 것은 배상이 아니다. 그들의 요구는 이런 허망한 사회구조의 실체를 규명하라는 것이다.

이재은 세월호 사건은 구조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인재(人災)라기보다 관재(官災)에 가깝다. 그래서 정부의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다. 그간 정부는 대형사고가 발생하면 피해자에 대한 배상이나 보상으로 해결해왔다. 그런데 세월호 참사의 피해자는 유가족만이 아니다. 많은 국민이 자신을 피해자로 여기면서 또한 가해자의 책임의식을 갖고 있다. 유가족과 국민이 궁극적으로 바라는 것은 다시는 이 같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대책을 세우는 것이다. 유가족과의 대화를 통해 합의를 이끌어내고, 피해자이자 가해자인 국민과 함께 나아가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문은숙 유가족이 삭발을 하면서까지 정부에 묻는 건 딱 하나다. ‘왜 내 새끼가 구조되지 못했는지 알려달라’는 것. 돈은 그다음 문제다. 피해자인 유가족과 합의하지 않은 상태에서 어떻게 손해배상을 하겠다는 건지 모르겠다. 책임을 져야 할 정부가 마치 중재자로 나선 모양새다. 어느 사건보다도 배상액과 위로금이 많아 국민 세금을 축내는 것처럼 호도하는 건 두 번 죄를 짓는 일이다.

조광현 선장이나 2, 3등 항해사가 제때 적절한 조치를 취했다면 대형 참사를 막을 수 있었다. 정부는 재난관리 시스템을 제대로 점검하고 작동하지 못한 책임이 있다. 구조구난의 ABC가 지켜지지 않았다. 구조대가 현장에 도착해 맨 먼저 할 일은 구조와 생존성 확보다. 선수(船首)가 이틀 동안 가라앉지 않고 수면에 떠 있었다. 현장에 3800t짜리 크레인이 있었다. 이걸로 배를 잡아 생존성을 확보했어야 했다. 그런데 누구도 그런 결단을 내리지 못하더라. 배가 계속 가라앉는데도. 현장을 알고 지휘할 수 있는 전문가가 없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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