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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그후 1년, 우리는 오늘도 '세월호'를 탄다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신동아-생명안전포럼 공동주최 토론회

  • 패널: 문은숙, 송호근, 이재은, 조광현, 최열 | 사회: 조성식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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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꾸로 가는 안전관리 시스템

최열 세월호 사건이 사회안전 시스템과 국민의식을 바꿀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사고 난 지 며칠 후부터 전문가들을 불러 밤늦도록 토론하고 대책을 모색했다. 앞으로 더 큰 재난이 닥친다면 원전(原電)에서일 거라고 얘기했다. 기자회견도 하고 토론회도 하면서 대책을 제시했는데, 아무런 피드백이 없었다. 그걸 보면서 청와대가 문제라고 생각했다. 좋은 의견을 반영했다면 이렇게 최악의 사태에 이르지 않았을 거다. 유가족이 왜 단식을 하나. 자식이 죽은 사건의 진상을 조사해달라고 요구하는데 안 들어주니 그러는 거다. 그 옆에서 폭식하는 사람들을 정부가 방치하면서 사건의 본질이 실종됐다.

송호근 세월호 사건을 보면서 국가주의가 여전히 맹위를 떨친다는 걸 실감했다. 정치권도 그렇고 대통령도 그렇다. 대통령은 사회에서 뭔가 큰일이 일어나면 자신이 다 해결해야 한다는 구시대적 책임감을 가졌다. 비장한 표정을 지었지만, 지난 1년간 대통령과 정부는 아무런 해결 능력이 없음을 보여줬다. 국가주의 시대가 끝났음을 정치권에서 깨달아야 한다. 그게 유가족의 눈물이 갖는 사회적 의미다. 내 아들딸 죽음의 공적인 의미를 확인해달라는 요구다. 이런 공적인 의미를 시민사회 전반으로 확산시켜 어떤 행동이 일어나게끔 하는 게 정치의 임무인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 국가주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조문하고 장례를 치른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대해선 모든 국민이 슬픔을 나누는 사회적 제의(祭儀)가 필요했다. 그런데 이념 프레임을 뒤집어씌우니 갈등이 심화했다. 약간의 문제가 있지만, 시민사회 내부에서 스스로 확산되도록 내버려뒀어야 했다. 시민사회도 깨끗한 건 아니다. 관(官)과 유착해 이런 참사가 빚어졌으니 전반적으로 반성해야 한다. 그리고 민영화의 무책임성을 어떻게 해결하고, 관료에 대한 감시·견제 시스템을 어떻게 작동시킬지에 대해 토론하고, 거기서 나온 방안을 권력기구에 넘겨줘야 한다. 권력기구는 그걸 넘겨받아 정치적 결단을 하면 된다. 그런데 정부는 사회 발전의 에너지가 될 수 있는 이런 부분을 ‘범죄 프레임’과 ‘보상 프레임’으로 덮으려 한다.

이재은 행정학자, 위기관리학자로서 고민한 것이, 재난관리 시스템 하나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는 이 사회가 앞으로 원전이나 독도, 남북한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지였다. 세월호 참사는 곧 표류하는 대한민국의 자화상이다. 대한민국호(號)가 표류하는 이유가 뭘까. 현장 컨트롤타워가 없었다고들 하는데, 크게 보면 국가 전체의 재난관리·위기관리 시스템을 이끌어가는 핵심 체계가 빠져 있다. 중앙부처 조직을 개편하는 방식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지금 전국 대도시마다 10층 이상의 빌딩이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한 곳만 터져도 대형 참사로 이어진다. 수천 개의 초대형 빌딩을 중앙정부가 다 관리한다는 건 어불성설이다.



이제는 사회내장형 위기관리시스템(Social Embedded Crisis Management System)으로 가야 한다. 단일 기관, 단일 건물, 단일 시설에서 스스로 안전을 확보할 수 있도록 방향을 잡아줘야 한다. 그런데 거꾸로 간다. 중앙에서 30분 내에 출동하겠다는 식이다. 지역 공동체에서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중앙의 기능을 지시, 통제, 명령, 감독에서 지원, 협조, 조정, 연계로 전환해야 한다.

“국가주의적 해결방식 대신 자발적 시민결사에 맡겨야”
“단원고 폐교하자”

송호근 재난은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난다. 사고가 발생할 때 시민이 스스로 뭔가 할 수 있는 공공의식이 확산돼야 한다. 이것이 대책의 핵심이다. 그런데 국가는 책임을 전가하는 식으로 해결하려 했다. 지난해 5월 금수원 수색작전은 코미디였다. 보름 뒤에 유병언이 주검으로 나타난 것이 코미디 1막의 끝이었다. 2막은 8월에 단원고 학생들이 안산에서부터 여의도까지 행진한 거다. “정말 우리는 모른다.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 한을 풀어달라”면서. 세상에 이보다 더 기가 막힌 일이 있을까.

정부가 제 기능을 못한다는 것은 유가족의 생계를 전혀 돌보지 않는다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유가족의 정신질환과 단원고 학생들의 트라우마 치료에도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민간 자원봉사자들이 자비로 숙식하면서 돕는다. 이런 상황을 국가가 방치한다. 슬픈 일이지만, 나는 단원고를 폐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 자리에 기념관이든 재난안전센터든 연구소든 뭔가 의미 있는 시설을 지어야 한다.

문은숙 정부의 태도를 바꿀 수 있는 건 시민사회밖에 없다. 유가족이 외롭게 주장하는 모양이 된 데 대해 시민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유가족이 제기하는 의문은 매우 구체적이다. 다시 한번 점검할 필요가 있다.

송호근 한국과 같은 위험사회에서 재난은 약자에게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또한 비정규직의 책임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준석 선장이 비정규직이다. 그에게 배의 안전에 대한 책임을 어디까지 물을 수 있을까. 그들에 비해 경제적·사회적 혜택을 누리는 정규직은 과연 공적인 책임감이 단단한가.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한국 사회를 책임과 비책임 집단으로 나누는 것, 사회 전반적으로 책임의식이 옅어지는 문제를 수시로 점검하는 게 희망적인 미래로 나아가는 길이다.

사회 세월호 사고의 1차적 원인은 선장 및 선원들의 과실과 무책임한 행동이다. 2차 원인은 구조를 포기한 해경과 감독기관인 해수부에 있다. 이 두 가지가 피해를 키웠다. 아마도 구조작업에 좀 더 성의를 보였다면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졌을까 의문이다. 3차 원인은 보다 근본적인 이유로, 물에 띄워선 안 될 선박에 허가를 내준 부패 구조다. 조 위원께서는 사고 이후 정부의 수습 능력을 어떻게 보나.

조광현 물론 검경에서 사고 원인을 조사하고 감사원에서 감사도 했다. 해양심판원에서도 기술적 문제를 조사한 걸로 안다. 그런데 여기에 대해 유가족을 비롯해 많은 국민이 문제제기를 한다. 이에 대해선 특별법에 의한 조사위원회에서 하나하나 짚어가면서 관련자들에게 책임을 물을 것으로 본다.

최열 1년간 많은 분야에서 많은 사람이 이 사건에 대해 기록하고 정리했다. 우리가 며칠 전부터 학생들의 글을 받았는데, 다들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진실한 얘기를 쓰더라. 그만큼 사회가 성숙했다는 뜻이다. 중학교 1학년생이 이렇게 썼다. ‘나같이 연약한 소녀도 마음 놓고 다닐 수 있는 안전한 곳에 살고 싶어요.’ 배우 최민수는 지난해 연말 MBC 연기대상 수상을 거부했다. “아직도 차가운 바다 깊숙이 갇혀 있는 양심과 희망에 대한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거부 이유였다. 아무리 시스템을 잘 만들어도 사고는 날 수 있다. 관건은 사고가 났을 때 원인을 철저히 조사하고 재발을 막는 예방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특위 활동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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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널: 문은숙, 송호근, 이재은, 조광현, 최열 | 사회: 조성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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