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월 중국 증시가 또 한번 급락하자 괴로워하는 상하이 증시 투자자들.
“중국 펀드요!”
그냥 중국 펀드. 그 이상의 말이 필요 없었다. 그들의 얼굴 위에 10년 전 “코스닥이요!”를 외치던 사람들의 상기된 얼굴이 오버랩된다. 수조원을 넘는 자금이 단기간에 그렇게 중국으로 빨려들어갔다.
이런 분위기를 만든 일등공신은 중국 증시다. 중국 증시는 쟁기를 이고 온 농군, 몇 시간 후 분만대에 누워야 할 산모, 길거리에서 교통정리를 하던 공안원까지 몰려들어 북새통을 이뤘다. 그리고 그들은 외쳤다.
“주식이요!”
중국의 흥분은 고병원성 AI(조류 인플루엔자)처럼 순식간에 한국으로 전염됐다.
짐 로저스 vs 워런 버핏
짐 로저스라는, 한때 잘나가던 헤지펀드 운영자가 퀀텀펀드라는 불세출의 헤지펀드 회사를 떠나 중국 여행길에 올랐다. 그는 그곳에서 엘도라도를 보았다. 10억 인민의 눈에 불타는 부(富)를 향한 갈망을 읽은 것이다. 그리고 그는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외쳤다.
“중국을 사라! 중국은 향후 10년간 꺼지지 않는 불꽃이며, 중국의 성장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중국 인민들이 먹기 시작했고 입기 시작했다. 거대한 중국이 소비하는 한 세상의 모든 자원은 중국으로 빨려들어갈 것이고, 그 불길은 올림푸스 신전의 타오르는 불길처럼 영원할 것이다.”
첫 반응은 시큰둥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중국 증시가 급등하고, 뒤이어 원자재 가격이 속등하는 것을 목도한 사람들은 시대를 앞서간 그의 탁월한 혜안에 경의를 표하며 “지금이라도 중국으로 달려가야 한다”는 그의 말을 위대한 복음처럼 여겼다. 국내 금융회사들도 뒤지지 않았다. 언론은 이 위대한 ‘구루’의 일거수일투족을 실황중계하다시피 했고, 금융사들은 새로 만드는 펀드의 절반 이상에 ‘차이나’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러자 한국 투자자들의 가슴에 불길이 활활 타올랐다. 수익 좇기로 치자면 세계에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이들을 누가 말릴 수 있겠는가. 이것이 우리가 지난 여름 중국 열풍에 빠진 둘째 이유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에 또 한 사람의 위대한 현인이 있었다. 그는 코카콜라를 마시고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는 것이 건강비결이라고 말하는 난해한 노인이었다. 그는 주식투자로 세계에서 둘째가는 부자가 됐고, 그와 점심 한 끼를 같이 하려면 경매에 참가해 수만달러의 돈을 지급해야 했다. 사람들은 이를 큰 영예로 생각했다.
그는 네브래스카 주 깡촌인 고향 오마하에 들어앉아 ‘버크셔 헤서웨이’라는 회사를 차리고 매해 그 회사의 운용보고서를 발표했다. 거부이자 주식투자 대가에게 어울리지 않는 괴팍한 취미였다. 사람들은 그의 말 한마디를 듣기 위해 오마하로 몰려들었다. 그냥 신문이나 방송에서 전해 들어도 될 텐데, 사람들은 이 위대한 노인의 정기를 듬뿍 받고자 직접 이 시골마을을 찾았다. 그들의 열망은 우드스톡 록 페스티벌의 열기를 넘어서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