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모비스 톈진공장. 현대모비스는 곧 정품 인증 시스템을 갖출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매년 중국 쓰촨성, 광둥성, 장쑤성 등 총 17개 지역에서 현지 공안 당국과 공조해 단속 조사를 펼친다. 짝퉁 부품의 최대 생산지로 지목된 곳은 중국 동부 연안 지역. 이곳에서 생산된 모조품들은 순정부품 대비 30~50% 저렴한 가격으로 중국 전역에서 유통된다. 최근에는 주요 항구도시와 국경도시를 경유해 해외로도 수출되는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지난해에는 약 2억 원 상당의 현대·기아차 짝퉁부품이 부산항을 거쳐 콜롬비아로 이송되려다 적발돼 전량 압수된 바 있다.
지난 1월에는 메르세데스 벤츠를 비롯해 BMW, 아우디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의 상표를 부착한 타이어 휠 모조품을 중국과 대만에서 수입해 타이어 업체 등에 유통한 일당이 구속되는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유명 수입차 타이어의 정품 휠 4개 1세트의 가격이 600만~700만 원의 고가인 점을 악용해 1세트에 50만 원 정도의 저가 모조 휠을 수입, 60만~70만 원에 판매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중 일부는 자신이 운영하는 타이어 업체에서 직접 모조품을 판매해 1억여 원의 이윤을 남긴 것으로 조사됐다.
소비자 피해가 늘수록 국내 산업계 전반의 경쟁력이 덩달아 악화하는 것은 당연지사. 모조 부품이나 유사품 사용으로 인한 고장은 원 제조사의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유사·모조품은 제품 개발과 마케팅 등에 소요된 원 제조사의 투자비용과 노력을 무용지물로 만들어 해외시장에서 성장세를 이어가는 국내 업체들의 경쟁력에도 커다란 타격을 입힌다. 이 때문에 자동차업계뿐만 아니라 IT와 전자업계 등에서도 자사 제품에 대한 디자인권 보호가 주요한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2011년 미국 애플과 삼성의 디자인 특허 소송전을 기점으로 디자인 권리에 관한 각 기업과 국가의 경계가 강화되는 추세다.
하지만 중국에서는 유사품에 대한 법적 기준이 현재까지 명확히 수립되지 않아 단속에 어려움이 크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더욱이 중국 내수 시장이 기하급수적으로 커지는 점을 감안할 때 불법 유통 경로를 통해 시중에 판매되는 모조품과 유사품의 규모 또한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산 부품마다 QR코드
현대모비스 관계자는 “중국 현지에서 지속적인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모조 부품과 유사품의 유통을 완벽히 근절하기에는 힘든 상황”이라며 “소비자 스스로 시세와 비교해 가격이 현저하게 차이 나는 부품이라면 일단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그는 “검증된 대리점에서 순정부품을 증명하는 입체 홀로그램 등을 꼼꼼히 살펴보라”고 강조했다.
현대모비스는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중국 현지에서 생산되는 부품에 대해 고유 QR코드를 부여하는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각 제품에 고유 QR코드를 부여해 전용 애플리케이션으로 정품 여부를 알려주는 시스템이다.
소비자는 각 판매처에서 전용 앱으로 QR코드를 스캔해 정품 여부를 바로 확인할 수 있다. 정품 등록이 가능한 것은 물론, 모조품일 경우 현장에서 바로 신고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현대모비스는 정품 인증 시스템과 서버 구축을 올 상반기 중 완료하고 시범 운영을 거쳐 하반기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현대모비스는 새롭게 도입될 시스템이 모조품으로 인한 소비자 피해를 크게 줄일것으로 기대한다. 현대모비스 측은 중국에서의 시범 운영 후 실효성 여부에 따라 다른 국가로도 이 시스템을 확대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외 완성차 업체들 중에는 애스턴 마틴 사태 이후 완성차에 대한 신뢰도마저 하락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중국 현지에서 소비되는 부품조차 아예 중국산을 사용하지 않는 곳도 있다.
도요타는 중국에서 생산되는 물량에도 순수 중국산 부품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일본에서 부품을 들여가거나 중국 내 외국계 기업으로부터 조달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닛산은 중국산 부품을 쓰는 대신 자사 엔지니어를 부품 생산공장에 정기적으로 파견해 품질을 점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