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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高山淸水에서 만끽하는 느림의 미학

  • 권삼윤 문명비평가 tumida@hanmail.net

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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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산이 있으면 올라야 하고 길이 있으면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현대인. 여행을 가서도 ‘빨리빨리’만 외치다 여행의 목적을 잃어버리기 일쑤다. 그러나 이곳에 가면 그냥 보고 즐기는 것만으로 모든 게 족하다. 느림의 공간, 느림의 음식, 느림의 여행…. 강요하지 않아도 스스로 다가오는 절세의 풍광과 수천년의 역사. 원시적이지만 현대적인, 촌스럽지만 세련된, 여행자 스스로 명상케 하는 구도(求道)의 고도(古都)를 찾았다.
차마고도 신비 서린 중국 윈난성(雲南省) 기행

해발 4506m에 위치한 위룽쉐산 전망대. 그 뒤로 흰눈에 뒤덮인 5000m급 준봉이 줄지어 있다.(위) 리장 구시가 입구의 물레방아. 물길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아래)

중국 윈난(雲南)성의 성도(省都) 쿤밍(昆明)을 떠난 동방항공 MU5810기는 50분 만에 리장(麗江)에 닿았다. 공항이라면 높은 관제탑과 수하물 벨트, 안내 데스크 등 인공적인 냄새를 풍기게 마련인데 여기선 그런 게 전혀 느껴지지 않는다. 공항을 벗어나자 석양빛을 받아 붉게 타오르는 농촌 들판이 바로 눈앞에 펼쳐진다. 코끝에 와 닿는 공기 또한 싱그럽다. 15위안(약 2100원) 하는 공항버스는 평탄한 들녘을 가로지르며 온갖 풍경을 드러낸다. 차창으로 검은 기와집 촌락들이 점점이 다가왔다 멀어진다. 모든 게 풍요롭고 아름답다. 차는 그런 시골길을 한동안 달리다 새로이 개발된 뉴타운에 이르러 승객들을 내려놓는다.

길게 뻗은 대로 양쪽으로 제법 높다란 현대식 건물들이 서 있다. 호텔이 곳곳에 있어 숙소 구하기가 어렵지 않았다. 별 두 개짜리 호텔을 찾아 짐을 풀었다. 호텔 프런트의 여직원은 이곳 원주민인 나시족(納西族) 출신인지 푸른색조의 전통복장을 입고 있다. 순박해 보이지만 묻는 말에도 꼬박꼬박 대답을 잘해줬다.

슬로시티, 슬로뷰티

중국 최남단 윈난성의 고도(古都) 리장이 관광명소로 떠오른 것은 15년 전. 당시 항저우(杭州), 쑤저우(蘇州), 시안(西安), 타이산(泰山), 상하이 등은 이미 관광객들로 만원을 이뤘기에 중국 정부는 조용하면서도 신비스러운 이곳을 199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하고 전세계에 알렸다. 그러자 작은 촌락에 지나지 않던 이곳이 수년 만에 세계 배낭 여행자들의 메카로 떠올랐다.

다른 곳에선 볼 수도, 경험할 수도 없는 특별한 매력을 리장이 간직하고 있는 덕분이다. 리장은 1300년 역사에 독특한 문화를 가진 고성(古城)이자 장강(長江, 양쯔강)이 발원해 처음으로 몸을 크게 한번 뒤틀며 커브를 그리는 곳에 자리 잡아 도시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그래서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천천히 둘러보지 않으면 여행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없다. 한마디로 ‘느림의 미학’을 한껏 향유할 수 있는 곳이다. 그 속을 따지고 보면 느림에 관한 몇 가지 특이한 점을 찾아낼 수 있다.



우선 이곳은 ‘느림의 공간(慢空間)’이다. 시인 도연명(陶淵明)은 일찍이 이 말을 그의 ‘도화원기(桃花源記)’ 첫머리에 남겼고, 따라서 이곳 사람에겐 느림의 공간이란 개념이 그리 낯설지 않다. 더구나 요즘은 건강하고 지속가능한 삶을 추구하는 ‘로하스(LOHAS, Lifestyles Of Health And Sustainability)’란 말이 화두이지 않은가.

“숲이 끝나는 곳에 수원(水源)이 있었고 그곳에 산 하나가 막아섰다. 거기에 작은 동굴이 있었는데 그 안에서 희미한 불빛이 새어나왔다. 어부는 배를 버리고 동굴 입구로 들어갔다. (중략) 그곳에는 너른 들판이 늘어서 있었는데, 그 사이를 사람들이 오갔다. 남녀가 입은 옷은 모두가 이국풍이었다. 기름도 바르지 않고 장식도 없는 머리를 하고 한결같이 기쁨과 즐거움에 넘쳐 보였다. (중략) 그들은 바깥세상이 어떻게 변해가는지 전혀 모르고 있었다.”

둘째는 슬로푸드(slow food)다. 이탈리아의 작은 도시 브라(Bra)에서 시작된 슬로푸드, 슬로시티 운동은 기실 동양에선 무슨 운동이라며 떠들어대진 않아도 생활화한 지 이미 오래인데, 된장국과 김치 등 발효식품과 함께 자체 생산한 밥과 나물 등을 천천히 씹어먹는 만식(慢食)이 바로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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