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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법은 있는데 자신감이 없다?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

  • 김명현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해법은 있는데 자신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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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쓰는 전기의 40%는 원자력발전으로 생산된다. 한국은 세계 5대 원자력 강국에 올라섰고 원자력은 든든한 수출산업이다. 하지만 후쿠시마 사고 이후 불안이 커졌다. 12월 12일 개강한 ‘솔직한 원자력 이야기’는 원자력 에너지, 방사선 안전, 원자력발전소 안전, 원자력 경제성, 다양한 얼굴의 원자력 등 5가지 주제를 다룬다. 다음은 이 강좌의 일부(36회 강연 중 7, 13회 강연)를 요약한 것이다.




오늘은 원자력발전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살펴보겠습니다. 원자력발전은 우라늄의 핵분열로 나오는 에너지를 이용하기에 화력발전이나 수력발전, 신재생 에너지와는 기술적으로, 또 자원적인 측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그 장점이나 단점이 서로 다르죠. 원자력의 장점과 단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우리의 처지는 어떤지 짚어보겠습니다.



準국산 에너지

원자력발전의 장점은 4가지로 꼽을 수 있습니다. △가장 싼 에너지다 △자원 안보성이 높다 △기술 선도적이다 △환경 친화적이다. 단점으로는 △방사성폐기물이 많이 나온다 △해체 비용이 많이 든다 △굉장히 위험하다 등을 꼽습니다.



장점 중 첫 번째로 꼽는 경제성을 살펴보겠습니다. 과연 원자력발전이 흔히 알려진 것처럼 가장 싼 에너지일까요. 어떤 사람은 그렇지 않다고 얘기합니다. 그것은 나라마다 처지가 다르기 때문입니다. 우리나라는 어떨까요. 우리나라는 에너지의 98%를 수입합니다. 석탄도 없고, 석유도 없고, 가스도 안 나옵니다. 핀란드 같은 나라는 수력발전을 하기에 좋은 입지를 갖췄습니다. 또 어떤 나라는 태양광이 풍부해 태양광 에너지의 경제성이 매우 높습니다

우리나라는 표에서 보듯이 현재 상태에서는 원자력발전이 다른 에너지원보다 월등히 싸고, 앞으로도 계속 쌀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석탄, 석유, 가스를 다 수입하는 나라, 태양과 풍력이 풍부하지 않은 나라로서는 당분간 원자력을 이용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죠.    

두 번째로 에너지 자원의 안보성에 대해 살펴보겠는데요. ‘자원 안보성’이란 말이 익숙하지 않을 겁니다. 석유 에너지나 가스 에너지가 없는 상황을 가정하면 그 개념을 이해할 수 있을 텐데요. 만약 중동 산유국들이 석유 값을 갑자기 올려버리면 우리 사회엔 곤란한 일이 벌어지겠죠. 마찬가지로 러시아의 파이프라인이 갑자기 끊어지면 서유럽의 많은 국가가 어려움을 겪게 될 겁니다. 경제가 파탄날 지경에 다다를 수 있는 거죠. 이런 경우 우리는 에너지 안보성이 취약하다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원자력발전의 자원 안보성은 어떨까요. 원자력발전에는 비용이 많이 듭니다. 전체 비용의 70%가 건설비에 들어가고 우라늄 연료비는 전체 발전비의 10~20%밖에 안 된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처음 발전소를 지을 때는 많은 돈이 필요하지만, 운영하는 데는 돈이 거의 안 든다고 볼 수 있죠. 더욱이 우라늄은 비교적 전 세계에 골고루 분포해 어떤 지역이 공급을 좌지우지하는 일은 없는 편입니다.     

이런 이유로 많은 사람이 원자력발전을 ‘준(準)국산 에너지’라고 주장합니다. 우리가 기술을 가진 덕분에, 원자력발전소를 잘 지어놓으면 운영하는 데 문제가 별로 안 생길 거라고 여기는 겁니다.     

원자력의 세 번째 장점은 기술 선도적인 에너지라는 점입니다. 우라늄이 아무리 많아도, 땅이 아무리 넓어도, 인구가 아무리 많아도 원자력은 기술이 없으면 생산이 불가능한 에너지라는 의미입니다. 반대로 땅이 아무리 좁아도, 인구가 아무리 적어도, 자원이 아무리 부족해도 기술만 있으면 생산 가능한 것이 원자력입니다.     

따라서 국토가 좁고 자원이 부족한 우리나라에서, 훌륭한 기술력과 인력을 갖춘 우리나라에서 원자력은 적합한 에너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아랍에미리트 같은 나라에 원자력을 수출할 수 있는 저력도 바로 기술에서 비롯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은 값이 싸면서도 쉽게 얻을 수 있는 에너지이지만 넓은 면적을 필요로 합니다. 태양광 집열판의 경우 서울 여의도에 버금가는 면적을 덮는 정도가 돼야 원자력발전소 한 곳에서 나올 수 있는 에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이산화탄소를 줄여라

원자력발전의 네 번째 장점은 환경 친화성입니다.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많은 사람이 놀라 반발할 겁니다. 원자력발전소가 환경 친화적이라고? 네, 그렇지는 않죠. 원자력발전소가 100% 환경 친화적이라고 말하기는 곤란합니다. 막대한 양의 방사성폐기물이 배출되고, 그 방사성폐기물이 우리 환경에서 쉽게 없어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뒤에 다시 말씀드릴 텐데요, 요즘에는 환경을 얘기할 때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합니다.     

여러분도 잘 알다시피 요즘 미세먼지가 문제가 되고 있어요. 이산화탄소, 즉 온실가스 배출도 큰 관심사가 되고 있습니다. 미세먼지는 우리에게 이산화탄소보다 더 직접적인 위험으로 다가옵니다. 하지만 사실 미세먼지는 집진장치를 통해서 쉽게 걸러지므로 비용을 조금만 들이면 해결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이산화탄소인데요. 온실가스엔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중 가장 많은 양을 차지하는 이산화탄소는 화석연료를 사용하는 이상 제거할 수 없습니다. 2015년에 세계 선진국 정상이 모여 파리협정(197개국이 논의해 만든 신기후변화 대응체계로, 지구 대기온도를 산업화 이전 대비 2℃ 이상 상승하지 않도록 각 국가의 온실가스 배출치를 조절하는 것이 목적)을 맺었는데요. 전 세계가 나서서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기로 합의했습니다. 우리나라는 2030년까지 37%를 줄이기로 했죠.     



‘친환경’의 두 얼굴

표에서 보다시피 각국이 야심만만하게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약속했는데요. 사실 화력발전소를 정지하지 않고서는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화력발전소는 지을 때보다 운영하는 데 많은 돈이 드는데요. 전체 운영비의 50~60%가 연료비입니다.

상황이 이렇기 때문에 나라마다 다른 생각을 갖고 있습니다. 어떤 나라는 원자력발전 없이 신재생 에너지로부터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충당할 수 있다, 원자력 없이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어떤 나라는 보다 현실적으로 신재생 에너지 상용화는 먼 미래의 일이기 때문에 당분간 원자력 없이는 이산화탄소 감축이 어렵다고 판단합니다.

이 문제에 정답은 없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이 사안을 두고 같이 토론해보면 좋겠습니다. 원자력 없이 이산화탄소 감축이 가능할까요.     

이제 원자력발전의 단점을 살펴보죠. 첫 번째 단점은 환경 친화성입니다. 앞에선 환경 친화성이 원자력의 장점이라고 했는데 이번에는 환경 친화성이 단점이라고 했습니다. 환경 친화성엔 두 가지 문제가 겹쳐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만 놓고 보면 엄청난 단점이지만, 방사성폐기물만 빼면 원자력발전에 장점이 있다는 거죠. 온실가스를 전혀 내놓지 않고 여러 가지 미세먼지도 내놓지 않는 청정한 에너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렇지만 원자력발전이 청정한 에너지라고 얘기하기에는 참으로 어려운 문제가 있죠. 방사성폐기물의 양이 막대하고, 그 영향이 우리 주변에서 오랫동안 지속되기 때문입니다. 물론 방사성폐기물 모두가 위험한 것은 아닙니다. 그중에서 반감기(특정 방사성 핵종의 원자 수가 방사성 붕괴에 의해서, 원래 수의 반으로 줄어드는 데 걸리는 시간)가 짧은 것들은 한 30년 정도 기다리면 다 없어집니다. 그렇지만 반감기가 수백 년, 수백만 년인 것도 있습니다.


기술보다 자신감의 문제

반감기가 수백만 년이란 뜻은 ‘수백만 년을 기다려도 그 양이 좀처럼 줄지 않고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이죠. ‘있다’는 것은 지속적으로 방사선을 내놓는다는 뜻입니다. 이 물질들이 혹시 잘못돼 우리 몸 안으로 들어오면 치명적일 수 있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방사성폐기물은 굉장히 안전한 곳에 두고 격리해야 하는데, 그 방법이 우리에게 속 시원하게 알려져 있지 않습니다.    

방사성폐기물을 어떻게 처리해야 하느냐. 지금까지는 꽁꽁 싸서 땅속 깊숙이 파묻어버리는 것이 제일 좋은 방법이라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이 어려운 기술일까요. 사실 어렵지는 않습니다. 요즘 기술로 방사성폐기물이 아무리 센 방사선을 내놓더라도 그것을 잘 차폐(遮蔽)해 땅속 깊이 묻는다면 전혀 위험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뭐가 문제일까요. 인류가 만들어낸 건축물 중 5000년 이상을 거뜬히 견뎌내는 것이 없다는 데 있습니다.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그것을 버릴 수 있는 기술이 없어서가 아닙니다. ‘방사성폐기물의 안전성을 5000년 이상 보증한다’는 확신이 없는 겁니다. 따라서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다고 볼 수 있는 셈이죠.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원자력의 가장 큰 단점인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해결할 방법이 없다는 게 아니라 우리에게 자신감이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해결 방법이 지속적으로 개발돼야 합니다. 그중 한 방법으로 폐기물을 땅속에 버리지 말고 원자로에 도로 집어넣어 태워 없애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도 방법은 알려져 있지만, 역시 자신이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더욱이 방사성폐기물을 화학적으로 처리하고 그것을 다시 원자로에 넣는 과정에서 핵폭탄을 만들 수 있다는 위험성이 있기에 많은 나라가 꺼리고 있습니다.



과장된 위험

방사성폐기물 문제는 쉽게 결론내지 못하는, 우리에게 남은 숙제입니다. 그렇지만 이는 언젠가 풀릴 수 있는 숙제로, 어려운 문제는 아니라고 확신합니다.

원자력의 또 다른 단점은 위험성입니다. 많은 분이 이해하시고 계시겠죠. 원자력발전소 하면 원자폭탄 터지는 것, 체르노빌 원자로 사고, 또한 가깝게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떠올릴 겁니다. 원자력발전소에서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난 사고를 생각하면서 많은 사람이 원자력을 위험하다고 느끼겠죠.    

그런데 사실 통계를 보면 원자력발전소로 인해 사람이 사망한 사건은 몇 건 되지 않습니다. 체르노빌 사건 이외에는 사망자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원자력발전소의 위험성은 다소 과장됐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쩌면 잠재적인 위험성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한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원자력을 연구하는 저 같은 사람들에겐 책임이 없느냐. 그렇지 않죠. 일반인이 납득할 만큼 원자력의 안전성을 설명하지 못해 신뢰감을 주지 못했으니 앞으로 해야 할 일이 많은 겁니다. 전문가들이 판단하기에는 적어도 지금 짓고 있는 원자력발전소의 안전성은 굉장히 높은 수준이라고 자신하는데, 대중과의 소통 부족으로 그런 것들이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습니다.

끝으로 살펴볼 원자력발전의 단점은 뭘까요. 미지수가 많다는 건데요. 그중 가장 큰 미지수가 바로 원전 해체 비용입니다. 즉 언젠가는 원자력발전소가 정지되고 그것을 해체, 처분하려면 많은 문제가 생겨나 해체 비용이 많이 들 것이라는 가정인데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는 부족한 상황입니다.

최근 미국의 양키로(Yankee Rowe) 발전소를 완전히 해체해 환경 복원까지 한 사례가 있습니다. 몇 천억 원을 들여 사진에서 볼 수 있듯이 현재는 사람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수준으로 환경이 복원됐습니다. 원자력발전소 해체 및 해체 비용이 천문학적 수준이라는 것은 지나친 우려라고 볼 수 있습니다.



김 명 현
● 1958년 서울 출생
● 서울대 원자력공학과 졸업, 미국 MIT 박사(원자력공학)
● 前 한국원자력학회 부회장, KBS 객원해설위원
● 現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원자로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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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현 |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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