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월12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와 대성그룹은 한국교총영재교육원(ITEK·Institute for Talented Education of KFTA)을 개원했다. ITEK은 렌줄리 교수의 자문을 받아 올해부터 전국 초·중·고교 교사들을 대상으로 영재교육 교사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 ITEK 개원기념 학술세미나에 참석하기 위해 내한한 렌줄리 교수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 ITEK 연구실에서 안선영(교육학 박사) 연구위원의 도움으로 인터뷰했다.
“영재성, 언제든 나타날 수 있다”
▼ 영재성은 어느 시기부터 어느 시기까지 나타납니까.
“아주 어릴 때부터 나타날 수 있습니다. 빨리 걸음을 떼거나 말을 하고 물체에 대해 빠른 속도로 반응하는 것 등을 통해 영재성이 있는지 없는지 판단해볼 수 있지요. 그러나 영재성이 나타나는 특정한 시기를 꼭 집어 말하긴 어렵습니다. 영재성은 30대 이후나 노년기에도 발현될 수 있습니다. 시기는 영역별로 차이가 있는데 수학자나 시인은 20대, 소설가는 30~40대, 희곡작가는 40~50대에 특별한 능력이 갑자기 나타나기도 합니다.”
▼ 영재성을 키우는 데 있어 유전적 요인과 후천적 환경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가요.
“두 가지가 상호 작용해서 영재를 만들지요. 유전적으로 영재성을 타고난다 해도 자유롭고 창의적인 사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져야 합니다. 이 둘 중 어느 한 부분이 모자라면 영재성이 제대로 나타나기 어려워요.”
렌줄리 교수는 1970년대에 ‘영재성의 세 고리’라는 개념을 발표해 주목을 받았다. 그때까지 영재를 판단하던 기준은 ‘평균 이상의 지능’ 하나였지만, 그는 ‘과제 집착력’과 ‘창의성’이라는 두 가지 기준을 함께 제시했다. 지능, 과제 집착력, 창의성. 이 세 가지 영역에서 상위 15% 안에 들고 이 가운데 한 가지 분야에서 상위 2% 안에 들어야 영재’라는 그의 이론은 현재 학계에서 가장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진다.
“영재는 성취적 영재와 창의·생산적 영재 두 부류로 나뉩니다. 과제 집착력과 창의성이 뛰어난 창의·생산적 영재는 반드시 똑똑한 것은 아니지만 세상을 변화시키죠. 인공심장을 발명한 로버트 자빅 박사는 고교 성적과 미국대학수학능력시험(SAT) 성적이 좋지 않아 미국 대학을 가지 못하고 이탈리아에 있는 의대로 진학했습니다. 지금 그를 합격시키지 않은 미국 대학들은 후회하고 있을 겁니다. 역사적으로 탁월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은 대개 성취적 영재보다는 창의·생산적 영재입니다.”
▼ 영재성을 조기에 발견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요.
“잘못된 교육은 영재성을 사장시킬 수 있습니다. 다양한 교육기회를 주지 않으면 아이들은 지루함을 느끼게 되고, 지적 자극이나 도전욕구도 서서히 잃어버리게 됩니다. 틀에 박힌 교육은 무서운 결과를 가져올 수 있어요. 모든 아이가 영재성을 갖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현재 논의되는 비율(상위 10% 안팎)보다는 많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니 그들이 영재성을 발휘하도록 기회를 줘야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