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언짢아하신대요”
심지어 이병기 대통령비서실장이 유 대표에게 “공무원연금법 처리를 포기하더라도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고 요구했는데도 유 대표가 이를 묵살하고 야당과 합의했다는 설까지 전해졌다. 유 대표는 “그런 보도는 잘못된 것이다. 그런 식으로 얘기하지 않았다”며 부인했다.
청와대와 새누리당 사정에 밝은 여권 인사 A씨는 ‘신동아’ 인터뷰에서 “사실이 아니라면 유 대표는 대화 내용을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A씨는 “조윤선 대통령정무수석비서관이 나간 데 이어 청와대 내에선 정무수석실 관계자들 교체도 검토된다고 들었다. 청와대는 심각하게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지는 A씨와의 대화 내용이다.
▼ 박 대통령은 어떻게 받아들입니까. 거부권 행사를 시사하는 것으로 봐선….
“그렇게 언짢아하신대요. ‘전 요즘 원내대표 쪽과는 연락 안 해요’ 이렇게 손사래 쳐야 할 것 같은 분위기가 청와대 내에 형성된다는….”
“‘쟤’라고 하더라고요”
▼ 유 대표가 집권여당 원내대표인데도 대통령의 행정권을 제한할 수 있는 사안에 합의해준 이유는 뭘까요. 많은 사람이 이 점을 궁금해합니다.
“유 대표는 자기 신념이 무척 강한 분입니다. 그는 4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 상당히 공을 들였어요. 문구 하나하나를 직접 다듬고. ‘전국 정치인’ ‘미래 권력’으로 데뷔하는 무대니까요. 그 연설에서 ‘야당과의 합의정치’를 선언했죠. 야당과 일부 언론이 ‘명연설’이라고 하니 고무됐겠죠. 이게 유 대표의 최근 행동을 설명해줄 수 있는 키워드입니다. ‘야당과의 합의정치’라는 자기 신념에 몰입해 공무원연금 개혁도 야당이 요구하니 합의처리해준 거고, 국회법도 야당이 요구하니 처리해준 거죠. 줄 건 줘야 합의가 되는 거니까. 그러다보니 박 대통령과 청와대는 다소 후순위로 밀린 거고요.
또한 유 대표는 ‘사회적 경제’ ‘재벌대기업’ ‘가진 자’ ‘기득권’ 같은, 새누리당에선 좀처럼 듣기 어려운 용어들을 써가며 자신의 노선을 왼쪽으로 클릭하고 있어요. 진보에 구애하는 셈인데, 이번 국회법 합의처리도 이런 그의 소신과 관련된 것 같아요. ‘합의정치 약속을 그대로 실천하는, 그래서 진보 진영에서도 지지를 받는 스타 원내대표’ 뭐, 이런 이미지를 얻으려 하지 않았나 생각돼요.”
▼ 역대 여당 원내대표가 대통령이나 청와대와 이렇게 첨예하게 맞선 적이 별로 없었던 것 같은데요.
“긍정적으로 보는 쪽은 국회법 처리를 ‘소신’으로 평가해요. 비판적으로 보는 쪽은 ‘자존심이나 자부심이 강한 유 대표의 엘리트 의식이 반영된 오렌지 콘셉트’로 보죠. 유 대표는 유수호 전 의원의 아들로 명문 정치인 집안 출신에 서울대, 미국 위스콘신대 경제학박사, KDI(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을 역임한 분이죠. 2000년대에 한번은 유승민 의원, 최경환 의원(현 경제부총리), 그리고 저와 다른 분 몇몇이 자리를 함께했어요. 그때 유 의원이 제게 최 의원을 호칭하면서 자연스럽게 ‘쟤’라고 하더라고요. 유 의원이 최 의원보다 정치에 먼저 입문했지만 나이는 최 의원보다 세 살 아래거든요. 두 분이 위스콘신대 동문으로 격의 없는 사이라 그런지 몰라도 저는 조금 의외였어요.”
▼ 유 대표는 “‘국회법 개정은 안 된다’는 청와대 요구를 묵살했다”는 내용을 부인합니다.
“그 말대로 ‘미스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쳐도, 그렇게 속전속결로 시행령을 바꿔주면 안 되는 것 아닌가요. 안 그래도 야당이 국회선진화법을 무기 삼아 국정 발목을 잡는다고 하는데 거기에다 대통령령까지 간섭할 수 있게 열어주면…. 야당은 강제성이 있다고 하잖아요. 이미 야당이 문제 소지가 될 만한 대통령령을 모으고 있다는 말도 나와요. 앞으로 여러 상임위에서 ‘대통령령 고쳐라, 마라’ ‘강제성 있네, 없네’ ‘소송 하네, 마네’ 하는 새로운 논란이 나올 수 있는 거죠. 일부 친박계 인사들 사이에선 ‘이래서 국정이 되겠나’ ‘온 식구가 먹는 우물에 흙 뿌린 격’이라는 말이 나와요. 2월 원내대표 경선 때 청와대 안에서 ‘유승민이 원내대표 돼도 문제없다’고 발제한 사람은 지금 미칠 지경인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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