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문재인 새정연 대표는 박 의원이 특위 위원장을 맡은 것을 언급하면서 “당이 빠르게 안정되고 있다” “당내 계파 논란, 패권주의 논란은 사라졌다. 혁신도 잘돼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박 의원은 과연 문 대표 체제에 힘을 실어주고 당을 함께 이끌기 위해 당직을 맡은 걸까. 지난해 그를 원내대표와 비대위원장 자리에서 끌어내리는 데 앞장선 친노 강경파에 대한 감정은 말끔하게 정리됐을까.
국민 관심 못 끈 혁신안
당 혁신위에서 내년 총선 공천 방안을 포함해 10차 혁신안을 발표한 9월 7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박 의원을 만났다. 혁신위가 이날 내놓은 공천 혁신안의 핵심은 공천 과정에 참여할 선거인단을 100% 일반 국민으로 하는 ‘국민공천단’을 구성하고, 1차 경선에서 과반득표자가 나오지 않을 경우 1, 2위를 대상으로 결선투표를 치르겠다는 것. 박 의원이 예전부터 주장해온 ‘톱2 오픈프라이머리’와 매우 흡사하다. 하지만 박 의원은 이날 발표된 공천 혁신안을 아직 구체적으로 검토하지 못한 상태여서 그 평가는 며칠 후 다시 듣기로 했다.
박 의원은 그동안 발표된 당 혁신안에 대해 비판적이었다. “혁신위가 핵심을 찌르지 못하고 있다”는 것.
“국민이 바라는, 그리고 국민에게 공감을 주는 방향으로 혁신안이 나와야 하는데 좀 부족했다. 예를 들면 ‘사무총장 제도 폐지’ 같은 건 당 지도부의 당면 과제를 해결하려는 의도에서 내놓은 거지, 국민이 바라는 게 아니지 않나. 당연히 (국민의) 관심도 끌 수 없었다.”
▼ 국민이 가장 바라는 혁신은 뭐라고 보나.
“정치 선진화를 이루기 위한 정치제도, 그중에서도 선거제도 개혁이다. 미국에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경선제)라는 제도가 정착된 것이 1970년대 초다. 당시 미국에서 이 제도가 확립되지 않았다면 지금처럼 선진 정치를 구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지금 대한민국이 딱 그 기로에 서 있다.”
▼ 안철수 의원도 당 혁신안과 함께 문재인 대표의 리더십에 대해 연일 강도 높게 비판한다. ‘당내 부조리와 윤리의식 고갈, 폐쇄적 문화와 패권주의 리더십이 당을 지배해왔다’면서 이런 것들을 걸러내는 것이 당 혁신의 본질이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이 얘기하는 것도 틀리지 않다. 나도 이 당에서 11년 동안 체험을 통해 느끼는 부분이다. 체질을 바꿔야 한다는 안 의원의 주장에도 동의한다. 하지만 내년 2016년 총선과 2017년 대선을 위한 준비가 더 필요한 시점이라고 본다. 2012년 대선에서 우리가 무엇 때문에 졌는지를 제대로 분석하는 게 중요하다.”
비우는 사람, 비움의 자리
얼마 전 한상진 교수(전 민주통합당(새정연 전신) 대선평가위원장)는 ‘동아일보’ 칼럼에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새정연의 고질적 병폐를 진단했다. 2012년 대선 평가 과정에서 ‘정당의 생명인 책임윤리 고갈’과 ‘당내 자유공론 기피현상’ 등 두 가지 치명적인 결함이 당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진정한 당 체질 개선을 위해서는 “문 대표가 책임져야 할 실패와 과오를 소상하고 진솔하게 밝히고, 당 내외에 신망이 높은 인사가 중심에 서서 자유롭고 비판적인 공론장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선 패배에 대한 문 대표의 통렬한 반성 없이 친노 강경파에 의해 주도돼온 당의 비민주적 운영을 비판한 것이다. 그러나 박 의원은 한 교수의 이 같은 대선 평가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표현 방법의 차이로 볼 수도 있겠는데, 치열함이 부족했던 점에 대한 반성과 함께 선거전략에서 우리의 잘못이 무엇인지 분석해서 그걸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는 게 더 중요하다. 당에서 첫 여성 대통령을 바라는 여성들의 심리를 소홀하게 취급했다고 본다. 그걸 상쇄할 수 있는 뭔가가 필요했는데 놓친 것이 패착이다. ‘친노 패권주의’ 이런 문제보다는.”
▼ 지난 4·29 재보선 참패의 원인은 뭔가.
“공천 실패. 지난해 7·30 재보선은 공천을 너무 전략적으로 하려다가 실패한 경우이고, 4·29 재보선은 실질적으로 공천에 전략이 없어서 진 것이다. 개인적으로 4·29 재보선에서 전략공천을 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랬으면 전패하진 않았을 것이다. 선거 때마다 당이 굉장히 유연하게 대응해야 한다. 당은 선거에 이기기 위해 존재한다. 그동안 당이 너무 안이하게 대처하다 지금의 위기에 빠진 것이다. 지금 이 당에 필요한 건 ‘빅(Big) 텐트’다. 빅 텐트를 치려면 누군가 비워주는 사람, 비움의 자리가 있어야 한다. 비워주는 사람이 누구냐, 그게 핵심이다.”
▼ 누구인가.
“그건 국민 여러분이 판단할 것이다.”
▼ 문 대표를 중심으로 한 친노 강경파라고 해석해도 되나.
“그것까지는 얘기하고 싶지 않고 그게 누구라고 얘기하는 게 정답일 수도 없다. 일련의 과정에서 반드시 그런(비움) 게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비워줘야 할 사람들이 순순히 비워주겠나.
“비우면 나중에 더 큰 게 돌아온다. 누군가 비워주기 위한 여건을 만드는 건 지도부가 할 일이고, 그게 바로 리더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