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1월호

가슴 속 씻어내는 알프스의 순결한 숨결 스위스 체르마트

  • 입력2004-12-27 13:5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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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슴 속 씻어내는 알프스의 순결한 숨결 스위스 체르마트

    체르마트를 방문한 관광객과 등산객들이 주로 이용하는 케이블카. 길이가 수 킬로미터에 달한다.

    풍요보다는 건강, 순간의 즐거움보다는 영혼의 만족. 흔히 말하는 ‘웰빙’을 굳이 정의하자면 이쯤 될까. 지구촌 곳곳을 들여다보면 이 말에 딱 어울리는 삶을 살아가는 고장이 헤아릴 수 없이 많다. 스위스 마터호른봉 인근 론 계곡 기슭에 숨어 있는 체르마트(Zermatt)도 그중 하나로, 건강한 삶을 그리워하는 도시인들의 갈증을 풀어줄 만한 마을이다.

    인간의 발길을 쉽게 허용하지 않는 마터호른의 관문답게 체르마트로 들어가는 길은 그다지 용이하지 않다. 승용차를 이용하든 버스를 이용하든, 체르마트로 들어가려면 누구나 타슈(Tasch)에서 내려 앙증스런 빨간 기차를 타거나 두 발로 직접 걸어야 한다. 수많은 관광객과 산악인들을 이토록 불편하게 만드는 이유는 오직 하나, 깨끗한 환경을 보존하기 위해서다. 이 한 가지 설명만으로도 이 마을이 지닌 의미를 단박에 느낄 수 있다.

    기차에 몸을 실은 채 창 밖 경치에 감탄사를 연발하다 보면 어느새 체르마트역이다. 장난감을 연상시키는 전기자동차, 예쁘게 단장한 마차와 마부, 타임머신을 타고 세월을 거슬러올라가 만난 듯한 목조주택과 고즈넉한 골목이 눈앞에 가득 펼쳐진다. 풍광도 풍광이지만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차이는 상쾌한 공기. 깨끗하다 못해 투명하다는 느낌마저 주는 신선한 공기가 코끝에서 폐까지 단숨에 파고든다.

    맑은 공기에 한껏 명료해진 눈으로 마을을 둘러보면 유난히 시선을 끄는 건축물이 있다. 동화책에서나 봄직한 독특한 구조와 색상의 ‘샬레’라는 오두막이다. 관광명소인 체르마트에 자리잡고 있는 숙박시설과 음식점들도 이 오두막처럼 대부분 나무를 재료로 건축했다. 콘크리트로 구조를 세운 큰 건물이라 해도 내부는 하나같이 친환경적인 재료를 이용해 꾸몄다.

    가슴 속 씻어내는 알프스의 순결한 숨결 스위스 체르마트

    론 계곡에 자리잡은 전통적인 형태의 목조 농가주택.

    ‘잘 먹고 잘살자’는 웰빙의 모토를 생각해보면 음식도 살펴보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체르마트의 음식문화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아날로그 푸드’다. 마을이 청정지역에 위치한 만큼 이곳에서 가꾼 밀과 채소류는 말할 것도 없고 와인, 육류, 치즈에 이르기까지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하는 재료 대부분이 유기농으로 재배한 식품들이다. 뿐만 아니라 음식을 만드는 방법도 옛날식을 고수하고 있다.



    알프스의 음식문화를 가장 잘 엿볼 수 있는 곳은 체르마트 계곡 곳곳의 농가들이다. 일반 숙박시설 대신 묵을 수도 있는 이들 농가에서는, 들에서 풀을 뜯은 소에서 짠 우유를 커다란 가마솥에 넣고 끓여 그대로 치즈로 만든다. 수백 년 전부터 이 마을에 전해 내려오는 요리법이라는데, 우유를 제외하고는 어떤 인공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연료도 전기나 가스 대신 나무장작을 사용해 가마솥을 달군다.

    이곳 주민들은 냉장고와 난방시설도 사용하지 않고 가급적 자연을 활용하고 있다. 투숙객과 손님이 많은 호텔이나 레스토랑이 아닌 일반 가정이나 작은 레스토랑에서는 냉장고 대신 시원한 물이나 눈을 이용해 음식과 와인을 보관한다. 이러한 자연친화적 생활방식은 냉장고가 배출하는 프레온 가스가 지구 오존층을 파괴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그보다는 예전 방식으로 보관하고 조리한 음식이 훨씬 더 맛있기 때문이라고 주민들은 입을 모은다.

    이 작은 마을이 전세계 관광객과 산악인들을 불러모으는 이유는 역시 걸출한 명산 마터호른이 있기 때문이다. ‘초원의 뿔’이란 뜻을 가진 이 봉우리는 비록 높이는 알프스에서 다섯 번째지만 인간의 발길을 가장 늦게 허용한 산이다. 체르마트의 겨울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하나가 바로 이 4000m급 준봉을 배경 삼아 즐기는 다양한 겨울 스포츠다.

    가슴 속 씻어내는 알프스의 순결한 숨결 스위스 체르마트

    ① 고르나르그라트 지역의 파노라마 레스토랑. 멀리 마터호른봉이 보인다.<br>② 알프스의 경치가 한눈에 보이는 호수에서 한 관광객이 책을 읽고 있다.





    ‘건강한 삶’ 체험의 축소판

    이 지역에는 수십 개의 스키 코스가 있는데, 그중 가장 낭만적인 코스로 체르마트 바로 위쪽에 있는 슈네가 코스를 꼽을 수 있다. 아름다운 알프스의 풍경과 전통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는 마을을 벗삼아 스키와 스노보드를 즐길 수 있는 데다, 초급 코스부터 전문가용 고난도 코스에 이르기까지 코스가 다양하고 설질(雪質)이 뛰어나 겨울 스포츠를 즐기려는 마니아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하는 편안한 휴식, 눈꽃송이, 물 한 방울마저 깨끗한 청정한 환경. 게다가 유기농 자연식을 즐길 수 있는 아담한 농가와 마음껏 스트레스를 풀 스키 코스에 이르기까지, 체르마트는 건강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를 체험할 수 있는 매력적인 마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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