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5월호

사드 한국 배치 전제한 ‘최소비용 무력화’ 전략 준비

中 시진핑의 진짜 속내

  • 홍순도 | 아시아투데이 베이징 특파원 mhhong1@daum.net

    입력2015-04-22 15:5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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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 치중하느라 美와 군비경쟁 여력 없어
    • 미사일 기지 옮기고 핵잠수함 증강?
    • 對韓 경제보복 형식적일 수도
    • 한중관계 파국은 시진핑에게도 부담
    사드 한국 배치 전제한 ‘최소비용 무력화’ 전략 준비
    한국과 중국의 관계가 수교 이후 최근처럼 좋은 적은 없었다. 박근혜 대통령과 시진핑(習近平) 중국 총서기 겸 국가주석은 두터운 인간적 신뢰와 친근함을 보여줬다. 반면 오랜 기간 혈맹이던 북한과 중국의 관계는 김정은 집권 이후 냉각됐다. 북·중 정상은 육로로 이어진 멀지 않은 거리에 있으면서도 수년째 한 번도 만나지 않았다.

    그러나 봄기운 완연한 한중관계에 꽃샘추위가 찾아올 조짐이다. 원인은 하나. 미국이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하려는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그것이다.

    “이에는 이, 눈에는 눈”

    중국은 사드의 한국 배치를 용인할 수 없다는 태도다. 반면 한국의 최대 우방이자 군사동맹국인 미국은 사드를 배치하려고 한다. 한국은 ‘전략적 모호성’이라는 어정쩡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 때문에 한중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질 양상이다.

    문제는 중국의 태도가 너무 강경하다는 점이다. 중국은 한국에 ‘사드와 중국 중 택일하라’는 외통수의 선택을 강요하는 듯하다. 시진핑 주석은 지난해 7월 방한했을 때 “한국은 사드가 문제 되지 않도록 주권국가로서 반대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이었다. 그는 평소 온유한 성격으로 말을 에둘러 하는 편이다.



    추궈훙 주한 중국대사도 지난해 11월 국회 남북관계발전특위 간담회에서 “사드 배치는 북한이 아니라 중국을 목표로 한 것이라는 인상을 준다. 한중관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깊이 우려한다. 명확하게 반대한다”고 했다. ‘외교적 수사(修辭)’가 전혀 없는 직설화법이었다. 이어 국회 방중단을 서울 명동의 중국대사관에 초청한 자리에서도 “사드를 한국에 배치하는 것은 모기를 잡기 위해 대포를 쏘는 것과 크게 다를 바 없다”고 했다.

    중국 인민해방군 총책임자인 창완취안 국방부장도 2월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 안보와 한중관계에 부정적 영향을 초래할 것으로 우려한다”고 말했다. 중국군 수뇌의 발언이라는 점에서 국제적 반향이 컸다.

    중국은 점잖은 톤으로 달래기도 했다. 류젠차오 외교부 부장조리(차관보)는 3월 “사드에 대한 중국의 관심과 우려를 중요하게 생각해달라”고 당부했다. 그의 발언 직후 한중일 외교장관 회의 참석차 방한한 왕이 외교부장은 사드에 관해 한마디도 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이상할 정도였다.

    사드에 대한 중국의 거부감은 언론과 국민의 반응에서도 나타난다. 우려와 분노, 적대감을 거침없이 표출한다. 공산당 기관지 ‘런민르바오(人民日報)’의 자매지 ‘환추스바오(環球時報)’는 “한국과 미국이 사드 배치를 강행하면 중한, 중미관계를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중국인 네티즌들은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한국에 뒤통수를 맞았다” “한국은 미국의 속국” “이에는 이, 눈에는 눈. 러시아와 손잡고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 같은 자극적인 격문을 띄우고 있다.

    중국 ICBM 무력화

    느긋한 성격의 중국인답지 않게 이처럼 야단법석이 일어나는 데에는 확실한 까닭이 있다. 사드가 중국을 겨냥할 것이라고 믿기 때문이다. 중국 조야의 시각은 팡창핑 런민(人民)대 정치학과 교수의 다음과 같은 말로 집약된다.

    “미국은 사드가 북한 미사일 방어용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북한은 한국 공격 시 사드의 최적 사정거리인 고도 150km까지 올라가는 중장거리 미사일을 사용할 필요가 없다. 그보다 고도가 훨씬 낮은 단거리 미사일이나 장사정포를 사용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그렇다면 사드는 북한 미사일 방어용으론 무용지물이라 할 수밖에 없다. 이웃 국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다. 바로 중국이다.”

    팡 교수는 ‘사드가 중국 견제용’이라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또 다른 논거를 제시했다.

    “사드의 핵심인 엑스(X)밴드 레이더의 탐지 반경이 2000km 가까이 된다. 베이징과 중국 내 군사시설을 손바닥처럼 들여다보게 된다. 중국의 핵심 이익이 침해될 수밖에 없다. 유사시 공격용으로 전환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중국이 용인할 수 있는 한미동맹 차원의 군사협력이라고 하기 어렵다. 어떻게 중국이 가만히 있겠는가. 한국과 미국도 이해해야 한다.”

    팡 교수의 이런 설명과 관련해 중국의 미사일 전력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군의 미사일은 주로 인민해방군 제2포병이 운용한다. 이 부대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인 둥펑(東風)-41을 포함한 200여 기의 미사일을 주로 중국 동북부 지역에 배치했다. 중국은 핵탄두 300여 개도 보유하고 있는데 이 미사일에 핵탄두를 장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미국도 두려워할 수준임에 틀림없다. 이들 대륙간탄도미사일의 구체적 배치 장소는 알려져 있지 않지만 신인균 자주국방네트워크 대표는 이렇게 설명한다.

    “황허 강 상류와 그 부근 세 지점에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기지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드 배치 예정지인 한국 평택에서 약 1800km 떨어져 있다. 중국군이 대륙간탄도미사일을 발사하면 초기 단계에서 사드의 레이더로 탐지가 가능하다. 중국은 이 점을 불쾌해한다. 사드가 일본에 배치되면 사드의 레이더 반경은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에 미치지 못한다.”

    사드 한국 배치 전제한 ‘최소비용 무력화’ 전략 준비

    창완취안 중국 국방부장(왼쪽)은 “사드 배치 땐 한중관계가 훼손될 것”이라고 했다.

    사드의 성능에 대한 미국의 장담대로라면, 중국이 미국에 대항할 거의 유일한 무기인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발사되는 즉시 탐지돼 요격될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한마디로, 한국에 배치되는 사드는 혹시 미국을 향해 발사될지 모르는 중국 미사일에 대한 방패 기능을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미사일 전력에서 미국은 중국보다 30배나 우위에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럼에도 중국은 미국에 가끔 큰소리를 친다. 중국이 이럴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당연히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에서 나온다. 시쳇말로 핵미사일로 ‘선빵’을 날려 기선을 제압하면 전력 열세를 극복할 수도 있다. ‘베이징을 공격하면 워싱턴과 뉴욕도 무사하지 못할 것’이라는 공포를 미국에 안겨줄 수도 있다. 이는 미군 핵에 대한 억제력으로 작용한다.

    핵 탑재 대륙간탄도미사일은 실제 사용되지는 않더라도 ‘핵무기에 기초한 국제정치 헤게모니’를 중국에 안겨준다. G2를 자처하는 중국에는 핵심적 국가이익이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다윗이 골리앗을 이기게 하는 이런 가능성을 줄인다. 중국의 핵미사일이 요격된다면 200개의 핵미사일은 무용지물이 된다. 중국은 핵미사일 버튼을 누를 엄두도 못 낼 수 있다.

    악몽과 트라우마

    이러한 사드 시나리오는 한국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까. 사드가 제조사 주장대로 제대로 작동한다고 전제하자. 이럴 경우, 북한이 핵미사일로 한국 영토를 공격한다면 사드는 완벽하진 않지만 이를 제거해 피해를 최소화할 가능성을 제공한다. 경기 평택에 배치되면 서울, 경기, 인천, 충남 전역이 이 방어권에 들어온다. 팡 교수의 주장이 어느 정도 옳다고 하더라도, 사드의 레이더는 고도 40~150km 상공의 북한 핵미사일을 발사 초기 단계에 탐지할 수 있다. 이에 따라 핵미사일에 대응할 기회를 줄 수 있다. 영문도 모르고 있다가 핵미사일을 두들겨 맞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사드는 기본적으로 미국이 한국 내 자국군 기지를 북한 미사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들여놓는 장비다. 이는, 사드가 중국에 미치는 결과적 영향을 떠나 “깡패국가인 북한의 핵미사일로부터 우리 병사들을 지키겠다는데 뭐가 잘못됐나”라는 명분을 미국에 제공한다. 일부 대북 전문가들은 “사드는 북한 핵과 중국 핵 모두에 일정 정도 억제력을 가지므로, 평화적 남북통일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이끌어내는 힘의 원천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본다.

    반면, 유사시 중국군이 주한미군기지 내 사드 시설을 공격할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이는 미중 전면전 발발을 각오한다는 의미이므로 실현 가능성이 낮다. 사드 시설 공격은 핵 공격의 징조로 비치므로 미군이 가만히 있을 리 없기 때문이다.

    중국은 냉전시대에 소련과 군사적 갈등을 겪었다. 이 트라우마로 사드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듯하다. 중국과 소련은 원래 형제국가처럼 잘 지냈으나 1960년대 말 국경 분쟁으로 사이가 멀어졌다. 전면전이 터져도 그리 이상할 게 없을 만큼 관계가 악화됐다.

    당시 중국의 군사력은 소련에 비할 바가 못 됐다. 미국과도 ‘맞짱 뜨는’ 소련에 감히 명함을 내밀 처지가 아니었던 것이다. 소련 핵 공격에 대한 두려움으로 중국 전역이 떨어야 했다. 그래서 주요 지역마다 디샤청(地下城)이라는 크고 작은 방공호 수만 개가 생겼다. 톈안먼(天安門)광장과 당정 최고 지도부의 거주지인 중난하이(中南海)를 연결하는 거대한 지하 만리장성도 이 때문에 만들어졌다고 한다. 지금 중국은 이런 악몽이 재현되지 않을까 두려워하는 것 같다.

    중국은 미국과 군사적 대결을 벌이는 상황은 상정하지 않는 듯하다. 이는 중국 내 여러 정황으로 확인된다.

    시진핑 주석은 이른바 중궈멍(中國夢, Chinese Dream)의 실현에 매진하고 있다. 빠르면 2030년 전후로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야심인데, 주로 경제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수단으로 경제의 질적 성장을 의미하는 뉴 노멀, 즉 신창타이(新常態) 노선을 확정했다. 이와 더불어 아시아, 유럽, 아프리카의 육로와 해로를 하나로 묶는 일대일로(一帶一路) 전략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과 신경전을 벌인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을 창립하려는 것이다.

    이들 사업을 보면 중국이 군사보다는 경제에 기울어 있는 점을 알 수 있다. 이들 사업엔 어마어마한 돈이 들어간다. 일대일로 프로젝트에만 최소 1조 위안(약 180조 원)이 필요하다. 따라서 중국은 당분간 국방비를 대폭 증액하기 어렵다고 볼 수 있다. 미국과 군사대결을 벌일 형편은 더더구나 못 된다. ‘우리도 주먹 휘두르지 않을 테니 그쪽도 사드 물려달라’는 게 중국의 요구다.

    중국은 수년 전부터 ‘신형대국관계이론’을 입에 올렸다. ‘중국과 미국은 서로의 전략적 핵심 이익을 존중하자’는 뜻이다. 이렇게 해놓고 사드 문제 하나로 먼저 길길이 흥분할 수는 없다. 따라서 적어도 사드 한국 배치로 인해 중국이 군사적 모험을 택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예측할 수 있다.

    시 주석은 9월로 예정된 미국 방문에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사드 문제를 적극 조율할 가능성이 크다. 중국은 겉으로는 사드 한국 배치에 매우 강경한 자세다. 하지만 중국은 ‘이 문제가 도저히 대화로 풀지 못할 현안은 아니다’라는 생각도 갖고 있을 것이다.

    사드 한국 배치 전제한 ‘최소비용 무력화’ 전략 준비

    중국의 대륙간탄도미사일 둥펑-41.



    ‘확증적 최소 억지’ 전략

    일부 인사들에 따르면, 중국은 사드 한국 배치를 전제로 한 사드 무력화(無力化) 전략도 내부적으로 준비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십중팔구 ‘확증적 최소 억지(Assured minimum deterrence)’ 전략을 채택할 것이다. 냉전시대 소련은 미국과 군비 경쟁을 벌였다. 미국이 F-15 전투기를 개발하면 소련은 비슷한 성능의 SU-27 전투기를 개발했다. 심지어 성능이 더 뛰어난 SU-35 전투기를 생산하기 위해 국력을 쏟았다.

    이러한 군비 경쟁의 결과는 참담했다. 소련은 망했다. 소련의 후신인 러시아도 그 후유증으로 국가적 재난에 시달렸다. 아직도 완전히 회복됐다고 하기 어렵다.

    ‘확증적 최소 억지’는 ‘최소한의 비용으로 미국의 군사적 위협을 확실하게 억지한다’는 개념이다. 소련 몰락의 교훈에서 비롯된 전략이다. 돈 쓸 데가 많은 중국으로선 이 전략에 기초해 사드 맞춤형 전략을 수립할 가능성이 높다. 한센둥 중국정법대학 정치학과 교수는 이렇게 설명한다.

    “중국이 미국을 쫓아가려 하면 아마 옛 소련 꼴이 날 것이다. 아무리 중국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 해도 그렇다. 중국 국방비는 미국 국방비의 4분의 1에 불과하다. 중국이 확증적 최소 억지 전략을 수용해 반(反)사드 체계를 구축하면 중국은 사드에 충분히 대응할 수 있다. 중국은 우주, 항공 분야에서는 러시아에 필적하는 기술력을 갖췄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얼마든지 거둘 수 있다.”

    “서쪽으로 옮기면 되잖아”

    일부 인사들은 “중국이 대륙간탄도미사일 발사 체계들을 (사드 레이더 반경에서 벗어난) 서쪽으로 옮기면 되지 않느냐”고 말한다. 한 군사전문가는 “중국은 대륙간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잠수함을 늘리려 할 것이다. 잠수함은 사드의 구속을 받지 않는다”고도 했다. 그러나 어찌됐든 중국에는 매우 귀찮고 성가신 문제임에 틀림없다.

    애슈턴 카터 미국 국방장관은 4월 10일 한국을 방문해 “현재 세계 누구와도 사드 배치를 논의할 단계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드는 아직 생산 단계에 있으며 (…) 배치 시기는 생산 진행 상황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당장 한국에 들여올 것은 아니라는 식으로 한발 빼는 모양새다.

    그러나 가까운 미래의 언젠가 사드가 주한미군기지에 들어올 경우 중국은 한국에 보복조치를 취할지 모른다. 진징이 베이징대 정치학과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미국이 남의 나라 코앞에 미사일보다 더한 무기체계를 배치하려는 것은 정말 문제다. 1962년 러시아가 미국의 코앞 쿠바에 미사일을 배치하려 하자 미국은 러시아와 전쟁까지 각오하며 이를 저지했다. 한국도 문제다. 중국으로서는 당연히 한국에 보복하려고 할 수밖에 없다. 경제적, 정치적 차원의 보복이 한국에 가장 아플 것이다. 칼자루는 중국이 쥐고 있다.”

    한국이 중국과의 무역에서 흑자를 보고 있고 중국 대륙이 여러 한국 기업의 내수시장 노릇을 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진 교수의 말마따나 중국이 쥔 칼자루가 제대로 된 칼자루라는 이야기다. 과거 마늘 파동 때 한국이 중국에 두 손 든 사례가 연상된다. 2002년 한국이 마늘 농가 보호를 위해 중국산 마늘에 고율의 관세를 매기자 중국은 한국산 휴대전화와 폴리에틸렌 수입을 중단하는 초강경 조치를 단행했다. 중국이 행동에 나서면 한국 내 사드 관련 여론이 분열되고 한미동맹에도 일정 정도 스트레스를 줄 것이다.

    그러나 일부 전문가들에 따르면, 사드가 한국에 배치되더라도 한국이 일방적으로 코너에 몰린다고 단정하긴 어렵다고 한다. 익명을 요구한 베이징 주재 한국 대기업의 전직 사장은 “경제 분야에서 한국이 중국에 ‘노’라고 말할 수 있는 부분도 많다. 중국도 한국의 기술과 투자를 필요로 한다”며 “중국이 보복에 나선다 해도 무차별적으로 하긴 어렵다. 최악의 경우에도 피해는 그리 크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재계 인사도 “중국도 체면이 있으므로 보복을 안 할 순 없겠지만 형식적 보복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고 전망했다.

    “한국만 못살게 굴면…”

    정치적 측면에서도 한중관계의 파국은 시 주석에게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한다. 사드의 한국 배치는 미국이 주도적으로 결정하고 한국은 수동적으로 동의하는 사안이다. 그런데도 중국이 1차 책임자인 미국엔 아무 액션도 못 취하면서 2차 책임자인 한국만 못살게 군다면 국제사회에서 “G2답지 않게 치사하다”는 여론이 조성될 수 있다는 것. 보복을 당한 한국은 중국의 아킬레스건인 인권 문제를 공론화할 수도 있다. 달라이 라마가 서울에 와서 선풍적 인기를 끄는 광경도 중국이 가장 보고 싶어 하지 않는 장면이다. 한 국제정치 전문가는 “사드 문제로 한중관계가 급속 냉각되면 태평양을 안마당으로 두고 싶어 하는 중국 스스로 활동에 제약을 받게 된다”고 말한다.

    논리적 측면에서도 한국이 “사드 배치를 불러온 북한 핵 제거에 중국이 얼마나 기여했는가”라고 몰아세우면 중국이 반박 논리가 궁색해진다. 그 연장선상에서 원인 제공자인 북한 핵이 엄존하는 이상 한국과 미국을 무조건 몰아붙이는 게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사드 문제로 중국, 러시아, 북한이 과거처럼 다시 끈끈하게 뭉칠 수 있다는 점은 한국의 근심거리다. 러시아는 사드 현안이 떠오르자 즉각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중국의 손을 들어줬다. 중국과 북한이 다시 가까워지지 말라는 법도 없다. 한국의 의사와 무관하게 동아시아에서 ‘한미일(해양세력) 대 북중러(대륙세력) 대립 구도’가 구축될지 모른다. 역사의 시계를 거꾸로 돌리는 일이다. 중국이 직면한 어려움만큼이나 한국이 해결해야 할 난제도 적지 않다.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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