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상급식 충돌’ 홍준표 전 지사, 행사 때 교육감만 안 불러
우수 인재 양성보다 평준화 통한 협업 능력 배양이 더 중요
아이들 특목고 보냈냐고? 대학 간 것만 해도 감사
경남 창원 도교육청에서 신동아 인터뷰에 응한 박종훈 교육감은 “수월성 교육보다 평등 교육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경남도교육청 홍보실 제공]
2014년 당선된 박종훈(58) 경남교육감은 진보 성향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교사 출신으로 환경운동연합, 경남교육포럼 등 시민단체 대표로도 활동했다. 그는 2018년 치를 17대 교육감선거 관련 여론조사에서 다른 후보들을 크게 앞지른다. 진보적 시민운동가 출신이 ‘보수 텃밭’에 안착한 비결이 뭘까. 12월 11일 오후 경남 창원에 있는 도교육청에서 마주 앉았다.
권익위 청렴도 조사에서 내부청렴도 부문 1위를 차지했다.
“인사 공정성과 업무지시 민주성이 평가 요소였다. 취임 이후 성찰과 소통, 공감을 강조하고 꾸준히 실천한 결과 직원들 사이에서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은 것이라고 본다.”
최근 박성호 전 창원대 총장이 출마를 선언하는 등 17대 교육감선거에 도전장을 던진 유력 인사가 많다. 그간 어떤 성과를 거뒀나?
“임기 중 가장 역점을 둔 것이 수업 혁신과 학생 안전 두 가지다. 도민이 진보 성향인 나를 뽑아준 것은 학교 교육을 바꾸라는 의미다. 교사의 가르침 중심에서 학생의 배움 중심으로 수업 방향을 바꿔나갔다. 강의를 잘하는 것보다 아이들에게 배움의 동기를 부여하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 2018년 2월 전국에서 처음 선보일 수학문화관이 좋은 예다. 딱딱하고 재미없는 수학을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학생 안전과 관련해선 가방 안전덮개를 꼽을 수 있다. 경남도 모든 초등학생에게 ‘30’이라는 마크가 붙은 가방 덮개를 지급했다. 스쿨존에서 모든 차량이 시속 30㎞ 이내로 속도를 줄이라는 뜻이다. 이걸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또한, 태스크포스팀을 만들어 지속적으로 미래 교육의 방향을 연구하고 있다.”
더 풍부한 회원 전용 기사와 기능을 만나보세요.
수월성 교육보다 평등 교육 비중이 높아야
많은 학부모가 이상과 현실의 괴리를 느낀다. 가슴으로는 참교육의 필요성을 느끼면서도 머리로는 어떻게 하면 좋은 대학에 보낼 수 있을지 고민한다.“학부모와 교육행정가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 열심히 공부시켜 명문대학에 보내려는 부모 마음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교육행정가는 교육철학적 가치를 중시할 수밖에 없다. 교육행정가로서 나는 경쟁체제를 통한 우수 인재 양성보다 평준화를 통한 협업, 그리고 협업을 통한 문제 해결 능력을 키우는 게 더 중요하고, 그것이 교육철학적으로도 맞는다고 본다. 무상급식 논쟁 때 일부에서는 전체 학생이 아니라 하위 일정 비율 학생들에게 집중적으로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나는 반대했다. 돈을 내는 아이와 안 내는 아이 사이에 생길 괴리감과 정서적 차별의식이 교육적으로 큰 문제라고 봤다. 세금을 더 걷어서라도 급식 혜택은 모두에게 주는 게 맞다. 재벌그룹 회장 손자에게도 교과서를 무상으로 지급하고 수업료를 안 받는 것처럼.”
보수 측에서는 평준화를 국가경쟁력 저하와 연결한다. 특화된 교육으로 우수 인재를 양성하는 것이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동의하지 않는다. 교육의 목표가 뭐냐는 본질적 문제를 제기하고 싶다. 얼마 전 EBS 토론회에 나가서도 주장했지만, 다들 수능 위주로만 얘기하니 마치 고교 교육 목표가 오로지 대학 진학인 것처럼 비친다. 대학에서 우수 인재를 뽑아가는 데 지장이 없도록 아이들 줄을 잘 세우는 게 교사와 학교의 역할인 것처럼.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교육의 본질은 아이들이 세상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다. 문제 해결 능력과 창의력, 상상력을 함양하는 것이다. 수월성 교육이냐 평등 교육이냐 따진다면, 평등 교육 비중이 좀 더 높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태도를 가지면 진보 교육감이고 반대의 경우면 보수 교육감이라 할 수 있겠다.”
말썽꾸러기 아들과 함께 사회봉사도
교육철학대로 자식들을 키웠나. 말과 행동이 다른 교육감들 사례도 있고 해서.“딸은 힘 안 들이고 키웠다. 알아서 공부했다. 하지만 아들은 말썽을 많이 부렸다. 싸움질을 해서 내가 돈도 물어주고 같이 사회봉사를 하기도 했다. 그랬던 아들이 시간이 지난 후 제자리로 돌아왔다. 교육위원을 지내면서 아이들을 방목한 것이 오히려 좋은 결과를 낳았다. 만약 계속 교사를 하면서 아이들을 다그쳤다면 실패했을지 모른다. 의도한 건 아니지만, 인내하고 기다린 보람과 성과가 있었다. 대한민국의 건강한 청년으로 자라준 것이 너무 고맙다.”
아버지는 방치하더라도 어머니가 압박하지 않나?
“아이들 엄마가 현직 교사다. 아빠만큼 방치하진 않았겠지만, 적절히 조화를 이루지 않았나 싶다.”
말씀하시는 걸로 봐 성과가 있었다는 게 명문대 진학을 뜻하는 것 같지는 않다.
“아들은 H대 지방캠퍼스 건축공학과를 나왔다. 중견 건설기업을 다니다 8개월 만에 그만두고 이직했다. 딸은 E여대 환경공학과를 나와 대학원 석사과정을 마쳤다. 좋은 데 취직하더니 곧바로 결혼해 아이를 셋이나 낳았다. 아이 키우느라 일은 못 한다.”
특목고를 다니지는 않았나?
“대학 간 것만 해도 고맙다.(웃음) 딸은 고교 때 상위권에 있었지만, 아들은 좀 힘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