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자를 얇게 썰어 기름에 튀긴 감자칩. [GettyImage]
오빠가 해주는 요리 중 내가 제일 좋아한 건 감자칩이다. 감자 두 알을 깨끗이 씻어 껍질째 얇게 썬다. 프라이팬 바닥을 메울 만큼 기름을 넉넉하게 붓고 팬이 달궈지면 감자를 넣는다. 튀김과 구이 중간 정도의 요리였던 것 같다. 긴 나무젓가락으로 감자를 하나씩 뒤집어가며 익히다가 바삭해지면 건져서 그릇에 놓고 소금을 뿌린다. 갑자기 기름이 튀면 위험하다며 오빠는 항상 나를 멀리 있게 했다. 그렇지만 튀김 감자의 고소한 냄새가 코에 닿는 순간 내 발가락은 몸을 싣고 프라이팬 앞까지 자동으로 이동했다.
구수 달콤 짭짜름한 맛
익힌 감자에 버터와 허브, 후추와 레몬즙 등을 더하면 바다를 건너온 듯 이국적인 요리가 된다. [GettyImage]
여기에 올리브유를 붓거나 버터를 넣어 녹이고, 로즈메리나 민트 같은 허브, 후추와 레몬즙을 더하면 즉시 바다를 건너온 듯 이국적인 요리가 된다. 이 감자를 대강 으깨 소시지, 양파, 당근, 오이 등과 버무리고 핫소스, 마요네즈 혹은 플레인 요거트와 다진 마늘 넣고 버무려 먹어도 맛있다. 감자를 완전히 보드랍게 으깨 우유나 생크림을 섞어 매끈하고 걸쭉한 소스처럼 만든다. 이를 구운 쇠고기, 돼지고기, 양갈비 등과 곁들여 먹어도 잘 어울린다.
가늘게 채 썰거나, 둥근 모양대로 얇게 썬 감자를 기름 두른 프라이팬에 빈틈없이 잘 펼쳐 담고 지글지글 부쳐 소금간만 해먹어도 맛있다. 여기에 하나씩 맛을 더해보자. 달걀을 잘 풀어서 감자 위에 골고루 부어 익힌다. 그 위에 햄, 베이컨, 파프리카, 버섯 등을 잘게 썰어 올린다. 달걀이 익어 살짝 엉기면 과감하게 뒤집어 익힌다. 달걀 부분은 쉽게 탈 수 있으니 노릇하게 색만 나면 바로 뒤집어 바닥면이 되는 감자 부분을 바싹 익힌다. 먹을 때는 케첩, 핫소스, 토마토소스, 파프리카 파우더, 허브 오일 등 무엇을 곁들여도 잘 어울린다.
감자를 보드랍게 으깨 우유나 생크림을 섞으면 매끈하고 걸쭉한 소스처럼 변한다. 구운 고기 요리와 잘 어울리는 음식이다. [GettyImage]
수미, 남작, 두백, 서홍…이름만큼 개성도 다채로운 감자
안데스산맥이 고향인 감자는 세계인과 수많은 가축을 먹여 살리고 있는 뿌리채소다. 감자 종류는 5000종이 넘는다고 하지만 우리가 슈퍼마켓에서 집어 드는 감자 대부분은 ‘수미’종이다. 재배가 수월하고 수확량이 많으며 맛도 좋다. 포슬포슬하면서도 쉽게 무르지 않아 삶고, 찌고, 볶고, 조리고, 튀기는 온갖 요리에 두루 어울린다.최근에는 수미 외에 주목받는 감자 품종은 ‘남작’이다. 수미와 생김새는 비슷한데 껍질이 얇고 더 잘 갈라지는 편이다. 포슬포슬하지만 무른 편이라 목 넘김이 좋고, 구수함이 깊지만 감칠맛은 적다. 물과 만나면 뭉그러지기 쉬우니 조림이나 찌개보다는 찌거나 구워 먹는 게 낫다. 으깨 만드는 요리에도 알맞다.
‘두백’은 어느 과자회사가 생 감자칩을 만들려고 개량한 품종이다. 당연히 튀김에 적합하다. 얇게 썰어도 좋지만 도톰하게 썬 뒤 물에 담가 전분기를 빼고 튀기면 그야말로 ‘겉바속촉’이다. 바삭함 다음에 포슬함과 쫀득함이 함께 찾아와 먹는 재미를 더한다.
과일처럼 색을 띤 감자도 있다. 강화 분홍감자는 핑크색 껍질 속에 찰진 속살을 갖고 있다. ‘서홍’은 속이 유난히 노란색이며 다른 감자보다 단맛이 난다. 자색감자는 겉은 검보라색 속은 옅은 자주색을 띤다. 맛이나 식감은 다른 감자에 비해 묽은 편인데 기능성 ‘컬러푸드’로 꼽힌다. ‘홍영’은 속이 분홍색으로 곱고 아린 맛이 없어 날 것 그대로 납작납작 썰 먹을 수 있다. 속이 자주색인 ‘자영’도 있다. 우리나라 토종 감자이자 슬로푸드 ‘맛의 방주’에 등재된 울릉도 홍감자도 있다. 홍감자는 맛보기 쉽지 않은데 최근 도시 텃밭 등에서 소량 재배하여 선보이는 경우가 있다. 이 외에도 한국에서 맛볼 수 있는 감자 종은 추백, 조풍, 대지, 대서, 새봉, 하령 등으로 여럿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