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2월호

제2, 제3 ‘오징어 게임’ ‘BTS’ 탄생 위한 3가지 전제

‘오징어 게임’ 글로벌 신드롬 상상 이상의 파생효과

  •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

    입력2021-12-07 10: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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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50억 원으로 1조 원 가치 창출

    • 우리는 빈손, 넷플릭스가 다 벌었다?

    • BTS에 버금가는 효과, ‘오징어게임’

    • 제작사와 OTT의 상생 구조와 지속적 성과

    • 토종 OTT의 글로벌화와 넷플릭스 닮아가기

    • 콘텐츠 제작 여건 ‘글로벌 스탠더드’로 개선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를 보도한 미국 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쳐]

    ‘오징어 게임’의 세계적 인기를 보도한 미국 블룸버그통신. [블룸버그통신 홈페이지 화면 캡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드라마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의 성공을 넘어 신드롬을 만들었다. 이 신드롬은 ‘21세기 비틀스’라고까지 불리며 K팝 열풍을 이끈 방탄소년단(BTS) 신드롬을 연상시킨다. 엄청난 산업적 파급효과를 일으킨 BTS처럼, ‘오징어 게임’도 그만한 효과를 일으킬 수 있을까.

    250억 원으로 1조 원 가치 창출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오징어 게임’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10월 16일(현지 시각) 미국 블룸버그통신은 넷플릭스의 내부 문건을 분석해 “‘오징어 게임’의 ‘임팩트 밸류(Impact Value)’가 약 9억 달러(약 1조 원)에 달한다”고 평가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임팩트 밸류란 넷플릭스가 내부적으로 개별 작품의 가치를 평가할 때 쓰는 지표”라며, “그간 대부분의 작품에 대해 언론, 투자자뿐만 아니라 프로그램 제작자들에게도 이 지표가 공개된 적은 없다”고 밝혔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문건에는 ‘오징어 게임’의 엄청난 성공을 구체적 수치로 기록하고 있는데 놀라운 내용도 들어 있었다. “‘오징어 게임’을 2분 이상 시청한 사람이 작품 공개 23일 만에 1억3200만 명에 달하고, 일단 보기 시작한 시청자 중 89%가 1개 이상의 에피소드를 봤다”는 대목과 “시청자 중 66%에 해당하는 8700만 명은 시리즈 첫 공개 후 23일 만에 ‘오징어 게임’ 전체 회차를 정주행했다”는 집계가 그것이다.

    여기서 중요한 지표는 넷플릭스의 내부 지표인 ‘조정 시청 지분(AVS· Adjusted View Share)’이다. AVS는 토털 뷰 셰어에 대한 로(Low) 데이터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보통 9~10점 이상의 AVS를 얻으면 인기가 높은 작품으로 평가되는데, ‘오징어 게임’의 AVS는 무려 353점으로 경이적인 기록을 세웠다. 그런데 이 AVS는 넷플릭스를 자주 이용하지 않거나 새로운 가입자가 작품을 시청할수록 높은 점수가 부여되는 방식이다. 즉 AVS 수치가 이토록 높다는 건 ‘오징어 게임’을 보기 위한 새로운 구독자가 폭발적으로 늘었고 구독을 취소하려던 구독자들을 잔류시키는 데도 이 작품이 큰 힘을 발휘했다는 걸 의미한다. 구독 기반의 글로벌 플랫폼인 넷플릭스로서는 ‘오징어 게임’으로 거둔 성과가 남다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실제로 올 상반기 넷플릭스의 신규 가입자 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 2590만 명(1분기 1850만 명+2분기 1010만 명)에 태부족인 550만 명에 그쳤다. 그래서 항간에는 넷플릭스 위기설이 등장하기도 했다. 새롭게 온라인동영상스트리밍서비스(OTT·Over The Top) 시장에 뛰어든 디즈니 플러스가 1년 사이 넷플릭스 총 가입자의 절반 정도(약 1억만 명)의 구독자를 확보하며 추격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오징어 게임’이 공개된 후 신규 가입자가 빠르게 늘면서 3분기에만 438만 명이 증가했고, 4분기에는 850만 명이 늘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외신들을 더욱 놀라게 한 건 ‘오징어 게임’의 총 제작비다. 회당 제작비가 약 28억 원으로 총 253억 원이 들었다. 이 액수를 투자해 1조 원의 가치를 낸 넷플릭스는 무려 41.7배의 수익을 올렸다고 볼 수 있다. 지금껏 전 세계 어떤 콘텐츠를 통틀어 이만한 효율을 거둔 작품은 존재하지 않았다.



    우리는 빈손, 넷플릭스가 다 벌었다?

    ‘오징어 게임’의 인기 덕분에 불티나게 팔리는 굿즈. [넷플릭스 샵 캡처, 장윤주 인스타그램]

    ‘오징어 게임’의 인기 덕분에 불티나게 팔리는 굿즈. [넷플릭스 샵 캡처, 장윤주 인스타그램]

    그런데 이 1조 원의 가치는 모두 어디로 갔을까. ‘오징어 게임’이 신박한 재주를 부렸지만 돈은 몽땅 넷플릭스가 가져갔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넷플릭스는 전체 제작비를 대는 반면, IP(지식재산권)를 모두 가져가는 식의 계약을 통상화하고 있다. 그래서 제작비 이상의 수익에 대한 보너스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는 빈손인가? 그렇지 않다. 한류 콘텐츠 하나의 성공은 그 제작사만이 아닌 관련업계와 상품까지 포함하는 파생 경제효과를 만들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해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문화관광연구원 문화산업연구센터가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BTS가 ‘다이너마이트’ 빌보드 차트 1위로 소속사가 가져간 직접 수입이 약 2457억 원이고 관련 산업으로서 화장품·식료품·의류 같은 소비재 수출액이 3717억 원으로 추산됐는데, 이 밖에도 간접적인 효과가 1조7000억 원(생산유발효과 1조2324억 원, 부가가치 유발효과 480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드라마의 경우 2016년 방영된 ‘태양의 후예’가 중화권에서 큰 성공으로 거둔 경제효과는 3조 원을 훌쩍 넘겼다고 평가된 바 있다. 따라서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킨 ‘오징어 게임’의 경제적 파급효과는 이보다 훨씬 클 것으로 예상된다.

    무엇보다 ‘오징어 게임’이 거둔 가장 큰 파급효과는 K콘텐츠는 물론이고 K브랜드 전반에 대한 글로벌 인지도와 가치의 상승이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사 싸이런픽쳐스는 이번 작품으로 ‘제작비+∝’로서 약 250억 원 정도만 가져갔지만, 향후 제작 투자는 급증할 것이고 당연히 훨씬 나은 계약조건을 제시할 수 있는 위치에 서게 된다. 그런데 이것은 싸이런픽쳐스에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K드라마 제작사 전반에 영향을 미친다. 넷플릭스가 IP를 몽땅 가져가는 현재의 계약조건 때문에 결국 국내 제작사들이 하청업자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현실화할 가능성이 없는 건 이러한 성공 사례가 제작사에 더 나은 계약조건을 가질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재는 넷플릭스가 OTT 시장의 주도권을 거의 쥐고 있지만 이제 디즈니 플러스, 애플TV, HBO맥스 등 다양한 글로벌 OTT 사업자가 한국에 상륙해 경쟁하게 되면 이것 역시 국내 제작사에는 좋은 기회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오징어 게임’으로 넷플릭스가 큰 성공을 거두면서 웨이브나 티빙 같은 토종 OTT 사업자는 입지가 더 좁아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오징어 게임’이 올려놓은 K콘텐츠에 대한 가치로 인해, K콘텐츠에 관심이 높아진 해외 투자자들은 토종 OTT사업자에도 투자하기 시작했다. 파생 산업으로서 K푸드 산업이나 패션, 화장품, 관광 산업까지 미칠 영향을 고려하면, 결과적으로 ‘오징어 게임’의 글로벌 신드롬은 K콘텐츠 산업 안팎으로 상상보다 큰 파급효과를 만들어내고 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영화까지 포함한 영상 콘텐츠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오징어 게임’ 신드롬이 BTS가 K팝으로 거둔 정도의 파급효과를 가져왔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물론 이전에도 아카데미 4관왕에 오른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나 윤여정의 아카데미 여우주연상 수상, ‘킹덤’ ‘스위트홈’ 등의 K드라마가 만들어낸 글로벌한 성과가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은 콘텐츠의 성공을 넘어 전 세계인이 한국의 놀이문화에 빠져들 정도의 신드롬을 불러일으켰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OTT 방식의 영상 소비가 급증했고, 그래서 ‘오징어 게임’ 신드롬의 규모도 더 커진 면이 있지만, 그 파생효과로서 관광업계가 특수를 누리지 못한 아쉬움 또한 크다. 앞으로 ‘오징어 게임’으로 그치지 않고 K콘텐츠의 지속적인 성공 사례가 이어진다면 포스트 코로나를 맞아 해외여행이 일반화됐을 때 그 파급효과는 상상 이상일 수 있다.

    이러한 장밋빛 전망에는 전제 조건이 요구된다. 그것은 크게 세 가지다. 하나는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와 한층 진일보한 관계를 만들어감으로써 콘텐츠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제고하는 일이다. 이번 ‘오징어 게임’의 성공과 더불어 넷플릭스는 지난 5년간 한국 창작자들 사이의 협업을 통한 성과를 발표했다. 여러모로 넷플릭스가 모든 걸 가져간다는 인식을 깨기 위한 선제적 작업처럼 보이는 이 성과 발표에서, 넷플릭스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한국 콘텐츠에 약 7700억 원을 투자했고, 그 투자가 국내 콘텐츠 산업을 넘어 연관 분야 전반에까지 약 5조6000억 원의 경제적 파급효과를 냈으며, 약 1만6000개의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밝혔다. 이를 뒷받침하듯 넷플릭스의 파트너사인 덱스터 스튜디오, 라이브톤 등은 여러 작품을 함께 함으로써 매출 실적이 전년 대비 각각 35%, 45% 증가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처럼 한국에 진출한 OTT 사업자가 국내 영상 콘텐츠 관련 제작사들과 상생 구조를 이어가고, 동시에 지속적인 성과를 내면서 한층 나은 계약 관계를 만들어가는 일은 K콘텐츠 산업의 장밋빛 미래를 점치기 위한 첫 번째 전제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3월 ‘제63회 그래미어워드’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AP=뉴시스]

    방탄소년단(BTS)이 지난 3월 ‘제63회 그래미어워드’에서 단독 무대를 선보이고 있다. [AP=뉴시스]

    BTS 버금가는 효과 ‘오징어 게임’

    두 번째 전제 조건은 K콘텐츠의 경쟁력을 바탕으로 토종 OTT 사업자들이 해외 투자 유치 등을 통해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면서 넷플릭스 같은 전략을 추구해 나가는 일이다. 토종 OTT는 K콘텐츠를 핵심 역량으로 세우지만, 나아가 ‘토종’ 딱지를 떼고 넷플릭스 같은 글로벌 OTT로의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 전 세계 로컬 제작사들과 협업도 해야 하고, 그렇게 만든 콘텐츠를 자사 플랫폼에 세워 글로벌 위상을 키워나가야 한다.

    세 번째 전제 조건은 글로벌 시장에 진입하는 K콘텐츠의 제작 여건을 지금까지 해왔던 ‘코리안 스탠더드’가 아닌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게 개선해 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제작 방식에서부터 제작비의 합리적인 분배, 보상 체계 등에 이르기까지 영상 제작의 노동환경을 선진화해 나가야 한다.

    만일 이러한 전제 조건이 충족돼 간다면, 궁극적으로 K콘텐츠는 BTS 아니 그 이상의 파급효과를 낼 것이다. 이런 장담이 가능한 건 이런 일련의 흐름 속에서 BTS의 아미(ARMY)처럼 지속적인 소비가 가능한 글로벌 팬덤이 형성될 것이기 때문이다. 향후의 콘텐츠 산업은 단순 소비가 아닌 팬덤을 구성해 지속적으로 이어지는 구독 소비에 의해 판가름 날 수밖에 없다. ‘오징어 게임’이 열어놓은 기회가 K브랜드를 응원하고 지지하는 전 세계적 팬덤으로 이어질 때 K콘텐츠의 장밋빛 미래는 현실화할 수 있다.


    #오징어게임 #BTS #글로벌신드롬 #신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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