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신동아 로고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극강의 고소함과 새콤달콤의 변증법 ‘피넛버터&젤리샌드위치’[김민경 ‘맛 이야기’]

  •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극강의 고소함과 새콤달콤의 변증법 ‘피넛버터&젤리샌드위치’[김민경 ‘맛 이야기’]

식빵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동시에 발라 먹는 ‘피넛버터&젤리 샌드위치’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식빵에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동시에 발라 먹는 ‘피넛버터&젤리 샌드위치’는 고소하고 달콤한 맛이 일품이다. [GettyImage]

외출이 부쩍 줄어든 탓에 사무실에서 점심을 먹는 날이 늘었다. 배달을 시키자니 남을 음식과 포장지 쓰레기가 골칫거리다. 전날 저녁 집에서 먹은 밥과 찌개, 반찬 몇 가지를 도시락에 담아와 먹으면 배는 부르지만 만족도가 뚝뚝 떨어진다. 이것저것 피하다 보니 점심 단골 메뉴는 샌드위치다. 

촉촉한 식빵 한쪽에 땅콩버터를 빈틈없이 듬뿍 바른다. 되도록 땅콩 식감이 오독오독 살아 있는 청크(chunk) 땅콩버터를 사용한다. 다른 한쪽에는 딸기잼을 듬뿍 바른다. 땅콩버터와 딸기잼이 마주보도록 빵을 붙인다. 무척 단조로운 조합이지만 한 입 한 입 쫄깃하면서, 고소하고 달착지근한 맛이 찰떡궁합을 이룬다. 이게 바로 세계인을 사로잡은 ‘피넛버터 & 젤리 샌드위치’다. 우리가 짭조름한 김에 싼 밥을 즐기듯, 미국 아이들은 이 샌드위치를 먹으며 자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죽하면 땅콩버터와 과일잼을 한 병에 담아 파는 제품까지 나왔을까.

치아바타, 바질페스토, 토마토로 만드는 산뜻한 샌드위치

호박, 가지 등 채소를 기름에 말랑말랑하도록 구워 빵에 얹으면 고기 없이도 든든한 샌드위치가 된다. [GettyImage]

호박, 가지 등 채소를 기름에 말랑말랑하도록 구워 빵에 얹으면 고기 없이도 든든한 샌드위치가 된다. [GettyImage]

맛을 조금 더 내자면 딸기잼 위에 치즈를 두 장 올린다. 한 장은 빵 한가운데 놓는다. 나머지 한 장은 조각조각 잘라서, 작은 치즈 한 장으로 채 메우지 못한 빵 나머지 부분에 올린다. 그 위를 땅콩버터 바른 빵으로 덮은 뒤 그릴 오븐이나 토스터에 넣는다. 겉이 노릇해지고 치즈는 가볍게 녹는다. 

‘피넛버터 & 젤리 샌드위치’에 사용하는 잼은 꼭 딸기잼이 아니어도 된다. 새콤달콤한 맛이 나면서 씨나 껍질 식감이 살아 있는 무화과잼이나 포도잼도 좋다. 시트러스류(감귤류) 과일 껍질이 들어 있는 마멀레이드도 잘 어울린다. 이 샌드위치에 바나나 또는 사과를 얇게 썰어 넣거나, 양상추나 상추를 한 장 끼워 식감을 더해도 좋다. 

샌드위치는 빵 종류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속을 채워 넣는 재미와 맛이 있다. 제일 무난한 재료인 식빵은 웬만한 재료와 두루 잘 어울린다. 다만 식빵은 물기에 취약하므로 속재료를 넣기 전 마요네즈, 가염버터, 땅콩버터, 페스토 같은 기름진 소스류를 표면에 얇게라도 발라주는 게 좋다. 이렇게 하면 빵이 축축해지지 않고 간도 된다. 



식빵 샌드위치 속재료로 구운 고기(쇠고기 안심, 닭가슴살 등)나 베이컨, 햄 등을 택했다면 빵에 홀그레인 머스터드처럼 톡 쏘는 맛이 있는 스프레드를 바른다. 채소는 양파, 겨자잎, 루콜라처럼 맵고 단 게 좋다. 생양파는 냄새가 입안에서 오래 맴도니 조심해야 한다. 

쫄깃하고 고소한 맛이 나는 빵인 치아바타도 샌드위치를 만들기에 좋다. 이 샌드위치는 단순할수록 빛이 난다. 치아바타는 이탈리아 빵인 만큼, 그 색깔을 살려 재료를 조합한다. 먼저 탄력 있고 폭신폭신한 빵을 갈라 바질페스토를 바른다. 그 다음 도톰하게 썬 모차렐라치즈와 토마토를 켜켜이 끼워 넣는다. 이때 치즈와 토마토를 미리 잘라 키친타월에 올려 물기를 빼고 사용하면 좋다. 루콜라 몇 잎까지 얹으면 더할 나위 없다. 페스토가 없으면 올리브오일을 두른 팬에 빵 안쪽 면을 굽자. 샌드위치에 신선한 바질 잎을 두어 장 끼워 넣으면 달고 산뜻한 맛과 향을 느낄 수 있다.

구운 채소 치아바타 샌드위치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루아상 사이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삶은 달걀을 채웠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했으니 부드럽고 고소하다. [GettyImage]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루아상 사이에 마요네즈로 버무린 삶은 달걀을 채웠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했으니 부드럽고 고소하다. [GettyImage]

채소만으로도 맛좋은 샌드위치를 만들 수 있다. 가지와 주키니호박을 길게 어슷 썰어 기름에 말랑말랑하도록 굽는다. 이때 짭짤하게 소금 간을 하고, 후추도 넉넉히 뿌린다. 이 채소는 치아바타와 잘 어울린다. 올리브오일에 굽거나 페스토를 바른 치아바타에 구운 채소를 불룩하도록 끼워 넣는다. 치즈를 넣으면 좋지만 없어도 그만이다. 파프리카나 버섯이 있으면 같이 구워 넣으면 된다. 고기 한 쪽 없어도 얼마나 든든한 한 끼가 되는지 모른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건 아주 두툼하게 썬 치즈 한 장(애덤이나 체다처럼 쫀쫀한 것), 프로슈토나 모르타델라 같이 짭짤하고 향이 좋은 햄 여러 장, 아삭한 잎채소 한 장을 빵 사이에 넣고 우적우적 씹어 먹는 것이다. 치즈, 햄, 빵을 한입 가득 넣고 부지런히 오물거리면 단순한 재료가 모여 특별한 양념 없이도 기막힌 맛을 낸다. 이토록 맛있을 수 있나 의문이 생길 정도다. 이런 샌드위치는 파니니 기계로 눌러 따뜻하게 먹어도 된다. 

버터를 듬뿍 넣고 구운 크로아상에는 달걀이나 참치로 만든 속을 채우면 좋다. 모양에서부터 맛의 풍요로움이 느껴진다. 기름진 데 기름진 것을 더해 먹으니 부드러움과 고소함은 비할 데가 없다. 이때 속을 만드는 가장 쉬운 방법은 삶은 달걀이나 기름 뺀 참치를 마요네즈에 버무리고 소금, 설탕 등을 넣어 간을 맞추는 것이다. 여기에 아삭한 오이, 당근, 양파 등을 잘게 썰어 넣고 후추나 드라이 허브 등으로 향을 더한다. 타바스코, 겨자, 고추냉이처럼 매운맛 재료를 조금 섞어도 맛있다. 


베이글은 베이컨, 잎채소, 토마토, 달걀프라이 등 여러 재료와 잘 어울린다. [GettyImage]

베이글은 베이컨, 잎채소, 토마토, 달걀프라이 등 여러 재료와 잘 어울린다. [GettyImage]

샌드위치 재료로 베이글도 빼놓을 수 없다. 우주비행사 그레고리 채밋오프(Gregory Chamitoff)가 2008년 우주로 떠날 때 베이글을 들고 갔다. 베이글은 가벼운 나들이에도 유용한 빵이다. 크림치즈에 허브를 잘게 잘라 섞은 다음 햄이나 훈제 연어 등을 넣어 빵 사이를 채운다. 크림치즈에 과일 잼을 섞어 달콤하고 촉촉한 스프레드를 만들어 수북할 정도로 발라도 맛있다. 베이글은 구멍이 있는 빵이지만 괘념치 말자. 다른 샌드위치처럼 햄, 베이컨, 잎채소, 토마토, 달걀프라이 등을 차곡차곡 쌓아 올려도 된다. 다만 베이글은 워낙 조밀하니 속재료는 아삭거리는 것보다 보드라운 걸 택하는 게 좋다.



신동아 2021년 4월호

김민경 푸드칼럼니스트 mingaemi@gmail.com
목록 닫기

극강의 고소함과 새콤달콤의 변증법 ‘피넛버터&젤리샌드위치’[김민경 ‘맛 이야기’]

댓글 창 닫기

2021/04Opinion Leader Magazine

오피니언 리더 매거진 표지

오피니언 리더를 위한
시사월간지. 분석, 정보,
교양, 재미의 보물창고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